삼경(三更)

1. 삶과 죽음 
2. 내일은 없다/초 한 대
3. 비 오는 밤

 


 

 

로마 시대의 밤 시각은 넷으로 구분된다. 3경은 새벽 1시부터 새벽 4시까지를 말한다. 곧 깊은 밤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적으로는 2경(밤 10시에서 다음날 새벽 1시)과 함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는 성도들이 항상 깨어 경성해야 할 시간이기도 하다.
출처 / 삼경 [三更, third watch] (라이프성경사전, 2006. 8. 15., 가스펠서브)

[Credit]

Produced by 이디스(edith)
All Sound Programming 이디스(edith)
Words 윤동주

Narration 한정훈

Artwork 이디스(edith)
Mixed by 이디스(edith)
Mastered by JKUN

Symptoms of Lethargy

1. TRAPT 
2. LETHARGY 
3. GAZE
4. FLAME
5. PROGRAMMKINO

 


 

안녕하세요. 소월입니다. 3년 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Symptoms of Lethargy]는 그간 제가 겪었던 ‘무기력의 증상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음반을 발매하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부디 누군가에게는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Salutations. It’s SOWALL. It’s been long three years since the last drop.
“Symptoms of Lethargy,” as this work is called, is a collection of stories about powerlessness. It aims to empathize and uplift. I am deeply grateful to all who brought this project to fruition.

1. TRAPT (함정)
생각이라는 것이 어쩌면 대부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너무 오랜 시간 쓸모없는 무언가들에게 하나뿐인 나를 빼앗기기도 했었다. 기억은 점점 흐리멍텅해지고, 판단은 더 어두워졌다.
나는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졌고, 그 사실을 한참 뒤에야 알았다.
Maybe it’s true of thinking in general, but I kept finding myself swirling around there, wandering aimlessly. Memories cloudy-fading, decisions became difficult.
I was in a trap of my own devising, but time had passed once I realized.

2. LETHARGY (무기력)
시간은 가늘고 늘 어렵다. 무너지는 것은 나뿐일까?
그냥 죽게 내버려 두자.
Time is thin, always insurmountable. Am I the only one breaking down?
Maybe it’s best to let it perish.

3. GAZE (시선)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해 내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를 향한 사람들의 어수선한 말소리만 귓가를 맴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 눈으로 바라보는 나를 언제쯤 만나볼 수 있을까. 텅 빈말들이 춤춘다.
It takes longer and longer to kindle what I love. Only murmurs swim around me.
I see myself through the eyes of the others. When will “I” see myself? Empty words dance.

4. FLAME (꽃)
현실을 부정하며 추하게 늙는다. 젊음은 그걸 알지 못한다.
Grace fading, ugly and old. Youth remains ignorant.

5. PROGRAMMKINO (독립영화)
솔직하고 꾸밈없는 독립영화 한편을 보았다. 색은 오색빛깔 찬란한데, 선은 굵고 선명했다.
마음에 많이 남았다. 진짜 내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어야지. 그러다 보면 점점 더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겠지.
Saw a sincere, unadorned indie film. Chromatic shades, with lines bold and vivid.
It lingered in my heart. I will tell my story in music, what I truly am. Perhaps only then, I’ll hear the sounds of my heart, little by little.

-Credit-

All music composed by SOWALL

Produced by SOWALL, JNKYRD
Mixed by Cherif Hashizume, London
Mastered by Guy Davie at Electric Mastering, London
Artwork designed by Hee Ra Jung
Styling by Jin Young Lee
Photo by Onas Kim

Saxophone/ Sung Jae Son (track 3)
Piano/ Jung Min Kwak (track 2,3)
Vocal/ Sunwoojunga (track 4)
Synthesizer/ Seokcheol Yun (Track 5)

새벽 산책

1. 새벽 산책 

 


 

새벽에 잠이 오지 않고 그냥 답답한 마음이 들 때 가끔 산책을 나갔다
목적지는 없지만 작은 해방감에 기분전환이 되는 게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이 노래를 듣고 비슷한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

[CREDIT]
작사 Chiki
작곡 Chiki
편곡 Chiki
Recorded by Peridot Studio
Mixed by Peridot Studio
Mastered by Peridot Studio

Shh…

1. Shh…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어느 울창한 열대우림…
오랜 시간 깊은 땅속에 묻혀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느 날 꿈에 그려왔던 존재, 타잔의 등장에 갑작스레 솟구치는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의 시공간에 갇혀 그 이상향을 잡을 수 없는 자신의 시체처럼 무기력한 모습 또한 노래한다.
Liu Lee의 새로운 싱글 ‘Shh…’는 그가 지금까지 그려온 우화의 첫 페이지이다.

[CREDIT]
Produced by Liu Lee
Arranged by Liu Lee
Lyric written by Liu Lee
Mixed by Kim Kate
Mastered by Kim Kate

Album Artwork
Fashion Keenkeensou
Visual Direction Keenkeensou, Liu Lee

Dot to Dot

 

1. Dots 
2. We Breathe Together

 


 

[단절된 세상에서 그려보는 ‘따로 또 같이’]

늦은 봄쯤의 일이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 줄어들고 어느덧 그 단절에 익숙해질 때였다. 저녁 무렵 창 건너편의 불빛들이 하나씩 켜지는 걸 보다가 문득 그 빛들을, 점과 점을 잇고 싶어졌다. 그리곤 먼 옛날의 사람들이 별자리를 그리던 때를 상상했다. 허공에 이야기를 붙이고 그래서 혼자가 아니던 때를.

Produced, composed by Glam Gould
Mixed, mastered by Glam Gould
Cover art by DD

The Box

1. The Box
2. Noname 
3. What I Want
4. Exit

 


 

The Box
오희정의 7번째 EP 앨범 [The Box]는 무엇이 들었을지 모를 박스를 하나 선물한다.

택배 박스를 받을 때만 설렌다면 좀 슬플 것 같다. 그만큼 신나는 일이 좀처럼 없다면 말이다.
뭐가 들었을지 모르는 선물이나, 박스를 뜯기도 전에 풍기는 좋은 향기에 기대를 갖기도 하지만 실망하기도 하고
쉽게 버려지는 빈 박스 더미들을 보면 저걸 다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오희정의 7번째 EP 앨범 [The Box]는 무엇이 들었을지 모를 박스를 하나 선물한다.
오프닝을 지나 [Noname]에서는 잊혀진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고
[What I Want]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걸 발견하고
다시 [Exit] 비상구를 찾아 자신이 갇혀있던 답답한 박스에서 기분 좋게 탈출하기를 바란다.

2020년에는 4월 [우리의 잘못을]에 이어 11월 [The Box]까지 두 장의 EP 앨범을 선보이게 되었다.
처음엔 몽환적이고 부드러운 일렉트로닉팝으로 출발했지만
이제는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오희정만의 무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모두가 움츠러드는 시기지만 더 왕성한 작업을 해나가는 오희정의 다음 스텝은
[Noname]에서 찾게 된 새로운 이름으로 나타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All Songs Written & Arranged by 오희정
(track 2 : 오희정 / 조중현
All Lyrics Written by 오희정

Guitars,Bass : 조중현

Produced by 오희정
Recorded by 오희정
Mixed and Mastered by 오희정

Photo by 조윤주 / @joseeand
Design by 오희정
Publishing by POCLANOS

Starry Night

1. Starry Night 

 


 

백만 개의 별이 너에게로

[CREDIT]
Produced by 레니(LENI)
Composed by 레니(LENI)
Lyrics by 레니(LENI)
Arranged by 레니(LENI)

Performed by
레니(LENI) – Vocal, Chorus, Guitar, Drum, Bass, MIDI Programming

Mixed by 레니(LENI)
Mastered by 도정회, 박준 @Soundmax Studio

Photo by @mimi_hyun_mimi

 

에우로파

1. 에우로파 (Vocal by 이수달) 

 


 

 

Europa. 궤도를 따라 하염없이 행성 주위를 도는 위성의 눈으로 바라본 은하와 소멸하는 별(꿈)을 향한 방백과 쓸쓸함을 담았다.

[CREDIT]
Produced by 네시
Composed by 네시
Arranged by 네시
Lyric by 모시
Vocal by 이수달
Electric/Acoustic Guitar by 라히텐
Recorded, Mixed and Mastered by Peridot Studio

Ghost In My Mind

1. Ghost In My Mind (feat. Ellae) 

 


 

 

REBENN (리벤)의 기적 같은 첫 싱글 ‘Ghost In My Mind’
연인 또는 인간관계에 있어 잊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유튜브 백만 조회 수를 달성한 신예 프로듀서 REBENN (리벤)
유년 시절, 혼자 오페라, 클래식 음악 공연에 갈 정도로 음악에 남다른 열정을 갖게 된 것이 아마 리벤이라는 아티스트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자연스럽게, 첼로와 피아노 연주를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아마도 그의 첫 싱글 속 클래식 풍의 훅 멜로디와 신선한 팝 느낌의 재해석과 편곡이 조화롭게 이루어졌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프로듀서/아티스트로서 발매할 의지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아프리카 파병 시절 겪었던 학생들과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학생들이 아카펠라로 즉흥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 영감을 받아 전역 후 작곡을 취미로 시작하게 되었다. 프로듀싱뿐만 아니라 직접 멜로디 메이킹 및 영어 가사까지 작업하는 그의 방식은 아주 인상적이다. 작곡 한지 2년 밖에 되지 않는 그가 과연 어떤 행보를 이어 나갈지 기대가 된다.

Instagram: https://www.instagram.com/rebennmusic/

[CREDIT]
Produced by REBENN

Performed By REBENN, Ellae
Mixed by REBENN
Mastered by REBENN

Cover Artwork by REBENN

Gi

1. Gi

 


 

일어나는 밤에 감는 눈. 밝아지는 감은 눈의 땅.
흔들리는 창문의 금. 갈라지지 않는 안개.
Y가 걷는다.
움츠러든 3번 척추. 열리다 만 입. 매장되는 문장들. 굴절하는 시선.
거뭇한 손톱 밑 흰 각질. 움푹 파인 아스팔트.
돌고 돌고 돌고.
불규칙을 위한 신호음. 박제된 한 번의 호흡.
실구멍이 없는 바늘. 힘이 없는 질투.
돌고 돌고 돌고.
말라비틀어진 안부. 엉겨 붙는 흔적. 테두리만 남은 이름.
지워진 경고문. 느낌표의 사라진 점. 놀라지 않아요. 그럴 수 없어요.
돌고 돌고 돌고.
경우의 수를 세고 출발. 총성은 생략됩니다. 지워져야만 하는 발자국. 솟아오르는 눈의 물.
시작을 잊어야만 끝. 본 적이 없는 얼굴. 아, 시리다.
돌고 돌고 돌고.

육 하 원 칙 으 로
육 하 원 칙 으 로
대 답 바 랍 니 다
대 답 바 랍 니 다
지 금 의 옆 자 리
거 기 있 는 그 것
만 약 보 인 다 면
만 약 들 린 다 면

글. 조정민

[Credit]
Leevisa Digital Single <Gi>

Produced by Leevisa
Mixed by Leevisa
Mastering by Mike Hillier

Text & M/V by 조정민 Jungmin Cho
Artwork by 유지연 YOOJIYEON
Artwork Photo by 김소윤 Soyoon Kim
Profile Photo by 이재윤 Jaeyoon Lee
Profile Make-Up by 한주영 (Black Lip / Holy Hair)

Publishing by POCLANOS

Release Date: November 2, 2020
ⓒ 2020. Leevisa All rights reserved.

Miasma

1. Miasma
2. Witch Hunt 
3. Sour Grapes
4. Tipping Point
5. 6655321
6. Vice Versa
7. Two And Two Make Five
8. Waiting For The Tide

 


 

JNS (제이엔에스)의 첫 번째 정규앨범
’Miasma (미아즈마)’ 발매
전 세계가 불쾌한 공기로 뒤덮인 2020년을 보내며 느낀 감정들을 담아낸 앨범

댄스 음악 프로듀서의 정규 음반을 즐겨 찾지 않는다. 정확히는 정규 음반의 정규란 말이 ‘Full Length’ 이상의 의미가 아니기를 바랄 때가 잦다. 정돈되고 다듬어진, 의도와 기승전결이 확실한 음반은 클럽 밖에도 많다. 잘 짜인 것만큼이나 거친 것의 미덕이 환영받는 곳, 완성도의 의미를 다소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댄스 음악계라 믿는다. 애초에 그렇게 탄생한 음악에서 기성의 매끈함을 요구하는 일이야말로 무의미하다.

허니 배저, 벌꿀오소리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앞으로 간다. 이상한 짐승이다. JNS는 벌꿀오소리의 뚝심을 닮은 허니배저레코즈를 세우고 이끌어왔다.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을 자기 멋대로 자연스럽다는 표현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JNS와 허니배저레코즈의 뚝심은 한곳에 머무르는 근성보다 앞으로 가고자 하는 의지에 가깝다. 한국이 댄스 음악의 불모지라 말하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지만, 적어도 허니배저레코즈처럼 꾸준히 동시대를 겨냥하는 음반을 내놓은 레이블은 드물었다.

<Miasma>는 JNS의 첫 정규 음반이다. 정규로서 규정과 규범을 지키기보다 규범을 세웠다. 늘 자연스럽게 해온 일이지만,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의도는 멀리서도 잘 보이지만, 의지는 묻거나 가까이서 지켜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니까. 이를테면 JNS의 여러 전작과 <Miasma> 사이엔 공통점보다 차이와 변화가 훨씬 두드러진다. 다만 지금의 음악, 동시대성이라는 목표에 대해서라면 결코 양보하지 않는 그의 행보가 되레 그런 변화를 눈치 못 채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 계절에 따라 털갈이를 하는 보호색처럼 너무 위화감이 없어서. 언제나 오늘 당장 클럽에서 틀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왔기에, 그리고 늘 거기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밀림의 우두머리가 아닌 척박한 사막과 구릉의 강자로서, JNS는 여느 때처럼 전진하는 정규 음반을 만들었다. 디스코그래피의 관점에서도, 음악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한 바퀴 경력의 되새김이나 팔방미인 모음집의 성격과는 거리가 있다. 전시하기보다 쏟아냈다. 기승전결이 존재하지만, 그 고저는 음반의 구성이라기보다 하룻밤의 셋 리스트에 가깝게 들린다. 훌륭한 디제이 셋처럼 능숙하게 조절된 에너지 레벨에 몸을 맡기는 흥분이 있다. 이것은 테크노인가 브레이크 비트인가, 여느 정규 음반처럼 IDM도 한 곡 넣었구나(그런 노랜 없다) 구별하기보다 덩어리로서 강약강약, 40여 분 가량의 여정을 즐기게 된다.

처음 실전 투입된 모듈러 신시사이저와 하드웨어 드럼머신을 비롯해 전작 대비 더 많은 하드웨어 악기가 쓰였고, 그의 말에 따르자면 “평소 에디팅이 어려워 손이 덜 가던” 악기의 사운드도 다수 포함됐다. 유독 직선적 리드가 돋보이고, 변주보다 반복을 자주 썼다. “바이닐에서 브레이크 샘플을 딴 뒤 샘플러에 넣고 그걸 에디팅해 12비트 사운드로 다시 뽑은 브레이크를 곳곳에 묻듯 숨겨뒀다”는 정성은 몰라도 되고 알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의도를 내세우기 위한 장치가 아닌 오늘을 위한 의지라는 것이다. JNS가 내내 바라보고, 발맞춰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바로 그 오늘 말이다.

웰메이드라는, 훈장인 동시에 어떤 한계가 되기도 하는 지점을 보기 좋게 격파하고 <Miasma>가 나왔다. 불쾌한 공기라는, 무척 적절한 이름이다. 몰아치는 1번과 2번 트랙, ’Miasma’와 ‘Witch Hunt’로부터 이미 어두운 밤은 확실히 시작됐다. 두 번의 보일러룸, 셀 수 없이 많은 레이블 파티와 발매작으로 JNS와 허니배저레코즈는 이미 서울의 밤을 풍요롭게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것은 가장 벌꿀오소리다운 음반이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부정적 감정이 담기긴 했지만 반대로 음악을 너무 어둡게 만들진 않으려 노력했다”는 JNS가 무대에 서는,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10리 밖까지 퍼져 나갈 웨어하우스 파티를 기다린다. “너무 쾌적하면 놀 맛이 안 난다 해야 하나. 딱 적당한 온도를 만드는 디제이의 역할이 크죠.” 언제가 될진 알 수 없지만, 그 말처럼 불쾌한 공기를 마시며.

글/ 유지성(프리랜스 에디터, DJ)

-Credits-
JNS ‘Miasma’
All tracks written produced mixed by JNS
Mastering by Beau Thomas @ Ten Eight Seven Mastering
P & C 2020 Honey Badger Records

 

rcts

1. ct12021
2. 꽝 
3. intermezzo stars
4. Squared Swing
5. ct14074
6. intermezzo rainbow
7. Thinking Of Rainbow
8. Thinking Of Anxiety
9. Thinking Of Nothing
10. intermezzo snow
11. Snow
12. 꽃피면 같이 걸어줘요

 


 

<rcts> 키라라 정규 1집
2014년 12월 22일 발매 / 2020년 10월 29일 리마스터 재발매

“눈꽃들은 모두 모양새가 다르다. 얼음 결정의 놀라운 가변성과 변이성은 현대 과학에서도 아직 정확히 분석해내지 못해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그리고 “모두는 저마다의 리듬이 있고 모든 경계에는 색색의 서리꽃이 핀다.” 나는 우선 『rcts』의 첫 음반 소개문에서 희락 님이 쓰셨던 문장을 먼저 생각한다. 나는 눈을 좋아하며 아직도 내가 눈을 굉장히 좋아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눈송이까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은 입장에서 언제나 눈에 대해 신기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 눈송이들이 조그맣게 뭉쳐 있을 때 만들어지는 도형 때문이었다. 그 도형들 또한 마찬가지로, 미스터리한 가변성과 변이성을 띠며 저마다의 형태를 이루고, 가끔 육각형 꽃의 꼴을 띠기도 하며, 어쩌면 그것은 눈송이의 기본형이기도 하다.

2014년 12월 4일, 키라라의 첫 번째 정규 음반 『rcts』가 나왔다. 그로부터 여섯 해가 지난 2020년, 『rcts』가 새로운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쳐 재발매 되었다. 만약에 현재까지 나온 키라라의 세 정규 음반들을 이쁘고 강하며 슬픈 음악을 만들기 위한 경로라고 보며 『rcts』를 그중 ‘이쁨’의 쪽이라고 두었을 때, 이것은 물론 단순히 『rcts』가 이쁘기만 한 음반이라는 뜻은 아니다. 새로운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통해 키라라는 2014년에는 미처 마련하지 못했던 음반의 강함을 키워나갔고, 『rcts』는 그에 맞춰 더 분명히 슬퍼질 수 있었다. 조금 거칠게 퍼져있던 소리는 강하고 단단하게 뭉쳤고, 그렇게 집중된 소리의 힘은 『rcts』를 강화하며, 2014년은 2020년을 통과해 다시 변화한다. 『moves』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목을 받기 이전에 나오기도 했고, 그 당시에 실물 음반이 더 적게 제작된 것도 있었지만, 『rcts』는 키라라가 본격적으로 하나의 앨범 형식을 만들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앨범’으로써 흥미로운 순간들이 가장 다양하게 담겨있는 음반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rcts』는 분명 지난 시간보다 조금 더 많은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다.

무언가를 집어 들고 숨을 훅 불거나 흡 들이쉬는 소리와 함께 키라라의 목소리가 화음으로 깔리는 “ct12021”은 『rcts』은 물론 앞으로의 여정에서도 자주 듣게 될 소리, 명징한 피아노 건반 음과 끝없이 리듬감을 불러일으키는 킥 드럼, 잔뜩 찌그러진 짜릿한 전기 기타 소리 같은 전자음, 짧은 구간 속에서 반복되거나 오르락내리락하는 음계 등을 하나씩 포개고 빼가면서 소개해 준다. 키라라의 목소리만을 다시 남기며 곡이 끝난 후, 곧바로 중역대가 빵빵하게 쌓아 올려진 “꽝”의 소리가 나타난다. 멜로디가 한 번에 기억될 고음의 리프를 받쳐주는 광활하게 배치된 소리가 정박으로 멈칫멈칫하다가 후반부에서 갑작스럽게 조금씩 박자를 밀고 당기며 변주되는 것은 2010년대 초중반을 장식하던 ‘브로스텝(brostep)’의 드롭 부분을 키라라의 재치를 담아 만든 것으로, 데드 마우스(deadmau5)를 비롯한 여러 음악인이 들려주던 짜릿한 드롭은 이 곡에서만이 아니라 네모난 플레잉 카드를 가지고 손 놀이를 하는 모습에서 따와, 스테레오를 따라 좌우를 빙글빙글 돌아다니는 포크 기타 소리가 담긴 “Squared Swing”에서는 조금 더 여유와 그루브를 가진 채 떨어진다. 명확하게 집중된 소리가 그렇게 규칙적으로, 종종 엇박자로 돌고 도는 움직임은 구인회가 작업하기도 했던 오디오비주얼의 빙글빙글 번쩍번쩍 돌아가는 온갖 사각형들과도 의외로 많이 닮아있다.

그런지라, 바로 다음 곡이 단단한 정사각형과 가장 닮아있는 키라라의 첫 빅 비트(big beat) 트랙인 “ct14074”라는 것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와트엠(WATMM)에 참여했던 다른 전자 음악가들과 함께 합정의 카페에서 밤샘 작업을 하다 만들어졌다는 이 곡은, 의식적으로 키라라만의 빅 비트를 찾아가다가 결국 ‘아하!’하는 순간을 만나는 쾌감이 함께 담겨있는 것도 같다. 우선 정박으로 쿵 치 딱 치 박히는 드럼들이 밑바탕을 깔아주면, 직설적인 전기 기타와 같은 소리가 첫 절반을 사정없이 긁으며 그 위를 오르내리며 점차 강해진다. 마침내 그 소리가 정점에 닿은 후 사라지고 어느새 새로운 신스음이 들어와 사라진 처음의 소리를 대체했을 때, 어느새 곡은 그 강한 힘을 머금은 채 조금 더 이쁜 곳에 도착해, 간주곡인 “intermezzo rainbow”를 거쳐 ‘Thinking’ 연작들로 이어진다.

여기서 나는 몬도 그로소(Mondo Grosso)의 『Next Wave』 속 인터루드 트랙들의 제목들에서 따온 곡들이 어떻게 ‘intermezzo’라는 바로 그 뜻처럼 곡들을 한 덩이처럼 매끄럽게 이어주며 음반으로써 『rcts』를 어떻게 완성하는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금 우리는 음반 양 끝에 있는 두 곡 이후에 놓인 “intermezzo stars”와 “intermezzo snow” 사이, 어떻게 보자면 『rcts』의 중앙이랄 곳을 지나가는 중이다. 여기서 “intermezzo rainbow”는 직전 노래의 소리를 이으며 아예 페이드아웃 되지만, 그럼에도 ‘인터메쪼’라는 곡명 덕에 자연스럽게 “Thinking Of Rainbow”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첫 곡에서 잠시 만났던 피아노 건반 소리가 다시 돌아와, 천천히 그 강세를 조절하며 진행된다. 키라라의 감성 또는 감정을 표현하기에 편한 도구로써, 이런 건반 소리는 때로는 단호하게 끊어지고 또 때로는 울림이 남은 채 계속해서 곡 전체에 긴장감을 준다. 이것이 불러일으키는 ‘불안감’은 자연스럽게 그 후방을 지키던 전자음과 함께 “Thinking Of Anxiety”로 넘어가는데, 이 곡에서의 건반은 훨씬 더 둔탁하게 마구 내려치는 것 같은 소리로, 앞에서의 강세 조절을 더 심화시킨다. 여기까지 끌어 올려진 긴장은 “Thinking Of Nothing”에서 샘플링된 어쿠스틱 기타가 먼저 새로이 들어온 후에, 피아노 건반과 함께 듀엣을 하듯이 서로의 소리를 주고받으며 다시 조금 익숙한 구성 속에서 풀려진다.

사실 연작을 만들기 위해서였지, 키라라가 이 곡들에 ‘Thinking’이란 이름을 붙인 것에 연관성을 그렇게까지 두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무언가에 ‘대한 생각’들로 이뤄진 이 세 곡이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피아노 건반으로 불안한 감정을 만들며 출발해, 결국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마지막 부분에서 직전에 출발했던 빅 비트와 닮은 강하고 이쁜 소리로 돌아오는 것은, 『rcts』에서 가장 슬픈 순간이었다. 나는 이것이 무엇보다도 피아노 소리가 그렇게 무지개와, 불안과, ‘아무것도’를 생각하는 과정을 통과하며 음악 속에서 자기 자신의 자리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그것이 어쿠스틱 기타라는 또 다른 소리와 함께 이뤄졌기 때문이라 느껴졌다. 이것은 어쩌면 ‘Thinking’ 연작 뒤로 2014년의 키라라가 친구들과 함께 떠들면서 노는 소리를 넣은 “intermezzo snow”가 시작되기 때문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45초간의 짧은 떠들썩함 속에서 나는 ‘오, 관객 호응까지’와 ‘잘한다’, 그리고 ‘다 같이, 다 같이’ 같은 말을 들었으며, 천천히 솟아오르는 “Snow”의 리프가 “스노우!”를 외치는 키라라의 목소리와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moves』에서 만나게 될 겨울 삼부작 트랙들보다도 훨씬 더 직설적이고 시원하게 소리를 쥐락펴락하는 “Snow”는 ‘이야!’ 하는 키라라의 찢어지는 고함과 함께 폭발하듯 휘몰아친다. 이 곡에서 나는 다시 한번 피아노 건반 소리가 등장한다는 걸 짚고 싶은데, “Snow”의 후반부에 나타나는 이 건반 소리는 잠깐, 그 어떤 소리도 없이, 독주의 순간을 가진다. 많은 경우의 키라라의 음악이 만들어내는 이쁘고 강하며 슬픈, 짜릿한 순간들이 쿵쿵 울리고 짝짝 박히는 저음역대의 드럼과 그 위를 수놓는 온갖 톤의 전자음, 샘플링된 목소리, 기타와 건반의 음들이 만드는 멜로디와 리프라는 걸 염두에 둘 때, 휘몰아치는 눈보라 사이에 잠깐 찾아오는 이 고요한 순간은 그때까지의 모든 생각들을 뒤로하고 건반 소리가 자신만의 순간을 맞는 때이기도 하다. 그것은 다시금 키라라의 ‘이야!’ 하는 고함을 소환해내며, 『rcts』에서의 힘을 가장 강하게 끌어올리는 에너지가 된다.

2014년, 『rcts』의 음반 커버를 찍기 위해 키라라와 친구들이 다 함께 출동했다. 밀가루와 꽃가루와 눈가루를 들고, 한밤중에 한강 공원으로 간 모두는 뛰고 환호하며 사진을 찍었다. 눈 올 때 밖에 있는 것을 즐기는 키라라는 이전에도 눈이 올 때면 새벽에 홀로 한강 공원에 가서 눈과 함께 뛰고 굴렀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물론 눈이 있었겠지만, 친구들도 함께 있었다. 사방에 날린 모든 가루는 눈송이의 모습을 닮아 있었고, 그 모양새는 모두가 미스터리를 가진 채 각기 다른 꼴이 되었다. 리듬과 경계마다 색색의 서리꽃들이 피었다. 언제나 『rcts』의 마지막에서 그렇게나 세차게 눈이 쏟아지는 게 지나가고 나서야 “꽃피면 같이 걸어줘요”하고 부탁하는 부분이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니까, ‘꽃 피면’은 미래에 대한 가정, 앞으로가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며, 또한 겨울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사실 또한 겨울 자체를 더욱 소중히 여길 수 있게 해준다.

“꽃피면 함께 걸어줘요”에 대해 키라라는 2000년대의 일본 리듬 게임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하며 그때의 감성이 담겼던 제목이 지금은 부끄럽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들을 때마다 RPG 게임들에서 볼 수 있을 따스한 마지막 장면의 느낌이 종종 떠올랐다. 빅 비트의 힘 있는 리듬 구간과 반짝이며 반복되는 전자음 리프들은 물론, 음반 내내 만날 수 있었던 이쁜 톤과 멜로디, 화음이 한 번에 담겨 커튼콜 혹은 에필로그처럼 “꽃피면 함께 걸어줘요”에서 마지막 인사를 한다. 강한 눈보라가 불어닥치더라도, 그 많은 소리와 함께 그것을 즐긴다면 어느 순간 시간은 흘러가고, 꽃이 핀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시간을 버티고 기다리며 움직여나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며, 『rcts』에서 그 힘을 선명하게 들을 수가 있다.

글 : 나원영 (웹진 weiv 필진)

-Credits-
Produced by 키라라
All Tracks Composed, Arranged & Mixed by 키라라
Mastered by 키라라
Distributed by 포크라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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