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앨범 해국
#1
모래와 물은 말라 비틀어 졌으나
뿌리는 잘 내려야 했고
어느 날은
시퍼레진 날씨가 죽을 각오로 덤벼
눈을 감고 모르는 척 지나가리라 고함을 외쳐 버텼더니
저의 벗이 됐던 연은 날아가고 지금은 진보라색이 됐습니다.
자신하며 버텼던 지난날의 자존감은
오만한 걱정들에 꺾여버린 지 오래였고
웃음거리가 되어 나돌아다녀도
웃음은 잃지 않을 테니
눈물이 보여도 위로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2
시기, 자책, 질투를 가득 머금은 절 보고 물었어요
무엇을 위해서냐고
처음엔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파렴치한 표정으로 회피를 즐겼어요.
뭐 피차 답이 무엇이든 지금처럼 순박한 척 걸어 다닐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아요.
행복하고 싶었던 것을 , 하고 싶었던 것들을 소중히 담아내면 그만인 것을
결국엔 보이지도 않는 이기적인 정답을 찾는 것에 집중하던 저를 돌아서게 하는 곡들이에요.
#3
푸르게 떠밀려온 파도가 찾아오면 멈춰 서서 눈을 감을테고
불굴의 해국이 거대한 폭풍을 인정하고 고개를 꺾을 때쯤
또다시 나른해진 나의 낭만이 무너져서 우는 날
그때 피는 꽃으로 돌아올게요.
곡 소개
굴복 – 점점 나이가 차오르고 무겁게 쌓여 짊어져야 할 것들을 세어보다 한숨만 나오더니 결국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담았어요. (Have you) ever so feel done lazy?
기막힌 예쁜 거짓말 – 오늘 날씨는 아무도 모르고,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한다. 기웃거리다가는 젖어버리기에
33-3번지 – 누구보다 뜨거웠던, 젊은 우리들. 밴드를 했던 20대 초반이 생각났고
그래서 그래 – 첫 공연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 그리고 부족함을 알아챈 두려움을 벗겨내기 위해
파도 –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자괴감과, 소심함을 파괴하고 싶어서
산책 – 한때 매번 오르던 뒷동산 바람에 취해, 경치를 거울삼아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보고
trip – 텅 빈 공연장에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부정적인 면모라고 지저귀는 것이고
혼나 – 다가오는 30이라는 나이에 내 방 가득 냉기가 서려 적어두었고
lie for me – 내가 할 수 있는 시기, 질투를 핑계 삼아 그만두어야 할 것들을 위로했고
느린신곡 – 사진으로 남길 수 없었던 장면을 안주 삼다 빗소리가 들렸고
해국 – 엄마는 응원과 믿음으로 아들을 지켜보고, 나는 포기와 기대를 숨겨놓은 채 살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