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나


 

 

한강을 생각한다. 간절하고, 넓게 흐르는 강물을 생각한다.

 

한강은 물살이 거칠고, 인간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 그 움직이려 하는 생물을 가두었다. 한강이 거칠게 나아간다는 것은 바다로 가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다는 것이다. 콘크리트 외벽과 좁은 수로에 갇힌 이 강물은 오늘도 서해로, 동해로 간절하게 가고자 한다.

 

한강은 세계 어느 도시를 흐르는 강에 견주어 봐도 그 넓음을 자랑한다. 이 넓은 강물은 12개의 공원과 ‘잠실철교 강가의 외딴섬’을 포함한 6개의 섬을 품으며 흘러간다. 오늘도 출퇴근을 위해 남북을 오르내리는 사람들과 강가를 배회하는 도시 여행자들을 품으며 흘러간다. 이 넓은 강에 그들은 사랑을 받을 수도 없고 줄 수도 없는,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을 흘려보낸다. 오늘도 강은 고독과 슬픔을 품고 흘러간다.

 

여기 한강을 배회하는 이의 노래가 있다.

한강의 요동치는 강물과 광활한 시야는 그의 음악을 닮았다. 그의 새로운 트랙들에서 일렉트로니카 사운드는 강물에 비친 도시의 불빛들처럼 반짝인다. 한강의 광활한 풍경을 닮은 슈게이징 사운드는 그가 방황했던 시간들을 품어준다. 그는 더 간절해졌고, 그의 음악은 더 많은 것들을 품어 넓어졌다. Fin Fior의 더 간절해지고 넓어진 음악에 함께해주길. 요동치는 마음들이 함께 모여 바다로 나아가길 바란다.

 

‘겁이나’를 들으며

Fin Fior의 여행길 동행

의진 쓰다.

 

 

 

Credits

Produced, Arranged, Composed, and performed by Fin Fior

 

자율신경계


 

부산의 아티스트 김일두와 수원의 아티스트 HIPE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노래 ‘자율신경계’는 80년대 후반 신스팝 사운드를 재해석한 노래로 잠에 덜 깬 듯 꿈결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전해주는 곡이다.

 

 

 

Credits

Lyrics 김일두

 

Composed 김일두, 박지성

 

Arranged 박지성

mixed & mastered Jacob Wheeler @ Seesaw studio Artwork by mafeel

(paperco.kr) Distribution by POCLANOS

 

 

OBLIVION


 

“Oblivion“

PERC%NT x DWAYNE single <Oblivion>

 

“B.I.B(Back In Black)” Production

 

 

01. Oblivion

2022/12/20

Lyrics by DWAYNE

Composed by DWAYNE, PERC%NT

Arranged by DWAYNE

 

“Visualize, I’m taking this breath with you”

 

 

 

Credits

Producer DWAYNE

 

All songs written by DWAYNE, PERC%NT

Arrangement DWAYNE

 

Rhythm Programming DWAYNE

 

Mixing Engineer by 김동성 @ A1 STUDIO

Mastering Engineer 김동성 @ A1 STUDIO

 

 

Album Illustration & Design & Artwork PERC%NT

 

Publishing by POCLANOS

 

Sorry For Myself


 

삶의 전부처럼 느껴지던 관계가 어느 순간 나를 해치고 병들게 한다는 걸 느꼈을 때, 사랑했던 용기보다 더 큰 용기로 돌아선 경험을 노래하고 싶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힘든 선택을 하고 떠나야만 했던 순간들과 마음들에 이 노래가 위로를 줄 수 있기를…

 

 

 

Written and Arranged by Lucite Tokki

Recorded by Lucite Tokki

Mixed by YT

Mastered by Groovy T at Rabbit Hole 6.0

Original Art by Eom Yujeong (eomyujeong.com)

 

Midnight In Seoul


 

01SYNTH’s Winter Single Album

“Midnight In Seoul”

 

1. Midnight In Seoul (03:40)

2. Highway 89 (03:12)

3. Full Moon (03:23)

 

 

Credits

Composed by 01SYNTH

Produced by 01SYNTH

Mixed by 01SYNTH

Mastered by 01SYNTH, Pure Kaffeine

Artwork by Zetong Li

Distributor POCLANOS

 

STAR WARS


 

D’allant 4th EP [STAR WARS]

 

아름다운 WORMHOLE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D’allant, 알 수 없는 시대 속 혜성의 도시인 COMET CITY에 도달하게 됐다.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것은 바로, 별들의 전쟁을 막기 위한 운명이었다.

 

D’allant는 가까스로 별들의 전쟁을 막아 지구를 포함한 여러 은하계의 파괴를 막아냈지만, 전쟁으로 발생한 큰 에너지로 인해 Pizza Fairy가 사라지게 되는데, 이로 인하여 DAYE는 Pizza Fairy를 찾아 나서기 시작한다.

 

1. WORMHOLE

2. TIME WARP

3. COMET CITY

4. STAR WARS

5. P.O.P (Pieces Of Peace)

 

Credits
Composed by D’allant (Tracks 1, 3, 4, 5), Pizza Fairy (Track 2)

Lyrics by D’allant (Tracks 1, 3, 4, 5)

Arranged by D’allant (Tracks 1, 3, 4, 5), Pizza Fairy (Track 2)

 

Vocal by DAYE (Tracks 1, 3, 4, 5)

Background Vocal by DAYE (Tracks 1, 3, 4, 5), Pizza Fairy (Tracks 1, 3, 4)

Piano by Pizza Fairy (All Tracks)

Synth by Pizza Fairy (All Tracks)

String by Pizza Fairy (Tracks 2, 3, 5)

Bass by Pizza Fairy (All Tracks)

Drums by Pizza Fairy (Tracks 1, 2, 3, 4), 김동현(Track 5)

Guitar by Pizza Fairy (All Tracks)

Percussion by Pizza Fairy (Tracks 3, 5)

Timpani by 이원석 (Track 3)

Horns by 봄나팔 (Track 3)

 

Recorded by 정일진 @ K-NOTE (Tracks 1, 3, 4, 5)

Drum recorded by Chipmunk Den Studio (Tracks 3, 5)

Mixing by i.i (Tracks 1, 2, 3, 4), eeajik (Tracks 1, 2, 3, 4), Double J @open heaven studio (Track 5)

Mastering by i.i, eeajik (Tracks All Tracks)

 

Art direct & Cover design by KOSB

Exclusive Producer by 강현철 (LEO. KANG) T9-H Ent.

 

나너도기


 

나너도기

 

 

 

[CREDITS]

 

01. 나너..

 

내가 음악을 해서 그런게 아니구우..

 

01. NA NEO..

Lyrics by b!ni

Composed by osii, b!ni

Arranged by osii

Mixed by Paulkyte

Mastered by Will Quinnell @sterlingsound

 

Drum by osii

Bass by osii

Piano by osii

Synthesizer by osii

Vocal Edited by b!ni

Chorus by b!ni

 

 

02. DOGGY

 

아 띠릿포뤼얼 ^^

 

Lyrics by b!ni

Composed by Wnwoo, b!ni

Arranged by Wnwoo, Otter

Mixed by Paulkyte

Mastered by Kwon Namwoo @821sound

 

Drum by Wnwoo

Bass by  Wnwoo

Piano by Wnwoo

Synthesizer by Wnwoo, Otter

Guitar by Otter, Paulkyte

Vocal Edited by b!ni

Chorus by b!ni

 

 

 

Photograph 이재원 Lee Jaewon

 

Album cover designed By goblin @go61in

 

A&R 유재승 You Jaeseung

 

Memorial of Your Childhood (당신의 유년기억에 대하여)


 

‘Memorial of Your Childhood‘(당신의 유년기억에 대하여)는 당신의 흐린 어릴 적 기억으로 돌려보내 줄 여정을 담은 노래이다. 행복했던 유년기, 다소 다사다난했던 당신의 청소년기, 그리고 아직 자리 잡지 못한, 혹은 자리를 잡은 당신의 가까웠던 과거를 뒤돌아볼 수 있도록 세 가지 콘셉트가 섞여 있다. 듣는 이들에게 당신의 유년 기억으로의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의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의 신시사이저 사운드 및 여러 가지 악기 사운드와 평소에 들을 수 있는 소음들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직접 녹음하여 모든 이들의 유년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아련하게 느낄 수 있도록 사운드를 만드는 데에 집중했다. 14분이라는 길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이 트랙에서 당신의 유년 기억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길 바란다.

 

 

Credits

Producer ART PROJECT

Songs written by ART PROJECT

Arrangement by ART PROJECT

Vocal ART PROJECT

Piano ART PROJECT

Synth ART PROJECT

Guitar ART PROJECT

Electric Guitar 송의연

Saxophone 김지웅

Drums ART PROJECT

All sound design ART PROJECT

Mixing & Mastering ART PROJECT

Album Cover ART PROJECT & @rimbirth2000

Design & Artwork ART PROJECT & @rimbirth2000

Publishing by POCLANOS

 

there.


 

 

HNGIN 행인 – there.

haeng in – there.

 

작은 희망의 불씨로 살아가는 사람의 여정.

그 내면과 배경을 소리로 담은 장소 there.

 

비구름이 지나가고 한 줄기 따스한 빛이

땅에 내려올 것을 믿는, 인내하는

모두에게 감동이 되어줄 이야기.

 

The journey of persons who live on a small embers of hope,

album “there.” is a place that contains their inside and background.

 

They are patient because all believe that rain clouds are passing by

and a ray of warm light will be coming.

 

A story that will impress everyone.

 

[Track List]

01. 프롤로그 prologue

02. 몽환열차 the dream train

03. 푸른새벽 blue dawn

04. 일평역 ilpyeong station (3.3m²)

05. 한랭전선 cold front

06. 우내질주 running in the rain

07. 잿더미심장 ashes heart

08. 문채 moonshine

09. 삶 life

10. 에필로그 epilogue

11. 온다의숲 onda (CD Only)

 

 

Credits

 

Executive Producer: HNGIN 행인

Composing: HNGIN 행인

Arrangement: HNGIN 행인

All Instruments: HNGIN 행인

(trk 09 Drum, Bass, Perc: Subp Yao)

 

Narration: (trk 04) Jennifer Clyde 제니퍼 클라이드

Mixing, Mastering Engineer: HNGIN 행인

Album Artwork: HNGIN 행인

 

Distribution: POCLANOS 포크라노스

 

4 Live


 

2022년 9월 2일 금요일 20시, 마포구 양화로의 프리즘 홀에서 키라라의 <그냥 하는 단독공연> 두 번째 시즌 네 번째 라이브가 열렸다. 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많지도 않은 관중들이 천장 높은 무대 주위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저마다 최대한 맘에 드는 위치에 섰다. 매번마다 뛰어난 손님들이 오르는 (이번에는 해파리였던) 오프닝 공연이 끝나면, 이제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먼저, 무대 위에 올라간 장비와 함께 측면으로 놓인 테이블을 향해, 긴 머리에 긴 옷자락을 걸친 키라라가 다가간다. 손가락을 뻗어서, 누르거나 돌리고 또 밀어 올리거나 당겨 내릴 수 있는 장치들로 가득한 런치패드와 건반,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들을 전체적으로 관장하는 맥북과 그에 설치된 에이블톤의 세션 뷰까지. 모든 기계장치들이 이 테이블 위에 따로 또 같이, 하나의 몸뚱이로 이어져있다. 이제 키라라는 측면으로 놓인 장비 앞에 서서, 이미 제작된 트랙들을 선곡해 자연스레 이어붙이는 디제잉이 아니라, 악기들이 내는 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섞어 만드는 공연을 할 것이다. 장비를 각자끼리와 공연장의 음향 시스템 전체에 연결해주는 굵고 가는 선들이 무대 아래로 치렁치렁 어지럽게 흘러내려온다. 가끔씩은 그 위에서 원색의 조명 빛이 현란하게 겹쳐지며 다 색색깔로 번쩍이고, 가끔씩은 그 뒤로 음악에 맞춰 제작된 영상들이 깜빡거릴 준비를 마친다. 마지막 오디오 최종점검을 할 때 잠깐 불규칙적으로 들려오듯, 이제 곧 “쿵”을 누르면 쿵 소리가, “짝”을 누르면 짝 소리가 날 것이다. 나는 여기에 있다. 키라라가 라이브 공연을 펼쳤던 이전의 다른 때에도, 그리고 이후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질 다른 때에도.

 

이 모든 실시간 연주가 개시되기 직전, 딱 하나의 곡이 틀어진다. 자그마한 축음기 잡음에 담긴 단정한 건반과 희미한 현악기 소리와 함께, 그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긴 밤 지새우고…” 플로어에서 관중들이 자그맣게 흥얼거리기에도 참 좋은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한국 대중음악사의 지난 반세기를 상징할만한 트랙일지라도, 적어도 키라라의 공연에서만큼은 케미컬 브라더스가 사용하는 비틀즈의 ‘Tomorrow Never Knows’만큼만 기능할 뿐이다. 꽤나 숙연한 “나 이제 가노라”의 구간반복으로, 이 모든 걸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서. 그러니까, 키라라만의 방식으로 “공허에게 항복하기 (Surrender to the Void)” 위하여. 출발의 신호를 알아차린 관객들의 함성소리와 박수소리가 시동이 걸려가는 공연을 이윽고 벅차게 반겨주고, 키라라는 이쁘고 강하다는 명제가 그에 화답한다. [4 Live]는 바로 이 순간, 공연장 전체가 라이브를 위한 시공이 되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또한 그러므로, “여러분은 춤을 춥니다.”

 

“나의 쇼를 보아요, 나의 쇼를 봐요!” 이제부터 [4 Live]의 2CD에 걸쳐 담긴 120분의 공연 시간동안, 키라라는 2021년 12월에 발매된 [4]까지 그간 제작하고 리믹스한 트랙들을, 현장에서 매시업의 형태로 들려줄 것이다. 트랙명의 표기법에서 볼 수 있듯, 이는 베이스로 깔고 있는 한 트랙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트랙들에서 따온 각양각색의 소스들이 살며시 위로 올라가거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거나, 아예 통째로 뒤덮으며 이뤄진다. 이는 곧 [4 Live]를 비롯한 키라라의 라이브 공연들에서는 동일한 시간단위동안 음반을 재생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정보량의 키라라를 들을 수 있다는 뜻이며, 이야말로 키라라의 라이브 공연이 이토록 즐거운 가장 큰 이유일 테다. 키라라의 라이브를 속속들이 꿰찬 베테랑부터 한 번 시음이라도 해보듯 들려본 방문객까지, 둘 이상의 트랙을 한꺼번에 그리고 동시에 조합해내는 방식은 누구에게나 가장 높은 효율로 키라라의 에센셜 트랙들을 제시해준다. [4 Live]는 그러니까, 키라라의 심화판 같은 음반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렇게나 심화됐을까.

 

[4]의 발매와 엮일 수밖에 없을 라이브 음반이긴 하지만, 그 내용물에는 이전까지 발매된 세 장의 정규 음반 속의 엑기스들은 물론, 키라라의 라이브에서 빼먹을 수 없을 양념장인 [KM] 시리즈의 단골 리믹스들이나, 보다 철저하게 댄스음악의 맛을 내주는 [cts] 시리즈의 대표주자까지 가득가득 재료로 담겨있다. 여기서는 ‘ct19071’과 ‘장난’이 합쳐진 것도 모자라 가득 인용되는 수많은 구절들이 구구절절하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여정을 부리나케 따라가 볼 수 있고, 아니면 가장 폭발력 넘치는 트랙들 중에도 특히나 ‘공천’과 ‘Snow’가 둘씩 짝지은 퓨전 상태가 되어 각 CD의 북받치는 피날레를 장식하는 광경을 즐길 수도 있다. 혹은 ‘Earthquake’나 ‘vc19111’처럼 반복의 호흡을 차근차근 조절하는 단일 트랙들이 어떻게 감정적인 고조를 찬찬히 실현하며 실연되는지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목소리를 샘플링해온 ‘Rain Dance’와 ‘I LOVE U’의 삽입이 어떻게 단박에 알아차릴 만큼 명확하면서도 곳곳에 세세하게 흩뿌려졌는지를 찾아다닐 수도, 또는 ‘Saturday Night Road Trip’의 멜로디 라인이 즉시 가져오는 멜랑콜리함이 각기 다른 트랙에서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감상할 수도 있다. 뒤범벅된 소리들의 한바탕 소란 속에서, 초반에는 파편 난 채 등장했던 ‘BLIZZARD’와 ‘REVENGE’는 한 바퀴 복선을 빙글 타고 [moves]의 눈보라를 몰아오고, 빙하처럼 레퍼토리를 든든하게 받쳐줘 온 [rcts]의 곡들은 시간적 격차들을 수월하게 꿰매주고, 눈물겨운 떼창을 불러일으키며 [Sarah]를 어느 정도 상징하게 된 ‘Wish’는 극적인 마무리를 책임지고자 눈꽃을 날려주고, 가장 최근에 얼음결정체를 형성한 [4]의 트랙들은 감정 선이 세차게 굴곡질 때 저마다의 강도로 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크고 작은 소리들이 그렇게 각각의 시간에서 떼어져와 하나의 시공에서 부지런히 뭉치고 흩어지며, [4 Live]라는 집합을 형성한다.

 

그 재료들만큼이나 다채롭고 명민하게 실천되는 매시업이 [4 Live]에서 놀라운 효과를 일으키는 건, 우선 키라라가 연주하는 수많은 소리들끼리 겹치고 맞닿는 지점이 곧장 인식되는 덕이다. 이는 스튜디오 녹음과 라이브 연주 간에 발생하는 격차가 전자음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활용했기 때문일 테다. 키라라가 제조한 각각의 소리들부터가 매우 분명한 질감을 띠어 꽤나 정확하게 구분가능하다는 점도 있고 말이다. 음반에서 현장으로의 전환을 위해 편성을 거칠 수밖에 없는 실제 악기들에 비해, 랩탑으로 만들어 랩탑으로 트는 사운드들은 큰 변형이나 누락 없이 현장에 옮겨올 수 있을 만큼, 이 전자음들은 스튜디오-라이브 간의 호환성이 높으니까. 그러므로 한 트랙 위에 다른 트랙의 조각들(종종 샘플처럼 사용되는 목소리나 특정한 음색을 타고 흘러나오는 멜로디 등)이 더해질 때, 관중들은 최소한 원 트랙에 다른 소리가 첨가되었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다. 방금까지의 설명 자체가 적잖이 구차하게 느껴질 듯이, 이러한 인식의 과정은 청취에 있어 굉장히 즉각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한다. 키라라가 라이브에서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게 바로 이 부분이다. 즉각적인 의미작용을 발생시키기 위해, 어떤 곡의 어떤 부분을, 다른 어떤 곡의 다른 어떤 부분과 합쳐볼지. 주요한 트랙들에 친숙한 청자들이 각기 다른 익숙함을 한꺼번에 감별할 때의 순간적인 놀람을 끌어와, 곱절의 즐거움으로 증폭시키기 위해서. 오랫동안의 공연을 통해 누적된 현장 데이터들로 키라라는 매시업에 가장 최적화된 중첩과 접합의 순간, 이른바 ‘구다리’들을 찾아냈다. 때로는 애를 태우듯 짧고 굵게 스쳐 지나가기만 하거나, 때로는 작정하고 원래부터 한 몸이었다는 듯 서로에게 끼워 맞춰지는 구다리들은, 라이브가 진행되는 동안 플로어에서 가장 많은 환호를 즉시 이끌어낸다. 그렇기에 키라라 심화판으로서의 [4 Live]는 에센셜 트랙 모음집이기보다도, 에센셜 매시업 구다리 모음집에 더 가깝다.

 

그 구다리들이 알맞게 작용하는 순간들은 순전한 마법과도 같다. 익숙한 트랙들에 한해서는 어떠한 소리가 언제 등장할지 어렴풋이 예상할 수 있더라도, 그 소리들끼리 어떠한 방식으로 어느 순간에 이어 붙여질지는 언제나 예상범위의 안팎을 넘나드니까. 돌이켜 생각해보았을 때, 내가 키라라의 라이브에 계속해서 재방문하는 이유 또한 거기에 있는지 모르겠다. 쏟아지는 비트의 기초적인 박자에 맞춰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다가도, 예감하지 못했던 구다리가 예측하지 못했던 순간에 튀어나오면 어김없이 정신이 번쩍 드니까. 웃음일 수도, 환호일 수도, 함성일 수도, 박수일 수도 있는 각기 다른 육체적인 반응들이, 구다리들이 공연장 곳곳을 뻗어나가 관중의 정신머리를 강타할 때에 저마다의 높낮이로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그에 따라 관중들의 양팔은 일정한 각도로 허공을 휘젓고, 다리는 바닥을 타고 흐르는 비트와 박자를 맞추며, 다음 날의 근육을 엄습해올 뻐근함에도 불구하고 관절들은 열심히 삐걱대고, 이 행동들은 대부분의 경우 죄다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쉴 새 없이 흘러가는 순간을 기어이 잡아내려는 카메라들의 합창과, 순간을 흘려보내는 몸들끼리 서로 멀어지고 가까워지는 거리, 라이브의 시공의 안팎에서 만들어지는 이 움직임들. 정신머리를 풀어헤쳐놓고 음악에 맡겨 끊임없이 움직이고 또 움직이는 이 몸의 감각은, 보다 오래 전부터 키라라의 라이브를 봐왔던 이들에게 좀 더 익숙할지 모르겠다. 초록빛으로 조명을 굴절시키는 청하 병이나 알코올 냄새에 담겨 매캐하게 퍼져나가는 담배 연기, 그와 함께 앞뒤로 위아래로 움직이는 무대상에서의 몸부림과 그를 따라 격하게 휘날리는 머리칼, 감정을 가득 담은 생목의 고함소리를 기억하는 관중들에게 말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단지 “그냥… 댄스음악이니까, 재밌게 들어주세요.”에 대한 것만은 아닌 동시에, 오로지 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moves]와 [Sarah] 그리고 [4]는 키라라의 감정, 그 중에서도 보다 소모가 강한 종류들로 이뤄진 음반들이다. 몸속에 가득 차 있는 이 감정들은, 신체의 움직임과 음악의 움직임이 맞닿는 영역에서 보다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을 만한 ‘댄스음악’으로 옮겨졌다. 그렇지만 공연장에서 그 음악들을 연주하는 건 자연스럽게도 이 곡들에 담아둔 감정을 현장에 다시 옮겨오는 일과 같았으며, 키라라의 옛 라이브는 종종 강력한 정서들의 힘에 파묻혀 탈진할 정도로 이를 되불러오곤 했다. 에센셜 구다리들은 이때 소리만큼이나 거기에 깃든 키라라의 정서들도 높은 밀도로 뒤섞어 심화시켰다. 격한 한풀이에 가깝게 정동들을 몽땅 들볶으며, 들입다 주저앉아 연주하거나 서로의 몸짓을 구경하듯 무대와 플로어를 정면으로 마주보게도 하고, ‘아침이슬’ 이전에 ‘Dancing Queen’ 같은 팝송이나 ‘둥글게 둥글게’ 같은 동요까지로 시동을 걸어본 옛 탐구들은 다름 아니라, 라이브 현장의 모든 걸 음악뿐만 아니라 감정까지도 매시업하는 모습이 시각적으로 말이 되도록 전달하려는 시행착오였다. 관중들이 [4 Live]를 비롯해 현 시점에서 볼 수 있는 무대는, 키라라가 다듬은 라이브의 시각적 형식이 그와 함께 들려오는 청각적 경험과 맞물려 만들어진 강렬한 시청각적 매시업의 현장이다. 그렇기에 키라라의 쇼가 결코 “그냥 댄스음악”만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에서 저 소리들을 연주하고 감정들을 뒤섞어 몸들을 움직이다보면 형성되는 것은, 결국에는 “그냥 댄스음악”이 된다. [4]를 통과하면서 그리 결심했듯, 키라라는 이제 라이브 현장에서 음악이 울려 퍼지는 지금 이 순간, 재미라는 보다 색다르게 강한 힘을 띤 정서에 과거와 현재의 격한 감정들을 모조리 압축해놓기로 결심했다. “그냥 댄스음악”이, 그리고 “그냥 하는 단독 공연”에서 그런 “그냥 댄스음악”을 그저 연주하는 것이, 다른 모든 것들보다도 가장 잘 하는 일이 그거니까.

 

2022년 9월 2일 금요일 20시, 마포구 양화로의 프리즘 홀에서 녹음된 것이 바로 이것이다. 어느 때의 어느 곳에서 이만큼 움직인 이만큼의 것들에 대한 기록. 사뭇 놀라워지는 건 아무리 짧게 잡더라도 25-30년은 족히 되는 한국의 전자음악사에서 누구이고 무엇이던 간에 이런 “그냥 댄스음악”을 라이브 음반의 형태로 기록한 경우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나 이렇게, 독립적인 지하클럽의 규모에서는 말이다. 이미 [moves]의 발매 이후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페스티벌의 공연실황으로 [moves live]를 제작하기도 했지만, [4 Live]는 키라라가 마음을 오랫동안 가까이 둬온 독립된 라이브 클럽과 자주적인 음악 현장과, 그러한 장소에서 기꺼이 몸을 움직이는 이들의 궤적을 담았다는 점에 있어 역사적인 의의를 띠기도 한다. 이 현장에서 채집된 소리들은 그러니까, 금요일 밤의 마포구 언더그라운드 라이브 클럽에서 나올만한 여러 장면들의 총합이니까. 아무리 그 사실주의를 위해 애를 쓰들 음반녹음이 그 모든 현장 청취의 경험을 완벽히 동일하게 반영할 수는 없겠지만, [4 Live]는 이를 어느 정도 인지한 채 이때 이곳의 시공을 재구성한다. 이 날의 관중들은 그 수가 너무 많아 거대한 하나가 되어버린 집단이기보다는, 저마다의 위치에서 키라라의 라이브를 경험하는 개별적인 인물들 간의 집합처럼 들린다. 목청을 높여 앵콜을 부르짖거나 즐거움에 가득 차 손뼉을 치거나 아니면 조용하지만 열렬히 고갯짓을 하고 있을 저 갖갖의 움직임들은, 키라라의 공연에서 어쩌면 조금 더 자주 또 격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내가 여태껏 이곳에서 주로 보아온 게 바로 그런 것이기도 하니까. 그것은 키라라가 실시간 연주를 통해 매시업의 구다리를 제작하고, 음악과 감정이 가득 겹쳐진 소리들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동기화하며, 이를 하나의 장소와 하나의 시간 그러므로 하나의 현장에 종합한 결과이며, 물론 그냥 연주하는 댄스음악을 그냥 청취하며 모두가 그냥 움직일 때 종합되는 현장 그 자체이기도 하다.

 

[4 Live]가 부단한 매개와 편집 그리고 기록을 거쳐 담아낸 것이, 바로 이런 수많은 움직임들이 따로 또 같이 섞여드는 라이브의 현장이다. 어딘가의 지하클럽에서 키라라의 공연이 흘러나올 때마다, 그 모든 현장을 구성하는 구체적인 무대와 구체적인 플로어, 구체적인 조명과 구체적인 음향, 구체적인 힘과 구체적인 소리, 구체적인 몸과 구체적인 구다리, 구체적인 사람과 구체적인 음악이, 어느 때 어느 곳이건 이만큼씩 살아 움직일 채비를 다시 한 번 새로이 마친다. 그렇다.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는 춤을 추며, 너에게로 간다.

 

– 나원영 (대중음악비평가)

 

 

Credits

기획 : 키라라

제작 : 이기정 (까미뮤직)

믹싱 : 키라라

마스터링 : 키라라

아트 디렉션 : 키라라

디자인 : 정해리 (SUPERSALADSTUFF)

사진 : 김민

 

이 라이브앨범은 2022년 9월 2일, 서울시 마포구 ‘프리즘홀’에서의 공연 〈그냥하는 단독공연 시즌2 4회〉에서 녹음되었습니다.

진행 : 이기정 (프리즘홀)

엔지니어 : 주정현

 

사랑을


 

내가 말하는 사랑과 네가 말하는 사랑,

모양과 크기, 방식이 전부 다르지만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어

엄연히 같은 공간에서 흐르고 존재하겠지

과거의 응어리 같은 건 잊어가면서

 

 

Credits

Produced by 성인창 (Seong In Chang)

Composed by 성인창

Words by 성인창

Arranged by 성인창

 

Keyboard & Synth by 성인창

Bass by 최보승 (Choi Bo Seung)

Drum sampling by 성인창

 

Mixed by 성인창 (Seong In Chang)

Mastered by 강승희 @sonickorea

Artwork by 권수현 (Kwon Su Hyun)

 

낭만 실종


 

onthedal [낭만실종]

 

저에게는 늘 새로운 관계를 맞이하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고 두렵습니다.

나의 세상에서 낭만은 사라지고, 나는 그들의 정상 궤도를 벗어나 있었습니다.

물고 있던 사탕은 오래도록 녹여 먹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쓸모의 쓸모를 찾아보려 애쓰지만 “애석하게도 찾을 수 없었다.’라는 결말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하필 제일 크고 커다란 옷을 걸쳐 입은 나는 새삼스럽게도 바보 같은 나를 바라봅니다.

공허한 겨울을, 마음을 채우려 먼저 꺼내어 먹는 3가지 파편입니다.

 

Credits
 

01. 사탕

Composed by onthedal

Lyrics by onthedal

Arranged by onthedal, 박한

Synth by onthedal, 박한

Guitar by 박한

Bass by 박한

Drum by chan

 

02. 정상궤도

Composed by onthedal

Lyrics by onthedal

Arranged by onthedal, 박한

Piano by onthedal

Synth by onthedal

Guitar by 박한

Bass by noogi

Drum by chan

 

03. Cabinet

Composed by onthedal, 심강훈

Lyrics by onthedal

Arranged by onthedal

Synth by onthedal

Trumpet by 심강훈

Guitar by jackchan, lanjoon

Bass by noogi

Beat Programming by onthedal

 

Recorded by 이상철, 김진평 (TONE STUDIO SEOUL)

Mixed by 양하정, 최민성 (TONE STUDIO SEOUL)

Mastered by 최민성 (TONE STUDIO GOGI)

 

Artwork by DAMO

Cabinet Visualizer by DAMO

Cabinet M/V by 강태원, 주한솔

정상궤도M/V by 해수목(haesumok)

 

Thanks to jin, pyo, nwit, joonmo, jaehyun, yeonkyung

 

본 앨범은 한국콘텐츠진흥원 뮤즈온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Support by KOC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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