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둥이 나아갈, 지지 않는 곳.
버둥은 솔직하게 나아가는 음악가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핍과 두려움을 마주하고, 실패 한 적은 있어도 패배하지 않고 앞으로만 간다. 앞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좋은 친구와 동료를 만나며 사랑과 고난을 동시에 엮어, 긴 이야기 <지지 않는 곳으로 가자>를 만들었다. 언젠가 마주치게 될 슬픔을 예감하면서도 멈추지 않고 행복을 향해 나아간다.
음악가이기도 하고 개인이기도 한 버둥을 처음으로 만나 지나치게 솔직할 정도로 이야기한 90분 간, 웃고 농담하는 사이에서도 온전히 버둥 혼자서 헤쳐 나아가는 방식이 쉽지 않았음과 함께 단단해진 다짐을 느꼈다. 다짐하고 나아가는 말을 이야기로 만들고,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해주는 버둥은 언제나 그래 왔듯이 또 다른 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저는 올해 10월에 이제 정규 1집 <지지 않는 곳으로 가자> 를 발매한, 나아가는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 뮤지션 버둥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괜히 아이돌이야 뭐야 그러실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이지만 저는 이 문장을 찾고 굉장히 행복했어요. 뭔가 나를 관통하는 한 가지가 분명히 있을 텐데 생각하면서 작년부터는 이렇게 저를 소개하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Q.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나요?
지금 최근 텀블벅 펀딩을 통해 실물 음반 제작 지원금을 확보했고, 요즘 열심히 제작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 내내, 오늘도 계속 리워드에 필요한 굿즈와 원고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요. 일정대로 발주되지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고, 덕분에 멘탈이 깨져서… 그래도 어쨌든 해결을 해야 하니까 어떻게 할지 구상하다 보니 어려운 하루를 보냈습니다.
Q. 종일 어떡하지 고민하는 하루를 보내신 거네요. 그렇다면 텀블벅 펀딩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 볼까요?
사실은 안 하려고 했다가 진행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지난 EP에서도 텀블벅 펀딩을 이미 진행해 본적이 있어요. 이게 지난 발매와 연달아서 하게 되어 ‘너무 자주 하면 오히려 달성율이 떨어진다’ 혹은 ‘한 번 했으면 기간을 길게 두는 게 좋다’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구요. 인지를 붙여 정식으로 실물을 유통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금은 에세이집 형태로 만들고 있지만요. 그래도 제작비는 들고 어떤 발매 루트가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제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실물을 만나시려면 아직은 텀블벅이 제일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렇다면 한번 다시 진행해보자고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매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는데 그 때 참고를 하고 싶어 시청자 분들께 물어봤어요. 펀딩을 진행한다면 팬 여러분에게 부담 드리는 것 같아 이번에는 그냥 심플하게 음반만 만들까 싶다고.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다른 피드백을 받으니 함께 만드는 것 같았고 또 팬들 입장에서도 좋다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결국에는 대박이 났네요.
사실 텀블벅 펀딩 페이지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불친절하게 해 놨어요. 불친절 하다는 건, 어떻게 할 건지 적어만 놓은 거죠. 실제 다른 프로젝트는 시안도 올리고 뭔가 많이 안내 되어있는데, 저는 부족한 것 같고 그냥 이런 거를 이렇게 할 거다 정도였기 때문에 그래서 목표 금액도 적게 잡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인쇄 비용 정도만 나와도 감사히 제작 하자 생각했는데 다들 기대를 많이 해주시고 계셨나 봐요. 감사합니다.
Q. 정규 1집으로 준비하고 있는 에세이집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가나요?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는 걸 이제야 안 지금인데요. 저는 사실 cd 제작 단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지금 출판물을 해보니 이것에 비하면 정말 낮은 편이긴 하지만, 요즘은 cd로 음악을 듣는 것 같지 않고 저도 cd플레이어는 없으니까 서서히 음원을 소유하는 방식이 변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구요. 평소의 저는 작업기를 써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악기를 사용했고 어떻게 믹스를 했는지도 대부분 적어 놓거든요.
왜냐하면 다음에 작업을 할 때에는 이전에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해내려면 디테일한 기록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과정을 팬들도 궁금해하실 수도 있는데, 실제로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 프로듀서나 선배들이 어떻게 작업을 했는지, 그 작업기의 한 두 마디에 아이디어나 영감을 받기도 했고, 저에게는 도움이 아주 많이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실제로 음반을 만드시는 분께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너무 어렵지 않게, 하지만 그냥 에세이만 담기지 않도록 곡마다의 이야기들을 준비했습니다.
곡 별로 보통 제가 느끼는 곡의 ‘감상’_말 그대로 에세이 적인 부분이 있을 것이고, 작사와 작곡에 관련된 ‘이야기’_언제 어떻게 만들었고 멜로디는 어떠한 이유로 만들었으며, 곡에 재미있는 요소를 첨가하거나. 곡에 어떠한 이미지가 보였으면 좋겠으니까 무슨 악기로 녹음했는지 전반적인 과정도 들어가 있을 거예요.
Q. 음반 하나를 위해 프로듀서와 밴드세션이 붙고, 편곡을 해서 녹음을 하고 트랙별로 믹스와 마스터링 하고 그런 과정들이 사실은 이게 듣기로는 되게 그냥 되게 쉬워 보이긴 하지만 그 순간순간에 조율하는게 영향을 받죠. 이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궁금하고 흥미가 생기는데 저도 펀딩하시는걸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너무 아쉬워요. 돈으로 표현 못해서 죄송합니다.
하하하.
버둥 – [조용한 폭력 속에서]
Q. 버둥님은 2018년에 첫 EP를 내고부터 꾸준히 매년마다 음악을 계속 발표하고 있지만, 그 뿐 아니라 TV에도 나오고 라디오 디제이나 유튜브도 하는 등, 뭔가 많은 것을 해왔어요. 그리고 드디어 첫 정규 1집을 발표했습니다. 어떤 느낌이 드나요?
일단, 이제서야 내가 일을 정말로 많이 했다고 드디어 스스로 인정을 하게 되었어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 직장을 다니며 음악도 하신 동료는 음악가가 전업으로 음악을 한다고 말을 하려면 ‘하루에 8시간 이상은 음악을 만들고 연습하거나 그런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야 되는 거다.’ 라고 말해 주신 게 저에게는 큰 영감이 되었어요. 그렇다면 나도 직업으로 음악이라는 일을 가지기 위해서는 하루에 8시간 정도 그리고 주 5일은 음악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어야 되는 것이라 생각해서 그 시간 동안 할 일을 처음에는 많이 찾아 해냈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도 다 이렇게 산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삶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과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많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음악과 함께 열심히 살아왔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정규 앨범 작업을 하면서 첫 EP를 요즘 많이 돌이켜봤어요. 왜냐하면 첫 EP와 정규음반까지 같은 프로듀서님과 작업했고 자연스럽게 당시 서로 못했던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는 이게 좀 아쉬웠으니까 이번 작업에는 이렇게 개선을 해보자. 그리고 저의 노래하는 방식이 그 때와 지금 어떻게 달라졌고, 달라짐의 기준을 첫 EP에 많이 두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돌아보니 저는 거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데 같은 프로듀서님과 작업을 하게 되니 그때와의 이미지가 겹치지 않을까 고민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연히 프로듀서님도 그 사이에 많은 경험을 하시고 발전된 모습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우리가 달라지고 변화한 부분을 음악을 통해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음반 작업하면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Q. 버둥님과 함께 작업해온 프로듀서는 밴드 줄리아드림의 박준형님이신데. 어떻게 처음부터 같이 일을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막 홍대에서 공연하기 시작하던 스물 두살에 파제라는 뮤지션을 만나게 되었어요. 파제님이 싱글을 발매하면서 처음으로 음원 사이트에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파제님의 친형이 지금 저와 계속 작업하고 계신 프로듀서 박준형님이세요. 파제의 싱글을 작업하시면서 저의 목소리와 노래를 너무 칭찬하셨다는 거예요. 그 이야기를 듣고 ‘아. 그렇구나’ 라고만 생각하다가 EP을 내야겠다고 결심은 했는데 혼자서는 막상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나를 아끼고 잘 챙겨줄 수 있는 프로듀서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하고 찾다가 문득 그 때 좋은 얘기를 해 주셨던 게 생각나서,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또 시간을 내주셔서 지금까지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Q. 시간이 지나면서 프로듀싱의 결이 어떻게 조금씩 달라졌는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저에게는 음악이나 어떠한 예술은 언어(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언어가 필요한 상황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언어는 이야기를 활용하는 도구잖아요. 저는 장르를 특별하게 정해서 언어를 갈고 닦는 사람은 아니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때마다 음반을 만드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저는 계속 언어에 대한 고민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매번 조금씩 바뀌어서 애초에 같은 결의 음악을 만들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준영 님은 저의 목소리를 워낙 좋아해 주세요.
그래서 프로듀서님은 저의 목소리가 있으면 장르가 무엇이 되었든, 악기가 많든 적든 크게 신경 쓰지 않기도 해요. 프로듀서님은 지금 대중음악 전반적으로 꾸준히 작업을 하고 계시니까 제가 보기엔 장르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어쨌든 목소리가 있고 이야기가 있으면 어떻게 바뀌어도 저도 상관없고 프로듀서님은 마침 하고 싶으신 게 있고 잘 맞겠다 싶은 게 있으면 편곡을 전복시키기도 하고. 이런 방식으로 크게 구애 받지 않고 계속 새로운 걸 만드는 게 편해졌어요.
그리고 신기해요. 하고 싶은 의사가 둘 다 있어도 서로 시간과 일정이 맞지 않으면 할 수 없었을텐데 지금까지 그래도 타이밍이 맞았어요. 사실 저는 이번 정규음반은 같이 못할 줄 알고 다른 분을 알아봐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타이밍이 맞아서 다행입니다.
Q. 그러면 이 정규음반 작업은 언제부터 시작을 하셨나요? 왜냐면 음반 소개 글에서 트랙 제목 옆에 연월을 적어 두었어요. 적어 둔 연월은 작업을 시작한 시간이 기준인가요 아니면 완성된 기준일까요?
한 곡을 처음 썼을 때 제가 항상 옆에다 써 놔요. 곡을 처음 만든 날, 처음 데모가 나온 날. 혹은 이 노래가 전해야 되는 언어는 ‘이거다’ 라고 제가 생각 하고 중요한 테마나 벌스가 나온 날이라고 해도 사실 어쨌든 저만 알고 있기는 하죠. 그 의미의 대부분은 ‘좋아 이 이야기로부터 출발하면 되겠다’라고 생각한 그 날짜를 적어 둡니다.
Q. 그렇다면 시작을 하기 위해서 시작이 되는 과정이 마무리된 날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왠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제 생각의 버둥님은 가사를 먼저 쓰는 사람일 것 같기는 한데 맞나요?
네. 그런데 요즘 바뀌고 있어서 좀 당황스러워요. 요즘에는 가사 없는 멜로디가 쌓여 있어요. 이전에는 가사만 얼만큼 있어도 멜로디가 붙는 건 없었어서 아무튼 좀 혼란스럽습니다. 하하하.
Q. 노래를 쓰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는 계기 혹은 난 이걸 쓰고 불러야겠어라는 순간 중에 기억나는 게 있어요? 사실은 어떤 트랙이든지 물어보면 다 얘기해 주실 것 같지만요. 하하.
저는 아직 자식을 낳아본 적은 없지만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내 노래가 내 아이 같다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해요. 그러니까 언제 곡을 만들었고, 어떤 상황에서 노래가 나왔던 기억이 결국에는 곡마다 전부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음반을 어떤 주제로 만들자 하고 결정해서 곡을 쓰는 게 아니라, 곡들이 점점 쌓이기 시작하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건 무엇일까 찾아내서 엮는 것 같아요. 제 노래는 저의 고민과 해답이 계속 생기면서 만들어지니까요. 그리고 이번에는 긴 이야기 였고요. 그래서 장편이라 생각을 하고 정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엮어보다가 처음으로 앨범에 넣어야겠다 생각하고 만들어서 완성시킨 곡도 있어요.
버둥 – 공주 이야기
Q. 오, 무슨 노래인가요?
5번 트랙, 공주 이야기라는 노래가 있어요. 저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만들다 보니, 그렇게 치면서 노래할 수 있는 트랙을 만드는거에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스타일에 한계가 생기는 점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혼자서 이 노래를 라이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지만 사실 이 노래는 라이브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든 건 아니었어요. 기타를 따로 쳐서 루프를 돌리고, 그 위에 멜로디를 얹고, 드럼 비트를 받아서 넣은 뒤에 또 그 리듬에 맞는 멜로디를 다시 짜고 그렇게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한 곡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만큼 제일 마음에 드는 곡이 되었습니다.
Q. 어떻게 보면 정규를 통해서 새로 시도해본 방식이었다는 답이 나오네요. 사실 제가 할 다음 질문의 답을 해 주셨어요. 이건 질문할 필요가 없네요. 하하하.
버둥씨를 두고 네오포크 뮤지션으로 소개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 정규는 네오포크보다 팝의 느낌이 더 많이 들고 있어요. 하지만 팝의 느낌은 이제 음반의 처음에 배치되어 있고, 듣다 보면 밴드 사운드에도 충실한 위에, 프로듀서님의 터치와 부풀어 가는 듯한 편곡이 또 이렇게 얹어져서 음반의 마지막까지 듣는 재미가 있었어요.
네, 맞아요.
Official髭男dism – Pretender
Q. 그렇다면 이 음반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장르를 팝으로 수렴하다 보니 작업할 때 영향 받았다는 음반이나 작업 중에 유별하게 많이 들었던 노래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저는 레퍼런스를 디테일 하게 잡는 편이에요. 예를 들자면 믹스는 이런 곡으로, 편곡은 저 앨범 따로 따로 잡는데, 당시 저와 프로듀서님이 함께 많이 들었던 건 일본 밴드 중에 오피셜 히게단디즘_Official髭男dism의 1집 <Traveler>, Pretender가 수록된 음반이었는데 그게 사운드믹스를 정말 잘해 놓은 앨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저는 지금까지 편곡과 믹스를 간결하게 해온 편이라서, 밴드 사운드로 채우기 위해 악기를 많이 쓰고 더블링도 쳐서 구현할 수도 있었겠지만 어떤 방향으로 우리가 음악적 공간을 채우면 좋을까 그런 대화를 많이 하면서 그 앨범의 믹스를 좀 많이 참고하며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정규 음반 하면서 개인적으로 충격적이라고 느낀 건, 전 보통 4-5곡의 EP사이즈로 음반작업을 마무리 해왔기에 뭐랄까… 몸이 그 정도에 맞춰져 있더라고요. 다섯 곡을 끝냈는데 아직 다섯 곡이 남아있는 거예요. ‘응? 왜 곡이 계속 나오는 거죠?’ 세상에 그게 그렇게 섬뜩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저는 나쁜 기억은 빨리 잊기 때문에 생각나는 게 많이 없지만, 당시에 장필순님의 5집을 다시 많이 들었어요.
저는 의도해서 만든 건 아니었지만, ‘나의 모든 슬픔이’ 라는 트랙을 들어 주신 분들께서 조동익님이 만든 발라드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라는 말씀도 있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공연장에서 커버로 불렀던 노래가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였거든요. 정규 앨범을 통해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음악을 해왔던 저의 이야기를 그리고 배워 온 노하우가 전부 들어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그렇다면 나는 처음에 무슨 마음으로 노래를 했는지 이 노래가 그때는 어떻게 느껴졌고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해서, 내가 이 앨범을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만들고 있는지 흔들릴 때 다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Q. 음반을 작업하는데 굉장히 고심하고 고민한 모습이 많이 보이네요. 에피소드 천국인데요?
대외적으로 저의 음반에 대해 소개하거나, 아껴 주시는 분들께 단순하게 어떤 음반이에요 라고 말하는 것보다 작업하던 그 때 정말로 작업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를 시니컬하게 이야기 하는게 더 재밌을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계속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저는 일단 작업하는 것이 매우 즐거운 사람입니다. 그냥 저의 몸에 무리가 가는 것들이 있잖아요. 프로듀서님의 일정이 많으셔서 보통 작업들은 밤 10시부터 시작하게 되고 끝나고 나면 아침이 되어 귀가하는 패턴이었어요. 그리고 수록해야 하는 곡이 많아서 열흘을 넘게 그런 일과를 보낸 거예요.
사실 그 과정만 힘든 거예요. 작업 막바지가 다가오니 내가 다음 작업을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인디음악가에게는 제작비가 쉽지 않아서요. 하지만 저는 작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니까 모든 과정이 마법 같아요. 혼자서 기타를 치며 만든 데모가 어떻게 이런 멋진 노래가 됐는지, 이 모든 과정을 워낙에 좋아하고 즐기는데 언제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뭐랄까 기약 없는 이별의 느낌도 있죠. 프로듀서님과 새벽까지 동고동락하며 계속 음반을 만들어 왔지만 언제 또 같이 만들자는 기약 없이 마무리될 때면 ‘다음에 또 배울게요.’ 그렇게 마무리되는 이 과정을 매번 겪었지만 아직까지는 저에겐 좀 힘든 것 같습니다.
저는 언제나 프로듀서님과 미팅할 때 정말로 열심히 준비해서 가거든요. 제가 가진 데모를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잘 준비하고 녹음해서 결과적으로는 프로듀서님이 낚인 느낌도 있어요. 제작비에 부담이 있어 스스로 프로듀싱을 하려고 궁금한 부분을 여쭤보러 가는 식으로 ‘커피 한 잔 마셔요’ 이러고 ‘작업실로 놀러 갈게요’ 이렇게 준비했던 데모를 다 가지고 가서 들려드리면 프로듀서님은 ‘제가 해볼까요?’ 그런 말을 들으면 저는 너무 좋았죠. 프로듀서님도 작업을 하다가도 내가 이렇게 바쁜데 이걸 또 한다면서 ‘저 지금 제 앨범보다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러시더라고요. 하하하.
Q. 두 분 너무 즐겁네요. 언제나 일은 그렇게 흘러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이게 음반을 작업하면서 생긴 즐거운 에피소드인 것 같아요. 실제로 저의 첫 EP 작업 전에도 프로듀서님은 정말 바쁘셨고 거절을 해도 들어보고 거절을 하자 생각하셨다고 해요. 그래도 들어 주시고는 어떻게든지 시간을 내서 작업하고 싶다 라는 마음으로 해 주셨는데, 그러니까 제 음악이 마음을 바꿔 놓을 수 있었다는 것. 이것을 시작점으로 해서 만났고 지금까지 함께 해온 일련의 작업 과정이 저는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버둥 – 연애
Q. 버둥씨는 자기 자신을 잘 끌고 가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중요한 건 내 음악에 자신감이 있어요. 음악에 자신감이 있다는 게 언제나 느껴지네요.
전반적인 음반 작업 이야기라든가 좀 해봤으니까 타이틀 곡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요? 먼저 ‘연애’는 워낙 버둥님의 팬들이 좋아하는 트랙인데 어때요?
‘연애’가 타이틀곡이 된 이유는 깁니다. 저의 첫 EP부터 이번 정규음반까지의 제가 연결되어 있어요. 10대에서 20대 넘어오면서 예술을 하면서 대부분 이렇지 않을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예민한 경향이 있고, 예민하면 남과 같은 일을 겪어도 그보다 더 힘들고 더 슬프고 근데 또 더 기쁘고 더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또 있으니 나름 똑같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요. 초연하고 담담한 영화의 주인공을 보면 물론 대본이 있으니 당연히 화나는 순간에도 침착했고 너무 슬픈 순간에도 결국엔 뭐랄까 멋있고 모양이 빠지지 않잖아요.
그렇게 저는 거기에 이입되고 스스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싫어서 완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주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첫 EP는 내 잘못이 아닌 것에도 너무 움츠러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마음으로 만들었고, 두 번째 EP는 잘못에 대해 정확히 인정하고 그걸 해결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이후에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후에는 담담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이번 정규 1집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좋은 친구들이 옆에 있었어요. 음악을 하기 전부터 저를 좋아해준 친구. 음악을 하면서 만나게 된 친구. 이 친구들은 제가 뭘 잘하고 완벽한 사람이라 좋아해 주는 게 아니라 각각의 이유가 있었겠죠. 이제 그것을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타이밍이 된 것과 그리고 그 친구들도 함께 예술을 하고 있어요. 그 친구들과 같이 밀고 나갈 수 있는 타이밍이 된 덕분에 완벽해야겠다는 마음을 버리게 된 첫 음반이에요.
그래서 완전한 인간이 되고 싶다. 더 이상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는 결국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걸 깨닫고 계속 옆에 있어 주는 사람 덕분에 내가 이렇게 되었다 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노래입니다. 그래서 노래 제목은 ‘연애’이지만 영어로는 ‘Lovers’라고 붙였어요. 사랑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이라 느끼는 감정을 나에게 보여준 사람들에게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사람에게 환상을 가지고 나를 더 잘 보여주려고 하는 겉치레보다, 일단 겉치레를 버렸을 때가 되어야 보이는 서로의 모습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연애’를 음반에 수록했고 타이틀곡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편곡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정말 마지막까지 ‘연애’가 너무 힘들었어요. 뮤직비디오 촬영하기 전이 되어서야 겨우 완성을 했습니다. 프로듀서님이 정말 많이 힘들어 하셨어요. 제가 너무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보이니까요. 그리고 특히 이 코로나 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제가 가사에 너무 부합하는 거예요. 내가 이 시국에 사치스러운 일을 벌였는데 함께 하겠다는 당신이 있어서 진행이 되고 있다고. 멘트도 항상 그렇게 했고 공연에서도 그렇게 노래해 왔으니, 공연 중 가장 행복한 순간에 저는 늘 이 노래를 불렀어요.
공연장에 와서 보신 분들은 이 노래가 굉장히 밝고 따뜻한 노래라고 느껴지겠지만, 이 노래가 가지고 있는 코드 진행과 구성은 마이너해요. 하려는 이야기도 질문이 아니라 이미 다 확정되어 있는 거 거든요. 나는 사치스러운 일을 했고 네가 왔고 이게 다 정해진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편곡의 의도는 검정치마나 혁오밴드 같은 편곡처럼 풀어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편곡 과정에서 프로듀서님과 학부모 상담하는 마음으로 ‘어머니 제 아이가 자기 고집이 좀 세서 안 되겠다’고. 대체 우리는 뭘 하고 싶은 걸까요? 결국에는 타이틀곡을 바꿔야하나 싶은 고민도 마지막까지 했어요.
‘씬이 버린 아이들’을 메인타이틀로 하고 ‘연애’를 서브로 수록하거나 해야 한다. 왜냐면 기존에 제가 생각한 대중적인 이미지에서 멀어지는 것 같아서 괜찮을까 고민하다가도 음반의 전체적 흐름으로 봤을 때 ‘연애’는 타이틀곡이 될 수밖에 없어서 지금의 편곡 그대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라이브 버젼과 음반의 편곡이 달라지는 부분에 있어서는 두번째 EP의 ‘태움’이라는 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밴드셋 편곡을 통해서 사고 친 케이스와 비슷하구나 생각하거든요. ‘태움’이라는 노래는 애초부터 밴드 편곡이 아니었고 EP에서도 난해한 트랙이지만, 그 편곡에서 제가 보고 있는 그림이 있었어요. 혼자 하는 라이브에서는 구현이 되지 않는 트랙이다 보니 밴드셋으로 하게 되었는데, 밴드 버전을 너무 좋아해 주셔서 사실 쫄게 되었습니다. 그 때의 저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가 들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래도 뭐 어때? 하며 완전 다른 노래로 만들었지만 크게 다른 이야기는 없었거든요. ‘연애’도 새로운 편곡으로 수록했지만 기본적으로 밴드 편곡이고 제 기준에서는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으니 괜찮을 거야 했지만, 이 노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 아쉬워해 주셔서 리워드로 받으실 에세이에 해명을 길게 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라이브에서 했던 편곡을 그대로 음원으로 옮겼을 때 별로인 곡들이 은근 많아요. 밴드셋 라이브에서는 현장감으로 채워지는 이미지가 있지만, 음원에서는 채워야 되는 공간도 많고 편곡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서 음원으로 넘어 갈 때 더 욕심을 내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이번에 라이브에서 또 어떻게 편곡하게 될지 몰라도 일단 의견은 다 들으면서 맞춰보려고 합니다.
Q. ‘연애’의 편곡이 전체적인 음반의 유기성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아서 순서대로 쭉 들으면 너무나 무난하게 어떤 음반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음반을 해치지 않기 때문에 저는 더 좋게 들었던 것 같아요.
늘 죄송하다고 제가 말씀드려요. 여러분도 저의 죄송한 마음을 아시겠지만, 제가 죄송하다고 해서 제가 하고 싶은 걸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너무 죄송한 마음이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건 이거였습니다. 어쩔 수 없었어요.
버둥 – 씬이 버린 아이들
Q. ‘씬이 버린 아이들’도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이거는 영어 제목이 ‘Guess Who’잖아요. 음반의 트랙들이 한글 제목과 영어 제목의 결이 다 달라요. 그리고 솔직히 저는 이 노래의 가사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도 자부심이 있는 가사예요. 쓰고 나서 저에게 후련한 가사들이 있어요. 고민으로 뭉뚱그려져 있다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딱 만들어지는 순간 내가 산을 하나 넘었구나 생각하는 경우가 되어서 좋아하는 가사에요.
Q. ‘씬이 버린 아이들’은 버둥님께서 지금까지 해 왔던 이야기들과 유기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시원시원하게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느낌. 그래서 좋다고 느끼는 걸까라고 생각 했어요.
어떻게 보면 누구든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까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사람들. 사람도 그렇지만 내 마음도 그런데요. 그러한 관점으로 봤을 때 저도 굉장히 허를 찔렸던 가사인 것 같습니다.
Q. 스스로도 후련하고 작업하시면서도 되게 만족도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처음부터 그림이 그려지는 노래가 있어요. 저는 페스티벌에 맞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관심은 없었지만, 2019년부터 여러가지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페스티벌에 갈 일이 생기면서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고 당시 저에게 웃겼던 상황에서 출발을 해 보려고 했어요. 이메일로 데모를 드리며 연락을 드리고 공연장에 CD 들고 찾아다니던 시절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곳에서 역으로 공들인 메시지들을 받게 되었어요. 무관심하던 사람들이 음악 잘 듣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뭐지 싶다가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거죠. 어떠한 동기라도 저를 찾아 주시는 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프로듀서님께도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난 뒤의 상황이 바뀐 것처럼 제 음악을 들려 드리고 보여드리면 다음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의 저를 웃게 했던 상황이었어요. 이 상황과 고등학교 학생들이 스쿨밴드로 연습하기에 적합한 난이도로 곡을 만들자는 의도로 곡을 완성했습니다. 제 공연을 봐주시는 분들이 따라 부르기 쉽고 마음 먹으면 연주도 할 수 있는 류의 노래를 만들자 하고 처음부터 구상해서 만들어 봤어요.
‘씬이 버린 아이들’의 이야기와 코드가 단순하고 귀에 잘 들어와서 그런지 왜 타이틀곡인지 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씬이 버린 아이들’은 그러니까. 이야기가 가진 힘은 사실 ‘연애’가 더 컸어요. 그래서 음반의 어딘가 대중적인 면을 보이려면 다른 제목을 붙여야 생각을 해서 내기 전까지 고민이 있었어요. 가제로 그냥 일단 정해 둔 건데 막상 저는 특별히 어디서 저를 선택했다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는 제가 씬의 아이들 중 한 명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중요한 순간에 기적적으로 선택 받은 사람은 또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이 곳이 나를 버리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가 이런 노래를 내면 버려지는 게 아닌가 그런 걱정도 들었어요.
Q. 어떻게 보면, 버둥님이 씬을 선택한 사람일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노래의 제목을 ‘씬이 버린 아이들’로 할지 ‘씬을 버린 아이들’로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근데 어떻게 하다 보니 가제가 진짜 제목이 되어 버린 그런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하하.
버둥 – 처음
Q. 혹시 이 두 곡 외에, ‘공주 이야기’도 이야기했지만, 또 애착이 가는 곡 하나 더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첫 번째 트랙 ‘처음’이라는 노래는 정규 앨범을 위해 곡을 추려낼 때 나온 곡 중 처음으로 나오고 완성한 노래예요. 첫EP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이걸로 음악을 그만 두자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었거든요. 지금까지 해 온 것이 있으니 정리를 하고 끝내자는 마음으로 만들었지만 작업하는 과정 속에서 나는 음악 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느끼고, 사실 사비를 들여서 음반을 만들어 놓고 나니까 이대로 끝내기 아쉬운 거예요.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작업이 마무리될수록 끝이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커지고, 그런 고민을 문득 프로듀서님께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물어도 봤어요. 막상 프로듀서님도 당시에는 뭐라고 설명해 줄 수 있는 말이 없던 거였죠. 그래도 음악이나 예술 쪽에 있어서는 갑자기 찾아오는 기회를 통해 몇 단계씩 올라가 있기도 하니 다양한 경연대회를 경험하면 어떨지 대답해 주셨죠. 경연의 위상도 시기에 따라 달라서 쉽지 않게 느껴지고, 저 나름대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답답한 마음에 쓴 가사였어요.
당시에는 스스로에게 하소연하듯이 썼는데, 그 뒤로 3년이 지난 시점에 작업하면서 다시 보니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저에게 비슷하게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어요. 친한 동생들이나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하려는 분들께서 보기에는 제가 제 자리를 잡은 것처럼 보이나 봐요. 그래서 어떻게 저의 커리어가 탄탄하다는 이야기도 들었고, 어떻게 해야 작업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까요? 라는 말을 들을 때 저는 대답하기가 어려워졌어요. 왜냐하면 지금 헬로루키는 없어졌고, 싱어게인에서는 저도 제 능력으로 잘했다고 말하긴 어려우니까, 저도 그 친구들과 비슷한 위치가 되어 ‘처음’을 다시 해석할 때 과거의 내가 나에게 편지를 쓰고 난 뒤, 시간이 지나 제가 다시 답장하는 편곡이 되어 완성하고 기분이 묘했던 곡이에요.
‘처음’은 첫 시작의 처음이 아니라, 처음으로 과거를 돌아보고 음악을 만든 경험이 처음이라는 뜻이에요. 과거에는 내가 어떻게 했지 과거와 지금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면서 작업한 게 ‘처음’인데, 가사에 “아는 체 하는 건 어디까지 인지/모르는 것들은 물어봐도 되는지” 라는 가사가 있어요. 과거에는 이게 답답했거든요. 사실 잘 모르는데 모르는 티를 내면 무시 당하기도 하고 이 사람은 잘 모르니까 대충 하자 그러면서 넘어가는 사람도 있으니 몰라도 아는 척을 하게 되는 것이 어렵고, 아는 척을 하게 되면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으니 이렇게 생각하고 살면 안 될 것 같다 생각했어요. 그리고 3년 뒤, 제가 이 가사를 다시 읽으면서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돌아보았죠. 이제는 저 사람에게는 내가 모르는 걸 물어보면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도의 사람을 보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Q. 음반 작업을 통해서 많이 돌아보고 느낀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지금은 또 새로운 고민들이 계속 생겨요. 저를 소개하는 문장처럼 제가 나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을 연다는 식으로 생각해요. 익숙한 곳을 벗어나는 것, 새로운 곳에 간다는 건 좋을 수 있지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고, 다시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고 그러면 겉으로 보기에 다시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익숙해지는 동안에 이전부터 하던 것도 잘 안 되고 새로운 것도 잘 되지 않을 수 있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힘듦, 기쁨 이런 감정들이 새삼스러워요.
Q. 텀블벅 펀딩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답을 내는 과정을 통해 정규 1집을 만든 것 같다고 소개하셨어요. 정규 음반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마무리를 지었지만, 새로운 고민이 생긴 것이군요.
네. 현실적인 고민도 있어요. 결국 저는 펀딩을 통해서 음반제작을 위한 큰 제작비를 수령했고 그 제작비를 통해서 기존에 하려던 걸 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작비가 예상보다 늘었으니 이전의 견적에서 더 좋은 것으로 시도해서 결국 예산 전체를 사용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그저 음악적인 일을 이어가는 게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직업으로서 수익을 만들 수 있어야 할 텐데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 저는 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있어서 저의 직업을 일종의 사업으로 봤을 때 버둥은 흑자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지고 있던 고민은 이번 정규를 통해 답을 냈다고 하기보다 직업인으로서의 음악가 버둥이 평생 나아가야 하는 고민에 가까운 것 같고, 이번 펀딩을 통해서 정리된 것 같아요.
Q.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고민을 통해 느낀 것 같네요.
하나의 답만 생각하고 있으면 안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애초에 나에게 던진 질문 자체가 어딘가의 핀트가 다른 거였어요. 사람이 완벽해진다는 것에 대해서 마지막 곡인 ‘기일’로 음반을 마무리하게 되었어요. 완벽한 안정은 결국 죽음으로 오는 걸까? 그러니까 미래가 없는 걸까?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없는 상황을 나는 원하고 있는 걸까? 그럼 나는 죽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이대로 사람들이 나를 좋다고 인정해주면 나는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이어가다가 생각이 든 거에요. 그렇다면 내가 3년 전 스스로 한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거라고. 나는 실제로 완벽한 사람이 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완벽하지 않아도 나를 떠나지 않는 사람들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게 떠나지 않을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부족함과 외로움을 함께 공유하면서 같이 나아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서 결국 내가 가진 질문부터 핀트가 좀 나가 있을 수도 있다 라는 생각도 하면서 더 좋은 질문과 답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늘 하려고 해요.
Q. 앞만 보고 음악만 만들었던 과거의 자신에게 뒤도 돌아보자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그럴 수도 있어요. 이번 음반을 만들면서 중간에 굉장히 쓸쓸한 상황이 있었어요. 음반 작업을 마무리하고 나니까, 이 음반은 처음 노래를 쓰던 그 때의 버둥에게 필요한 음반이었어요. 음반을 만들면서 과거를 떠올렸을 때, 내가 노래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건지, 그러니까 재능이 있는 건지, 좋은 건지 감도 못 잡겠고 그래서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는 걸까? 라는 불안감이 컸는데 이제는 이렇게 10곡을 만들어서 음반의 흐름을 짤 수 있고,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주변에 좋은 사람이 있어. 네가 계속 고민을 하면서 받아들이고 살면 이렇게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 수 있어 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사실 해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 때의 나에게 어떻게든 전달할 수 있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 전해줘야 되는 무언가를 쥐고 있던 마음이어서 복잡했던 것도 있고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어 라는 마음보다 어떻게든 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느리고 아무도 몰라주고 이렇게 예산을 모으는 데 한참 시간이 걸려도, 결국 어떤 고민을 계속하고 결과가 나오면 노래로 만들고 그 안의 공통점을 찾아서 또 음반으로 만들고 이거를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는 계속 하겠다는 생각이 든 거죠. 이 생각이 저를 편하게 해줬어요. 나아가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든다고 한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끊이지 않아야 하니까. 내가 더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으면 어떡하지 걱정이었는데, 이번 음반을 작업하면서 나는 3-4집까지 계속 이야기를 하고 싶겠다, 당분간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사라질 걱정은 없습니다.
Q. 지금까지 4~5곡이 들어간 ep를 제작하시다가 10곡의 정규를 마무리하셨는데 후련하지 않으세요?
후련한 느낌을 예로 들자면 단편 영화를 찍다가 드디어 장편 영화 입봉 한 감독이 된 것 같아요. 나 이제 긴 이야기도 다룰 줄 알아 그런 뉘앙스로요. 원래 두번째 ep를 정규로 만들고 싶었고 지원사업도 받아서 예산이 있었지만 그 때의 그 이야기는 아무리 늘려도 지금의 정규처럼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억지로 이 노래를 여기에 왜 넣었을까 의문이 생기는 음반보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정규로 만들 수 있는 긴 이야기는 때가 되면 오지 않을까? 쉽지 않은 마음으로 넘겼는데 드디어 해낸 것 같아서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시작이에요. 여기까지 에너지를 다 쓰고, 음반이 나오자마자 힘이 떨어진다면, 이후에 감당이 되지 않았던 경우를 지난 ep를 통해서 경험했기 때문에 에너지 분배를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긴 호흡의 음반을 만드는 과정에 최대한 신경을 쓰되, 이후 활동을 끌어갈 수 있는 에너지와 자본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20211011 마포fm 뮤직홍 <버둥의 둥둥이는 섬> 118화
Q. 정규음반 작업 사이에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과 라디오 디제이도 계속 하고 계셨어요. 10월에 라디오 <버둥의 둥둥이는 섬> 첫 시즌 마무리 하셨잖아요.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꾸준히 방송하는데 쉽지 않거든요.
맞아요. 끝내고 서야 알았어요. 해야 할 때는 어떻게든 시간 맞추어 해온 걸 마무리하고 다른 일정을 소화하면서 ‘와 내가 진짜 저걸 어떻게 했지?’ 싶은 거예요. 대본 멘트 선곡 편집까지 전부 다 제가 혼자 했거든요. 제가 혼자 다 준비해서 파일을 전달하면 마포FM에서 송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SBS 김창환 님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PD님께 저 라디오 원고 잘 쓸 수 있다고 자기PR도 하고 왔습니다.
Q. 라디오를 혼자서 꽤 오랜 시간 진행했고 시즌 1 종료를 했는데 시즌 2의 계획이 있나요?
마지막 방송에서는 12월에 돌아오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조금 더 잘 준비해서 1월에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라디오 방송을 2년 반 정도 했더라고요. 처음 제가 라디오 방송을 하겠다 생각 했을 때, 저에게 정기적인 일이 있는 게 아니었어요. 음악 관련한 일로 일주일에 한 번 마감을 쳐야 되는, 정기적인 사이클을 유지할 수 있는 이타적인 힘이 필요했어요. 규칙적인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마감 일자를 정하고 그 마감을 지켜야 하는 약속이요. 1시간 분량을 하려면 a4용지 5장 정도의 대본을 써요. 쓰고 읽기 전에 수정을 한번 하고 다시 읽고 수정하는 과정이 저의 글쓰기에 도움이 많이 되었고 또 좋은 점이 있다면 공연할 때 멘트가 확실히 좋아졌어요. 시즌 1을 마무리하게 된 계기는 언젠가 했던 말을 또 하고 있는 걸 어느 순간 느끼게 되어서, 제 방송이 계속 발전하는 콘텐츠가 되려면 다른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 결정했어요. 함께 진행 할수 있는 사람 그러니까 인원 충원을 해서 돌아오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Q. 혼자서 이걸 또 2년 반이나 했다는 게… 리스펙트 합니다.
스스로도 많이 배우고 자부심도 생겼어요. 음악가로서 실패하게 된다면 어디 가서 라디오 막내 작가 들어가도 할 수 있지 생각해요. 이 정도 경력이 있다면 장난 없죠. 저. 지금까지 한 방송도 대본도 정리를 다 해 두었거든요. 대본만 100개는 되는 것 같고, 제가 방송에서 부른 게스트만 해도 저의 사력으로 불렀기 때문에. 질문부터 시작해서 저도 이렇게 인터뷰를 준비한다면 질문 짜는 것도 할 수 있고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가져도 될 것 같아요. 하하하
Q. 저는 <살롱 드 헤르츠> 에피소드를 잘 들어서 시즌 2로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혹시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에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있나요?
<살롱 드 헤르츠>는 마포 fm에서 주최를 하신 거예요. 저한테 해 볼 생각이 있는지 이야기를 해서 진행했던 프로젝트입니다. 음악을 만들면서 가사를 만드는 게 도움이 됐던 부분이 많아서 일종의 심리 상담 요소로도 되게 잘 쓰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글을 쓰고 작사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향도 있겠지만, 글을 쓰고 가사로 다듬으면서 한 단어나 한 문장의 주제를 남겨야 해요. 자신의 생각에서 필요 없는 말을 걸러내면 스스로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즐거울 것 같아 함께 작업을 한 건데, 실제 그 것도 제가 공부하는 마음으로 하게 되어서 해야 할 일이 많았어요. 곡을 녹음하고 편집하는 과정이니까요.
시즌 2 라기 보다 저의 텀블벅 펀딩을 통한 <부둥켜 프로젝트>가 있어요. 제 노래 중에 마음에 드는 한 곡이나 상황에 따라서 다르긴 하지만, 사연이나 노래로 만들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기존 저의 곡을 개사하고 편곡도 새로 해서 한 곡 만드는 작업이 있습니다. 두 곡을 섞어서 만들어 본 적도 있어요. 펀딩을 위해 제공하는 리워드 중 <부둥켜 프로젝트>를 정말 좋아해 주셔서 기다려지고 재미도 있겠지만 일단은 제가 한 두 달 안으로 끝내야 하는 다른 작업이 있어서 연락을 드려야 해요.
Q. 매번 스스로 나의 이야기를 쓰다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드는 것도 공부하는 느낌으로 하셨다고 하지만 아주 많은 도움이 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도움이 많이 되고 또 새로워요. 많은 사람이 나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구나, 아니면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를 같이 느낄 수 있어서요.
Q. 너무 좋아요. 유튜브 채널은 라디오보다 더 이전부터 했잖아요.
대학교 다닐 때부터는 조금씩이요. 6-7년전 처음 제가 유튜브를 한다고 말하기에 그 때는 꾸준히 뭔가를 업로드 하기 보다도 그냥 내 채널을 가지고 있던 거였죠
Q. 노래 커버 영상부터 브이로그, 라디오의 아카이브, 뮤직비디오까지 전부 스스로 채널 관리를 하고 계시잖아요.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스스로의 채널을 가지고 라이브 방송이나 콘텐츠를 유지해 나가는 부분에 많이 노력하셨을 것 같아요.
네. 그렇죠. 그래서 아직 타협점을 잘 못 찾겠어요. 실제로 유명한 크리에이터처럼 매일 영상을 만들 수는 없고, 저는 영상 편집이 어렵다고 느끼지만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구요. 제가 음반을 자주 내는 사람이 아닌 만큼 콘텐츠도 빨리 만들 수 없는 사람이지만요.
Q. EP사이즈로 1년에 한 번이면 부지런하다고 생각해요. 싱글을 네다섯개 한번에 내는 거니까.
최근 인터넷으로 어느 분이 저는 혼자 끌어가서 그런지 음악을 발매하는 기간에 있어 텀이 긴 게 아쉽지만 그것만 빼면 다 좋다라는 이야기를 읽어서요. 저는 음악으로 소통을 계속 하고 싶었어요. 특히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요. 저는 일주일에 공연 하나씩은 하던 사람인데 공연을 할 수 없게 되니 감이 떨어지는 것도 느껴지고 그래서 어떻게든 만나면 좋지 않을까 싶어 연습한다 생각을 하고 라이브 스트리밍을 계속 한 것도 있어요. 지금까지 저는 유지해 온 일이 많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이게 유지를 하려고 노력을 했다기보다, 배우는 자세로 어떻게든 지난 방송보다는 낫게 하려고 노력하고 그런 마음으로 나아간 것 같아요.
라이브 방송은 처음에는 100% 저의 의지로만 이끌어 나가야 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도 들어 와 주시는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세요. 공연을 하게 되면 제 이야기만 하잖아요. 제가 일방적으로 사람들을 모아놓고 제 노래를 부르고 이야기를 하는데, 라이브 방송에서는 실시간으로 감상도 들려주시고 같이 이야기로 소통 할 수 있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해외에 계신 분들도 시청해 주세요. 가끔 미국이나 독일에서 보고 계신다고 하는데 그냥 출근하거나 일하시면서 틀어 놓으시는 거예요. 저는 저녁에 하지만 그 분들은 다른 시간이라는 게 느낌이 새로웠어요. 이제 저의 공연이 연말까지 일주일에 하나씩은 있을 예정인데, 라이브 방송은 계속하고 싶어요. 저를 마냥 좋아해 주시지만 민감한 부분도 있어요. 예를 들면 휴방이겠죠. 또 지난주에는 10곡을 불렀는데 이번주에 8곡을 하면 더 불러 달라는 요청도 있고 앵콜도 물러서지 않으세요. 팽팽한 덕분에 저도 혼나면 안된다고 생각하니까 일주일에 한 번 꼭 시간을 비워서 준비하려고 해요.
Q. 슬기롭게 판데믹을,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넘어가신 것 같아요. 그래도 공연 하셔야죠.
최근의 라이브 방송은 라디오와 섞어 놓은 방식으로 하고 있어요. 말도 많이 하고 노래도 실전 연습하는 느낌으로요. 예전에 라이브 방송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열심히 준비한 건 대면 공연으로 와서 봐 주십사 비교적 편하게 방송하고 있어요. 가끔 댓글로 설렁설렁한 거 아니냐는 피드백 들어요.
Q. 정말로 2021년 열심히 달려오셨네요. 벌써 11월이잖아요. 어때요? 올해를 돌아 보니까.
결과에 집착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정규 음반이 나오기 이전만 해도 올해의 나는 게을렀던 게 아닐까 생각 했어요. 보이는 결과가 딱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19년에는 헬로루키가 있었고 20년에 싱어게인에 출연 했다면, 올해는 정규 음반을 빼면 제가 무엇을 했다라고 보여 줄 수 있는 결과가 없잖아요. 그래도 10월에 정규음반을 내 놓았지만, 그 전까지의 과정은 공연이 없는 상태에서 해결한 것도 없다는 마음으로 지나 왔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결국 2021년에 결과물이 나왔고 음반에 대한 피드백이 좋으니 갑자기 저도 그 앞의 힘들었던 기억이 미화가 되는 거예요. 내가 열심히 살았나 보다 라구요.
Q. 추억 보정 같은 느낌일까요?
어떤 결과물이 좋으면 예전에 실패한 과거도 역경을 딛은 미화가 되기도 하니까요. 이제 저는 결과물에 대해 때가 되면 나올 것이 나오겠지. 또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이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하는 일은 없게 해야 어떤 일이든 오래 하겠다라는 생각이 올해에 들은 것 같아요.
Q. 지금까지 나아 간 내 자신에 대해서, 드디어 올해 정규음반을 냈고 생각보다 해온 일도 많아서 괜찮은 것 같은데 이 정도면 뭐 나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어때요? 스스로에 대해 만족 할 수 있나요?
네. 조금만 생각을 돌아 보면 매우 행복한 한 해였어요. 사실 정규 음반을 내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던 계기 중 하나는 진짜 내 음악을 내 주변의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만 듣고 그 사람들만 좋다라고 이야기 해주면 그저 내가 조용히 없어져도 괜찮겠다 라는 마음으로 음반을 만든 거예요.
당연히 반응이 좋으면 또 좋겠지만, 그런 건 제가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그저 나는 최선을 다했고 피드백이 어떻든 이 음반은 올해 나와야 되는 음반이었으며 나는 제 때에 일을 마쳤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에 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에 행복하고 만족합니다. 뭐랄까 이번 음반을 통해 저의 음악을 더 좀 다른 분들도 많이 들어주시고 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요소가 된 것 같아요.
잘 안 되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 없이 작업 자체에 만족하면서 친구들과 뮤직비디오도 즐겁게 찍었고 그저 행복하게 보내는 지금입니다. 이전의 저라면 한 해를 보내는 게 힘들었고 불안하고 불행하게 느껴져서 스스로 채찍질 하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의 저는 왜 이렇게 많이 들어주시지? 아니 이게 이렇게 잘 될 일이었어? 펀딩으로 천만 원이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야? 230장에 사인을 해야 된다고? 지금? 이런 상태이구요.
Q. 숫자로 보이는 척도가 대중이 보이는 반응들 가운데 가장 와닿잖아요.
돈으로 보이는 부분에 저는 진짜로 놀랐으니까요. 평소에 인스타그램을 올려도 좋아요 200개 까지 되지 않지만, 그런 저의 음반을 위해 좋아서 펀딩해 주신 분이 200명이 넘은 게 좋아요. 아끼는 마음을 돈과 숫자로 표현해 주신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Q. 아끼는 마음은 돈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진짜 가지고 싶은 리워드를 만들려고 많이 노력 했습니다. 연말이라 그런지 인쇄소가 많이 바쁜가 봐요. 원고 교정 다 끝났고 곧 인쇄 넘길 것 같은데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불안해요. 펀딩에 알려드린 스케줄보다 밀릴 것 같은 예감이 있어요. 원래도 약속한 날짜에서 일주일 정도 밀리는 일정이었는데, 오늘 연락 받은 따끈따끈한 소식으로는 12월 중순쯤에야 완료가 될 것 같다는 얘기를 들어서 이 상태를 어떻게 수습해야 될지 지금 고민 중이에요. 제일 속상한 건 이 손해를 펀딩해 주신 분들이 감수해야 하니까 제가 어떻게든 AS를 드려야죠.
Q. 힘내세요. 텀블벅이 마무리 되면 연말은 어떻게 보내실 예정인가요?
12월 17일 벨로주에서의 단독 공연이 올해의 마지막 공식 스케줄이에요. 곧 홍보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단독 공연을 마치면 올해 활동을 마무리하고 연말엔 쉬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그리고 2022년, 내년에는 전국 투어를 할 계획이에요. 처음으로 지방 공연을 예정하고 있어서 계속 지켜봐 주시면 제가 찾아가는 공연으로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의 연말은 합주나 공연 준비가 없다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유튜브도 휴방인가요?
그건 아직 디테일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일단 할 일을 해야겠죠. 리워드를 마무리 하고 단독 공연 전 까지는 매주 다른 공연도 있고 라이브 방송도요. 홍보 제 때에 못한다고 혼나는데 제가 잘 할게요.
Q. 스스로를 돌본다는 게 개인으로서의 버둥이 아니라 음악가로서의 버둥까지, 혼자서는 힘들죠.
혼자서는 버거울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요. 이 일을 두 명으로 나누면 수익이 되지 않는 상황이 그런 것 같아요. 혼자서 다 하면 저 하나 먹고 살 수 있지만, 이걸 나눠서 일을 더 키우기에는 계산이 되지 않아서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함께 할 수 있는 회사를 찾는 게 내년의 목표 중에 중요한 하나에요.
제가 혼자 낑낑 대고 있으면 옆에서 저에게 회사가 필요하겠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어요. 적극적으로 저에게 회사가 필요하다는 걸 말해야 알아 줄 수 있다고 하셔서요. 네. 그렇습니다. 저는 살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크게 어필 해본 적은 없지만 여기저기 열심히 이야기 하겠습니다.
Q. 그렇게 하셔도 돼요. 이 정도 하셨으면 스스로 자신감 가져도 됩니다. 원하는 대로 되실 거예요.
이제 슬슬 마무리 해볼까요? 혹시 지금까지 한 이야기 중에 한마디 더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해 주시면 마무리 하겠습니다.
요즘은 비교적 싱글을 많이 발매하는데, 저는 정규 앨범의 10곡이 한 번에 나오게 되니까 싱글 10개 처럼 한 곡 한 곡이 다 주목 받았으면 좋겠어요. 작업 하면서 프로듀서님이 정말 열심히 작업 한 노래들, 이 아이들이 한 곡씩 다 주목받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주셨거든요. 저도 작업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고, 결국 발매를 했으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한 곡, 한 곡 다 홍보할 수 있게 끔 노력하겠습니다. 전국 투어를 할 내년까지 쭉 이어서요. 그래서 한 곡 마다 담겨진 이야기나 앞으로 제가 어떻게 곡을 또 소개할지도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 진심으로 버둥님이 원하는 대로 나아가시길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 | 조한나 (EARWIRE 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