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모든 자아 끌어안기, 카코포니 인터뷰

발행일자 | 2023-12-20

 

 

 

모든 자아 끌어안기, 카코포니 정규 3집 <DIPUC> 발매 기념 인터뷰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오랜 시간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모르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외면해왔던, 혹은 외면하고 싶은 모습임을 깨닫게 될 때는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카코포니의 세 번째 정규 앨범 <DIPUC>은 어쩌면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험난한 과정에 용기를보태는 앨범이 될 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둘러싼 상흔을 노래하던 카코포니는, 사랑의 신 CUPID를 뒤집은 앨범명 <DIPUC>을 통해 지난날의 입장을 역전시켜 상처를 주는 이가 되어본다. 카코포니는 자기 자신을 한 차례 뒤집어내면서, 그 안에 감추어져 있던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부로 기꺼이 받아들인다.

 

적당한 온도로 자신을 사랑하기 보다 끊임없는 감정적 동요를 감내하고 자신의 모든 모습을 사랑하겠다는 인터뷰 끝자락 속 답변에서 <DIPUC>의 시작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카코포니가 고뇌한 흔적이 드러나는 듯하다. 내면의 불협화음을 끌어안기까지, 자기 자신을 해체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왔을 카코포니를 만나 이번 정규 앨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온 마음과 온몸으로 노래하는 카코포니입니다. 2018년에 <和(화)>라는 앨범으로 음악 씬에 나타나서, 정말 열심히 앨범을 내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이번 앨범은 텀블벅 홍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셨는데, 214%를 달성하면서 마무리됐잖아요. 열심히 홍보하신 만큼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앨범을 작업할 때 정말 앨범만 만들고, 발매가 되자마자 ‘으악!’하고 죽어버리는 편이예요. 앨범을 세 장 만들어 오면서 (발매 후) 겨울잠을 자러 가서 사라 사라지는 걸 매번 반복해 왔어요. 그러다 보니 매체에서 언급되거나 누군가 샤라웃해주는 기회가 생길 때도, 놓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앨범을 낼지 많이 알려보자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임했어요. 변화가 크다 보니, 오해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앨범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올바르게 알리는 것에 조금 더 목표가 있었고, 어떤 기회가 오더라도 미리 자료를 넘길 수 있도록 준비해 보자 했어요. 인터뷰 영상을 찍거나 텀블벅을 진행한 이유도 돈을 모으는 목적보다는 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유일하게 텀블벅이라는 매체가 글을 읽게 만드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Q. 힙합엘이 게시판에 직접 텀블벅 펀딩 홍보글을 올리신 것도 봤어요.

 

친구가 제안해줬어요. 힙합하는 분들이랑 접점이 거의 없는 편인데요, 힙합엘이에서 제 언급이 꽤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그래서 글을 한번 올렸어요. 묻힐거라 생각했던 글이 일간 베스트로 선정되고, 댓글로도 저를 알아봐주시는 거예요. 신선한 충격이기도 하고, 제 소식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의미가 있었어요.

 

최근에 진행했던 단독 공연에 와서 앨범 전 장을 구매했다고, 사인을 받으면서 ‘엘이에서 보고 왔어요’라고 말씀하는 분도 있었어요. 내향인이라 글을 업로드할 때도 소리 지르면서 올리고 그랬는데, 댓글도 많이 달리고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음악을 4-5년 정도 했는데, 헛된 활동은 아니었구나 싶었어요.

 

 

 

 

Q. 정규 발매 전부터 편곡자로서 두각을 드러내기도 하셨어요. 쓰다 (Xeuda) 의 정규 1집과 정우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그리고 시와 ‘꿈속의 새’까지. 의외의 협업이면서도 카코포니가 할 수 있는 입체적 시도들이 돋보였어요. 여러 아티스트의 편곡에 참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첫 프로듀싱은 거누와 함께 했던 도마의 정규 2집이었어요. 도마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프로듀서는 아니었어요. 도마가 잘하겠지 믿으면서도 작업이 길어지니 어려움을 겪고 있겠구나 싶었어요. 제가 프로듀싱 역량이 없다보니 선뜻 도와주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도마가 죽고, 거누가 혼자 진행하다 함께 하자고 제안을 주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 프로젝트 파일을 열어 보니, 너무 잘한 거예요. 구상도 잘 해놓고, 음악이 좋아서 어디로 가고 싶은 건지 알 것 같더라고요. 도마가 한번만 물어봤더라면, 도와줬을텐데. 외롭고 힘들게 작업하지 않았을 텐데 싶었어요. 슬프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가 도움을 청한다면, 반드시 열심히 돕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더라고요. 꼭 칭찬해주고, 외롭지 않게 만들자고 다짐했어요.

 

그러다 쓰다 님한테 프로듀싱을 맡아달라는 연락이 왔어요. 그냥 하겠다고 말씀드렸던 것 같아요. 예전이라면 ‘내가 다른 사람의 작업에 프로듀싱을 어떻게 맡아’하고 말았을 것 같은데, <도마>를 프로듀싱한 이후로는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돕겠다는 마음으로 바뀐 것 같아요.

 

프로듀싱을 하면서 쓰다의 색채와 제 색채를 합치니 재미있고 의미있더라고요. 서로가 상상하는 걸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 음악 활동하면서 가장 꿈꿔 온 순간이 아닐까 싶었어요. 쓰다 님 작업이 끝나니까 정우 님한테 연락이 왔고. 정우의 ’옛날이야기 해주세요’ 작업이 끝나니까 시와 님의 ‘꿈속의 새’ 편곡 참여 제안이 왔고. 프로듀서가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누군가 꿈꿔온 걸 제 능력으로 도와줄 수 있게 되니, 다들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의미 있더라고요.

 

 

 

 

Q.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텀블벅에 이미 상세하게 기재가 되어있지만, 정규 3집 <DIPUC>에 대해 한번 더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목은 <DIPUC>이고요. CUPID (큐피드)를 뒤집은 글자입니다. 큐피드가 화살을 쏴서 사람이 그 화살을 맞으면 사랑에 빠지잖아요. 그게 굉장히 폭력적이고 강압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평소 사랑에 빠지면 화살을 맞은 것처럼 말도 안되게 사랑하고, 위하는 모습을 보여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화살을 쏘는 입장이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글자를 뒤집게 되었어요.

 

 

Q. 이번 앨범에서는 기존의 나 자신과는 다른 내가 되어보았잖아요. 상황을 지배하는, 혹은 상처를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노래해보니까 어땠나요?

 

일단 작업 과정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요. 상처를 다 끄집어내서 그 사람이 했던 말을 떠올리면서 가사를 쓰다 보니 과정이 많이 아팠어요. 노래 부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었지만요. 다 끝난 지금은 ‘정말 별거 없네’, ‘별로 멋있지 않네’ 생각도 들고, 허무하기도 해요. 쉽게 보면 치명적이고 멋있어 보일 수 있겠지만, 상처를 주는 행위를 매력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이 된다면 공허하겠다 싶었어요.

 

 

 

 

Q. 치명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이번 앨범에서 파격적인 컨셉과 퍼포먼스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는데, 특히 폴 댄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예전부터 요가와 폴 댄스를 배우고 계시단 소식을 인터뷰에서 접한 적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취미로 시작한 폴 댄스인데, 음악에까지 접목시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작업실 앞에 폴 댄스 학원이 있는데요. 이번에 비주얼 작업을 맡아줬던 도이가 권해서 갔다가, 그 친구는 등록을 안 하고 저만 등록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웃음) 처음에는 음악과 관계 없이 삶에 큰 도움이 됐어요. 음악에만 매몰되어 있던 삶인데, 몸이 힘들어지니까 정신이 말끔해지더라고요.  또 폴 댄스를 하다 보면 마찰 때문에 옷을 벗어야 하는데, 벗은 몸을 보는 게 자연스러워지더라고요. 벗으면 부끄러워하고 당당하지 못하게 되는 태도가 이해되지 않고. 특히 옷을 벗으면 성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보게 되는 그 시선에 불만도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런 지점이 이번 앨범을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저에게 상처를 줬던 사람들이 그런 시선으로 많이 바라봤어요. 하나의 인격체가 아니라 육체적인, 에로틱한 시선으로요. 그런 지점이 분노스러웠고, 탈피하고 싶었어요. 앨범 커버도 전부 벗은 채로 촬영했어요. 자극적으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고요. 폴 댄스가 그런 시선을 명확하게 일깨워준 것 같아요.

 

 

Q. SNS에 폴 댄스 영상이 많이 올리다보니 사람들도 퍼포먼스적으로 기대했을 것 같아요.

 

취미로도 폴 댄스 영상을 많이 올리니까 주변에서 FKA Twigs의 ‘Cellophone’ 뮤직비디오를 정말 많이 보여줬어요. ‘민경아, 이 영상 알아? 너도 이렇게 해봐’라는 반응이 많았어요. 작년 단독 공연에도 폴이 있을 줄 알았다고 말해주는 사람도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에 주변 사람들은 옷을 벗고 나오고, 폴을 춰도 아무도 놀라지 않았어요. 그냥 그러려니하더라고요. (웃음) 자연스러운 제 흐름 속에서 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신체를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음악 작업할 때 집중해야하는 포인트가 달라지는 건 없었나요?

 

매력적으로 보여지고, 들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많이 집중했어요. 기존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전달됐는가?’, ‘가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편곡적으로 잘 드러나는가?’에 신경을 많이 썼거든요. 이번에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곡 자체가 관능적이여야 되잖아요. 그런 시도는 해본 적 없어서 어렵긴 했어요. 악기 구성을 단순화해서 듣기 편하도록 깔끔한 상태에서 매력적으로 보이고자 했어요. 창법이나 이펙팅을 넣는 방법, 보컬을 쌓아올리는 방법 등 전반적인 부분을 많이 다듬은 것 같아요.

 

 

 

 

Q. 선공개 싱글인 ‘End’는 앨범의 전환점이 되는 트랙인데요. 앨범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본 트랙이 제작된 시점이 궁금합니다.

 

‘End’는 거의 후반부에 작업한 노래예요. 처음에는 앨범 초반부의 매력적인 부분만 실으려 했어요. 듣기 편한 앨범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가짐도 있었고요. 그런데 그렇게 끝내자니 찝찝하고 허무하게 느껴졌어요. ‘매력적으로만 보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싶었어요. 그래서 사실 ‘변화’같은 곡도 관련성이 크게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앨범에 수록했고 ‘살아남은’이나 ‘MIRACLE!’ 같은 트랙을 추가적으로 배치했어요.

 

 

Q. ‘End’부터 ‘변화’까지의 트랙 구성은 큐피드와 프시케의 사랑을 내면의 과정으로 표현했다는 말씀도 온음 인터뷰에서 접했어요. 내면의 과정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는 걸까요?

 

비록 상처 주는 입장이 공허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로부터 인정하고 바라보게 된 부분이 제 안에 있던 에로스적인 욕망이었어요. 기존의 저는 감정적 측면은 잘 지켜내고 있었지만, 트라우마와 관련된 일들로 인해 에로스적 측면은 인정해오지 않았어요. 여성적으로 보이는 것이 늘 꺼려지고, 욕망이 아예 없는 사람인 것처럼 행동했어요.

 

그런데 작업하면서 재미있었다는 건, 결국 제 안에 그런 욕망이 확실하게 존재하는 거잖아요. 상처들을 전부 끄집어 내면서 ‘에로스적인 측면을 영혼과 결합시키면 진정한 즐거움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의 자아와 인간으로서의 자아가 만난 셈이죠.

 

 

Q. ‘Psyche’와 이번 앨범에 수록된‘변화’트랙에서는 “사랑하기 위해선 가장 추잡한 면을 알아채야 하는구나.”라는 깨달음을 얻는 가사가 반복된다는 점이 맥락이 비슷해요.

 

추잡한 면이라고 말했던 부분이 말씀드린 욕망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Q. 세번째 타이틀 ‘살아남은’이 인상깊었어요. 11번 트랙이기도 한 ‘살아남은’부터 ‘MIRACLE!’까지 사운드가 확장된 느낌도 들면서 앨범의 분위기가 마지막으로 반전돼요. 경쾌한 분위기의 음악이 후반부에 배치된 점도 궁금했어요.

 

욕망만 남는 것도 부질없지만, 욕망을 인정해야 진정한 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어요. 상처를 극복해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전 트랙에서 아껴왔던 꽉 찬 사운드, 신나는 비트를 후반부에 터뜨렸어요. 제가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 사람들과 팬들이 주는 영향 때문인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살아가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Q. 실제 사랑을 대하는 카코포니의 모습과 가장 유사한 트랙이 있을까요?

 

‘MIRACLE!’이 가장 비슷한 것 같아요. 평소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진짜 모르겠다’, ‘난 왜 이럴까’ 인데요. 죽고 싶어하다가도 행복해하고요. 기복이 심한 사람인데, 제가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잘 담긴 노래이지 않나 싶습니다.

 

 

 

 

Q. 이번 앨범에서는 3건의 뮤직비디오 촬영도 진행하셨어요. ‘당겨요, 바로 지금’, ‘End’, ‘살아남은’ 각 트랙의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모두 다른데요. 그럼에도 누워있는다거나, 시야를 차단하고 있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요. 카코포니 님이 의도한 연출일까요?

 

다른 아티스트에게 작업을 맡길 때는 개입하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드리는 편이라 연출에 대한 부분은 많이 얘기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저도 3부작처럼 느껴졌어요. 언어로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것 같아요. 비주얼 작업하시는 분들과 협업하면 항상 그래요.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비주얼로 멋있게 표현해주시죠. 늘 감사함을 느껴요.

 

세 분 모두 ‘죽음과 삶’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요. 제 음악에서 죽은 이후 다시 부활한다는 점을 느낀 것 같아요. 죽음을 상징할 때는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거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장면들로 연출하신 것 같아요. 트라우마적 시기나 피하고 싶었던, 무시하고자 했던 감정이나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자아를 상징하는 것 같고요. 이후 ‘End’ 후반에 조명 속에 있는 장면이나 ‘당겨요, 바로 지금’의 폴 댄스를 추는 장면, ‘살아남은’에서 우비를 벗고 달려나가는 장면에서는 극복해내고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같아요.

 

 

Q. 다채로운 사운드를 아우르는 앨범인데요. 앨범의 컨셉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다듬어가면서 오히려 날것의 감정이 마모되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날 것이 다듬어지는 것에 대한 정서적인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영상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그런 지점으로 칭찬을 많이 받았던 사람이거든요. 절규하는 모습이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있는데, 가장 잘 활용하는 무기를 버리는 것이 두려웠어요. 근데 버려야하는 앨범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죠. (웃음)

 

많이 다듬었는데도, 숨겨지지 않는 무언가가 남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신기했던 점이 제 음악을 자주 듣던 분들은 이번 앨범을 듣고 ‘그렇게 크게 변하진 않았어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잘 해낸 건가 싶으면서도 좋았어요. 듣기 편해진 것도 맞고 다듬어진 것도 맞는데, 나를 잃지 않고 해낸 것 같더라고요.

 

 

 

 

Q. 새로운 시도를 보였는데도 카코포니가 갖고 있는 개성을 일관되게 묻어날 수 있게끔 했던 요소가 무엇일까요?

 

가장 코어한 작업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는 점 같아요. 아주 사소한 방식이나 손길에도 의도를 계속 반영시켜요. ‘이 곡에 가사를 붙이면 가장 어울리는 편곡 스타일은 무엇일까?’와 같은 질문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음악이 아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답했거든요. 답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계속 제가 개입되는 건 예전과 똑같았어요.

 

매력적인 누군가가 되어보는 앨범이지만, 그걸 제 안에서 찾으려고 했다는 점이 이 앨범을 일관되게 만들어준 것 같고요. 제 커리어에서도 굉장히 다른 앨범이지만, 일관된 음악처럼 느껴지게 했던 지점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는 기존의 나 자신과는 다른 내가 되어보았잖아요. 다른 누군가가 되려고 하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Q. 음악적 스타일 뿐만 아니라 ‘사랑’이라는 주제도 카코포니의 음악에서 빼놓고 말할 수 없어요. 카코포니가 정의하는 사랑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예전에는 DIPUC 초반부에 묘사된 사람처럼, 관능적이고 무책임하게 불타오르는 게 사랑일까 싶은 단계를 많이 겪었었어요. 근데 음악을 하면서 제 자신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게 되고, 이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변화한 것 같아요.

 

진정한 사랑은 어떤 사람이 가장 그 사람다운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팬분들한테 받는 사랑도 비슷한 것 같아요. 카코포니답게, 카코포니가 하고 싶은 음악을 계속하는 걸 지지해주시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가장 따뜻한 것 같아요, 뜨겁지는 않아도. 애인이나 친구와도, 모든 사람의 관계에서도 제가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그 사람다운 선택을 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응원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그러면 카코포니 님이 생각하기에 가장 카코포니다운 모습은 무엇일까요?

 

세세한 부분까지 따진다면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저다운 모습은 음악을 사랑한다는 점 같아요. 인정하기 싫었지만 음악을 너무 좋아하고요. (웃음) 늘 배우고, 성장하고 싶어해요. 어렸을 때부터 스스로도 과하다 느낄 정도였어요. 무언가를 감상하거나 공부하거나, 혹은 나아가고 있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고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 같아요. 그리고 되게 솔직한 사람인 것 같아요. 모든 거짓말을 좋아하지 않고,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이 사랑과 자아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는 앨범이기에 궁금한 점이 있었어요. 카코포니 님은 스스로에 대한 애정의 척도를 1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메길 수 있을까요?

 

처음 이 질문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의 점수로 메길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에 대한 애정이 0점이었다가 10점이기도 하고, 늘 변하거든요. 그런 점 때문에 굉장히 힘들기도 했어요. 그런데 제가 10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0점의 기간이 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만약 (나에 대한 애정을) 7점 정도로 계속 유지하는 삶을 살겠냐고 한다면, 간극이 심하더라도 10점의 순간들을 계속 경험하면서 살고 싶어요.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내 악마들을 가져가지 말라, 그러면 천사들도 함께 떠날 테니까’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 말이 너무 공감 돼요. 자기 부정과 자기 혐오의 시간이 없으면, 진정한 쾌락의 시간도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두 가지가 공존하는 삶을 인정하기로 했어요.

 

 

Q. 점수로 이야기를 해주실 줄 알았는데, 흥미로운 답변을 주셨어요.

 

그런가요? (웃음) 최근에 텀블벅을 마무리하고 단독 공연을 마친 이후에 일본 여행을 다녀왔어요. 그때 비행기에서 일본 드라마가 보고 싶어져서 넷플릭스에서 아무거나 골랐는데, ‘우주를 누비는 쏙독새’라는 드라마가 있더라고요. 내용이 조금 유치하기는 한데요. 반에서 가장 못 생기고 형편도 안 좋은 여자 아이가 가장 예쁘고 인기 있는 아이가 되고 싶어서 영혼을 바꾸는 내용이거든요.

 

그 시리즈를 킬링타임용으로 보다가, ‘만약 내가 다른 사람과 영혼을 바꿀 수 있다면 누가 되고 싶을까?’ 생각해봤어요. 웃기게도 어떤 사람과도 바뀌고 싶지 않더라고요. 태생적으로 자기혐오가 워낙 심한 사람인데도, 내 삶을 살고 싶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나는 정말 나를 좋아할지도?’ 싶더라고요. (웃음) 음악적으로나 인간성에 있어서도 결함이 되는 부분은 정확히 알고 있어요. 바꾸고 싶은 점이 많지만, 제 손으로 바꿔야 직성이 풀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나의 삶을 되게 사랑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Q. 스스로에 대해 많이 고민했던 흔적이 묻어나는 답변 같아요. 발매 이후에 단독 공연부터 시작해서 전시나 인터뷰 등, 바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2024년도를 어떻게 구상 중이신지 들어보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에너지를 남김없이 썼어요. 정말 마지막 앨범일 것 같다는 생각으로 발매했어요. 공연을 준비할 때도 ‘이것보다 뭘 어떻게 더하지?’라는 마음으로 임했고요. (웃음) 에너지를 많이 고갈한 상태라서 규모가 큰 작업을 할 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짜증이 날 정도로 저는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이라서요. (웃음) 노래하는 게 정말 즐거운 사람이라 작은 무대들을 많이 해보려고 합니다.

 

휴식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지만 영상 음악을 하고 있고, 힙합 아티스트 분들과 함께 협업도 할 것 같고요. 예전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한 영화 <신세계로부터>가 12월 20일에 개봉을 해요. 앞으로도 저를 너무 갉아먹지 않는 선에서 행복한 방식으로 작업할 것 같아요.

 

 

Q. 정말 마지막으로 팬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모두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길 바래요. 제 앨범을 들으면서 그런 믿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 | 박현영

사진제공 | 카코포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