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가볍지만 밀도 있는 레시피, Flatshop [toast recipe] 발매 기념 인터뷰

발행일자 | 2025-10-16

 

가볍지만 밀도 있는 레시피, Flatshop [toast recipe] 발매 기념 인터뷰

 

무겁고 피로한 이야기는 이상하게도, 편안한 자리에서 더 쉽게 흘러나오곤 한다.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는 친구에게 삶의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힙합과 알앤비, 밴드 신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Khundi Panda, 담예(DAMYE), Viann, Noogi가 그런 ‘친구 같은 온도’로 뭉쳤다. 그들이 함께 만든 팀, Flatshop의 음악은 유쾌함 속에 은근한 묵직함을, 장난 속에 진심을 품고 있다.

 

지난 10월, 오랜 친구와의 재회처럼 반가운 정규 1집 [toast recipe]가 세상에 나왔다. 바삭한 빵, 건배의 순간이라는 두 겹의 의미를 담은 [toast recipe]는 친근하면서도 실험적인 사운드로 가볍고 소소한 일상 곳곳에 삶의 고충을 녹여낸다. 아침의 토스트처럼 가볍고 든든하게, 저녁의 건배처럼 유쾌하고 다정하게 마음을 감싸는 Flatshop만의 비법 레시피같은 작품이다.

 

‘랩 밴드’라는 정체성처럼, 플랫샵의 음악을 단어로 정의하기엔 다소 어려운 감이 있다. 그러나 음악 속에서 전해지는 감정만큼은 단연 또렷하다. 가벼운 농담과 웃음 사이로 건네는 내적 친밀감과 편안함. 그렇게 재미있고 든든한 친구 같은 팀, Flatshop과 함께 정규 앨범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랩 밴드’라는 자신들만의 언어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Flatshop (이하 ‘플랫샵’)의 멤버별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Khundi Panda: 안녕하세요. 아이디어 구상 및 랩을 맡고 있는 Khundi Panda(이하 ‘쿤디판다’)입니다.

 

DAMYE: 에너지 보컬/기타 랩을 맡고 DAMYE (이하 ‘담예’)입니다.

 

Noogi: 중후한 멋으로 베이스를 치고 있는 Noogi (이하 ‘누기’)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Viann: 플랫샵에서 프로듀싱과 매니저를 맡고 있는 Viann (비앙)입니다.

 

Khundi Panda: 매니저 말고도 멋있는 단어 많잖아.

 

Viann: 매니저 진짜 멋있는 단어야.

 

 

Q. 독특한 구성부터 눈에 띄는 팀인데, 어떻게 플랫샵이라는 팀을 이루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Viann: 당시에 서로 각자 알고 있는 상황이였는데.

 

DAMYE: 쿤디 노래 중에 ‘낙찰 전 / 용기의 합창단’이라는 곡이 있어요. [가로사옥]에 있는 노래이거든요. 그 트랙에 제가 피처링을 했고, 비앙 형이 믹스를 했고, 누기 형이 베이스를 쳤어요. 그때 비앙 형이 “넷이 이렇게 뭔갈 하면 멋있는 그림이 나오겠다” 하면서 (멤버들을 소집한거죠.) 영문도 모른 채 그 자리에 끌려나가게 됐어요. 그래도 다 좋아하는 뮤지션들이고, 한번 보고 싶기도 했어요. 그 자리에서 우리끼리 그룹을 만들거란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Viann: 저랑 쿤디는 이미 모두를 아는 사이였고. 누기랑 담예는 실제로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였어요.

 

Khundi Panda: 담예 형은 아마 미국에 돌아와서 거의 처음 본 뮤지션이긴 했을걸요? 저랑 비앙 형이 [재건축]을 내고 담예 형한테 한국에 가면 꼭 보고 싶다고 DM이 왔어요. 저도 좋아요, 봅시다 말했고. 그때 제 기억으로 형이 한국어를 잘 못했는데 지금은 너무 잘하죠.

 

 

 

 

 

 

Q. 보통의 밴드는 합주나 Jam을 통해 자연스럽게 곡을 만들기도 하잖아요. 그러면 보컬 두 분으로 구성된 플랫샵의 경우, 어떤 식으로 곡 작업을 하나요?

 

Viann: 잼 형식으로 작업을 해본 적이 많이 없기도 한데, 그 형식이 저한테는 우연에 기대하는게 강하다고 느껴지거든요. 물론 우연이 더 좋은 걸 만들어 줄 수 있겠지만, 그냥 제가 고민해서 세운 계획대로 원하는 걸 만들고, 이후 악기나 가사가 더해지는 방식으로 주로 작업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체계가 만들어 진 게, 보컬 팀과 프로덕션 팀으로 나눠서 곡을 만들었어요. 제가 스케치 단계의 토대를 만들면, 보컬 팀에서 가사나 주제 등 흥미로운 부분을 대략적으로 구상해요. 그러면 또 프로덕션 팀에서 베이스 연주도 얹고, 또 “코드가 좀 더 이런 식으로 바뀌면 좋겠다” 같은 의견을 공유하면서 그에 맞춰 편곡하는 거죠.

 

 

Q. 재작년 즈음부터 오프라인 활동을 많이 보여주시다, 올해는 컴백 싱글부터 정규까지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주셨습니다. 정규를 내기로 결심한 시기는 대략 언제쯤이었나요?

 

Viann: EP [Khundi Panda VS DAMYE VS Viann VS Noogi]를 냈을 때부터 “아, 이거 너무 재밌다. 잘 되든 안 되든, 듣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앨범이고. 평소 각자 실험적이거나 난해한 작업도 좋아하지만, 다같이 모여서 안 하던 거 하니까 참 좋다”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는 정규가 아니라 EP를 구상하고 있었고, 담예가 군대 갔을 때도 휴가 나올 때마다 같이 모여서 작업하고 그랬었거든요. 항상 새 앨범을 염두에 두고 있던 것 같아요. 적어도 정규 앨범까지는 우리가 함께 뭔가를 제대로 해보자. 그게 늦어지더라도.

 

DAMYE: 그간에 서로 같이 공연을 해왔던 경험 덕분에 자연스럽게 정규 앨범을 만들자고 하게 된 것 같아요. 지난 번 EP는 같이 공연을 안 해 본 상태로 만든 게 느껴지는 반면에, 이번 정규 작품은 확실히 공연 경험을 하면서 느낀 플랫샵의 색깔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작업하면서도 공연할 때 이렇게 하면 재밌겠다 싶은 요소들을 넣어보기도 하고.

 

 

 

 

Q. 사실 정규 전 컴백 싱글 [Bully Maguire]도 마지막 발매작으로부터 4년 만에 발매가 된 거더라고요. 이후 정규를 준비하면서 오랜만의 곡 작업을 진행했을텐데, 정규를 준비하면서 합을 맞추는데 어려움이 있다거나 적응 기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나요?

 

Khundi Panda: 분명히 있었고. 그런데 기분 좋은 마찰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보통 트랙 대부분의 탑라인은 저랑 담예 형이 같이 짜거든요. 그런데 시간도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여러 가지 경우를 보는 능력이 서로 생긴 거죠. 그래서 가사를 쓸 때도 “이게 더 좋지 않나, 저게 더 좋지 않나”하면서 같이 고민하는 과정이 처음 있었던 것 같아요. 저랑 담예 형이 감성이 완전히 똑같다고 할 수는 없으니까 어떤 부분에서는 맞고, 어떤 부분은 안 맞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게 되게 기분이 좋았던 거긴 해요. 한 명이 아니고 여럿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 하면, 무조건 새로운 경우의 수가 생기거든요. 그걸 이번에 보컬 작업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되게 좋았고, 긍정적으로 부딪힐 수 있었던 이유도 저희 모두 4 년 사이에 실력이 많이 늘어서라고 생각해요.

 

DAMYE: 실력도 늘고, 서로 사람으로 이해하는 부분도 쌓이니까 합을 맞추는 게 재미있었고. 어떤 트랙의 훅은 아예 머리를 맞대고 한 줄 한 줄 썼거든요. 그래서 Rhyme을 짤 때도 브레인스토밍하고, 자연스럽게 파트 분배도 명확하게 가져가고. 심지어 제가 쓴 라인을 쿤디가 부르기도 하고, 얘가 쓴 라인으로 제가 노래하기도 하고 그런 경우도 있었어요.

 

 

 

 

 

 

Q. 실제로 서로 바꿔 부른 트랙이 무엇이였어요?

 

DAMYE: ‘GUYDANCE’ 후렴 같은 경우도, 가사는 이미 각자 써놨지만 “Step One~, Step Two~”같은 요소를 넣어보면 어떨지 제가 제안했거든요. 또 후렴 마지막에서 “슬플 땐 일단 춤을 멋지게 출래~”로 제가 들어가는 부분 멜로디도 쿤디가 “뭔가 이런 식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의견 내주기도 하고요.

 

Khundi Panda: ‘Buckshot’도 그랬던 것 같아요. “넌 굳이 피를 봐야겠어?”로 시작하는 라인도 제가 짰는데, 담예 형이 자연스럽게 후렴으로 만들어갔던 것 같아요. 제가 짠 라인을 제가 불러도 괜찮은데, 멜로디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보컬 스펙트럼이 넓은 편은 아니거든요. 제가 못 부르는 고음은 담예 형이 맡아주고, 오히려 가볍게 부르는 게 좀 더 어울리는 파트에서는 제가 맡고, 그런 식으로 나눴던 것 같습니다.

 

Q. 가사를 쓰고 합을 맞추는 과정이 궁금했는데, 아예 처음부터 같이 작업하는 트랙도 있군요. 그렇게 완성된 가사를 비트랑 같이 합친다고 보면 될까요?

 

Viann: 근데 그것도 이번에 앨범을 준비하면서 찾은 방법 같아요. 서로 모여서 머리 맞대고 작업하면 시간이 더 걸리는지 덜 걸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국엔 재미있는 게 나오는 것 같아요. 좀 창의적인 것들이.

 

DAMYE: 시간도 덜 걸리고, 뭔가 융화되는 맛도 생기고. 그리고 저는 특히 같이 쓴 가사를 되게 좋아해요. 쿤디가 원래 가사를 되게 잘 쓰잖아요. 거기에 제가 좋아하는 위트를 넣으면서 융화되는 재미가 생겨요. 제 것도 아니고, 얘 것도 아닌, 플랫샵만의 무언가 같아서 재미있었어요.

 

 

 

 

 

 

Q. 플랫샵만의 새로운 방식을 찾은 끝에 첫 정규 앨범이 나왔어요. 앞서 일부 트랙을 말씀주셨지만, 정규 1집 [toast recipe]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Khundi Panda: [toast recipe]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을 하시면 되는데요. 하나는 토스트 만드는 방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건배하는 방법으로요. 건배도 되고 가볍게 먹는 토스트도 되는데, 둘 중 뭐가 됐든 ‘토스트’가 주는 가볍고 기분 좋은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토스트는 보통 아침에 가볍게 먹잖아요. 또 건배할 때의 토스트는 보통 밤에 가볍게 이뤄지고요. 어떤 상황에서든지 가볍게 느껴지길 원했어요. 앨범의 감성이나 내용들이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다루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잘 짚으려면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Q. 그래서인지 기존에는 플랫샵 특유의 유쾌한 모습을 사랑이라는 관계로 표현했다면, 이번엔 좀 더 다양한 주제를 통해 드러낸다고 느껴졌어요. 이번 정규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이 있었을까요?

 

Khundi Panda: 모두가 느끼지만, 놓치기 쉬운 감정의 각도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 같거든요. ‘GUYDANCE’가 대표적인 트랙인데, 사람들이 춤을 추고 싶어도 쉽게 출 수 없는 이유가 눈치를 보기 때문이잖아요. 가볍게 춤에 비유를 했지만,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상황이 현대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시선을 좀 비틀어서 춤으로 대신 이야기를 표현했어요. 아마 다른 아티스트들도 비슷한 주제로 음악을 만들 수 있겠지만, 플랫샵만 쓸 수 있는 메타포나 재치로 표현하고자 했던 게 제일 컸어요. 가사적으로는.

 

 

 

 

 

 

Q. 사운드적인 측면으로도 보여주고 싶었거나 의도했던 지점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DAMYE: 음악적으로는 밀도 있는, 대중적이고 어려운 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은데.

 

Viann: 정확히 그걸 목표로 삼았어요. 쿤디판다, Viann X HESSE 같은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고, 또 저는 해외 뮤지션들의 실험적인 음악을 참 좋아하거든요. 근데 결국 운전하거나 지하철 탈 때 빨리 음악을 듣고 싶을때 그냥 익숙하고 편한 걸 먼저 듣게 되더라고요.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이라던가. 그런데 다이나믹 듀오의 음악이 마냥 대중적이기만 한 건 또 아니잖아요. 그런 것처럼 누군가한테 편한 앨범이 됐으면 좋겠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정말 실험적이고 놀랍다는 두 가지 인상을 다 주고 싶었어요. 대신 모두 ‘듣기 어렵지 않아야 한다’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DAMYE: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즘엔 아예 이지리스닝을 목표로 완전 편하게 만드는 음악이 많잖아요. 거기까지는 못 갔는데,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는 음악으로 느껴졌어요.

 

Viann: 그러니까, 그 지점. “이 정도면 듣기 좋아” 라고 말했을 때 거짓말이 아닌 정도로 만드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려울 수 있는데 여태껏 시도하다가 이번에 성공시킨 것 같아요. 멋있는 기술과 특이한 사운드이지만, 그걸 숨겨놔서 부담스럽지 않게 들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개별 트랙의 사운드를 잘 살펴보면 각 트랙의 컨셉을 잘 살리는 효과음이나 세심한 사운드가 느껴지는 게 재미있는 포인트였거든요. ‘추적 1분’이라던지 ‘별풍선’에서도 그런 걸 좀 느꼈고.

 

Viann: 무언가가 연상이 되는 소리들을 좀 이용했던 것 같아요.

 

DAMYE: 형이 그런 이상한 유머를 곡에 녹여내는 능력이 대단한 사람이라. 그런 걸 또 우습지 않게 해요 항상.

 

 

 

 

 

 

Q. ‘CANDYLAND’도 듣자마자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DAMYE: 비앙 형이 처음 만든 스케치를 들려줄 때도 와, 이거 진짜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면서 쿤디랑 같이 탑라인 짜고 그랬어요. 에버랜드 노래 가사도 좀 찾아보고. 처음에는 ‘Welcomd to candyland~”로 시작하는 부분을 제가 부르고, “Let the dreams comd true~”에 해당하는 부분을 쿤디가 불렀는데, 그것도 나름 골 때리더라고요. 그런데 비앙 형이 제대로 된 보컬이 있어야 한다고 단칼에 거절했어요. 그래서 주변 지인들 중에 Kate Kim이랑 Heeno라는 보컬 친구들이 불러줬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놀이동산 가는 느낌이 들면서도, 플랫샵 노래를 제대로 틀은 것 맞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런 효과도 있어서 재미있었어요.

 

Viann: 퍼레이드 음악을 들으면 진짜 동심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거든요. 혹은 놀이공원에 간 것 같은 기분을 내려면 음악에 공주 역할과 돼지 역할이 있어야 되고. 그런데 이 두 파트를 우리 아티스트들이 하면 설득이 안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 같아요.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으로만 쓰고, 그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해준 거죠.

 

 

Q. 13트랙으로 꽉꽉 채운 앨범인데, 멤버 각자가 애정하는 트랙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Khundi Panda: 당연히 모든 곡을 좋아하지만 그래도 “FANTASY”랑 “OPTIMIST PRIME”. 모든 트랙에 아끼는 구간이 하나씩은 있어서 정하기 너무 어렵네요.

 

DAMYE: 저도 “OPTIMIST PRIME”이랑 “Buckshot”. 사실 다 좋아하는데 그 두 곡이 생각났어요.

 

Viann: 하나만 꼽자면 “FANTASY”를 제일 좋아하고. 원래 Interlude에 해당하는 짧은 트랙이였는데, 곡이 너무 좋아서 늘려야겠다 싶어서 늘린 거거든요. 그래도 짧아가지고. 계속 듣고 싶고. 욕심나고. 내가 더 많이 듣고 싶고, 남들보다. 그런 욕심이 생기는 노래 같아요.

 

DAMYE: “FANTASY”는 너무 좋아서 더 늘리고 싶었거든요. 근데 그러면 쿨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Viann: 구성도 쿨하고.

 

 

 

 

 

 

Q. 모든 분들이 좋아하는 트랙이라 “FANTASY”가 서브 타이틀 트랙이 되었던 건가요?

 

DAMYE: 그런 것도 있고. “GUYDANCE”가 워낙 신나다보니까 아예 반대되는 분위기의 곡을 고르고 싶었어요. “FANTASY”가 딱 감성적인 측면에서 저희가 가장 잘 만든 곡이고. 그래서 이 두 곡을 더블 타이틀 트랙으로 정해보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는데, 다들 비슷하게 생각한 것 같아요.

 

 

 

@warmherself

 

 

 

Q. 힙합 씬에서는 주로 크루나 콜라보 형식으로 함께하는 경우가 많지만, ‘밴드’ 형태로 무대에 오르는 건 드문 편이잖아요. 다른 힙합 아티스트나 밴드와 비교했을 때, 플랫샵만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느끼시나요?

 

Viann: 모든 게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일단 저희가 힙합이라고 말한다면 힙합 뮤지션들이 인디 밴드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클 것 같고, 반면에 인디 밴드 분들이 저희를 보면 힙합 뮤지션으로 볼 것 같고. 힙합 뮤지션들이나 밴드 분들이랑 무대 구성도 조금씩 다른 것 같고. 그런 부분을 좀 더 자부심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플랫샵만의 어떤 포지션이 있긴 한 것 같아요. 밴드의 형태지만 힙합에서 볼 수 있는 블랙 뮤직스러운 에너지가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고.

 

DAMYE: 제 삶의 딜레마이자 정체성 같기도 한데, 저도 인디 음악하는 친구들이랑 있으면 저를 아예 래퍼로 생각하고, 반면에 래퍼 친구들이랑 있으면 보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또 요즘은 덜 하지만 미국 애들이랑 같이 있으면 저를 한국인으로 보고, 한국 애들이랑 있으면 미국인으로 인식하고. 플랫샵도 딱 그 경계에 있어서, 그게 저희의 정체성이라서 좋으면서도 가끔은 어딘가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막상 끼자고 뭔가 저희의 가진 재능과 욕심을 좀 내려놓자니 “아, 이런 부분은 좀 지켜야 하는데”가 있어서 그 정체성이 고유한 것 같아요.

 

Khundi Panda: 저도 비슷한데, 사실 래퍼로서 래퍼라는 포지션에서 음악을 잘하려면 여러가지 재능이 필요한 건 아니거든요. 그냥 비트에 랩만 잘하면 되잖아요. 근데 저는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래퍼가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까지 욕심이 있어서 할 줄 아는 것도 많은데, 힙합 신에서는 그런 능력이 별로 필요 없거든요. 그런데 이 능력치가 쓸모 없는 건 아니고, 어딘가에 써야 하는데 그게 딱 플랫샵에 맞는 게 아닐까 싶어요.

 

 

 

 

 

 

Q. 베이스를 연주하고 계신 누기님은 평소 양반들(Yangbans) 멤버 활동을 비롯해서 다양한 세션 활동을 진행 중이십니다. 플랫샵에서는 실물 악기를 거의 홀로 다루고 계신데, 베이스 연주자의 관점에서 플랫샵 만의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Noogi: 플랫샵에서 연주할때는 제가 베이스를 치고 있다는 생각이 안들어요. 분위기에 영향을 주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인상으로 연주합니다. 그래서 더 실험적이고 더 창의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것에 더 집중해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라이너노트에 적힌 것처럼 가장 실험적인 형태의 그룹인데요. 존재 그 자체만으로 임팩트 있고 흥미롭기도 한 반면, 오히려 그로 인한 고충은 없었는지도 궁금합니다.

 

Viann: 고충이 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명확히는 못 느꼈고. 하나 느낀 게 있다면 포크라노스 유통을 하면서 음원 사이트에 장르 표기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국내 음원 사이트에는 얼터너티브라는 카테고리가 없잖아요. 어쨌든 하나의 장르를 밀긴 밀어야 될 텐데, 누구한테 들려주면 팝에 가깝다고 하고 또 어떤 트랙은 당연히 힙합이라고 생각하고. 우리끼리 결정하고 밀고 나가는 부분이 약간 낯간지러웠던 것 같아요.

 

Khundi Panda: 플랫샵의 노래를 들을 때, 어떤 감흥이 가장 크게 오느냐가 메인 장르가 될 거 잖아요? 근데 다 다른 것 같아요. 그게 좀 애매하달까.

 

DAMYE: 그것도 맞는 말이고, 사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노래를 만들 때 장르를 크게 생각하지는 않기도 하거든요. 지미 헨드릭스나 커트 코베인 같은 사람들도 어떤 장르를 염두에 두고 노래를 만들었을 것 같지는 않거든요. 그냥 좋아하는 걸 했을 거고, 그게 하나의 유행이 돼서 장르가 된 거라 생각해요. 저희도 그냥 좋아하는 걸 만든 것에 가깝다 보니까 구분을 할 때 어려운 감이 있어요.

 

Viann: 그래서 어제 음감회를 하기 전에 그런 생각을 했어요. 언더그라운드 케이팝이라는 이름이 어울리지 않을까? 정말 말이 안되게 안 어울리는 단어 두 갠데.

 

Khundi Panda: 약간 듣다보니 지하돌 같은데?

 

 

 

 

 

 

Q. 그리고 플랫샵은 자체기획공연 FRIENDSHOP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잖아요. 해당 공연도 소개해주시겠어요?

 

DAMYE: 비앙 형이 처음에 얘기했던 취지 중 하나가 클럽이나 큰 규모의 공연장에서 무대를 하면 밖에서 기다리는 팬분들이 있다는 거였어요. 비싸거나 아니면 성인이 아니라서 못 들어오는 이유로요. 그래서 그런 분들도 쉽게 올 수 있는 공연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Viann: 우선 다들 제 의견에 많이 동의해줘서 진행한 것들이 많은데. 우선 좋은 무대가 아니어도 되니까 가격을 엄청 싸게 하자 였어요. 사람들이 그냥 편하게 오고, 우리도 공연하기에 무리가 없는 데서 작은 페스티벌 느낌으로 하고 싶었어요. 도어도 친구들이 맡아주고, 공연 라인업은 베스트 프렌드 뮤지션들이 함께 하는 거라 페이도 인원수로 나눠서 가져가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지속적으로 팬들을 만나기 위한 이벤트라 무조건 방학에만 진행하고 있어요. 7~8월에 한 번 했으면, 1~2월에 한번 하고. 지방에 있는 친구들도 보러 오고. 오랜 친구지만 자주 못 보는 OLNL 같은 친구들도 섭외해서 같이 공연하고. 기분 좋게 와서 기분 좋게 공연하고, 오랜만에 얼굴 보고 얘기하고 그런 과정이 너무 좋더라고요.

 

 

Q. 하루도 빠짐없이 꾸준히 올라오는 콘텐츠를 보는 맛이 있어요.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에도 상당히 신경쓰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각자가 친밀하지 않으면 자주 올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Viann: 제가 올해 쯔음에 개인 계정에 숏폼으로 리믹스 콘텐츠를 매일 올렸어요. 해보니까 너무 쉽더라고요. 숏폼을 무시하지 말자. 아이디어를 모았다가 한번 만날 때 다같이 찍자. 그래서 쉽게 촬영하고 쉽게 편집해서 올리고 있어요.

 

Khundi Panda: 그렇죠. 음악 얘기랑 똑같은 건데, 콘텐츠를 찍을 때도 이 사람이 뭘 선호하고 선호하지 않는지를 많이 배우게 되거든요. 서로의 절충안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고 반응도 꽤 좋은 것 같아요. 제가 기존에는 진중한 이미지를 갖고 있기도 한데, 진중한 면이 분명히 있지만 병맛같은 모습도 분명 존재하거든요. 그걸 드러낼 수 있는 것 같아요.

 

 

 

 

 

 

Q. 발매 이후로도 꾸준히 올라오는 콘텐츠 덕분에 앞으로의 행보들이 더욱 기대돼요. 남은 26년도는 어떻게 계획 중이세요?

 

Viann: 이 앨범을 정말 천천히, 신중히, 오랫동안 홍보하면서 활동하고 싶어요. [toast recipe]라는 주제로 공연을 여러번 하고 싶기도 하고.

 

DAMYE: 계속해도 안들어본 사람은 있을 거니까.

 

Khundi Panda: 앨범에 활동 기간이라는 게 있잖아요. 팀마다 다르지만 아이돌 분들도 이번 앨범은 이번 음방에서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라는 식으로 얘기하디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 회사에서 다음 앨범을 또 치밀하게 준비하고. 그런데 저희는 그렇게 빡빡하게 진행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데 요즘 전반적으로 어떤 문법처럼, 자본이 많이 들어간 아티스트나 케이팝 시장처럼 발매 활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소모되지 않는 선에서 오래 오래 유효하게 활동을 해나가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Viann: 엄청 트렌디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엄청 올드한 것도 아니고, 플랫샵의 개성을 담은 작품이라 언제 들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리고 아마 플랫샵 활동이 제 인생의 아티스트 활동에 있어서 마지막이 될 것 같거든요. 비앙 개인 앨범에 대한 욕심도 많이 없어졌고, 합작도 굳이 해야한다는 마음이 없어서. 그냥 프로듀서로 참여하거나, 플랫샵이 아니라면 제 이름으로 나올 건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앞으로 플랫샵 노래 많이 만들고, 릴스를 많이 올리지 않을까…

 

 

 

 

 

 

 

Q. 앨범부터 밴드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까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흐른 것 같아요. 정말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플랫샵은 어떤 존재인지 들어보면서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Khundi Panda: 수상한 동네상점 같거든요. 뭘 파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궁금하고. 도대체 정체가 뭘까? 생각이 들고. 제가 속해있는 그룹인데도 저한테 플랫샵이 그렇게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리스너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고. 플랫샵 차기작을 만든다고 하면 뭐가 나올지 잘 모르겠고. 뭐가 나오든 간에 되게 신기하고 재미있는 게 나올 것 같아요. 요술같은 느낌.

 

DAMYE: 밴드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고. 저는 사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많을 때가 많은데. 그런걸 거두어 주게 하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갑자기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데.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음악을 한다니? 근데 나도 음악 잘하니까 같이 하는거야. 그런 느낌. 갈 수 있으면 항상 즐겁고.

 

Viann: 저는 제일 친한, 제일 재미있는 놀이 같이하는 친구들같다는 인상이 좀 있고. 외부적으로는 이상적인 뮤지션 그룹 팀이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내가 꿈꿔왔던 팀.

 

Noogi: 실험적인 연주에 제한을 느끼지 않게 해주는 든든한 동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주하는 걸 말이 되게 만들어주는 덕에 늘 자유롭게 뛰어놉니다. 사람으로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늘 감사한 사람들이에요.

 

 

 

 

 


 

Interview | 박현영

사진제공 | Flatsh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