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리스너에서 아티스트까지, ‘요’ 정규 1집 발매 기념 인터뷰

발행일자 | 2024-02-29

리스너에서 아티스트까지, ‘요’ 정규 1집 발매 기념 인터뷰

 

음악을 즐겨 듣고, 더 나아가 제작하던 사람들이 인터넷을 매개로 조금씩 단결하면서 국내에서 슈게이징/포스트록 장르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요즈음이다. 이와 같은 국내 음악씬의 특이점을 잘 설명하는 현상 중 하나가 기획공연 <Digital Dawn>이 아닐까싶다. 유사한 흐름 속에서 또 한 명의 아티스트가 혜성같이 등장했다. 바로 독특한 소재와 전개 방식을 담은 데뷔작으로 국내외 매체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요’다.

요는 지난 1월에는 밴드 캠프, 그리고 2월에는 포크라노스를 통해 정규 1집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라는 음반을 발매한 아티스트다. 음악을 소비하는 흐름에 나날이 가속도가 붙고, 뮤지션들은 음악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머무르기에 각박한 시대에서 6개의 트랙이 수록된 40분짜리 정규 앨범을 발매했다는 점은 인상 깊은 사실이다. 보기 드문 방식으로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점도 놀랍지만, ‘보다 많은 청취자를 모으기 위한 간단한 해결책이 바로 정규를 발매하는 것’이라는 본인의 고민에 대한 결론이 더욱이 흥미롭다.

연휴가 끝난 후, 요를 만나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티스트로서 음악을 대하는 모습만큼이나 리스너로서 음악을 대하는 모습이 인상깊은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실감하는 가운데, 현실과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그는 정말이지 음악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리스너로서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장르라던지, 세션에 대한 갈증이라던지 음악이 발매되는 현상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겠다는 음악을 향한 순수한 포부와 애정에서는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이처럼 리스너와 아티스트 간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는 이유는 진부할 지는 몰라도, 그간 오랜 시간 보여온 음악을 향한 순수한 사랑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번 작품을 발매하기까지 리스너이자 음악가로서의 삶부터 정규 1집의 제작기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학교를 다니고 있고, 예전에 다니던 동네 수학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하나의 ‘요’입니다. 평범한 대학생이고요. 지난 1월 밴드캠프를 통해 릴리즈한 정규 앨범 <희망열차를 나고 우주로 가요>를 2월에 정식으로 발매했습니다.

 

 

Q. ‘요’라는 아티스트 명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아티스트명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전혀 없어요. 재작년 쯔음부터 세션 활동을 하면서 음악 하는 친구들을 조금씩 만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불리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장난으로 시작한 이름이기도 해서 특별한 의미는 없어요.

 

 

 

‘요’가 소장 중인 The Velvet Underground 음반

 

 

 

Q. 첫 정규 앨범이 정식으로 발매된 지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어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설 연휴를 앞두고 발매했던 지라 그냥 평범하게 큰집을 다녀왔고요. 많이 쉬었던 것 같아요. 철저하게 리스너로서의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Q. 리스너의 삶을 살았다고 하셨는데, 안 그래도 예전부터 사운드 클라우드에 여러 커버곡을 올려왔어요. 평소 음악을 다양하게 들으시는 편인 것 같은데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인생 앨범이라고 여겨질 만한 작품이 몇 개 정도 있는데요. 스무 살 때 The Velvet Underground의 2집 <White Light / White Heart>를 처음 듣고 정말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거의 반년 동안은 이 음반만 들었던 것 같아요.

 

 

 

‘요’가 11살때 살던 집의 마당

 

 

 

Q. 이번 정규를 정식으로 발매하기 전부터 밴드 캠프나 사운드 클라우드 등을 통해 음악 활동을 계속 해왔어요. 음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11살 때부터 기타를 쳤었는데, 당시 살았던 집에 넓은 마당이 있었어요. 노래를 크게 부르거나 기타를 시끄럽게 칠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환경에 놓여 있었던 거죠.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그러진 못하지만, 그때는 마당에서 통기타 한 대 들고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그러면서 음악을 만들었어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고, 편곡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을 만들게 된 지는 2년이 조금 넘은 것 같아요.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부터 제대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Q. 정규 단위로 작업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나요?

 

예전부터 제가 음악을 해오던 사실을 알고 계신 분들이나 주변 지인들은 알고 있을텐데요. 2년 전 유튜브에 정식으로 발매한 앨범이랑 똑 같은 타이틀로 정규 작업물을 올린 적 있어요. 동명의 6번 타이틀 트랙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를 제외하고는 지금의 수록곡이랑 전부 다른 곡이었어요. 아무리 들어도 누군가에게 들려주기 부끄럽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내려버렸어요.

 

이후로 제대로 뭔가를 만들어본 건 처음인 것 같아요. 내리고 나서 반년 후부터 EP를 계획했어요. EP의 수록곡으로는 ‘틸리쿰’, ‘신의 선물’, ‘3:16’이 있었어요. 거기에 살을 조금 더 붙이고, 몇 트랙을 추가해서 만든 앨범이 지금의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입니다.

 

 

Q. 본격적으로 정규 단위로 앨범을 제작하는 데에 있어서 어떤 부분의 공이 제일 컸을까요?

 

어떤 특정한 기회 덕분에 앨범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요. 모르겠어요. 음악을 만드는 방식이 자유로운 편에 속하는 것 같아요. (음악이) 저를 계속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어서 그냥 만들어요. 평상시 말로 풀어내기 힘든 이야기들이 음악으로 표현되는 걸 몇 번 경험한 덕분인 것 같아요.

 

 

Q. 파란노을의 단독공연 <~After the Night~>에서 기타 세션으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요’라는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어요. 파란노을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요?

 

소중한 비밀의 인터넷 공간에서 만났습니다. (웃음)

 

 

Q. 큰 공연에서 세션으로 참여한 경험도 남다른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네, 살면서 300명 앞에서 기타를 연주할 수 있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아직도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 앨범 커버

 

 

 

Q. 그러면 본격적으로 정규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볼게요.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실 앨범을 발매하기 직전까지도 인터넷에 업로드할 생각만 했지, 앨범에 관한 설명이나 홍보에 대한 준비는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어요. 발매된 후부터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생각하다 보니, 리스너 분들한테 앨범을 제대로 소개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간단하게 소개하자면요, 수록곡 전부 제각각 다른 시기에 만들어졌어요. 가장 가까운 시기가 1년 전이고, 가장 먼 시기는 7년 전이에요. 7년 전에 만들어진 곡은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구요, 1년 전에 만들어진 곡은 ‘황금성’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가 요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Q. 자택을 비롯하여 Studio Tardis, JS Studio, Studio Pangea, 무중력 연구소 총 5곳에서 레코딩을 진행했어요. 여러 장소에서 작업한다는 것에 분명 장단점이 명확했을 것 같은데, 소회가 궁금해요.

 

말씀해주신대로 장단점이 정말 명확하다고 느꼈어요. 당시에는 ‘앨범을 만들게 되면 레코딩은 무조건 스튜디오에서 진행하자’라고 생각했어요. 60~70년대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 시대의 앨범들은 거의 다 스튜디오에서 제작했거든요. 홈레코딩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기도 했지만, 하여튼 녹음하게 된다면 꼭 스튜디오에서 해야겠다고 다짐했었어요.

 

그러고 나서 실제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고 받아본 파일을 제 노래에 입혀보는데, 그 작업이 정말로 어렵더라고요. 감당하기 벅찬 소스들을 다루다 보니 스스로 미숙함이 느껴져서 발매 직후에 후회가 남더라고요. 지나간 일이기도 해서 그냥 특이한 경험으로 남아있긴 해요. 아마 다음 작업을 하면 조금 더 디벨롭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긴 해요.

 

 

Q. 연주에 참여한 세션 분들과 더불어 작업 과정에서 맺어진 다양한 인연이 분명 존재했을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을 통해 맺게 된 새로운 인연이나, 그분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생긴 일화가 있을까요?

 

우선 앨범과 관련해서 조금 잘못 알려진 사실이 있어요. 레코딩 엔지니어 분들이 직접 연주에 참여한 걸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Piano shoegazer 님의 경우, 연주에 직접 참여하신 게 아니라 레코딩을 도와주신 거였어요. 그래서 작업에 참여한 사람이라고 하면 트럼펫의 Fin Fior, 피아노의 이수민, 드럼의 이근원, 이렇게 3명 정도예요. Fin Fior 님은 <~After the Night~> 공연을 같이 진행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근원 님 같은 경우는 수민 님을 통해서 알게 됐고요.

 

처음에는 많은 세션 분들이 참여하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연주할 수 없는 특정한 악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제가 연주하긴 했어요. 우선 드럼을 못 치고, 피아노를 수민 님만큼 연주하지 못하고, 트럼펫도 불 줄 몰라서 그런 부분을 세 분께 맡겼어요. 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지라 다음에는 조금 더 스케일을 크게 가져갈 생각입니다.

 

 

 

스튜디오 현장 속 레코딩 도중에 찍은 사진

 

 

 

Q. 처음에 구상했던 세션 인원은 대략 몇 명 정도였나요?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연주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1인 다역을 해야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거든요. 어제는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었다가, 오늘은 기타를 치는 사람이 되고. 내일은 베이스를 치는 사람이다가, 모레에는 믹싱을 하는 사람이 돼야 했어요. 그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것 같아서 다음 작업에서는 협업을 조금 더 늘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협업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이 부분만큼은 꼭 내가 담당해야겠다’ 하는 파트가 있다면요?

 

제가 하고 싶은 건 우선 보컬이요. 그리고 믹싱은 일부분 정도로만 참여하고 싶어요. 물론 허황된 꿈일 수도 있습니다.

 

 

Q. Piano Shoegazer 님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아 레코딩 작업을 해주셨나요?

 

공연장 뒷풀이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어요. 몇 번 대화를 나누다, Piano Shoegazer 님의 작업실에 굉장히 좋은 피아노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어요. 그래서 겁도 없이 부탁을 드렸어요. (웃음) 그런데 흔쾌히 받아주셨고 결과물도 만족스러워서 좋은 레코딩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오르간 사운드 레코딩 현장

 

 

 

Q. ‘신의 선물’이라는 트랙에는 “꿈을 태운 희망열차”라는 소재가 등장하기도 하고, 밴드캠프에서는 선공개 싱글로도 발매된 적이 있어요. ‘신의 선물’이 이번 앨범의 기반이 되는 트랙으로 이해해도 무방할까요?

 

실제로 앨범의 중추적인 곡을 ‘신의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이 노래 때문에 앨범을 만드는 중간에 트랙리스트를 바꾸기도 했고요.

 

‘신의 선물’은 살면서 가장 끔찍한 경험을 했던 때에 만들어진 곡인데요. 원래는 제가 희망적인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 일을 겪고 난 뒤로는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런 과정을 잘 담아낸 곡이기도 해요. 그래서 ‘신의 선물’은 사실 희망열차가 무너지는 모습에 가까운 곡이에요.

 

 

Q. 7년 전부터 1년 전까지의 시기에서 ‘신의 선물’은 언제 만들어진 곡이에요?

 

2021년에서 22년 사이에 만들어졌는데요. 가사는 더 오래전에 써놨었고, 곡으로 만들었던 게 22년도쯤이었던 것 같아요.

 

 

 

 

 

 

Q. 각 트랙의 러닝타임이 기본적으로 5분이 넘어가고, 트랙 내에서도 전개 방식이 빈번히 전환한다는 점이 인상 깊어요. 멜로디 라인을 짜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말씀해 주신 부분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트랙들이 ‘틸리쿰’, ‘신의 선물’, ‘3:16’일 텐데요. 그 곡들은 전부 원테이크로 제작됐어요.   녹음할 때 즉흥적으로 연주하면서 마음가는 대로 멜로디를 만들었어요. 구성상으로도 데모 버전에서 크게 바뀐 부분은 없어요.

 

이번에 작업할 때는 첫 테이크를 훼손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는 아무래도 7년 전에 만든 곡이라 하도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진 않고요. 2번 트랙 ‘단비’는 갖고 있던 세 곡을 합친 곡이고,  평소 갖고 있던 짤막한 기록물처럼 데모를 많이 남겨뒀던 편이라 합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수록된 트랙은 6개인데, 앨범의 러닝타임이 40분이잖아요. 그런데 세 곡 씩이나 원테이크로 만들어졌다니 놀랍습니다.

 

앨범을 만들기 전에 유일하게 고려했던 것 중 하나가 음반 길이에요. 앨범의 러닝타임은 40분으로 정해두고 있었어요. 70년대 아티스트의 앨범을 되게 즐겨듣는 편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The Velvet Underground의 앨범도 6곡에 40분의 길이가 되는 음반이고요. 제가 즐겨듣는 앨범을 말씀드리면, David Bowie의 <Station to Station>, ‘The The’라는 밴드의 <Soul Mining>, Slint의 <Spiderland> 등이 있어요. 그 당시를 살아보지 않아서 많은 아티스트들이 40분의 길이를 의도하고 발매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음악을 듣다 보니 본능적으로 이게 맞다고 느껴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6~7곡 정도로 발매하게 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 부족한 점이 많이 느껴져서 다음에 조금 더 괜찮게 내 볼 생각입니다.

 

 

 

인터뷰에서 언급된 앨범들, (우측 상단에서부터) David Bowie <Station to Station>,
The The <Soul Mining>, Slint <Spiderland>, 파란노을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

 

 

 

Q.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에 영향을 준 앨범이나 아티스트도 있을까요?

 

음악적으로 영향을 준 앨범은 너무 많지만, 내 음악을 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앨범은 아마 당연히 파란노을의 <To See The Next Part of the Dream>이지 않을까 싶어요.

 

 

Q. 개인적으로 특별히 애착이 가는 트랙이 있을지도 궁금해요.

 

그 질문을 하루 종일까지는 아니어도, 꽤 오래 생각해 봤는데요. (웃음) 그런 건 없더라고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신의 선물’이라는 곡을 기점으로 트랙 리스트를 바꾸기도 했어요. ‘신의 선물’이 들어간다면 ‘3:16’이랑 ‘황금성’을 수록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몇몇 곡은 빠지게 되었습니다.

 

 

Q. 빠진 곡은 대략 몇 곡 정도가 되나요?

 

사실 2CD로 내겠다는 위험한 생각도 했었어요. (웃음) 그만큼 꽤 많았어요. 도중에 ‘신의 선물’이 수록되면서, ‘3:16’이랑 ‘황금성’도 앨범에 함께 수록이 됐고, 아쉽게 몇몇 곡들은 빠졌어요.

 

대부분의 음악 하는 분들은 아마 공감하실 것 같아요. 이미 만들어 둔 곡은 많은데, 그중에서 어떤 트랙을 배치해서 작품을 만들까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게 되거든요. 결국에는 제가 듣기에 제일 좋다고 생각되는 노래들을 고른 것 같아요.

 

 

Q. 여섯 곡 모두 소재도 독특하고, 가사도 마냥 희망적이지 않아요. 그럼에도 ‘우주를 향해 가는 희망열차’로 엮어낼 수 있었던 교집합이 무엇이었을까요?

 

제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던 대로, 저는 이 앨범이 컴필레이션 앨범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른 분들이 ‘희망열차’라는 틀로 엮어주신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구요. 듣는 분들에게 앨범을 넘겨드린 거라고 생각해서, 그분들이 판단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Yo / khc 신도시 라이브 포스터

 

 

 

Q. 24일, 신도시에서 khc와 공연을 앞두고 있어요. 아마 공연이 끝난 후에 인터뷰가 릴리즈되겠지만,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를 라이브로 감상하는 사람들이 눈 여겨보면 좋았을만한 포인트가 있을까요?

 

정식으로 앨범을 발매하고 난 후의 첫 라이브 공연인데요. 라이브 제의가 들어올 거란 기대를 아예 하지 않았다가 감사하게도 연락을 주셔서 준비하고 있어요. 가볍게 보고 재미있게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공연에 이수민 님이 참여를 해주세요. 그분과 저의 대결을 눈여겨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승자가 누군지 알아맞히는 공연이 될 것 같아요.

 

외람된 이야기긴 하지만 평소에도 세션 활동을 여러 번 해봤다 보니까, 세션 활동에서도 피로함이 있다는 걸 연습하면서 좀 느꼈어요. 세션하는 사람들도 너무 피곤하게 하지는 않았으면 해서 제대로 준비를 했을 때 밴드 셋을 하고 싶어요. 하게 될지 안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요.

 

 

Q. 세션 활동의 피로감이라하면, 어떤 이유에서 느껴지는 것일까요?

 

그냥 갈증이었던 것 같아요. 제 음악을 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의 곡을 연주하는 거니까요.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갈증이라고 생각해요.

 

 

 

유튜브 채널 Crushing Dreams에 업로드된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

 

 

 

Q. 밴드캠프 뿐만 아니라 정식 발매 이후로 각종 국내외 커뮤니티, 음악 매체에서 조금씩 언급이 되고 있어요. 주변의 반응은 실감되는 편인가요?

 

여태까지 사람들한테 이렇게까지 많은 반응을 받아 본 적 있는 사람이 아닌데, 처음에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다 찾아봤었어요. 특히 Crushing Dreams 채널 덕분에 외국 청취자 분들이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채널을 운영하는 분께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외국 청취자 분들한테 연락이 더 많이 오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보다 미국에서 청취율이 더 높게 나오기도 하더라고요.

 

언젠가부터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 같아서 최근에는 검색하고 찾아보는 게 조금 꺼려지더라고요. 작년부터 꾸준하게 하고 있던 것들을 갑작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다보니까 괴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Q.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부담감 같은 것도 있을까요?

 

사실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를 발매하고 나면 더 이상 음악을 만들고 싶지 않을 줄 알았어요. 작년에 작업하면서 정말 질리도록 준비했거든요. 다시는 음악을 안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발매하니까 음악이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다시 리스너의 입장으로 돌아가서 좋아하는 곡들을 찾아 들을 것 같아요. 정규 앨범을 준비하다보니 부족한 점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서, 그런 포인트를 잘 보완해서 만들고 싶어졌어요.

 

 

Q. 어떤 부분에서 특히 아쉬움을 느꼈나요?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은 믹싱이요. 혼자 하니까 결과물이 아주 아쉽더라고요.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는 제가 만든 곡 중에서도 유독 극단적인 곡들을 많이 수록했어요. 지금보다는 조금 더 편안한 노래들을 넣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요. 사실 ‘신의 선물’ 같은 노래를 내면 사람들이 ‘뭐야, 이 시끄러운 건?’이라고 받아들일까봐 걱정되기도 했어요. (웃음) 재미있게 들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 앨범 커버 가안

 

 

 

Q. 짧은 길이의 음악이 속도감 있게 소비되는 세상에서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와 같은 정규 앨범으로 정식 데뷔를 한 점이 인상깊어요.

이번에 발매를 하면서 정규를 발매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예전에 사운드 클라우드에 여러 곡을 꽤 자주 올릴 때마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게 만들지?’와 같은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그냥 정규 앨범을 내는 거더라고요. 정규를 내니까 많이 들어주시더라구요.

 

 

Q. 본인만의 해답이 간단명료하게 나온 것처럼 보여도, 꽤 오랜 시간 음악 활동을 하다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해도 무방하잖아요. 이 시대에 프로그레시브 록, 혹은 슈게이징 아티스트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희망열차를 타고 우주로 가요>를 검색하면 ‘아트록 앨범이다’, ‘아트록이다’, ‘프로그레시브록이다’, ‘인다 록이다’ 같이 장르에 대한 정보가 나와요. 정작 저는 앨범을 발매하기 직전까지도 이 앨범의 장르를 모르고 있었어요. 노래를 만들면서도 생각해 본 적은 없고요.

 

또 기획공연 <Digital Dawn>을 필두로 슈게이징 아티스트들이 되게 많아지고 있는데, 저는 사실 슈게이징이라는 장르를 고려하고 앨범을 만들지는 않았긴해요. 장르에 노래를 가두는 것도 딱히 좋은 현상은 아닌 것 같아요. 좋은 음악은 들었을 때 좋은 거지, 장르가 크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잘 모르기도 하고요.

 

일생 내내 음악을 만들면서 살아 간 아티스트들이 몇 분 계시잖아요. 예를 들면, David Bowie (데이비드 보위)나 Microphones (마이크로폰즈)와 같은 아티스트들이요. 둘다 좋은 앨범을 꾸준히, 그리고 많이 내던 음악가이기도 하죠. 저도 그런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Q. 이때까지 들어온 음악의 영향이 정말 큰 것 같아요. 발매 이후에 이어질 활동 계획이 있다면 이 자리를 통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아마도 학교에 다니고 있을 거예요. 지금처럼 아이들을 봐주고, 만들고 싶은 음악을 만들 것 같습니다.

 

 

Q. 리스너 분들께도 한 말씀 해주시고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앨범을 들어주신 한 분 한 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들어주실 줄 몰랐어요. 발매 직전까지도 가늠이 안 됐고, 예측도 전혀 못 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 외국에서 청취하고 계실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은데,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웃음) 다양한 방식으로 서포트를 해주신 분들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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