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시 만날 거란 믿음, jeebanoff (지바노프) 여섯 번째 EP 발매 기념 인터뷰
오랜 공백기 끝에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jeebanoff (지바노프)가 반가운 소식으로 돌아왔다. 작년에 한차례 싱글 [There, there]를 발매하긴 했으나, 작품 단위의 작업물을 중시하는 jeebanoff에게 있어 지난 7월 발매한 EP [We Will Meet Again]는, 정규 이후로 약 3~4년 간 그를 기다려온 팬들에게 본격적으로 건네는 인사라고 볼 수 있겠다.
이번 앨범 키워드 ‘재회’로 선정한 만큼, 현 상황의 jeebanoff에게는 수많은 재회의 순간들이 겹쳐있었다. lackjoe와 함께 프로듀싱을 처음으로 함께했던 초창기 크루 멤버 ‘house on mars’의 TAEK과 오래간만에 만나 합을 맞췄고, 다시금 인디펜던트로 돌아온 직후의 순간을 맞닥뜨리며 팬들 뿐만 아니라 지난 날의 자신과 다시 만나기도 했다.
훌쩍 성장해버린 음악가로서 다시 자기 자신과 조우한다는 것은 어쩌면 새로울 지 모른다. 뾰족하던 시절과 다르게 훨씬 포용적인 면모를 지니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쳐오기도 하고, 나날이 늘어가는 팬들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jeebnoff는 자기 자신을 한결같이 ‘음악하고 노래한다’고 소개한다. 기대에 충족하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다음 번에 다른 앨범을 들고나올테니 잠시 기다려달라 대답한다. 이번 앨범의 제목처럼 결국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을 언제나 기저에 두고 있기에 잠시 떨어져 있을지라도 팬들의 마음이 지치지 않게 만드는 그를 만나 이번 앨범을 작업하게 된 배경부터 미래에 관한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Q. 간단하게 아티스트 jeebanoff (이하 ‘지바노프’)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활동 초반부터 노래하고 곡을 만드는 지바노프라고 소개했어요. 공연 때마다 그렇게 설명했는데, 여전히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여전히 곡 쓰고 노래하는 게 제일 재미있는 지바노프입니다.
Q. 발매 이후로는 잘 지내고 계시나요?
완전 잘 쉬고 있죠. 미니 앨범 준비하면서 정말 힘들었거든요.
Q. 전역 이후 발매한 더블 싱글 <There, there>부터 천천히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초창기 아트워크를 함께 한 바퀴주 님과의 오랜만의 협업이 돋보였는데요, 초심을 기억하기 위한 작업일까 싶었어요.
전혀 그런 건 없구요. 살면서 크게 의미를 담는 편이 아니라서 별다른 큰 이유는 없었어요.
딱히 퀴주랑 얘기하면서 ‘오랜만에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얘기는 없었고, 생각나서 연락했던 것 같아요. <There, there>랑 어울리는 아트워크가 없었고, 그렇다고 사진으로 작업하고 싶지 않았어요. 퀴주가 또 도트 아트, 픽셀 아트로 많이 알려져 있거든요. 다양하면서도 바퀴주스러운 개성이 담긴, 담백한 스타일의 아트워크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최대한 덜어내고 덜어내서 깔끔한 그림으로 가게 됐어요.
Q. 곧바로 <There, there>를 발매하겠다고 결심한 까닭이 있었나요?
예전부터 프로젝트성으로 준비하고 있던 싱글이 있었어요. 입대 전인 20년도에 만들어놨던 곡인데, 피처링을 찾는 과정이 길어졌어요. 제 문제가 아니라 피처링을 구하지 못해서 발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 아이러니해서, 급하게 발매하지 말고 기존에 갖고 있던 곡 중에서 발매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그 곡이 <There, there>의 ‘Care for you’였어요. 지난 시점에서 보니까 힘없이 툭 던진 싱글이 되어버린 듯해서 아쉬운 마음이 있죠.
Q. 여러모로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발매했을 여섯 번째 EP <We Will Meet Again>을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만들게 된 동기 자체는 간단했는데, 과정은 지금까지 작업했던 것 중에 가장 어려운 앨범입니다. 그 이유는 (프로듀싱으로 참여한) TAEK 형이 진짜 변태기 때문이거든요. 변태스러울 정도로 꼼꼼해요. 여하튼 TAEK이랑 lackjoe 두 사람이 프로듀서 팀으로 같이 하고 있어서 이번 기회에 lackjoe 형을 처음 만났는데, TAEK 형 못지않은 변태더라고요. 다른 분야의 변태였던거죠.
그래서 하나하나 잡다 보니 한 곡을 완성하는 데에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그렇게 5곡이 세상 밖으로 겨우 나왔죠. 어쨌든 동기에 비해서는 정말 힘들게 만든 앨범이고, 반년 동안 세 사람이 밤낮없이 만든 앨범입니다.
Q. 안 그래도 크레딧에 반가운 이름 ‘TAEK’이 보여서 여쭙고 싶었어요. 과거 크루 ‘house on mars’를 함께 했던 TAEK 님이 프로듀싱에 본격 참여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이번 앨범이 나오기 전부터 정규 작업 2개를 병행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전역 후에 TAEK 형한테 거의 3~4년 만에 연락이 와서 만나게 됐어요. 형의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데, 도통 발매를 안 하니 도대체 뭐 하고 사는 건지 (웃음) 궁금해서 만나서 근황을 물어봤어요. 그런데 TAEK 형이 자기 앨범도 앨범이지만, 프로듀싱 자체에 재미가 붙었다고 하더라고요. 만들어뒀던 비트를 들려줬는데, 그 비트가 최근에 발매된 ‘Night & Day’였어요.
같이 작업할 생각으로 만난 게 아니라, 비트를 듣고 좋다고만 생각하는데 형이 ‘주변 알앤비하는 사람들한테 보내봐줄 수 있냐’ 여쭤봐서 며칠 정도 갖고 있었어요. 계속 비트를 들어보는데 너무 좋더라고요. 실제로 형이 언급했던 아티스트들이 몇몇 있는데, 그 사람들이 부르는 상상을 하니까 너무 질투 나는 거예요. 얼마나 잘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형, 그냥 내가 쓰면 안 될까’ 물어봤고, 형도 제가 하면 더 좋다고 얘기해주더라고요.
드라이브하면서 가이드 파일을 듣다가 또 너무 좋아서 ‘형 나 이거 너무 좋다, 살을 붙여서 몇 곡 더 해보자’ 말하고 추가로 만들었던 곡은 ‘여름 끝 겨울’이었어요. 한 곡 한 곡 살을 붙이니까, 이럴 거면 싱글 말고 EP를 제작하자고 얘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미리 준비 중이던 정규는 잠시 보류해두고, 이 앨범부터 구체화했어요.
Q. 앨범의 키워드인 ‘재회’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상황이네요.
‘Night & Day’에서 출발한 앨범이다 보니까 제목을 정하지 않고 계속 작업했어요. 마무리 단계에서 제목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되게 장난스러운 분위기에서 TAEK 형이 ‘재회로 정하면 어때’라고 그냥 가볍게 던졌거든요. 형이 제 앨범에 피처링한 이후로 6년 만에 같이 작업했다는 이유에서요. 처음엔 그냥 웃었는데, ‘재회’를 영어로 풀어내면 정말 예쁠 것 같더라고요. 문장으로 ‘We Will Meet Again’을 적어서 보여주니까 형이 되게 좋아했어요.
Q. 3년 만의 반가운 앨범인 만큼, ‘재회’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가 지바노프에게 제법 와닿는 상황이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단순하게 앨범의 서사를 대표하는 제목이 될 수도 있지만, 저한테는 그 문장이 많은 부분을 내포하고 있던 것 같아요.
장난스럽게 시작했지만, 저한테도 많은 의미가 있었거든요. 재회라는 키워드를 듣자마자 연상되는 포인트가 여러 가지였어요. 형이랑 6~7년 동안 같이 있으면서, 밤낮 바뀌어가며 붙어있던 적도 없었거든요. 동시에 goodtomeetyou를 나오면서 마냥 시원한 감정을 느끼지는 않고 있었어요. 레이블 이름도 제가 만든 이름이었고, 어감도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또 인디펜던트가 되면서 다시 청자 분들이랑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팬들에게 하는 말도 맞죠. 과몰입해서 보면, 팬 분들이 맨날 공연해달라고 한단 말이에요. ‘그 공연도 곧 볼 수 있을 거예요’와 같은 느낌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Q. TAEK과 lackjoe 듀오와 제대로 작업해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합은 잘 맞으셨나요?
그 둘이 팀을 결성하고 처음으로 작업한 게 [We Will Meet Again]여서, 저랑 두 사람의 합보다는 그 두사람의 합이 더 중요했을걸요? (웃음) 작업실 가면, 부부싸움한 것처럼 냉전이 흐를 때도 있었고. 워낙 서로 꼼꼼하게 작업하다 보니 세 명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어요.
그래도 작업하면서 합은 맞춰진 것 같아요. 이번에 TAEK의 삶을 살아보기를 간접 체험했는데, 앨범이 안나왔던 이유를 알겠더라거요. 유통사에 음원 파일을 전달해야 하는 날짜가 정해져있는데, 일주일 정도 시간이 남은 상황이었어요. 바로 전달할 수도 있지만 뭔가 더 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작업해 본 것 같아요. 이미 끝난 작업인데도 건드리니까 할 게 나오더라구요. 그때 ‘우리에게 한달이 주어져도 작업은 절대 안 멈추겠다’를 느꼈어요. 그래서 그냥 마스터링을 핑계로 작업을 끝냈어요.
Q. 창작이라는 게 마감이 없으면 영원히 끝나지 않잖아요.
그래도 재미있었고, 20대 초반에 음악 하던 기분이긴 했어요. 정말 남자 셋이서 레고 만들듯이 작업했어요. 레고도 답이 없고, 만들기 나름이잖아요. 셋 다 재미있어서 발 동동 굴러가면서 작업하고, lackjoe 형도 신나서 뒤에서 막 일어난 채로 작업하고. 그렇게 음악 했던 게 언제인가 싶어서 재미있게 작업했어요.
Q. 트랙 구성에서도 ‘만남 ㅡ 이별 ㅡ 다시 만남’이라는 재회의 과정을 담아낸 것 같아요. 앨범의 전체적인 구성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앨범을 구성할 때 보통 장르적인 연결과 가사, 분위기적인 서사를 늘 고민해요. 이번 앨범 순서를 정할 때도 키 포인트가 되는 부분이었어요. 가사를 쓰는 사람이고, 지금까지도 가사를 중심으로 트랙리스트를 구성하고 장르적인 부분을 이후에 고려하는 편이에요. 장르적으로 트랙리스트를 짜게 된다면 기승전결이 생길지언정 재미있는 한 방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뒤죽박죽 넣는 편이거든요. 앨범 단위로 발매하다 보니까 가사를 연결 짓는 행위에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프로듀서는 장르적인 부분을 신경쓰게 되잖아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TAEK, lackjoe의 의견을 따라 순서를 정했어요. 형들이 정말 변태같은 게, 편곡 과정에서 음악을 절대 안 들려주거든요. 제 앨범인데. (웃음) 마지막 트랙 ‘내 말은’도 원래 chill 하고 특이한 트랙이었어요. 가사를 쓸 때까지만 해도 밴드 편곡으로 진행되는지 몰랐어요. 1월 즈음에 초안을 들은 건데, 3월 말까지도 아예 못 들어봤어요. 그런데 3개월 만에 들어보니까 록이 되어 있더라고요.
Q. 초반 트랙리스트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나요?
지금이랑은 많이 달라졌어요. 원래는 ‘내 말은’으로 시작해서 ‘약속의 장소’, ‘Night & Day’, ‘여름 끝 겨울’, 그리고 ‘속삭임’으로 끝나요. 써놓았던 가사의 흐름은 연인이 만나는 과정으로 시작해서 헤어지는 순서에요.
어쨌든 jeebanoff가 오랜만에 미니 앨범으로 돌아왔는데 록이 나오면 의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트랙 넘버적인 부분에서는 가사적 흐름을 포기하고, 형들 의견을 따라서 지금의 트랙리스트를 구성하게 됐어요.
Q. 사실은 ‘재회’가 아니라 헤어짐으로 끝맺는 앨범이었던 거네요.
제가 생각하는 이번 앨범의 얼굴은 ‘Night & Day’거든요. 앨범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가사도 그냥 저를 옮겨다 놨어요. 제가 T거든요. (웃음) 나쁜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예쁜 말을 잘 못해주고, 상대방 기분에 맞게 말하는 데에 서툴러서 실수하지 않으려고 되게 노력해요. 그래봤자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로 공감하려는 거지, 진짜 공감하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가사처럼, 어떤 상황에 맞게 공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미워하는 게 아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곳에 가더라도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내용을 담았어요. 초반부에 연애적인 서사를 많이 담았다면, 후반부에서는 결과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헤어지는 상황을 그리면서 가사를 쓰긴 했어요.
Q. 가사를 중점적으로 트랙리스트를 구성하시는 만큼, 실제 겪었던 감정을 위주로 가사를 쓰게 될 것 같은데요. <We Will Meet Again> 속 시간에 따른 감정의 흐름은 공백기에 관한 감정이 담겨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어요.
공백기에 관한 내용은 ‘속삭임’에 꽤 많이 포함됐어요.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너’라는 존재를 등장시키면서 대상한테 얘기하듯 만들었지만, 정말 스스로에게 쓰는 편지 같은 느낌에요.
<There, there>를 만들고 발매할 즈음에 되게 그랬거든요. 예전에는 제가 어떻게 보이고, 남들에게 어떻게 거론될지에 대해 무던하게 반응했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싱글을 던져서 그런지 ‘조금 잊혀졌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생각에 조금 깊게 빠져있던 적이 있어서, 그런 상황을 겪고 작년 여름에 메모장에 길게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속삭임”이라는 곡의 비트를 듣자마자 메모장에 적어둔 게 떠오르더라고요. 메모장에 적어둔 벌스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옮겨놓은 곡이에요. 훅만 조금 더 만들고. 작년의 저를 대변했던 곡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Q. 다시 만나게 된 지바노프가 팬들에게 들려주는 말처럼 다가와서 그런지, <Talking Book> (2020)을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면 사뭇 반가울 법한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운드적으로 추구한 바는 무엇일까요?
감성적인 라인이 비슷한 것 같기는 해요. 저를 이렇게 유해질 수 있게 만들어준 앨범이 <Talking Book>이거든요. 그런 감성을 꺼낼 수 있게 된 상태에서 만들다 보니 연관성이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만드는 입장에서 파고 들어가면 성향이 많이 다르긴 해요.
‘약속의 장소’도 원래 보사노바로 시작했어요. ‘따- 따따 따 따따’ 부르는 멜로디 라인도보사노바 기타에 맞춰서 불러놨었고요. 그런데 형들이 보사노바 리듬을 빼고 드럼 연주 없이 멜로우한 연주로 만들어놨었는데, 들어보니 조금 느끼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달달한 가사인데 너무 부담스러워질 것 같아서 보사노바 버전 때 느낀 근본적인 기분 좋음으로 가자고 얘기했어요. 느끼한 지점은 드럼으로 잡고,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가 됐죠. 두근거리는 감정을 잘 담아내서 <Talking Book>이랑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죠.
Q. 아까 말씀하셨듯 6~7년 만에 인디펜던트로 돌아와 처음으로 발매하는 작품이잖아요. 동일한 인디펜던트 시절이라고 하더라도, 데뷔작 <so fed up>을 발매하던 당시와 지금은 아주 많이 달라요. 그런 의미에서 <We Will Meet Again>을 발매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일단 인디펜던트라는 상황을 제외하고 앨범과 앨범으로 보면서 했던 생각은, ‘정말 나이를 많이 먹긴 했구나’ 였어요.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면 유해진다고들 하잖아요. 성격도 마찬가지고, 장르적으로도 많이 포용하게 된 부분이 신기해요.
올해 초 우연히 1집 <so fed up>을 들었는데, ‘스물여섯 살의 이재민은 정말 힙합이었구나’ 싶었어요. 실제로 정말 힙합을 좋아했고, 웬만한 곡의 샘플링이나 믹스, 가사적 아이디어를 전부 힙합에서 얻던 시절이었어요. 당시의 이재민에게 ‘너 33살에 이런 앨범을 만들게 될 거야’라고 하면 바로 욕했을 것 같더라고요. (웃음) 당시에는 음악을 들을 때도 전자음악적 소스가 나오지 않으면 아예 안 들었어요. Oasis나 Green Day 같은 밴드 연주곡도 절대 안 들었어요. 물론 요즘에는 밴드 음악을 좋아하지만. 당시의 제가 지금의 저를 본다면 현실을 부정할 것 같은 수준으로 변한 것 같아요.
Q. 매년 꾸준히 작업물을 선보인만큼, 3년이라는 공백기 동안 불안했던 마음이 크진 않았나요?
불안한 마음은 원래 없었거든요. 데뷔 앨범을 낼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so fed up>이 장르적으로 대중적이진 않다 보니, 크루 형들이랑 ‘세상에 공개하면 10년이 지나든 20년이 지나든 누군가는 발굴하지 않겠냐, 그냥 천천히 기다리자’ 얘기했었어요. 생각보다는 빨리 주목을 받았지만.
이번에도 비슷했어요. 음악을 하다 말 것도 아니라 급하진 않아요. 그런데 이번 앨범을 내면서 조금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공백기에 대한 불안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계속 생각해요.
Q.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겠네요.
앨범을 발매하는 건 예전처럼 계속 꾸준히 발매할 것 같은데, 외적인 활동을 사실상 하지 않잖아요. 어떤 형태를 띠는 아티스트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 많이 고민 중이에요.
온전한 욕심으로는, 앨범을 만들고 발매하면 또다시 앨범을 만들고 발매하는 형태거든요. 저에겐 그게 제일 자연스러운데, 다른 모습의 아티스트가 되려면 어떤 부분이 추가되어야 플로우를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듣는 이들도 재미있게 만들 수 있을까 싶어요.
Q. 힘찬 재회를 다짐하는 앨범인 만큼, 다음 만남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전반적인 활동 계획이나 목표가 있나요?
미뤄두었던 정규 작업을 다시 하고 있는데, 어떻게 활동할 지보다는 뭐부터 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커요. 작년에 만들어둔 앨범이라 후작업을 들어가야 하는데, 어떤 순서로 내야 사람들이 바라왔던 순서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 싶어요. 제가 느끼기에 <We Will Meet Again>은 여러 사람들이 좋아할 수는 있어도, 제 코어 팬분들한테는 장르적으로 재미없는 앨범일 것 같거든요. <Talking Book>처럼 미니멀하게 서사에만 집중하는 앨범을 낼지, 정규 앨범 <VOID.>처럼 재미있는 음악적 시도를 해야할지가 고민돼요.
Q.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보고 계실 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여러 가지 앨범을 만들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비틀즈 음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서, 11월 즈음에 발매하면서 인사드리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예전부터 해 온 이야기지만, 어떤 앨범이 나오든 간에 취향이 아니라면 잠깐 기다려주세요. 또 다음번에 들고나올 테니까요. 어쨌든 하나의 앨범만으로 흘러가는 흐름을 파악해 주시지만 않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