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김도언

발행일자 | 2022-05-20

 

김도언, 그의 경험과 영감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청각적 서사

 

무려 16트랙의 꽉 찬 정규 앨범과 함께 등장한 프로듀서 김도언. 씬에서의 경험과 영감을 바탕으로 그가 쌓아 올린 청각적인 서사는 꽉 찬 볼륨에 못지않은 밀도와 집적된 유기성을 자랑한다. 장르를 넘나드는 유수의 피쳐링진으로 눈길을 끌지만 곧이어 앨범의 끝에 가서는 김도언이라는 인물의 시선으로 귀결되는 이번 앨범은 그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아티스트의 손이 닿아있는 작품이다. 레이블 ‘SoundSupply_Service’ 소속 아티스트로서 본격적인 솔로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그를 만나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작품의 겉과 속을 모두 관통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마침 정규 앨범 발매 날에 인터뷰하게 되었네요. 앨범이 발매된 지 채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오늘 하루 어떻게 지내다 오셨나요?

 

제가 원래 좀 늦게 일어나는데 오늘은 모처럼 발매 날이어서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났어요. 발매가 무사히 잘 됐나 확인도 하고 제가 근처에 사는데 마침 인터뷰 장소가 되게 가까워서 머리 비울 겸 산책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하루였네요.

 

Q.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SNS 등을 통해서 좋게 들어주셨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많고 아무래도 다양한 분들이 참여를 해주셔서 샤라웃도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요.

 

Q. 아무래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김도언이라는 아티스트를 처음 알게 된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번에 [Damage]라는 정규 1집을 들고나온 김도언이라고 해요. 처음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던 게 중학생에서 고등학생 될 때쯤부터였던 것 같은데 그때부터 항상 앨범 단위의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더라고요. 그 시간 동안 주로 만나게 됐던 분들이 오히려 음악 하시는 분들 보다도 음악 외적인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가령 미술이나 영상을 하신다거나 그림을 그리신다거나 전방위적인 예술 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났는데 그럴 때마다 그분들도 제가 음악 하는 걸 아시다 보니까 이래저래 외주 격으로 부탁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전시 형태로 이루어진 작업에서 배경 음악 작업을 한다던가 졸업 작업을 준비하는 친구의 단편 영화 배경 음악이나 애니메이션 배경 음악 등을 작업하기도 했어요. 알게 모르게 음악이 필요한 일들을 많이 했던 것 같고 또 그와 동시에 음악에 필요한 일들, 예를 들면 믹싱 같은 일들도 마다하지 않고 했었어요. 사실 다 재밌었기 때문에 일이라기보다 작업의 일부로 해왔던 것 같네요.

 

 

Q. 그 작업들이 어떻게 보면 전부 정규 작업을 위한 밑바탕이 됐다고도 볼 수 있을까요?

 

네, 충분히 도움이 됐죠. 사실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만들 수 없던 앨범이에요. 왜냐면 그 경험들 하나하나가 저한텐 다 도전이었기 때문인데, 외주라는 특성상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기준이 있고 그것들이 전부 저 혼자서는 두지 않았던 기준이거든요. 그걸 미션처럼 수행했던 기억이 있어요. 예컨대 전시 음악 같은 경우는 사진과 어우러지는 20분짜리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클라이언트 측에서는 되게 미니멀한 음악을 요구했었어요. 그런데 저는 그 당시에 꽉꽉 채우는 것에 급급해서 비우는 작업이 어려웠거든요. 그런데 그 일을 함으로써 비우는 연습이 됐죠. 그리고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도 서사가 있는 작업이다 보니까 고조되는 파트에 맞춰서 초 단위의 디테일을 요구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되게 힘들었지만 도움이 됐어요. 물론 영화 음악도 마찬가지고 일단 저한테 부탁을 주셨던 작업자분들이 저보다도 좋은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 분들이었어서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

 

Q. 단순히 완성이 미뤄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그 과정에서 내실을 다질 수 있었다고도 볼 수 있겠네요.

 

네, 그렇죠.

 

Q. 디스코그라피 찾아보다 ‘잠자코도’라는 이름으로 한때 활동하셨던 것도 눈에 띄었어요.

 

그 이름으로 처음 활동했던 게 이수호 님의 앨범에 참여했던 건데 그때는 본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아예 못 하기도 했고 뭔가 예명이 있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별 뜻 없이 지었던 이름이에요. 그 당시에는 제가 인스트루멘탈이나 기악곡 위주로 만들었다 보니까 보컬이나 가사 같은 언어 없이도 감상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잠자코도’라고 지었죠.

 

 

Q. 그러다 활동명을 본명으로 바꾸게 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그렇게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웃음) 뭐랄까 나중에 가서 생각해보니까 굳이 제가 그런 음악만 할 것도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앨범을 제가 직접 만들고 전면으로 나설 상황을 앞두고 있다 보니까 그냥 나한테 제일 익숙한 이름이 맞겠다 싶기도 했고. 그리고 그 예명이 입에 계속 안 붙었어요. 괜히 민망하기도 하고 (웃음). 그렇게 본명으로 바꾸고 나니까 마음이 좀 편해졌던 것 같아요.

 

Q. 이름 따라간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활동명에서부터 한계가 규정되어 버리는 느낌도 있었겠네요.

 

네, 오히려 약간 답답하더라고요. 이름에 맞춰서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그리고 그 ‘잠자코도’라는 이름으로 엄청 활발하게 활동하지도 않았어서 본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 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누겠지만 이번 정규 앨범 피쳐링진도 인상적이에요. 친분이 있는 분들 위주로 섭외하신 건가요?

 

그런 분도 있고 아닌 분도 있는데, 한주 님과 소윤 님의 경우는 작년에 제가 이수호 님의 [Monika]라는 앨범의 믹싱 엔지니어로 참여했을 때 같이 믹싱 세션을 가지면서 처음 만났어요. 그 이후에 몇 달이 지나서 앨범 데모를 들어달라고 따로 연락을 드렸고 감사하게도 두 분 다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그 외의 분들 같은 경우는 다 작업 때문에 처음 뵙게 된 분들이었는데 직접 작업 요청 메일을 드렸어요. 그때 되게 긴장이 많이 됐는데, 왜냐면 일단 팬으로서 너무 좋아하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연락이 닿았을 때 너무 기뻤던 기억이 있어요.

 

Q. 참여해주신 분들이 장르적인 다양성도 인상적이더라고요. 실제로 도언 님의 장르 전반적인 관심이 반영된 부분일까요?

 

요즘은 어떤 특정한 장르에 초점을 맞추는 게 어려운 시대라고 생각해요.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저를 포함한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미디어나 컨텐츠에 많이 노출되어 있고 중독도 되어 있단 말이죠. 예컨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러시아 영화감독 중에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라는 분이 있어요. 보통 호흡이 느리고 긴 시간의 영화를 만드시는데 그분 영상을 유튜브로 보다가 버튼을 몇 번 잘못 누르기만 해도 ‘매운 팽이버섯 먹방’ 같은 쇼츠가 갑자기 뜨는 거예요. 아니면 요즘 카페 같은 곳에서 턴테이블이나 바이닐이 놓여 있고 80년대 소울 알앤비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사실 알고 보니 아이맥에서 틀어진 애플뮤직 플레이리스트였다던지 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이상한 경계선에 놓여있는 것 같은 기분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 시대는 무겁고 가벼운 게 혼재되어 있는, 뒤섞여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그 경계선 사이를 오갈 때 저는 약간 머리가 붕 뜨는 기분을 느끼거든요. 돌고 돌아 처음 해주신 질문에 답을 하자면, 그런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실제로 모호한 경계선에 놓은 결과물들이 나오게 되는 것 같아요. 제 삶이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니 어떠한 ‘장르’에 관심을 두었다기보다 많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섞여버린 거죠.

 

 

Q. 자연스럽게 앨범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이번 정규 1집 [Damage]에 대해서 도언 님이 직접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Damage]는 제 첫 번째 앨범이에요. 어린아이를 화자로 내세우고 크게는 ‘순수성’과 ‘폭력성’을 키워드로 생각하며 작업했습니다.

 

Q. 도언 님이 생각하시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번 작품은 그것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기보다 질문을 던져보는 느낌이에요. 여기서 구성적인 장치가 하나 있는데, 1번 트랙이 ‘청명(淸明)’이라는 제목이고 마지막 16번 트랙이 ‘Green Screen (feat. Fisherman)’인데 그게 사실은 수미상관 느낌으로 배치했던 거예요. ‘청명’의 한자 뜻을 풀어보면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뜻인데 푸른 하늘과 그린 스크린 사이의 경계도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모호한 느낌을 의도했던 것 같아요. 중국 철학자 장자가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라고 했던 ‘호접지몽’이라는 이야기하잖아요. 그러니까 청명과 그린 스크린 사이에 놓은 트랙들 전부가 판타지일 수도 있는 거고 현실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거죠. 그렇게 의도적으로 경계가 모호하도록 만들었던 것 같네요.

 

Q. 전체적으로 디테일한 설계가 눈에 띄어서 들으면 들을수록 다시 보이는 지점이 많은 앨범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많은 공을 들이신 솔로 작품이신 만큼 그간의 외주 작업이나 다른 아티스트 앨범에 참여하셨던 것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요?

 

단순하게 생각해봤을 때 결국 외주냐, 내 작업이냐의 차이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가, 아니면 나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 초점을 맞추는가의 차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것도 사실 차이가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타인과 이야기를 하고 그들을 이해하다 보면 어느 순간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해서 이해가 되는 순간도 있고 반대로 오로지 나 자신에 대해서 집중을 하려고 할 때도 자연스럽게 타인이 생각이 날 때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결국에는 끝에 가서 맞닿아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쨌든 솔로 작업을 함에 있어서 제가 주도적으로 완성까지 끌고 나가야 하니까 조금 더 책임감도 생기고 중간중간 스스로 지치지 않도록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줘야한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Q. 당근과 채찍을 어떤 식으로 주셨는지 궁금합니다. (웃음)

 

사실 당근을 잘 못 줬던 거 같은데 주로 그냥 훌쩍 국내 여행을 떠났던 것 같아요. 진짜 작업하다가 너무 안 돼서 새벽에 그냥 강원도에 갔던 적도 있어요. 일단 자신한테 너무 잡아먹히는 느낌이 싫어서 전시도 보러 다니고 계속 환기를 시키려고 했던 것 같은데 사실 구체적인 방법은 매번 달랐던 것 같네요. 어쨌든 작업실을 나오는 것. (웃음)

 

 

Q. 앞서 해주신 이야기 중에 두 작업 스타일이 결국 맞닿아있다고 하신 내용도 재미있어요. 그렇다면 마치 타인을 이해하듯이 나 자신도 타자화해서 바라보신 적도 있을까요?

 

네 맞아요. 타자화, 객관화해서 멀리서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 아니면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그리고 차분해지려고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모든 작업자분들이 그렇겠지만 고독해지는 순간이 많이 있는데 그때를 잘 이겨내려고 했던 것 같네요.

 

Q. 참고로 이번 앨범은 저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인상적으로 들었어요. 물론 4월 말 발매된 선공개 싱글이 있기는 하나 본격적인 데뷔 작품은 이번 [Damage]라고 볼 수 있을 텐데요, 싱글 위주의 시장 흐름 속에서 이렇게 거대한 규모로 커리어를 시작하신 의도가 궁금합니다.

 

사실 생각보다 그 이유는 단순해서, 그리고 아까 음악 시작하던 시절에 앨범 내는 것이 목표라고 말씀드렸던 이유도 제가 소비하던 음악이 주로 앨범의 형태였기 때문에 그게 저한테는 자연스럽게 느껴졌어요. 그렇다 보니 생산자 입장에서도 앨범 단위로 아웃풋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Q. 특히 이번 작품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대주제가 확실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규모 있는 작업이다 보니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사실 쉽지 않았는데요. (웃음) 16트랙이지만 데모로 치면 거의 20~30트랙까지 있었던 상황이었는데 결국에는 비워내고 덜어내고 재배치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한 곡 안에서도 파트가 있다 보니까 그 안에서 퍼즐 느낌을 주는 식으로 작업을 진행했어요. 근데 그 퍼즐 조각을 맞추는 데 있어서 하나의 그림 같이 정답이 있는 퍼즐이라기보다 자유롭게 상상의 여지를 많이 남겨두고 싶었던 앨범이었어요. 물론 제가 속으로 생각했던 이야기는 있지만요. 간략하게 말씀드리자면 1번 트랙 ‘청명(淸明)’에서 다음 트랙 ‘Newbie (feat. 이랑)’로 넘어가는데 여기서 ‘Newbie (뉴비)’가 인터넷 용어로 어떤 게임에서 시작 단계에 있는 사람을 말하기 때문에 그때부터 어떤 이야기의 주인공을 설정하고 시작이 되는 셈이에요. 사실 이 앨범은 게임과도 많이 맞닿아있어서 그런 설정을 넣었던 트랙이기도 해요.

 

Q. 곡 간의 유기성이나 서사를 설계하시는 것도 만만치 않으셨을 것 같네요.

 

배치하는 데 있어서 어쨌든 제가 듣기에 음악적으로 잘 연결되는 구조로 가져가고 싶었고 제 트랙들에서 이펙트나 노이즈 같은 요소가 되게 많기 때문에 진행될수록 단순해지는 구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무드에 있어서는 비교적 밝은 느낌의 초반 트랙들을 앞에 배치하고 중간중간 마치 날씨가 어두워지듯이 어두운 느낌의 구간을 중후반부에 배치했는데 마지막에 다시 그 구름이 걷히는 느낌으로 직관적인 장치를 많이 이용하기도 했죠.

 

 

Q. 마치 소설로 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는 사건처럼 이번 앨범에도 서사에 방점을 찍는 특별한 트랙이 있을까요?

 

16개 트랙 중에 9번 트랙 ‘SaGA’가 제일 어떻게 보면 그런 챕터 같은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요. 8번 트랙 ‘When You Were…’는 이제 9번을 위한 힌트의 역할을 하고 있고요. ‘SaGA’는 소설이나 이야기 속 영웅담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제목인데 이때부터 연달아 나오는 트랙들의 분위기가 비교적 어두운 편이에요. 이 트랙을 통해서 분위기의 전환을 가져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음악과 함께 하는 뮤직비디오도 인상 깊어요. 지금까지 총 두 곡의 뮤직비디오가 나왔고 영상을 비롯해 앨범 커버 같은 비주얼적인 부분 또한 도언 님의 작품 속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트 디렉션을 저랑 전재민이라는 친구가 함께 맡았는데요, 그 친구는 ‘요새 (feat. So!YoON!)’ 비디오 디렉터도 하고 싱글 아트워크, 앨범 아트워크까지 맡아서 해준 친구예요. 작업 초반의 기획 단계 때부터 음악적인 부분까지도 피드백을 주고받아서 자연스럽게 비주얼과 음악이 섞이게 됐어요. 그리고 황현진, 박형준, 이수호, 윤준희 같은 창의적인 디렉터들과도 평소에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기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아왔어요.

 

 

Q. 뮤직비디오도 직접 참여하신 부분들이 많은 편인가요?

 

비디오 같은 경우도 음악만큼이나 신경을 저도 많이 썼죠. 저도 사실 뜬금없이 몰래몰래 나오는데 아마 못 찾으실 거예요. (웃음) 저도 어떻게 보면 스탭 역할로 촬영장에 항상 갔었죠.

 

Q. 주변에 시각 작업자들이 많이 계시다 보니 다방면으로 영감을 주고받으시는 것 같네요.

 

네, 맞아요. 그리고 다들 앨범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주시는 분들이라서 더더욱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Q. 사운드적인 측면도 재미있게 들었어요. 굉장히 다양한 요소가 얽혀있는데 평소에 이런 음악적인 영감은 어디서 받으시는 편인가요?

 

물론 양한 인풋이 있지만 저는 악기 자체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제가 처음으로 가져봤던 악기가 아이폰에 있는 ‘가라지밴드’라는 어플이에요. 작은 핸드폰에서 다양한 악기 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그 후 컴퓨터로 환경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가상악기와 플러그인을 만져보며 제가 좋아하는 소리를 만들게 됐던 것 같아요. 영감이 어디서 따로 오는 편은 아닌 것 같고, 실제로 기술을 다루고 익히며 경험으로 배우는 편입니다.

 

 

Q. 인터넷 라디오 ‘Worldwide FM’에서 객원 믹스셋으로 참여하신 소식도 들었어요. 전세계를 대상으로 송출되는 방송에서 한국 가요들을 선곡해주신 것이 인상 깊었는데 한국 가요에서도 작업적인 영향을 받으시는 편일까요?

 

물론 관심 가는 한국 가요가 있지만 앨범 전반에 걸쳐 한국 가요의 영향이 들어갔다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싱글로 나왔던 ‘요새’ 같은 경우가 좀 두드러지게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네요.

 

Q. 마치 고전 게임을 연상시키는 전자음들도 재미있는 요소 중에 하나에요. 앞에서도 잠깐 이번 앨범에 녹아든 게임적인 요소들을 언급해주시기도 했는데 평소에 게임도 많이 즐겨 하시는 편이신가요?

 

사실 게임에 재미를 붙여보려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재미를 느끼고는 싶은데 자꾸 플레이어로서 몰입은 잘 안 돼요. 다만 사운드트랙 같은 건 많이 좋아했어요. 유일하게 열중해서 했던 게임이 초등학교 때 닌텐도 게임보이로 하던 ‘포켓몬스터 골드 버전’인데 생각해보면 그때 그 음악들이 영향이 있기는 했을 것 같아요. 유저는 아니지만, 관련 음악을 디깅하면서 ‘크로노 트리거’나 ‘파이널 판타지’ 같이 한 명의 주인공이 세상을 탐험하는 RPG류 게임의 사운드트랙을 개인적으로 좋아했죠.

 

Q. 보컬리스트 혹은 싱어송라이터에 비해 가창을 겸하지 않는 프로듀서라는 역할은 곡 작업 과정을 바라보는 각도도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무래도 다양한 피쳐링진을 자랑하는 앨범이기도 한 만큼, 보컬이라는 요소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갖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평소에 주로 인스트루멘탈 음악을 들어서 목소리를 음악적인 소스 단위로 쓰는 악기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에서 가창을 겸하는 뮤지션분들과 협업을 하며 가사가 주는 힘을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Q. 예를 들면 어떤 곡에서 그런 느낌을 크게 받으셨나요?

 

방금 말씀드린 ‘Newbie (feat. 이랑)’라는 트랙이 그래요. 이랑 님이 “위험, 위험, 위험, 주의, 주의, 주의”라고 경고 신호 같은 사인을 주시거든요. 덕분에 이미지가 확장된 느낌을 받기도 했고요. 소윤 님이 참여했던 ‘요새 (feat. So!YoON!)’ 같은 경우에는 글로만 보면 어두울 수 있는 내용이 멜로디가 붙으니까 서로 이상한 모순을 만들어내는 것도 느꼈고요.

 

 

Q. 말씀하신 것처럼 각양각색의 목소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얹어진 모습들이 인상적이에요. 곡별로 피쳐링 아티스트를 선정하셨던 특별한 기준이 있으셨을까요?

 

 

네, 그렇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제가 너무 좋아했던 앨범들을 내주신 분들이라는 게 또 공통점이라면 공통점이었던 것 같고, [Damage]의 각 곡에 들어있는 특징적인 사운드가 어울릴 것 같은 목소리를 가진 분들께 섭외를 드린 것 같아요. 예를 들어, Newbie에서 콘트라베이스가 주가 되는 파트가 있는데, 이랑 님의 음악에서도 콘트라베이스가 두드러지는 인상을 받았기에 그 트랙에 요청을 드렸어요.

 

 

Q. 정말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재미있는 앨범이에요.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오늘이 딱 앨범 발매일이라서 더 의미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후에 이번 앨범에 관련된 추가적인 활동도 계획 중이신가요?

 

일단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뮤비가 더 릴리즈될 예정입니다.

 

Q. 혹시 앞으로도 정규 단위의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실까요?

 

미정. 아직은 미정이고 일단은 앨범을 기준점으로 삼아서 다음을 향해 움직일 것 같긴 해요. 그렇지만 중간중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니까. 저도 언젠간 싱글로 낼 수도 있다 생각을 하고 아니면 누군가와 협업을 할 수도 있고 사실 어떤 포맷을 딱 정해두진 않았어요.

 

Q. 그렇죠. 마치 활동명을 본명으로 정하셨던 계기처럼 굳이 벌써부터 길을 좁혀둘 필요는 없으니까요. (웃음)

 

그렇죠. (웃음)

 

Q. 이후의 작품활동은 어떤 식으로 이어지게 될지에 관한 도언 님의 간단한 힌트와 함께 마지막 한 마디 부탁드리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음반 같은 경우는 ‘인더박스’라고 하는데 컴퓨터 하나로 끝내버리는 작업이었거든요. 다음에는 라이브 레코딩을 한다던가 워크 플로우를 좀 바꿔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리고 5월 말쯤에 CD가 소량 제작될 예정인데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웃음) 참여해준 모든 친구들 너무 모두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어요.

 


Interview | 월로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