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시들지 않는 마음에게 건네는 안부, 김효린 첫 정규 [또 봐, 에버그린] 발매 기념 인터뷰

발행일자 | 2026-04-01

 

시들지 않는 마음에게 건네는 안부, 김효린 첫 정규 [또 봐, 에버그린] 발매 기념 인터뷰

 

김효린의 시선은 이제 ‘나’를 넘어 ‘우리’로 확장된다. 주변 사람들의 일화에 귀 기울이며, 그들이 품고 살아가는 감정에 스스로를 겹쳐본다. 그렇게 모인 타인의 서사는 관계의 결을 따라 하나의 앨범으로 이어진다.

 

그의 첫 정규 [또 봐, 에버그린]은 떠나보냈지만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마음,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아쉬움처럼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감정들. 그것을 애써 밀어내기보다 담담히 받아들이고, 때로는 꺼내보며 성장하도록 만드는 조용한 위로와 단단한 응원의 힘을 갖는다.

 

2018년 데뷔 이후, 제3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은상, 유재하 동문회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싱어송라이터 김효린은 서정적인 멜로디와 깊이 있는 목소리로 고유의 정서를 구축해왔다. 그의 첫 정규가 완성되기까지의 시간과 마음의 발자국을 따라가보자.

 


Q. 안녕하세요, 효린님.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싱어송라이터 김효린입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발매를 위한) 앨범 자료 전달 다 마치고,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갖고 있어요.

 

 

 

 

Q. 효린님은 취미가 있으신가요? 평소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취미는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카페 가는 것 좋아해요. 영화, 드라마도 자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라서 그냥 진짜 쉬고 있어요, 집에서.

 

 

Q. 이전 인터뷰에서는 “영화에서 영감을 얻어 가사 작업으로 이어진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 영화를 자주 보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옛날에는 뭔가… 인생이 다이나믹하지 않아 가지고 영화에서 아이디어도 얻고, 그랬던 것 같은데 이후로는 제 안에서의 이야기를 좀 더 꺼내고 싶어졌거든요. 그래서 소재를 디테일하게 파 가지고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영화를 보기보다는 음소거 해놓고, 그냥 틀어 놓고 보면서 곡 작업을 많이 했어요.

 

 

Q. 신기하네요. 소리 없이 장면 위주로 감상하시는 거죠?

 

네, 맞아요. 영화도 그렇고 뮤직비디오도 음소거 해놓고, 장면만 틀어 놓아요. 소리는 제 곡으로 들리도록. 그렇게 하면 좀 더 집중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Q. 틀어두시는 영화나 뮤직비디오는 보통 이전에 이미 보셨던 것들인가요?

 

아니요, 처음 보는 것들도 상관없어요.

 

 

Q. 내용을 중점적으로 보는 건 아니신가 봐요.

 

네, 그런데 보통 힐링, 가족 이런 위주로 (보는 편이에요).

 

 

Q. 가장 애정하는 영화가 있나요? 혹은 최근 인상 깊게 본 작품이 있다면요?


최근에는 <우리들>이라는 영화 보면서, 그것도 틀어 놓고 작업했어요. 그런데 사실 최근에 가장 좋게 봤던 건 <기묘한 이야기>라고… (웃음) 이번에 마지막 시즌까지 공개되고 나서 정주행을 했어요. 그거 보느라 앨범 작업이 더뎌졌어요. 너무 재밌더라고요.

 

 

 

 

Q. 그러면 음악을 하시는 게 거의 취미라고 봐도 무방할까요?

 

네, 그러고 싶진 않거든요. 근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음악을 하면서 힐링하는 부분도 있고, 스트레스받으면서 고민하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게 같이 있으니까 약간 중독적으로 계속 곁에 두게 되는 것 같아요. 다른 취미를 가져야겠다고 늘 생각은 하고 있는데 어렵더라고요.

 

 

Q. 음악을 일로 대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따르기 마련인데, 보통은 따로 취미를 두며 분리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보면 완전히 덕업 일치의 삶을 살고 계신 것 같네요.

 

네, 맞아요. 취미를 가지고 싶은데도 희한하게 음악으로 스트레스받고, 또 음악으로 기쁨을 얻고 그래요. 요즘에는 정말 제 앨범만 들어요. 계속 빠져 있어야 될 것만 같고, 그런 생각이 들어요.

 

 

Q. 평소에는 어떤 음악을 주로 들으세요?

 

평소에는 Adrianne Lenker라는 아티스트 곡을 진짜 좋아해요. 그 아티스트가 기타 치는 모습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제가 기타를 오래 쳐서 그런가 봐요. 그리고 Billie Marten도 정말 좋아하고, The Beatles 좋아하고, The Carpenters도 많이 듣는 편이에요.

 

 

Q. 모두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아티스트네요.

 

네, 그런 것 같아요.

 

 

(기타와 함께)

 

 

Q. 기타를 오래 치셨다고 말씀 주셨는데, 효린님은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가 먼저 권유했어요. 전부터 아빠가 베란다에서 기타를 꺼내가지고 뚱땅뚱땅 가르쳐 주셔서 기타가 익숙했거든요. 그렇게 배우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밌고, 매력적인 거예요. 그래서 계속 배웠고, 다른 선생님한테 배우기도 하고, 그러면서 보컬과 작곡, 그리고 미디도 같이 배우게 됐어요. 학원, 학교, 학원, 학교만 왔다 갔다 하며 학창 시절을 보냈던 것 같아요.

 

 

Q. 혹시 부모님도 음악을 하셨나요?

 

아니요, 근데 아빠의 꿈이 싱어송라이터였어요. 엄마는 예전에 성악가가 꿈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고 계세요.

 

 

Q. 그래도 마음 한 켠에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분들이셨네요. 확실히 그러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네, 맞아요. 자연스럽게 음악을 알게 된 느낌?

 

 

Q. 아버님이 가지고 계셔서 자연스럽게 기타를 배우게 되셨겠어요. 다른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았나요?

 

어릴 때, 피아노도 잠깐 배웠는데 저한테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았어요. 피아노는 저랑 잘 안 맞는다고 느껴졌거든요. 그때는 숙제하는 것도 싫고, 연습하는 것도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기타는 연습할수록 늘어가는 재미가 느껴지더라고요. 어떻게 치느냐에 따라 질감이 달라지거든요. 손가락으로 치느냐, 손톱으로 치느냐에 따라 소리도 다 다르고 디테일하게 달라지는 그 질감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본격적으로 앨범 이야기를 해보도록 할게요. 앨범 커버가 귀여워요. 난쟁이가 걸어가는 모습이 동화 속 한 장면 같아요. 작가님이 외국 분이신가요? 커버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꼭 외국 작가님이랑 작업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은 전혀 없었고, 앨범 커버 레퍼런스 찾던 와중에 정말 맘에 드는 그림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레퍼런스로 삼고 작업을 맡기려 간직하고 있었는데 사진을 클릭해 보니 링크가 있었어요. 링크 안에는 홈페이지가 있었고, 거기에 적힌 이메일로 연락을 드렸는데 작가님께서 흔쾌히 (작업을) 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음원을 보냈고, 선공개 싱글인 ‘숨바꼭질’ 커버와 함께 맡기게 됐어요.

 

 

Q. 자세한 요청사항을 함께 전달하셨나요? 아니면 진짜 음악만 딱 들려주고, 작가님 재량에 맡기셨나요?

 

(제가 구상한) 약간의 그림은 있었지만 작가님께서 자유롭게 작업해 주셨으면 했어요. 초반엔 되게 여러 장을 그려주셨어요. 그중에 맘에 드는 시안을 디테일하게 수정하고, 계속 이메일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완성된 커버예요.

 

 

Q. 동화 같은 컨셉도 염두에 두고 요청하신 걸까요?

 

그분이 원래 스토리텔러 작가님이세요.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그리는 분인데, 그 분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 그림체가 담겼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귀엽게, 동화같이 딱 만들어주셨더라고요.

 

 

Q. 난쟁이가 들어간 데는 이유가 있나요?

 

레퍼런스에 난쟁이가 산을 올라가는 그림이 있었어요. 제 이번 앨범도 보면 각각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그래서 각자의 어떤 이야기들이 모여 있는 걸 상상하면서 난쟁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Q. 그래서 트랙별 소개 글이 적혀 있고, 그걸 한 번에 아우르는 앨범 소개 글이 맨 상단에 적혀 있더라고요. 뭔가 단편집 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네, 맞아요.

 

 

 

 

Q. 첫 정규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셨을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한 지점, 작업 과정에서 가장 공을 많이 들였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오히려 더 힘을 빼려고 했어요. 옛날에는 무조건 스튜디오에서 녹음해야지 음원이 잘 나온다고 생각했던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싱글과 EP를 여러 장 내보니 이번엔 정말 데모 느낌이 났으면 싶었거든요.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게 되면 그 느낌이, 감정이 많이 소실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레코딩한 소스를 음원으로 내볼까?’라는 생각에서 ‘전부’라는 곡은 진짜 방 안에서 데모로 녹음한 메인 소스에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소스를 얹혔어요. 그렇게 하니까 제 방 안, 공간 소리가 담기니까 또 새롭더라고요. 그런 것부터 시작해가지고 오히려 투박하게, 힘을 뺀 편곡이지만 어떻게 좋게 들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Q. 이번에 CD도 처음으로 발매하신다고 들었어요. 피지컬 형태로 음악을 남기는 경험은 또 색다를 것 같아요. 어떠신가요?

 

디자인하면서도 너무너무 설렜어요. ‘와, 이게 내 손으로 받으면 얼마나 기쁠까?’ 이 앨범이 정말로 완성된 느낌이 날 것 같아요. 그리고 명함이 생긴 느낌? 저는 명함이 없잖아요. CD가 제 명함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Q. 첫 정규, 첫 CD 발매. 그밖에 이번 작업에서 처음으로 시도해 본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아직 계획만 있긴 한데 굿즈 제작을 시도해 보려고 해요. 처음이고 또 혼자 하니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되지?’, ‘간단하게 스티커라도 만들어볼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라이브 클립이나 공연도 ‘어떻게 새롭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앨범 커버를 보면 빨간색 버섯이 등장하는데요. 저는 이 버섯을, 난쟁이들이 살아가는 작은 세상 속의 나무처럼 상상했어요. 버섯은 균사로 이루어져 있어서, 겉으로 드러난 버섯이 시들어도 그 아래의 균사는 땅속에서 계속 이어진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 버섯들을 하나씩 모은 스티커도 만들어볼 계획이에요.  

 

 

(앨범 커버 작가님의 수채화)

 

Q.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을까요? 앨범 소개 글을 토대로 추측한 바는 ‘관계’라고 생각했거든요. 효린님을 둘러싼 관계, 그 속에서 겪은 감정과 이야기를 토대로 앨범을 완성하신 것처럼 느껴졌어요. 효린님이 이번 앨범을 통해 담고자 한 중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이번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로 ‘시들지 않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큰 이별을 겪었을 때, 이별을 잊으려고 애써야만 괜찮아지는 때가 있잖아요. 근데 ‘그냥 곁에 두고 매일 생각하면서도 지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에버그린’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어요. 곡을 하나, 둘 모으다 보니 저마다의 에버그린을 가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누군가에겐 이루지 못한 꿈일 수도 있겠고, 혼자만 알고 싶은 마음일 수도 있고. 근데 그런 것들을 모아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 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얘기가 모이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제 얘기만 했던 것 같은데 이번 앨범에서는 유난히 다른 사람들의 삶이 모이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관계성이 더 조명된 것 같고요.

 

 

Q. 이전까지는 효린님 자신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앨범 작업을 했다면 이번 앨범은 다른 사람, 타인의 이야기를 주제로 앨범이 만들어졌다고 말씀 주셨어요. 설명을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큰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제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던 대상,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하다가 만들게 된 거였어요. 예를 들어, ‘이삭줍기’라는 곡은 아빠가 예전에 싱어송라이터가 꿈이라고 했잖아요. ‘본인이 정말 하고 싶어 했던 걸 이루지 못했는데 그 마음으로 어떻게 살아왔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기억하고 있다가 노래로 풀었던 것 같아요.

 

 

 

 

Q. 효린님은 주변 분들의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편이신가 봐요.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계시고요.

 

그런 편인 것 같아요. 사실 잘 잊는 편이거든요. 근데 희한하게 과정과 흐름을 들으면 기억에 남아요. 자잘한 건 금방 잊어버리거든요. 그리고 이 사람이 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집중하는 편인 것 같아요. ‘벗’이라는 곡도 친구와의 관계를 이야기한 노래였고요.

 

 

Q. 이번 작업을 거치며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이전엔 단순히 내 친구, 내 가족 이렇게 여겼다면 작업하면서는 제가 그 사람에 대입시켰어요. 그렇게 곡을 쓰다 보니까 ‘어떤 마음이었을까?’, ‘너무 힘들었겠다’, ‘너무 아쉬웠겠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벗’이라는 곡을 쓸 때는 친구라는 관계가 더 소중해진 것 같아요. 그전까진 물 흐르듯 살아왔던 것 같은데 이 관계에 더 집중해 보고 싶고, ‘나도 더 많은 것을 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Q. 상대의 감정에 깊이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주변 분들도 효린님에게 많이 의지하실 것 같아요.

 

제가 받는 게 더 많아요.

 

 

(민성, 무영, 진휘)

 

 

Q. 크레딧 라인업도 굉장히 화려해요. 다들 이번 앨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나요?

 

지원 언니랑은 이전에도 작업을 많이 했어요. 음악 스타일이 서로 잘 맞았고, 시너지가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같이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작업할 곡을 골라 부탁해서 함께 하게 됐어요. 그리고 맹무영이라는 기타리스트 친구가 있는데 정말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에요. 그전까진 그 친구랑 편곡을 깊게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앨범에서 기타에 포커싱을 맞추고 싶어 그 친구랑 되게 여러 번 편곡 과정을 거쳤어요. 같이 작업하면서 많은 부분을 배웠고, 정말 재밌었어요. 민성이랑 진휘도 ‘첫 정규에서는 꼭 함께 부르고 싶다’는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함께 하게 되었어요.

 

 

Q. 저는 5번 트랙 ‘실꽃’을 가장 인상 깊게 들었는데, 지원님과의 시너지가 포텐이 터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작업 과정을 좀 더 들어볼 수 있을까요?

 

사실 이 ‘실꽃’이라는 곡은 보사노바풍으로 가려고 했는데, 편곡 스케치를 하다 보니 보사노바의 느낌도 살짝 나지만 그것보단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면 좋겠다 싶어 대략적인 스케치 작업만 한 상태로 지원 언니한테 갔어요. 지원 언니랑 이것저것 불러보면서 디테일하게 만져봤던 것 같아요.

 

 

Q. 지원님이랑은 어떻게 알고 지내게 되셨어요?

 

지원 언니랑은 예전에 LCDC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편곡 작업도 여러 번 했어요. 이번 정규 준비하면서 진짜 자주 만났거든요. 1곡 밖에 안 했는데 왜 자주 만났는지 모르겠어요. (웃음) 서로 녹음도 도와주고, 같이 밥도 먹고. 어제도 만났거든요. 그렇게 친해졌어요.

 

 

 

 

Q. 최근 민성님의 앨범에 효린님이 피처링으로 참여하셨고, 이번 앨범에서는 반대로 효린님 앨범에 민성님이 피처링으로 작업을 함께하셨어요. 이 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선공개 싱글 ‘숨바꼭질’을 가장 먼저 작업했어요, 작년 4월부터. 그래서 원래는 혼자 부를 계획이었는데, 녹음할 때 민성이가 같이 있었고 ‘그냥 한 번 불러보자’해서 남겨놨던 녹음본을 쓰게 된 거였거든요. 정말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나중에 계속 들어보니까 목소리 합이 너무 잘 어울리는 거예요. 그래서 같이 부른 곡을 발매하게 되었어요. 사실 민성이 정규는 그 이후에 작업한 거예요.

 

 

Q. 그럼 효린님 곡을 먼저 작업하고 계셨던 거네요?

 

맞아요. 발매 순서는 민성이가 먼저 나왔는데 작업은 제가 먼저 하고 있었어요. 민성이 곡 ‘세이렌’도 원래 제가 같이 부를 계획은 아니었고, 그냥 코드 편곡하다가 목소리가 들어가면 좋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Q. 민성님은 이번 앨범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셨나요?

 

사실 저를 계속 일으켜줬어요. 작년 2월쯤 처음 정규를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그때부터 같이 구상해 줬거든요. 앨범 제목도 ‘에버그린’이라는 키워드만 제가 갖고 있었고, 앞에 ‘또 봐’라는 부분을 민성이가 제안해 줬어요. 신기하게 그때부터 앨범의 스토리가 정리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제 곡이 좋게 들리지 않을 때도 옆에서 “아니야, 이 곡은 이래서 좋아” 이런 이유들을 얘기해 주면서 “아, 그래서 좋구나. 그럼 좋을 수 있겠다”라고 납득하게 만들어줬어요. 본인 앨범도 바쁘게 작업하는 와중에 피처링도 해주고, 이것저것 옆에서 자기 앨범처럼 생각해 줬어요. 덕분에 끝까지 지치지 않고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민성님이 작업하시는 걸 보고 효린님도 동기부여가 됐을 것 같아요.

 

너무 됐죠. 그리고 그 친구는 정규 2집이잖아요. 그래서 “정규 1집은 어떻게 냈니?”, “어떤 마음이었니?” 물어보기도 했어요. (민성이는) 되게 열심히 하거든요. 자기 음악에 엄청 헌신적이고, 진짜 다 바치는 친구예요. 저는 원래 음악에 모든 걸 올인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옆에서 민성이를 보며 ‘아, 저렇게 파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저도 자연스럽게 제 삶 안에서 음악이라는 부분이 커졌어요.

 

 

 

 

Q. 이전까진 어떤 삶이었나요?

 

안정적인 삶에 되게 집착했던 것 같아요. 제가 괜찮아야 음악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바른 생활을 하려고 하고, 삶의 루틴 이런 걸 되게 좋아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음악도 오히려 취미처럼 대했던 것 같거든요. 그런 게 많이 바뀌었어요.

 

 

Q. 점점 달라지는 자신을 느끼면서,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두렵진 않으셨어요?

 

음악 자체가 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오히려 음악이 좋으면 내 삶도 좋아지는 것 같고, 그렇게 느꼈어요. 근데 건강한 방향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은 음악이 저에게 큰 부분이에요. 루틴이 망가지고, 새벽 4시에 자는 패턴으로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만든 음악이 좋게 느껴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Q. 이제 완전한 예술가의 삶을 살고 계시네요.

 

그냥 루틴이 망가진 사람입니다. (웃음) 그리고 느낌이 오면 그걸 끝까지 이어가야 해요. 멈췄다가 다음 날 그 곡을 보면 100% 별로라고 느껴져요. 그래서 지금 술술 잘 써진다 싶을 땐 새벽, 아침이 되든 상관없이 어떻게든 그 곡을 끝까지 써놔야 살릴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크게 두렵지 않은 것 같아요. 익숙해졌어요.

 

 

 

 

Q. 모두 작업에 쏟아내고 느끼는 공허함 같은 게 있었나요? 내 삶의 모든 부분이 음악으로 올인되어버린 후, 어떤 감정이 드셨어요?

 

좀 불안한 것 같아요. 아직 발매 전이라 더 불안한 것도 있고요. 그만큼 기대되기도 하지만 몇 달간은 불안하지 않을까요? 제가 모든 걸 다 선택했고, 모든 걸 정해서 낸 결과물이 좋게 비쳤으면 하는 바람도 물론 있으니까요. ‘어떤 피드백이 올까?’, ‘어떤 피드백이 와서 내가 달라지게 될까?’ 그런 점이 두려우면서도 기대되는 부분인 것 같아요.

 

 

Q. 싱글 준비할 때도 불안하셨나요?

 

싱글 때는 불안하기보다는 떨렸어요. ‘사람들이 (내 곡을) 어떻게 들을까?’, ‘이 곡이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어떤 역할을 할까?’ 그리고 싱글하면은 계절감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또, 가을] 때부터 시작해서 [새처럼]도 1월인 겨울에 나왔고요. 그래서 하나의 장면으로 기억되는 느낌이라면 (정규는) 담긴 가사의 양에 비례해 무게를 가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Q. 그게 정규 앨범이 가지는 무게일 수도 있겠어요.

 

네, 맞아요. 싱글은 늘 즐겁게만 작업했거든요. 과정을 즐기면서 그냥 가볍게 내자는 마음이었는데 정규는 좀 다르네요. 가볍게 마음먹으려고 해도 무거운 것 같아요.

 

 

 

 

Q. 지원님, 민성님 외에도 이번 앨범에 참여하신 분들이 엄청나던데요. 믹싱으로 참여해 주신 분들도 계시고요.

 

맞아요. LambC님, 찬진님이랑 제휘님. 이번에는 좀 새로운 사람들이랑 많이 해보고 싶더라고요. 자주 합을 맞추던 사람들도 물론 함께하겠지만, 정규니까 곡 수도 많고, ‘새롭게 시도해 보면 또 재밌지 않을까?’싶었어요. 덕분에 여러 사람을 알게 됐어요.

 

 

Q. 그러면 원래는 모르는 사이였다가 이번 작업으로 함께하게 되신 건가요?

 

원래 알고는 있었지만 작업으로 함께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찬진 오빠도 같이 편곡은 여러 번 했지만 믹스는 또 처음이었고요.

 

 

Q. 이렇듯 서로에게 음악적 영향을 주고받고 함께 작업물을 만들어가는 관계라는 점이 인상적이네요.

 

너무 감사하다고 느껴요. 사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도 물론 있지만, 휴학하고 나서 만난 관계가 대부분이거든요. 그 친구들로 인해서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사람을 알게 되고. 그렇게 일종의 크루처럼 모였어요. 싱어송라이터 친구들끼리 같은 세션분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같은 무언가를 공유하면서 오히려 학교 안에서보다 더 많은 걸 배웠어요. 정말 감사한 것 같아요. 놀 때도 재밌고, 같이 음악 할 때도 시너지가 생겨요.

 

 

 

 

Q. 놀 때는 주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나요? 뮤지션들의 대화 주제?

 

놀 때도 음악 이야기를 해요. 밥 먹고, 술 마시고 이럴 때. 진지하게 음악 시장에 대한 이야기. 해외 음악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공유하고. ‘어떻게 해야 더 성장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도 같이 나누고, 요즘은 어떤 노래 듣는지 그런 것들? 한두 달에 한 번씩 그런 자리를 가져요. 그리고 이번에 특이하게 친한 친구들의 정규 준비 시점이 몰렸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아요.

 

 

Q. 확실히 심도 있는 스토리로 풀기에는 트랙 수가 많이 수록되는 정규가 적절한 것 같아요.

 

너무 재밌는 것 같아요, 정규가. 이번에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도 너무 중독적이라고 했거든요. 사실 싱글이나 EP로는 느끼지 못하는 성취감 같은 것이 있어요. 수많은 이야기들이 한데 묶였을 때, 표현되는 감정이 정말 재밌는 것 같아요.

 

 

Q. 이후에도 정규를 또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으신가요?

 

네, 그럼요! 비용도 많이 들고, 너무 힘들었는데 계속해서 내고 싶은 것 같아요. 정말 재밌었어요. 모두 같은 입장에서 고민하고, 그 고민들을 서로 공유하면서 (정규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약 혼자 정규를 준비했다? 그러면 오히려 막막했을 것 같은데 같이 하니까 다들 불타오르고, 서로 부럽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함께 감정을 나눴어요.

 

 

Q. 너무 힘들다고도 말씀 주셨는데 어떤 점이 어려우셨나요?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제 곡이 안 좋게 들릴 때? 앨범 만들면서 그럴 때가 한 번쯤은 찾아오는 것 같아요. 계속 다른 사람 곡이랑 비교하게 되는 마음도 있고, 정말 좋다고 느꼈던 부분이 분명히 존재했는데, 편곡 과정에서 맘에 들지 않을 때도 있고. 아니면 곡 자체가 별로인 것처럼 들릴 때도 있어요. 그때 펑펑 울면서 친구들한테 고민 상담도 하고 그랬어요. 그렇게 넘어졌다가, 기어가다가 (다시) 일어났던 것 같아요. 다른 건 사실 익숙한 고통이거든요. 편곡이 힘들거나, 가사가 잘 써지지 않는다거나 그런 것들인데, 제 노래가 좋지 않게 들리는 것만큼 힘든 건 없어요. 근데 잘 이겨냈던 것 같아요. 하필 작업 막바지에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옆에서 친구들이 좋다고 얘기해 주니까 또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친구분들이 그렇게 이야기해 주시면 또 힘이 되죠.

 

그럼요. 제일 믿는 사람들인데. 믿는 사람들이 좋다고 얘기하면 ‘아, 좋은 거구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하게 돼요.

 

 

Q. 본인이 믿는 사람들이니까 그 사람들 말을 믿는 거군요.

 

네, 그런 편이에요. 저를 못 믿는 건 늘 있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믿는 사람들이 곁에 있으니까 오히려 그럴 때 기대게 되어요. 판단이 필요할 때.

 

 

Q. 친구분들은 그러면 어떤 식으로 피드백해 주시는 편인가요?

 

친구들과는 취향이 겹치니까 좋은 부분을 얘기해 줄 때도 있고, “이 곡은 좀 더 이렇게 가면 어때?”라는 피드백을 해줄 때도 있고 그래요. 친구들한테는 되려 냉철한 피드백을 원하면서 보내는 편인 것 같아요.

 

 

Q. 너무 날카로운 피드백이 와도 괜찮은 편이신가요? 상처받진 않으세요?

 

상처받을 때도 있는데 ‘더 나아져야 되는구나’, ‘지금 좀 부족하구나’ 인정하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것 같아요. 상처받을 걸 예상하고 보내는 거죠. 그걸 고치면 분명히 더 나아져 있거든요.

 

 

Q. 본인만 가지고 있는다고 늘진 않잖아요.

 

맞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한정되어 있으니까 다른 시선으로, 이 곡을 처음 듣는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거죠. 그렇게 봤을 때, 더 정확한 피드백이 올 때가 많은 것 같아요.

 

 

 

 

Q. 이후 예정되어 있는 공연이나 스케줄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공연은 5월 말 예정하고 있고요, 되게 오랜만에 밴드셋으로 준비할 것 같아요. 그전까진 솔로 셋으로만 간간이 공연을 해 왔었는데 이번엔 밴드셋도 선보이고, 아니면 다양한 소규모의 악기들과 같이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Q. 이번 앨범을 듣게 될 리스너들에게 어떤 순간에 이 음악이 닿기를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꼭 대단한 순간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각자의 마음속에 심어 놓은 에버그린을 떠올리는 순간 이 앨범이 생각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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