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경계에 머무는 시간에 대하여, 이설아 EP [몽류장] 발매 기념 인터뷰

발행일자 | 2026-04-25

경계에 머무는 시간에 대하여, 이설아 EP [몽류장] 발매 기념 인터뷰

 

이설아의 음악은 은신처가 되어준다. 힘들고 지칠 때, 섣부른 격려나 위로를 건네기보다는 그저 곁을 내어주고 옆을 지킨다. 언제든 이 자리에 있을 테니, 잠시 머물다 가도 괜찮다 말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한 채 머물러 있는 상태. EP [몽류장]은 그 순간 잠시 머무는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꿈과 현실, 이동과 정지, 불안과 안식 그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않고, 경계에 조용히 머물러보기를 건넨다.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금상 수상과 K팝스타 시즌 4 출연으로 이름을 알린 싱어송라이터 이설아는 진솔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차분히 노래해왔다. 헤매던 시간과 일상을 버티며 쌓인 감정들, 그리고 타인의 말에서 건네받은 온기를 통해, 그 모든 과정이 어떻게 하나의 앨범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설아님.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음악 만들고 있는 이설아라고 합니다.

 

 

Q. 최근엔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시나요?

 

사실 발매 준비하고 이런저런 일들 하면서 (지내고) 있고요, 일상적으로는 요즘 날씨가 좋으니까 지금을 잘 즐기고 싶어서 산에 가는 취미가 생겼어요. 등산을 좋아하진 않고, 산책하러 가는 정도예요. 제가 사는 동네 근처에 산이 있어 자주 가게 됐는데 가서 새와 꽃을 찾아보는 그런 재미를 즐기고 있습니다.

 

 

Q. 보통 산책을 가면 생각을 비우러 가는 편이신가요, 아니면 가서도 여러 생각을 떠올리는 편이세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요, 저는 강아지 산책 때문에 강제로 나가게 된 사람이거든요. 원래는 엄청 집순이에요. 근데 강아지랑 살고부터는 매일매일 나가니까, 그게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서는 생각할 새가 없더라고요. 그러면서 산책하는 순간엔 저를 놓게 되는 지점이 돼서 생각을 비우게 됐고, 그게 좋았어요. 요새 일상을 통틀어서 도파민이 제일 많이 나오는 게 산책이에요. 비움으로서의 쾌락이 좀 있더라고요, 명상을 즐기듯이.

 

 

 

 

Q. 이번 앨범의 밑거름을 마련해 준 곡인 ‘몽류장’은 어떤 시기에 작업하셨나요?

 

헤맸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2집을 내고 감사하게도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다음 해 1월쯤 되니까 그 시간이 꿈처럼 사라진 것 같은 허무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음엔 뭘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됐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가까운 사람이 그 시기에 저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는 최선을 다해서 일상을 사는 사람이었다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눈앞에 있는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를 채워갔던 시간이었어요.

 

그때 음악도 듣고, 책도 보고, 좋아하는 것들로 스스로를 채우면서 자연스럽게 영감이라고 하는 것들이 축적됐던 것 같아요. 소개글에 썼던 댓글 에피소드처럼 일상에서 받은 말들이 큰 힘이 되기도 했고요. 한번은 케이크를 예약해서 픽업하러 갔는데 사장님이 제 이름을 보고 음악 잘 듣고 있다고 말씀해 주신 거예요. 그런 순간들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선 매우 도움이 되었던 거죠. 그런 말들을 받은 게 되려 제가 할 수 있는 말들이 되어 ‘더 해봐도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앨범을 작업하게 되었어요.

 

 

Q. 소개글에 등장하는 댓글 이야기가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처럼 느껴졌어요. 처음 그 댓글을 발견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있지’라는 곡에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원문은 좀 더 길어요. 제가 발췌해서 실었는데, 원래 앞단에는 자신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주셨어요. 그런 것들을 보면 그냥 고맙죠. 친구들끼리도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놔 주면 고맙듯이 똑같이 느꼈어요. ‘이 곡을 은신처처럼 찾아주신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NPC처럼 베이스캠프 같은 곳에 매일 모닥불을 피워놓고, 차를 올려놓고 있으면 사람들이 들렀다 가고. 말없이 앉아 있다 가는 사람도 있고, 자주 오는 사람도 있고, 한 번 오고 (그 이후엔) 오지 않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면 ‘이런 은신처를 자주 밟을 수 있도록 마련해둘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Q.음악을 들은 누군가가 위안을 얻고, 위안을 얻은 사람의 반응을 통해 음악을 만든 사람도 에너지를 얻고. 선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했어요.

 

맞아요. 저도 되게 행복했어요. 이 분을 포함해서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신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을 더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저도 그 지점이 되게 기뻤던 것 같아요.

 

 

 

 

Q. 설아님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머리카락 같아요. 가끔 염색도 하고 싶고, 펌도 하고 싶고. 어떤 때는 좋은 컨디션으로 길러보고 싶다가도 문뜩 짧게 자르고 싶고. 근데 다시 자라고. 그게 새롭고 재미도 있잖아요. 그러면서 가끔은 실패작도 나오고요. 그런 지점들이 머리카락과 닮아있다고 느껴요. 제가 지금 머리카락이 많이 자란 상태여서 미용실에 갈 때가 됐는데, 그냥 두어보고 있거든요. 그것조차 지금의 제가 음악을 대하는 상태와 되게 닮아 있다고 불현듯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금 코믹하긴 한데 사람들이 머리를 지지고, 볶고 하는 것처럼 저도 음악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싶어요.

 

리스너의 입장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은 시간을 음악에게 빚진 것 같아요. ‘구원’ 이런 좋은 단어를 선택하려다가 ‘은행’이다? (웃음) 제가 너무 힘들 때나 기쁜 순간들도 음악에 빚지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드네요.

 

 

Q. 리스너들에게는 설아님의 음악이 어떤 방식으로 기능하기를 바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거창한 건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이 저에게서 떠나간 이후로는 제가 무언가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여지는 대로 들어주시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Q. 그러면 설아님의 음악이 누군가를 구하는 것, 그리고 같이 있어주는 것. 둘 중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시나요?

 

예전에는 아무도 부여하지 않은 사명감을 가졌던 것 같아요. ‘내가 가진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는데, 지금은 그저 같이 있어주는 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제 삶의 방식도 그런 식으로 흐르고 있으니까요. 물론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들어주고, 언제든지 찾을 때 옆에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힘들 때, 여기로 가면 되지’ 이렇게 여겨주심 좋을 것 같아요.

 

 

 

 

Q. ‘몽류장’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니 정보가 없더라고요. 설아님이 만드신 단어일까요?

 

네, 제가 지어냈어요. 가끔 제목 짓는 게 난관일 때가 있거든요. 어떤 노래는 다 만들고 나서 제목을 짓지 못해 계속 고민할 때도 있어요. 이 노래는 곡을 먼저 쓰고, 제목을 나중에 지었는데 고민하다 문득 ‘몽류장’이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Q. 떠올리게 된 계기나 배경이 있었나요?

 

제가 자주 꾸는 악몽이 있어요. 현실에서 보았던 것들이 그대로 투영되는데, 그것들이 나쁘게 해석되는 꿈을 꿔요.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너무 현실 같아서 다음 날 깨고 나면 실제로 그 일을 겪은 사람처럼 지내게 되는 거예요. 일상에서도 꿈에서 겪은 상황과 감정을 상기시키니까 똑같은 악몽을 반복해서 꿨어요. 예를 들면, 꿈속에 제가 버스를 타고 있고, 밖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버스에서 내리고 싶은데 내리질 못하는 거예요. 그렇게 같은 길을 뱅뱅 도는 꿈을 무한히 꿨던 것 같아요. 악몽에 나왔던 요소들이 버스, 정류장이라 무의식 속에도 자리 잡고 있었나 봐요. 그래서 꿈이라는 단어와 정류장이라는 단어를 합해서 만들어 봤어요.

 

 

Q. ‘몽류장’을 꿈과 현실의 경계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이 경계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피처에 가까운 곳인지, 아니면 오히려 현실을 더욱 또렷하게 마주하는 지점인지 궁금합니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다고 해서 완벽하게 도망칠 수 없고, 또 현실을 마주 보고 싶다고 해서 그걸 또렷하게 보기도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경계’라는 단어를 듣고 시각적으로 상상해 봤을 때, 저는 ‘선’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아주 좁고 가는 선 안에도 사람이 있다’라고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그 안에도 공간이 있고, 사람이 있다면 어떤 상태일까.’ 그곳에서는 꼭 어디론가 향하지 않더라도 머물러 있는 상태 자체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지에 대한 궁금함도 있었고요. 그래서 이번 곡들을 들어보면 능동적으로 뭔가 행하기보다는 방향을 바라보고만 있어요. 이를테면 꿈 쪽을 바라본다거나 아니면 현실 쪽을 바라본다거나. 트랙 순서도 그렇게 배치해뒀어요. 예를 들어, 첫 번째 트랙 같은 경우엔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는 상태에서 장막으로 향하는, 잠에 드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잠을 청하러 가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마지막 트랙은 현실 쪽을 좀 더 바라보고 있어요.

 

 

 

 

Q. [작은 마을] 작업 이후의 시간을 ‘발이 떼어지지 않는 시기’라고 표현하셨는데,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작은 마을] 작업을 통과하며 어디론가 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길을 헤매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 나아갈 수도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애매한 상태에 발을 걸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이 상태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느꼈어요. 이사할 때 이사하는 순간보다 짐을 정리하는 시간이 더 길듯. 그런 시간을 필요로 했던 것 같아요. 꼭 가져가고 싶은 것들, 이제는 두고 가도 될 것들, 진작에 태워버렸어야 했던 것들을 보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어디론가 향해야 한다는 강박 또한 자연스럽게 소강된 것 같아요. 그 시기를 [몽류장]이라는 앨범으로 기록하게 되었고요.

 

 

Q. 이전 작업들도 ‘지금의 나’를 기록하려는 의미로 만들어진 것인가요?

 

맞아요. 어떤 시기를 붙잡기 위해 (작업) 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어쨌든 지금 심상과 가장 가까운 노래들이니까. 시기가 지나면 좋은 쪽으로 변화할 수도 있지만 멀어질 때도 있거든요. 그래서 그냥 기록한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해보고 있습니다. 그 수단이 음악이고, 만약 다른 출중한 능력이 있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기록) 해 오지 않았을까 싶네요.

 

 

 

 

Q. 첫 번째 트랙 ‘달의 장막’은 제주도 어느 동굴에서 녹음하셨다고 했어요.

 

잘 들어보시면 물 떨어지는 소리, 걷는 소리 이런 자연의 소리가 들어 있어요. 제주도에서의 시간이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전환점이었어요. [몽류장]을 만들면서 ‘뭔가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작업을 하다 보니 오히려 점점 제 자연스러운 상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즈음 ‘몽류장 트립’을 기획하고 제주도로 떠났어요. 이야기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이를 잘 기록해서 작업물에 함께 담아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앨범 작업의 일부이기도 했던 거지요. 이를 위해 기획안을 50장 넘게 만들 정도로 촘촘하게 계획을 세웠는데요. 막상 떠나기 전에는 ‘그곳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남기지 못해도 괜찮아’ 라며 마음을 내려 놓기도 했어요.

 

실제로 가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예상 밖의 장면들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렇게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고, 그 안에서 계속 제가 만든 음악을 다시 들어보면서, 왜 이 작업을 시작했는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됐어요. 

 

그 시간 자체가 저에게는 굉장히 큰 의미였고, 앞으로도 작업을 하다가 감정적으로 멀어졌다고 느껴질 때는 이렇게 잠시 멈추는 시간을 가져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때 녹음한 동굴의 소리나 그곳에서 찍은 풍경들이 앨범에 녹아들게 됐습니다.

 

 

Q. 촘촘하게 계획을 세운 뒤, 마음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곡이 저를 그렇게 이끌어줬던 것 같아요. ‘몽류장’ 가사를 보면 길을 잃고 다 망가지고 가진 게 없어도 괜찮다고 제가 말하고 있잖아요. 그 말을 그냥 말로만 두지 않고, 실제로 그렇게 해보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제주도에서 진짜로 필름을 하나 잃어버리기도 했어요. 좋은 사진들이 많이 들어 있던 필름이었는데, 하루 종일 찾아다녀도 바람이 너무 세서 결국 못 찾았거든요. 근데 그게… 정말 괜찮더라고요. ‘아, 말이 진짜로 힘이 있구나’라는 걸 느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Q. ‘홍연길’은 실제 지명인가요?

 

실제로 있는 지명이에요. 저희 동네에 있는 길 이름인데, 그 길을 제가 되게 좋아해요. 매일 걷는 길이기도 하고.

 

 

Q. ‘홍연길’은 이 앨범에서 3번과 5번 트랙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요?

 

네, 그런 기분이 들어서 넣게 됐어요. 사실은 계획에 없던 트랙이었어요. ‘몽류장’ 피아노 녹음을 하기 전날, 집에서 연습하다가 이어서 무언가를 쳐봤던 게 이 곡이에요. 되게 짧은 프레이즈인데, ‘몽류장’에서 느껴지던 불안한 헤맴이 조금 더 산뜻한 방향으로 바뀌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괜찮게 들려서 그걸 기억해뒀다가, 다음 날 녹음실에 가서 엔지니어님께 “잠깐 쳐보고 싶은 게 있는데 녹음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말씀드려서 받게 됐어요. 그때도 꼭 넣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남겨두자는 마음이었는데 나중에 자연스럽게 앨범에 수록하게 됐습니다.

 

 

Q.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트랙명을 왜 좋아하는 길 이름으로 지으셨나요?

 

제가 좋아하는 거리를 걸을 때, 기분이랑 비슷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에 있으면 더 불안해지는데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그 이상한 안전함. ‘아, 됐다’ 이렇게 큰 숨을 쉴 수 있는 안전함이 너무 좋거든요. 그래서 그 기분이 되게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 수록곡 중 1곡을 제외하고는 모두 ‘몽류장’ 탄생 이후 쓰인 곡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곡일까요?

 

‘영원한 친구’라는 곡이 ‘몽류장’ 이전에 썼던 곡이에요. 그 곡은 꽤 됐어요. 2022년쯤, 사실 이 곡을 발매할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왜냐면 이 노래는 제가 토하듯이 만들었던 곡이고, 다시 부를 자신이 없었거든요. 근데 간혹 그런 순간이 있어요. 옛날에 써놓은 곡이 이번 앨범에 같이 들어가면 좋겠다. 이 친구가 그랬던 거죠.

 

 

Q. 이 곡을 통해 ‘영원’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풀어내고 싶으셨나요?

 

보통은 물리적인 상황을 전제로 영원이란 걸 기대했던 것 같아요. 그것이 자주 끊기고 사라지기 때문에 저는 그 안에서 많이 슬퍼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영원하지 않은 순간들도 분명히 있지만, 그것을 마음속에 두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더라고요. 제 안에서 영원을 간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기억할지도 저한테 달려있는 거고. 골몰해있던 영원이라는 개념이 붕괴되는 지점이었어요. 그래서 ‘영원한 친구’라는 노래도 이제는 만질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존재들도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살아있고 영원하다는 이야기예요.

 

 

Q. 설아님은 영원을 믿으시나요?

 

저는 ‘믿고 싶은 사람’에 가까웠는데요. 그게 없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못 믿었던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그치만 제 안에서 간직할 수 있는 영원을 발견하게 되었으므로 이제는 너무너무 믿는 상태입니다.

 

 

Q. 그렇담 음악 활동을 영원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것도 또 물리적이냐 아니냐에 따라 갈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늙고 노쇠해서 음악을 직접 만들 수 없는 상태가 될 순 있겠지만, 제가 만든 음악들이 또 제 맘속에 있을 테고, 음악을 좋아하는 감각들은 제 안에 영원히 있지 않을까. 그러면 영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드네요.

 

 

 

 

Q. ‘우리는 같은 샴푸로 머리를 헹구고’ 이 곡은 마지막으로 수록된 이유가 있나요?

 

트랙 배치를 할 때 이 곡이 가장 현실 쪽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앨범을 다 듣고 나면 결국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잖아요. 후주가 길고 리듬으로 많이 채워져 있는 것도, 그 이후를 열어두고 싶었던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이다음에 어디로 향할지, 그걸 굳이 정해두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Q. 앨범을 듣는 내내 스토리가 연결되는 듯 보였는데, 그러다 6번 트랙은 꿈에서 깨고, 현실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맞아요. 그때 스네어가 탕치는 소리를 넣었는데 그게 의도한 거예요. 정신이 탁 들게 만드는 그런 의도로 넣었어요. 방향성을 확실하게 주고 싶었거든요. 그걸 꿈에서 깼다고 표현하는 것도 저는 맞는 해석이라고 생각하고, 아직도 꿈일 수도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맞아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Q. ‘몽류장’을 기점으로 한쪽은 현실로 가는 방향, 다른 쪽은 꿈으로 가는 방향. 그렇지만 움직이진 않고, 가만히 양쪽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는 상태로 이해하면 될까요?

 

맞아요. 제가 그 머무르는 상태를 잘 못 견디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해보고 싶고,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Q. ‘몽류장’에서의 태도가 이후 삶에도 반영되기를 바라시나요?

 

길을 잃고 헤매도 괜찮다고 마음먹는 일이 지금의 저에게 꼭 필요한 상태였다고 생각해요. 저는 언제나 전보다 나아지고 싶어하는 사람인데요, 그러려면 당연히 많은 시도와 시행착오를 경험해야 하는데 막상 그 과정에서는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굴었던 것 같거든요. 몽류장에서의 태도가 앞으로의 삶에도 잘 녹아들고 저도 그곳에 자주 드나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자신에게도 따뜻한 차를 내어주고 싶어서요.

 

 

Q. ‘몽류장’에 도착한 이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뭐 좀 먹을래요?” 이렇게? (웃음) 대단한 말보다는 그냥 일상적인 말을 하고 싶어요. 별거 아닌 것처럼. 저는 같이 뭘 먹는다는 게 좋거든요. 장기에 긴장도 풀어지고. 많은 것들이 풀어지는 것 같아서 좋다고 생각해요. 먹어야 사니까.

 

 

 

 

Q. 이후 예정되어 있는 공연이나 스케줄이 있을까요?

 

발매 날 저녁에 소소하게 모여서 하는 공연이 하나 있고, 5-6월에도 예정된 게 있어요. 신곡도 셋리스트에 포함해야 하니까 합주와 연습을 해보려고 해요. 재밌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팬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그간 들어주시고 표현해 주신 덕분에 제가 또 뭔가를 만들었는데요, 자주 지나가 주시고 그러다 잠깐 앉았다도 가시고. 그러면서 계속 봤으면 좋겠습니다. 잘 자고, 사랑하고… 집에서 만나요!

 

 

 

 

 


Interview | 구은영

사진제공 | 이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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