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OHIORABBIT

발행일자 | 2022-03-30

 

마리 토끼 잡기

 

질문지를 준비하는 내내 사적으로도, 동시에 공적으로도 계속해서 물음표가 이어졌던 부분이 하나 있다. 어쩌면 아래 이어질 내용의 핵심일지도 모를, 과연 ‘인간 오하이오래빗’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마치 두 얼굴의 사나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상반된 음악 스타일을 꾸준히 병행해온 그의 광범위한 커리어에서부터 이어진 물음이었다. 그렇게 이번 인터뷰는, 이다지도 멀게만 느껴지는 평행선 사이 어디쯤에 녹아있을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시작되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는 어느 한쪽을 굳건히 대표하기보다 평행선 같은 양극단을 이어붙이고자 하는 사람에 가까웠다. 그리하여, 공교롭게도 본인 스스로 ‘래빗’임을 자처한 오하이오래빗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부단히 나아가는 중이다. 음악 생활의 시작부터 크루 활동과 솔로 작업, 그리고 최근 발표한 첫 번째 EP [덤]으로 까지 이어지는 유연한 맥락은 지금의 그를 충분히 설명해줌과 동시에, 자연스레 우리의 시선을 그의 다음 행보, 그리고 그다음 행보 너머로 향하게 한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하이오래빗이라고 하구요. 스스로 래퍼라는 타이틀이 좀 더 적합한 인물이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굉장히 오랜만에 이런 단위의 앨범을 내는 것 같은데 제가 작업물이 많은 편도 아니지만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앨범 발매 후에 인터뷰가 업로드될 텐데 어떤 식으로 앨범을 들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질문 준비를 위해서 여러 자료를 참고했는데 이번 자리가 번째 인터뷰이신 같더라구요.

 

네, 전혀 없어요. 그래서 굉장히 좋습니다. (웃음)

 

Q. 저뿐만 아니라 많은 팬분들 또한 이번 인터뷰를 기점으로 오하이오래빗에 대해 알아갈 있을 같다는 기대가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도 했던 활동명의 유래에 관해서 잠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공식적으로 다룬 적은 없지만 사적으로 굉장히 많이 물어보시는 질문이에요. 이름 따라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름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서 그때마다 적절한 답변을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우선은 거창하거나 멋진 뜻을 담아서 지은 이름은 아니에요. 제가 한창 랩을 연마하고 있던 20대 초반, 2015, 2016년 즈음에 사운드 클라우드 씬이 굉장히 활발했는데 그때쯤에 기존에 쓰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마침, 그 당시 한창 혁오의 ‘Ohio’라는 노래를 굉장히 많이 듣고 있었던 것과 함께 또 마침 ‘래빗’에도 한창 꽂혀 있었어서 ‘아 오하이오래빗이다’라는 생각에 만들게 된 이름이에요.

 

 

Q. 다른 동물도 아니고 토끼에 꽂히신 이유가 있을까요?

 

왜 토끼에 꽂혀있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크리스마스 래빗’, ‘X-Mas 래빗’ 같은 후보들도 있었는데 주변 친구들한테 물어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때 OLNL (오르내림)이라는 친구가 오하이오래빗이 가장 나은 것 같다고 말해줘서 결정됐던 것 같은데 유튜브에 제 이름을 쳐보면 실제로 오하이오주에서 토끼를 사냥하는 영상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사냥당하는 토끼’ 같은 이미지를 갖고 가고 있는 것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 이미지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았어요.

 

Q. 그래도 사냥당한다라는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해석하신 거겠죠?

 

관련해서 한 가지 이야기 드리자면, 제가 첫 앨범을 냈을 때 멜론에서 댓글로 유명하신 어떤 리스너분이 “비정한 세상, 피 토하는 음악”이라고 댓글을 달아주신 적이 있어요. 버벌진트님이 그 제목으로 곡도 발매하신 적도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제 정규 작업물에 한해서는 스스로가 자존감이나 자신감을 내뿜는 스타일보다는 공격당하는 느낌의 스탠스를 취하고 있고 저 자신도 그걸 나쁘지 않게 생각하고 있더라구요.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사냥당한다는 이미지와 제 이름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그렇게오하이오래빗이라는 이름의 공식 데뷔작이기 했던 정규 1 [ㄹ위한정신적사랑] 신예라고 보기 힘든 짜임새 덕분에 반대로 이전 아마추어 시절의 활동을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을 같아요.

 

사운드 클라우드라는 매체를 기반으로 크루 활동을 했었어요. ‘juiceoveralcohol’이라고, 그 당시 멤버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쿤디판다, OLNL, ACACY 등등 여러 친구들이 있었는데 소울렉션이 한창 인기였기 때문에 퓨쳐베이스 기반으로 작업물을 계속 내던 시기가 있었어요. 2016년부터 2018년쯤? 그 2년 동안 20곡 정도를 작업하면서 꾸준히 발표를 이어갔던 것 같아요. 근데 그 작업들을 생각보다 점점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제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이전까지는 제가 정규 1집에서 보여드린 것처럼 서사적인 내용보다는 한창 랩에 빠져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냥 뭔가 ‘랩을 잘해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이어갔었는데 정규 단위의 작업물에 와서 좀 진지하게 할 수 있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네요.

 

Q. 서사적인 메시지 전달에 대한 니즈도 그때쯤부터 커지기 시작하셨던 거군요?

 

그 이전에도 그런 것들에 대한 열망이 조금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표현할 능력이 안됐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규 앨범을 만들면서 처음 시도해 본 것들이 많았어요. 서사적으로 짜임새 있는 앨범을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

 

Q. 인사말에도 언급하셨던 것처럼 규모 있는 작업물도 오랜만이시지만 솔로 작품 자체도 7개월 만에 발표하셨어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 근황도 궁금합니다.

 

2020년 4월쯤에 전역을 하고 그 후에 정규 앨범에 대한 답가를 만들고 싶어서 [구애]라는 싱글로 저 스스로를 향한 답가를 발표하기도 했구요. 음악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안 해본 시도들을 계속하면서 지냈어요. [구애] 이후에 [뉴부자관광]이라는 싱글도 내고, 열심히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작업하면서 지냈습니다. (웃음)

 

Q. 열심히 내실을 다지고 계셨군요.

 

네 그랬던 것 같아요.

 

 

Q. 오랜만에 규모 있는 작업을 완성하신 소감도 궁금해요

 

가장 큰 소감이라면, 저는 확실히 데드라인이 정해져야 작업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인 것 같다고 느꼈고 (웃음). 사실 저번 정규 1집을 낼 때는 이번 앨범이 음악 인생에서 마지막이겠거니 하면서 작업했어요. 물론 이번 작업 때는 그런 생각을 덜 하긴 했지만 앨범을 낼 때마다 텐션이 가장 낮아지는 것 같아요. 뭔가 마무리하면서 집중력은 올라가지만 결과적으로 자존감이 좀 떨어지지 않나.

 

Q. 그 감정에 대해서 조금 자세히 설명해 주실 있을까요?

 

저번 앨범은 굉장히 짜임새 있게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서사적으로 모든 플롯을 짜놓고 곡 제목부터 먼저 정하고 작업하는 식이었어요. 그래서 어떠한 ‘완성물’이라는 것이 굉장히 눈에 잘 띄어서 ‘와 완성했다’라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앨범은 그런 서사라던가 계획 같은 것이 전혀 없이 그냥 하나의 묶음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서 ‘이게 완성이 됐나 안됐나’라는 생각이 컸어요. ‘내도 될까’라는 생각까지 있었는데 우선 발매일이 잡히고 마음속으로 데드라인이 정해지면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충실히 마무리했습니다. 그래도 항상 그렇지만 제 음악이 싫어지는 순간이 오는 것 같아요. 뭔가 못난 부분만 보이고. 그리고 딱 전달을 드리고 제 역할이 끝났다 싶어지면 다시 제 노래가 좋아지더라구요.

 

Q. 정규 1 당시음악 인생에서 마지막이겠다라고 생각하셨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에요실제로 음악을 접으려고 하신 건지, 아니면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하셨던 건지 궁금합니다

 

실제로 그만두려고 했었고 (웃음), 사실 24살에 시작한 군생활이 생각보다 너무 길게 느껴져서 2년이라는 시간이 끝나면 다른 길을 찾아서 떠나고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정규 1집도 사실 굉장히 억지로 희망차게 끝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도 하구요. 실제로 같이 작업하던 비트메이커 친구들한테도 그게 아마 마지막 앨범인 것 같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었고. 근데 또 계속할 이유를 못 찾았던 것과 별개로 그만둘 이유를 찾는 게 더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잘 하는 걸 계속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그래서 전역 후에 [구애]라는 답가도 만드시고 다시 행보를 이어나가신 거군요?

 

네, 그렇죠.

 

 

Q. 이제 슬슬 신보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먼저 이번 EP [] 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작품은 8곡이 수록된 EP 앨범이고 제목은 ‘덤’이에요. 사실 제목을 정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원래도 곡 제목 정하는 것을 힘들어하는데 특히 더 힘들었던 이유가, 이번 작품이 ‘묶음’ 이나 ‘모음집’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이걸 한 단어로 묶어줄 게 별로 없었어요. 여러 안들이 있었는데, 예를 하나 들자면 저의 스물여섯부터 스물여덟을 표현하는 것 같아서 제 나이를 쓰려고도 했어요. 아니면 그냥 듣기 예쁜 이름들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결국 덤이라는 제목으로 정해졌어요. 사실 그냥 느낌이 좋아서인 것도 있지만 어느 순간 이번 앨범이 ‘덤덤해지는 감정’에 대해서 조금씩 꾹꾹 눌러 담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조금 회의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앨범을 만들면서 느꼈던 제 하루하루가 덤처럼 그냥 살아가는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했구요. 물론 덤이라는 이름이 예뻐서인 이유가 커요.

 

Q. 앨범의 영어 제목은 ‘Dumb’으로 표기하셨더라구요. 이것도 뭔가 의도가 담긴 제목일까요?

 

사실 멋이 없을 수도 있는데 (웃음) 영어 제목에 대해서 생각을 전혀 안 하고 만들다가 ‘덤’을 어떻게 영어로 바꿔야 될까 친구한테도 물어봤거든요. 그런데 예쁜 단어가 없더라구요.

 

Q. 그렇죠. 한국말의 뉘앙스를 오롯이 담아내는 영어단어가 없다 보니까.

 

네, 그래서 그냥 ‘Dumb’이라고 적었는데 사실 그 의미 자체는 꽤 부정적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한국어로 적은 ‘덤’도 생각보다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도 하고 직관적으로 보기에도 예쁘기도 해서 ‘Dumb’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Q. 의도하신 워드 플레이가 아닐까 생각을 했어요.

 

아 그렇게 말할 걸 그랬나요. (웃음)

 

 

Q. 말씀하시는 내용을 듣고 보니 작업 방식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으셨던 같아요.

 

뒤에 이어질 질문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어떤 이야기를 피력하거나 아니면 서사적인 몰입을 위해 끝까지 놓치지 않고 들어야 하는, 가사적으로 집중해야만 하는 음악들에 대해서 ‘이런 것들만이 좋은 앨범일까?’ 같은 의문이 들었어요. 사실 힙합이라는 장르 안에서 보자면 꽤 필수 불가결한 명반의 기준일 수도 있지만 제가 듣는 음악이 변해서일 수도 있고 피로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그냥 듣기 좋은 노래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가 어떤 주제나 할 이야기를 정하고 쓰는 것에 익숙해져서 작업을 못하겠는 거에요. 그래서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메모장 켜고 생각 나는 단어들을 적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마치 추상화를 그리는 것처럼 생각을 비우고 만들었는데 그런 곡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 저는 제 감정에 대해서밖에 쓸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결이 다 비슷한 자연스러운 이야기가 완성되어서 그 부분은 만족스러워요. 그렇지만 반대로 정답이나 가이드라인을 정해놓지 않고 만들어서 확신이 하나도 없기도 했어요. 목표로 했던 것이 없기 때문에 노래가 다 만들어졌을 때 이게 잘 나온 건지에 대한 판단을 오직 제 감에 의존해서 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 피드백도 잘 안 들었던 것 같지만 동시에 애정이 더 가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Q. 규모 있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정규가 아닌 EP 발매하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겠네요.

 

네, 맞아요.

 

Q. 사실 이런 설명 없이 인터뷰 전에 미리 받아본 음원 파일 기준으로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분위기 덕분에 이번 작품도 하나의 기획을 가지고 만들어진 앨범인 알았어요. 그런데 이렇게 파편적으로 완성된 음악들이었다는 말씀을 듣고 놀랐습니다.

 

굉장히 기쁘네요.

 

Q. 그중에서도 앞서 발표하셨던 싱글 [뉴부자관광] 포함되어 있는 점도 인상적이에요.

 

[구애] 이후에 [뉴부자관광]이라는 싱글을 냈었어요. 그 당시 막연하게 인트로로 쓰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앨범의 인트로를 장식하게 돼서 좋네요.

 

 

Q. 처음부터 어떤 규모 있는 작업물의 인트로를 염두에 두시고 만드셨던 곡일까요?

 

‘뉴부자관광’에 대해서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냥 길을 걷다가 집 가는 길에 있던 버스 정류장에서 ‘뉴부자관광’이라고 적힌 버스를 봤는데 이름이 되게 강렬한 거예요. 물론 그저 어떤 회사의 이름이었을 테지만, 사람들이 놀러 가기 위해 이용하는 관광버스 조차도 ‘새로움’이나 ‘부자’ 같은 이미지를 쫓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에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렇게 해서 작곡가 ‘honu’라는 친구와 같이 만들게 된 노래에요. 그리고 편곡적으로 봤을 때 뒷부분이 굉장히 난해하고 불친절해서 뭔가의 인트로를 장식하면 너무 멋있을 것 같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처음 만들 때부터 ‘인트로처럼’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Q. 혹시 여덟 트랙 중에 뉴부자관광을 제외하고 조금 애착이 가는 곡이 있을까요?

 

발매자료 넘겨드리기 이틀, 하루 전에 ‘비밀’의 뒷 부분이 추가되었는데 그 부분이 앨범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해준 것 같아서 그 곡을 가장 많이 듣고 있긴 해요. 그런데 설명을 따로 드리고 싶은 곡은 사실 ‘fade’라는 곡이에요. 이 곡은 다른 곡들과 다르게 만들어진 이유가 조금은 있는데요,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부모님이 유튜브를 자주 보시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 한 번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하면 추천 동영상에 계속 그것에 관련된 영상이 나오는데 이게 방대한 정보의 바다 안에서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자연스럽게 일상 속 생각을 한 쪽으로 강제하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실제로 그런 의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서. 이런 것들이 자꾸 다양한 생각들을 가지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서 굉장히 무섭다는 생각을 한창 가졌던 적이 있어요. 그래서 만들어지게 된 노래에요.

 

 

Q. 도입부에서부터 이어지는 영어 가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벌스 1에 되게 길게 영어 가사가 나오는데 처음에는 그 내용을 한글로 전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굉장히 현학적이면서 가르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제가 용납을 못하겠더라구요. 조금 번역을 해보자면, ‘구글 추천 검색어가 너를 한쪽으로 생각하게 한다.’, ‘핸드폰 뒤에 있는 선악과 로고가 사람들을 옥죄게 한다.’ 같은. 이걸 한국어로 전했을 때 너무 부담이 심할 것 같아서 듣는 분들도 가볍게 넘어갈 수 있게 못 하는 영어를 써가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있어서 특히 ‘fade’에 애착이 갑니다.

 

Q. 이어서 내용적인 부분에 대해서 조금 여쭤볼게요. 물론 정규 1집과 방향성은 많이 다르다고 해도 여전히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유효하다고 느꼈어요. 오하이오래빗의 음악에서사랑 가지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굉장히 웃긴 말이지만 예전부터, 정규 1집 만들던 시절에 저는 스스로가 사랑 노래를 잘 만들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아이러니하게 제목에도 사랑이 들어가는 앨범을 만들게 됐네요. 그 당시 사랑이라는 키워드는 굉장히 폭넓은, 어떤 정답에 가까운 것의 대체어처럼 사용했던 것 같아요. 앨범 소개글에 “날, 널, 우릴 위한 정신적 사랑”이라고 적었던 것처럼 ‘사랑’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결과적으로 이번 EP를 만들면서는 그런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만들었지만 무의식 속에서 꺼내 만든 음악들에서도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유효한 것을 보면 1집 때의 가치관을 제가 스스로 조금 증명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어요. 물론 이번 앨범에도 ‘lily’ 같이 사랑에 관한 노래가 있는데 그것을 어떤 ‘정답’이라는 생각 없이 그냥 제가 겪고 느낀 사랑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표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두 앨범의 사랑이라는 키워드의 느낌은 조금 다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제 삶에 빗대어 보면 비슷한 결론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Q. 그렇다면 그사이에 발표된 [구애]에서의사랑 어떤 모습일까요?

 

구애라는 제목이 워드 플레이인데 사랑을 갈구한다는 의미와 어떤 것에 구애받는다는 뜻의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실제로 뒷부분에 ‘구애받지 않게 된다’라는 내용의 스님 목소리가 잠깐 나오기도 하구요. 그 곡은 어떤 정답 같은 사랑을 찾던 것에 너무 집착했던 저 자신에 대한 답가에요. 무언가에 너무 집착하지 않고 그냥 살아가는 것 자체가 조금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 발매된 곡들도 잘 끼워 맞춰보면 결국 비슷한 결로 나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Q. 이야기를 듣고 보니구애라는 노래를 통해서 1집의 자기 자신을 부정한 내용이 심화되어 이번 EP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디스코그라피 전체로 봐도 맥락이 재미있게 이어지는 같네요. 덕분에, 같은사랑이어도 조금 시니컬한 분위기가 짙어진 이번 EP 감정선이 눈에 띄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앨범은 뭔가 흩어지거나 무의미해지는 느낌이 강해요. 사랑 노래인 ‘비밀’ 마저도 뒷부분 가사에 “잘 가, 건강해” 같은 표현들로 끝나다 보니까 조금 더 이번 앨범 맥락이 모아지는 것 같네요. 우선 1집은 의도적으로 해피엔딩을 만들었고 이번 앨범은 어떤 의도 없이 살면서 느낀 감정들에 대해서 표현한 거라 자연스럽게 무언가 희미해진다거나 사라진다는 느낌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것들이 제 마음속에 이미 단단해진 생각들 중 하나인 것 같네요. 처음부터 사운드적으로만 잘 이어지면 좋겠다는 의도가 가득했는데도 불구하고 동일한 감정선을 보여드릴 수 있었던 건 제 음악이 굉장히 수필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어떤 작가의 수필 모음집을 보면 그 사람의 특정 시기의 이야기들이 다 비슷한 범주 안에 포함되는 것처럼 제 음악도 그런 결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Q. 사운드적인 부분을 잠깐 언급해주셨는데 다양한 이펙트들과 더불어 목소리 자체도 사운드 요소 중에 하나로 활용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전체적인 소리 구성에 신경을 많이 쓰신 같은데 조금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우선은 굉장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처음 정규 1집을 만들 때만 해도 하이햇이 잘 안 들렸어요. 음악에 대해서 순전히 저의 감으로만 작업했던 사람이었고 랩이나 가사적인 부분에 훨씬 중점을 뒀었거든요. 막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운드에 굉장히 무지했었는데 전역 후에 우연찮게 Snaggle Owky 프로듀서님의 비트 레슨을 받게 되었어요. 이번 앨범에 참여해주시기도 한 분인데 그분 덕분에 조금은 듣는 귀가 넓어진 것 같아요. 그 과정이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가사가 전달되는 힘보다는 그냥 의도된 ‘듣기 좋음’을 바탕으로 사운드적인 걸 많이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목소리가 너무 가공되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해요. 단 한 개의 보컬 트랙도 일반적인 믹스가 된 트랙이 없거든요. 어린아이가 찰흙으로 뭔가 만들어가듯이 막 조립해서 말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좋지 않냐고 물어보면, 믹스, 마스터를 담당해준 ACACY라는 친구가 그 타협점을 잘 잡아줘서 가능했던 일이에요. 아무래도 가사적으로 전하고 싶은 주제가 없다 보니 곡의 기승전결을 사운드에 의지하게 된 것이 컸거든요. 예를 들면 ‘앞 쪽의 어떤 딜레이가 걸려서 어떤 이펙트가 나왔으면 그것이 점점 심화되면서 어떤 식으로 곡이 끝나야 조금 더 감동이 있지 않을까’ 같은 것들에 집중했고. 가사가 했던 역할의 빈자리를 사운드가 많이 채워준 것 같아서 좋습니다.

 

Q. 목소리도 결국 가사를 전달하는 수단보다는, 의도하신 사운드적 기승전결에 맞춰 믹스가 되고 조율이 거군요.

 

그렇죠. 목소리가 주가 아니고 다 같이 조화로운 하나의 감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악기로써 사용이 된 거 같아요.

 

 

Q. 말씀하신 내용에 이어 가사 중심의 비중이 1집보다도 줄어들었다는 사실도 눈에 띄어요.

 

제가 하루에 평균적으로 음악을 50곡을 듣는다고 한다면 48곡은 랩이 없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나왔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게 단순히 취향에 기인하기보다는 제가 래퍼로서의 커리어를 이어감에 있어서 심리적으로 조금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서리 크루 활동같이 힙합의 범주 안에서 커리어를 이어나간다고 했을 때, 물론 그 문화의 멋을 부정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저는 저라는 사람이 그것에 잘 융화되지 못한다고 느꼈거든요. 뛰어들어서 감내한다는 느낌이 굉장히 컸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좀 기피하게 됐던 것 같아요. 어떤 노래를 만들 때도 옛날에는 그냥 제가 랩을 잘하고 랩이 좋았기 때문에 뒤에 이어질 커리어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점점 나이가 차면서 음악적으로 어떤 것을 이룰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지금의 심리 상태로는 힙합적인 커리어를 이어나간다면 제가 너무 불행해질 것 같았어요. 자존감을 펼친다거나 공격적인, 힙합 안에서 용인되는 멋에 있어서 제가 잘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서리 앨범에 벌스로 참여했던 것도 저에게는 도전이었어요. 그래서 창작이라기보다는 기술적으로 무언가에 맞추어나간다는 이미지가 훨씬 컸고. 물론 아직도 제가 더 잘하는 것은 랩이지만 개인 작품 안에서는 조금 더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랩의 비중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Q. 혹시 힙합을 처음 시작하셨을 당시에도 마음에 불편함 같은 것들이 있으셨을까요?

 

아니요, 전혀 없었죠. 그때는 랩을 굉장히 좋아하는 소년이었고 (웃음). 이건 저만의 피해 의식이고 못난 부분이지만, 제 주위에 있는 분들이 열심히 자기 작업물을 펼치는 모습을 봤을 때 무력감을 느낄 때가 조금 많았어요. 제가 말할 수 있는 저만의 멋과 저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와는 다르게 씬 안에서 통용되는 멋과 어떠한 스타성 같은 것들과는 스스로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느꼈거든요. 그 부분에서 ‘내가 달라져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어느 순간 그냥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이 커졌던 것 같네요.

 

Q. 앞에서 살짝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개인작품과 비교해서 대외적인 활동들은 결이 많이 다르잖아요. 부분은 의도적으로 병행을 하고 계신 건지 아니면 외부적인 요구에 의해서, 타의에 의해서 이어져 것인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자신감 넘치는 답변을 하자면, 랩은 사실 언제든 어느 정도는 잘하기 때문에 그냥 해달라는 부탁이 있을 때마다 알겠다고 하고 해도 어느 정도 괜찮은 작업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다만 그 부분에 있어서 제가 힘을 더 쏟고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놓고 있지도 않은 이유는 여태껏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래퍼로서의 모습을 기대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제가 잘할 수 있는 무기 중에 하나라고도 생각해서예요. 물론 서리가 거의 유일하긴 하지만,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어떤 기술의 영역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커리어에 있어서 눈에 띄는 발전은 없었던 것 같아요. 다만 너무 무의미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게, 우선은 꽤 즐거워요. 서리 크루 활동이. 물론 대외적으로 어떻게 비칠지는 모르겠지만 힙합의 최전선에 있는 그런 느낌도 있고 냉정히 말해서 거기에 제가 소속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힙합 파이 안에서 리스너분들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언젠가는 제가 힙합의 멋에 조금 더 매력을 느끼고 그런 라이프 스타일에 녹아들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무기가 늘어나는 거라고도 생각해서 놓지 않고 있어요.

 

 

Q. 혹시 작년 쇼미더머니도 있으니까 한다라는 느낌으로 참가하신 걸까요?

 

우선은 제작진 측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나갔던 것도 있는데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도전의 의미가 훨씬 컸어요. 그리고 쇼미더머니를 나가기 전에 제 개인적인 상황이 너무 힘들어져서 무언가 시선을 돌릴 곳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Q. 자기 자신의 시선을 돌릴 곳이 필요하셨다는 말씀인가요?

 

네, 온전한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무언가에 열중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했어요. 방송 자체에는 거의 안 나왔지만 돌이켜보면 굉장히 빡센 랩들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 도전이 잘 되지 않았던 이유는 제가 쌓아왔던 것들에 의한 개연성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방송에서 예쁘게 포장될 수 있는 스타성을 갖고 가기에는 저에게 준비된 것들이 많이 없었고, 물론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제가 힙합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억지로 랩을 하면서 무대를 준비했었기 때문에 오히려 떨어졌을 때 납득이 많이 됐어요. 자이언티, 슬롬 팀의 무대를 보고 너무 감명받아서 팀 선택을 부탁드리러 갔는데 그때 좀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제 모습이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이유는 어떻게 보면 제가 맞지 않는 옷을 걸치고 말도 안 되는 어떤 것을 설득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찌 보면 잘 되지 않은 게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Q. 결과만 놓고 보았을 아쉬움이나 후회 같은 감정은 없으셨을까요?

 

많이 아쉬웠죠. 그래서 한동안은 쇼미더머니에 관련된 것들을 잘 찾아보지 않고 길거리에 관련된 노래가 나와도 이 악물고 모른 척했어요. 그 당시 조금 불편했던 일도 있었는데, 서리 친구들이 소코도모 씨의 ‘BE !’라는 노래를 리믹스했었어요. 그때 저한테도 참여 제안이 들어왔었는데 저는 그 팀에 지원했다 떨어졌거든요. 그래서 그 당시 저는 ‘내가 왜 해’라는 태도였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 ‘내가 이걸 왜 직면하지 않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도 했고 별로 제 마음가짐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생각을 해서 노래를 막 들어봤는데, ‘회전목마’가 너무 좋더라구요. (웃음) ‘아 이거 좋네’ 하면서 많이 들었습니다. (웃음)

 

Q. 떨어진 것을 기회로 해서 깨닫게 지점들도 많았던 셈이네요.

 

네, 오히려 그런 경험에 의해서 확신이 생겼던 것 같아요.

 

 

Q. 말씀하신 것처럼 트랙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계시잖아요. 가지 방향성을 마치 부캐처럼 서로 다른 정체성으로 임하고 계신 거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우선은 굳이 나눠보자면, 다른 정체성이 맞아요. 지금까지 오하이오래빗이라는 이름으로 낸 앨범이나 작품들이 조금 더 저에 가깝다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구요. 서리 크루라던가 빡센 랩을 뱉을 때처럼 저의 유약함을 강하게 어필해야 할 때, 그러니까 센 척 해야 할 때는 굉장히 날카로워져요. 평소에 누가 저를 칭찬할 때도 못 견뎌 하는 성격인 만큼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표현할 방도가 없기도 하고 용납이 안 되기도 해서 그 시도의 일환으로 자연스럽게 좀 저 자신을 향해서 날카로워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두 방향성은 다른 캐릭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Q. 말씀하신 것처럼 소위 말하는빡센 좋아해 주시는 팬분들도 계시고, 반대로 개인 작업의 결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팬덤 사이의 괴리감에 대해서 고민은 없으실까요?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죠. (웃음) 사실 이번 앨범을 내면서 ‘이름을 바꿔서 내도 모르겠는데?’라는 생각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실제로 이름을 바꿀까 하는 생각도 몇 번 했었고. 저도 인지하고 있었던 거죠. 그동안 제 노래를 즐겨들어 주셨던 분이라면 꽤나 예상치 못한 음악들일 테니까요. 투 트랙 활동 중 하나를 다른 자아로 만들어서 가져갈까 하는 고민도 했었는데 주변에서 많이 말리더라구요. 사실 지금 인터뷰를 하면서 느끼고 있는 것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가 이기적인 태도를 취해왔던 것 같아요. ‘내가 만드는 노래고 결과에 대한 책임도 내가 지는 건데 그냥 나 좋은 거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물론 앞으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힙합적인 모습을 좋아해 주시던 분들과 이번에 나온 음악의 괴리가 점점 줄어들수록, 둘 다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가져온다면 저도 더 성숙해질 수 있을 것 같고 음악적으로도 많은 성취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Q. 괴리감이 좁혀진다는 측면에서 봤을 , 앞으로 오하이오래빗이 추구하게 음악적 방향성은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요?

 

사실 이 질문을 받고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른 내용은 쉽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음악적인 방향성이나 목표 같은 것은 제가 이걸 하고 있는 이유와도 굉장히 밀접한 내용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음악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음악이라는 것이 조금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타인의 인생에 영향을 주기가 쉬운 것 같더라구요. 어떠한 영향력이 힘이 될 수 있는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어떤 감흥을 주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막연할 수도 있지만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그리고 말씀드렸던 것처럼 자신감의 결여로 인해서 표현하지 못하는 이야기들도 할 수 있게 되고 두 가지 방향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듣는 분들께 앞서 말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게 음악적으로도 스스로가 만족스러울 것 같고 제 삶에 있어서도 굉장한 축복일 거라고 생각해요.

 

Q. 그 모든 것들이 융합됐을 때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가 많이 됩니다. 혹시 EP 발매 이후의 구체적인 계획도 있으실까요?

 

사실 인터뷰 전에는 힙합이나 랩에 대해서 조금 더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것과 더불어서 또 들었던 생각은, 이번에 제가 들려드린 음악들이 너무 가공된 맛이었는데 개인적으로 감흥이 오래 갔던 감동은 가공되지 않은 노래들에서 얻었던 경우가 많았더라구요. 그런데 그걸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 랩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사운드적으로도 그렇지만 이야기하는 내용도 조금 더 거침없을 필요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어서 우선은 힙합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사실 잘 모르겠네요. (웃음)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 친구가 있는데요, 말씀드렸던 ACACY라는 친구가 없었으면 이번 앨범이 못 나왔을 거예요. 사실 앨범을 같이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사운드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줘서 마지막으로 감사 인사 한마디를 남기고 싶네요.

 


Interview |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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