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족된 기대와 전복된 예상, 재창조의 향연으로 가득한 O’KOYE 정규 1집 발매 기념 인터뷰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드는 것. 표현은 거창할지 몰라도 생각해 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아무튼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무언가를 마구잡이로 꺼내놓으면 장땡이니까. 그러나 그것이 단지 ‘새로움만을 위한 새로움’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선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공감과 인정이라는 지원군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 기반이 단단하게 자리를 잡게 되는 순간, 어떠한 ‘새로움’은 기어코 그것의 ‘시작’을 알리는 선명한 총성으로 발아한다.
지난 7월 15일, 첫 번째 정규 앨범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을 선보인 듀오 O’KOYE(이하 ‘오코예’)의 음악은 말 그대로 새롭다. 그러나 그저 새롭기만 했다면 지금 이들이 음악 씬에 일으키고 있는 유의미한 파란을 설명할 수 없을 터. ‘힙합’과 ‘재즈’라는, 가깝고도 먼 두 가지 요소를 아이코닉한 방식으로 재조합, 재구성, 재창조해낸 오코예의 음악은 익숙한 조합에서 오는 기대를 충족하며 대중의 공감을 등에 업는 동시에, 그 익숙함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전형적인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는다. 2021년 말, 팀명도 없이 포크라노스를 찾아와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 본인들을 소개했던 두 사람의 기나긴 노력이 대기만성의 빛을 발한 셈.
창작과 소비의 방식이 양극단으로 나날이 다채로워지는 이 시대에, 두 사람과의 대화는 그리하여 현시대의 양상을 있는 그대로 대변하고 있는 듯했다. 우리가 향유하는 최신 음악의 근간을 이루는 ‘전통’과 ‘규격’, 그리고 기존 없던 선택지를 제시하고자 하는 ‘자유’와 ‘혁신’을 양손에 쥐고 오코예가 취하고자 하는 균형 있는 태도는 혼란스러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유연한 탈출구를 제시한다. 여름의 열기가 여전하던 9월 어느 날, 오코예의 멤버 IKYO와 The o2를 만나 음악과 작업, 장르와 시대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Q. 두 분 가볍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IKYO: 안녕하세요, 저희는 팀 O’KOYE(이하 ‘오코예’)이고요. 저는 래퍼 IKYO(이하 ‘이쿄’)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The o2: “X나게 바운스 타면 실패란 없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바운스를 만드는 프로듀서이자 뮤지션 The o2(이하 ‘오투’)입니다. 반갑습니다.
Q. 지난 7월 15일에 발표된 첫 번째 정규 앨범 [Whether The Weather Changes Or Not]에 대한 반응이 여전히 뜨겁습니다. 발매 후 두 달 정도 지났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The o2: 일단 마음속에 큰 짐이 덜어진 느낌이라 기분이 되게 가벼워요. 준비하는 동안 제 안에 응축돼 있던 에너지를 전부 분출했는데 사람들 반응과 함께 다시 돌아오는 걸 보면서 신기했습니다. 영혼이 고양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요. 근데 사실 발매하고 나서 이곳저곳 피칭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CD 디자인도 바로 시작하느라 피로가 누적돼 있었다는 느낌을 받긴 했어요. 그래도 요즘은 다시 회복하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IKYO: 저도 오투랑 비슷해요. 우선 보내주시는 반응들은 너무 감사하고 CD도 이렇게 잘 나갈지 몰랐어요. 그리고 앨범 발매라는 큰 일을 하나 끝냈는데 그 뒤에 CD나 공연 같은 부가적인 일들이 계속 있다 보니까 마음 편히 쉰 날은 없는 것 같아요. 12월에 있을 공연까지 끝나야 다 했다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Q. 피지컬 CD나 공연에 대한 반응들도 인상적입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시면서 반응이 이 정도로 뜨거울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IKYO: 오투도 마찬가지고 저도 만들면서 예상은 했어요. (웃음) “이거 쩐다, 되겠다, 되겠다.” 이러면서 작업했는데 또 한편으로는 그 기간이 너무 길어지니까 초반에 가졌던 그 ‘쩐다, 되겠다’ 했던 것들이 조금씩 깎여가면서 지치는 게 있었어요.
Q. 저도 오코예 유통 담당으로 22년 첫 데뷔 싱글부터 함께 했던 입장에서 처음 정규에 대한 계획을 들려주셨던 게 막 오코예로 데뷔하셨던 2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무래도 준비 기간이 길어질수록 어쩔 수 없이 지치는 순간이 오셨을 것 같았어요.
IKYO: 실제로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결과적으로 막바지에 들어서는 눈앞에 뭐가 없더라도 이 앨범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 우리 둘이 확신을 가지고 일단 내게 된 거죠. 그만큼 반응도 좋아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Q. 기다린 만큼 멋진 앨범이 나와서 길었던 준비 시간에 대한 보상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오코예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눠보고 싶은데요, 공식적으로 두 분이 처음 합을 맞추신 것이 화지님이 2019년에 기획하신 ‘이주민 프로젝트’더라고요. 이때 서로의 작업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The o2: 신선한 질문이네요.
Q. 창작자와 창작물은 어느 정도 분리되는 부분이 있으니 작업자 대 작업자로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하더라고요.
The o2: 저부터 말씀드리면, 이 형(이쿄)은 약간 맥밀러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는 이 송캠프 전까지 각 잡고 음악 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 형은 라인도 탄탄하고 멜로디도 탄탄한데 랩도 탄탄하니까 ‘이 사람 음악 잘하네’ 하면서 지켜봤었죠.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점이 가장 멋있었고, 제일 놀랐던 건 실제 말할 때 목소리랑 레코딩되는 목소리가 다르다는 거였죠.
Q. 맞아요. 저도 종종 통화할 일이 있을 때 음원으로 듣는 목소리랑 너무 다르셔서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였어요.
IKYO: 실제로도 좀 많이 듣는 얘기가, 되게 왜소하고 멸치 같을 것 같고 안경 꼈을 것 같고 뭔가 음침한 느낌일 것 같았다고 그러더라고요. 여담이었습니다. (웃음)
The o2: 그게 또 목소리가 다채롭다는 뜻이라 여러 톤으로 피쳐링 비용 아낄 수 있겠다 싶었던 기억이 나요. (웃음)
IKYO: 저는 딱 생각나는 게, 처음 송캠프 시작할 때 각각 방을 배정해 주거든요. 오투 방에 다 같이 들어갔는데 설명을 잘해줬어요. 보통은 그냥 “들어보실래요?” 이러고 딱 듣고 마는데 이거는 어떤 느낌이고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한 거고 하면서 설명하는 거부터 좀 다르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두 번째는 송캠프 끝나고 좀 뒤에 알게 된 거긴 한데 랩도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사클(사운드클라우드)로 들려줬던 랩이 진짜 좋은 거예요.
Q. 결국 프로듀서는 랩이라는 재료를 사용하는 역할이다 보니 랩을 할 줄 아는지, 모르는지 차이가 엄청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IKYO: 네 맞아요. 그래서 그걸 딱 들었을 때 프로듀서치고 랩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이미 잘하는 영역에 있었기 때문에 전천후 같다고 생각했죠.
Q. 듣고 보니 두 분 다 서로에 대해서 전천후 같다는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아요.
The o2: 이쿄는 완전 걸어 다니는 무지개죠.
Q. 이후 Modern Arts Society에서 기획한 유튜브 컨텐츠 ‘P2P’에서도 이쿄님이 최종 선정되셨는데, 당시 선정곡 프로듀싱도 오투님이 해주셨더라고요. 본격적인 팀 활동을 시작하기로 결심하신 시기가 이때쯤일까요?
IKYO: 오코예라는 팀으로만 놓고 보면 사실 명확한데 그 이전부터라면 [23:59]라는 첫 EP를 낼 때부터 제대로 합을 맞추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오코예 같은 경우는 신촌 할리스에서 둘이 만나서 앨범화 해보기로 결정했으니까 조금 더 명확한 느낌이 있죠. 당시 오투랑 커피 한잔하다가 [Jazztext]를 만들고 반응이 꽤 있었던 상태에서 이런 것들로 앨범을 꾸려보자고 이야기가 나왔어요. 재즈뿐만 아니라 국악이나 아프리카 음악 같은 것들도 프로젝트성으로 앨범화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도 나누다가 그날을 기점으로 쭉 달려온 거죠.
Q. 마침 [Jazztext]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지금의 오코예 음악과 사운드나 구성적으로 되게 비슷하다고 느껴져요. 개인적으로는 오코예의 전신이 되는 앨범이라고도 생각되는데 이런 식의 방향성을 처음 잡게 되신 계기가 있을까요?
The o2: 이게 선 빅픽쳐, 후 작업이 아니라 그냥 이렇게 됐다고 보는 게 사실은 더 맞아요. (웃음) [Jazztext]는 진짜 아무 계획 없이 만든 거라서요. 이쿄도 그 이전 작품이 아무래도 개인사와 관련된 네러티브 중심이었다 보니까 그걸 최대한 탈피해서 가볍게 쓰고 싶어 하기도 했고요. 평소에도 서로 음악 만들면 어떤 거든 상관없이 막 보내주는데 이쿄가 갑자기 해본다고 해서 만들어진 거예요.
하지만 음악적인 기조는, 아무래도 제가 전공이 신학인데 서양 지성사나 철학사 같은 것들을 보면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날 때마다 인류의 고전에 해당하는 철학이나 문학, 음악들이 시대성이 반영된 형태로 재해석되면서 발전하고 변화해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이 인류사적으로 격동기고 그렇다면 그 격동기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것들을 가져다가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근데 마침 [Jazztext]를 통해서 한국분들이 한번 반응을 훅 주니까 이런 것들을 앨범으로 디벨롭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궁금한 것도 있었고, 앞서 말한 제 욕심을 재즈라는 카테고리가 (인류의 고전으로서) 충족시켜 준다고도 느꼈어요. 개인적으로 제 안에 있던 것들이 아다리가 딱딱 맞아서 그걸 이제 이 형(이쿄)한테 이야기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죠.
물론 그 과정에서는 ‘이렇게 되어야만 한다’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는 함정에 빠지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전통이나 클래식이라고 불릴 만한 것들이 굉장히 정형화돼 있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재즈스러워야 한다’ ‘힙합스러워야한다’ 하는 기준에 끙끙대는 시기가 길었어요. 그러다가 팔로알토 형님을 만나면서 그런 강박을 좀 내려놓을 수 있었어요. ‘모든 건 황금기가 따로 있는 건데 그 당시에 태어난 것도 아니지 않냐, 너무 연연하지 말고 그냥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걸 해라, 그게 가장 너희다운 것을 할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얘기 주셨거든요. 덕분에 그냥 저한테 좋은 것들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Q. 따지고 보면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내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이 시대를 가장 잘 대변하는 이야기인 셈이기도 하네요.
The o2: 그쵸, 이번 앨범이 바로 그런 결과물이에요.
Q. 오투님이 말씀해주신 이런 맥락에 대해서 이쿄님도 전부 동기화가 된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셨던 건가요?
IKYO: 사실 저도 저대로 한 거긴 한데요, 돌이켜 보면 오투랑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부분이 있어요. 저 같은 경우는 작업하면서 머릿속에 그려둔 그림들이 있었는데 그것들 대해서 레퍼런스로 삼을 만한 앨범이 없었거든요. 전통적인 재즈도 파보고 재즈 보컬을 참고해 보기도 했는데 결국 없으면 내가 만들어야겠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잘 넣어가지고 요리를 하는 게 더 아름답게 들리겠다 싶었어요. 재즈도 파다가 자연스러운 느낌도 내보다가 중후반부엔 원래 자주 듣던 펑크도 많이 들어갔던 것 같아요.
Q. 이쿄님 보컬은 단순히 랩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것이, 재지한 순간도 있고 펑키한 요소도 분명히 포함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결국은 이쿄님이 듣고 싶어 했던 소리였군요.
IKYO: 네 맞아요. 우다다다 랩만 나오는 것도 좋아하기는 하는데 다양하게 보컬도 나오고 랩도 나오는 것을 듣고 싶었거든요.
Q. 두 분이 지향하셨던 지점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고 느껴지는 것이, 결국 좋아하는 요소들을 자기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하나로 모두 버무려낸 모습을 구현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는 생각했습니다. 막간을 이용해서 이렇게 하나로 뭉치게 되신 팀 이름에 대해서 가볍게 여쭤보고 싶어요. 영화 <블랙팬서> 관련 질문은 이미 많이 들으셨겠죠? (웃음)
IKYO: <블랙팬서>라는 영화는 당연히 알고 있었는데 거기에 오코예라는 분이 있는지는 몰랐어요. “와칸다 포에버” 그분만 알고 있었지. 근데 생각보다 비중이 좀 있으시더라고요.
The o2: 팀 이름은 사실 ‘IKYO’랑 ‘The o2’ 철자를 섞은 거거든요. 진짜 절묘하게 이렇게 짓고 나서 저희는 이제 잘 지었다고 생각하고 지내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자꾸 “(감히) 마블 캐릭터 이름으로 정했다니 정말 잘했다~” 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중에 사실을 알고 나서 캐릭터 이름 보고 지은 것이 아니라고 했더니 아무도 안 믿어줬습니다.
Q. 그래도 이제 유튜브에 ‘오코예’라고 치면 첫 화면에 정규 앨범 영상이 뜨더라고요. 예전에 비해 많이 제쳤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아까 이야기하시면서도 팔로알토님 언급을 잠깐 해주셨는데요, 팔로알토님과의 인연도 굉장히 의미 있으실 것 같아요.
The o2: 뭐랄까 약간 힙합 커뮤니티에서 완전 환영받는 느낌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힙합 ‘씬(scene)’이라는 게 있다고 얘기는 하지만 그게 좀 뭔가 추상적인 개념이잖아요.
Q. 그렇죠. 사실 한국에서 씬에 대한 개념은 항상 논란의 여지가 있었잖아요.
The o2: 저는 데일리 루틴이 습관적으로 그냥 음악 만들고 내곤 했으니까 반응이 전무하다시피 했거든요. 그런데 팔로알토 형이 그냥 딱 이렇게 (샤라웃을) 해주시니까 뭔가 거대한 힙합 커뮤니티에서 “완전 환영합니다, 오투님 들어오세요, 이쿄님 들어오세요.”라고 해주는 것처럼 환영받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무래도 팔로알토 형님이 저희한테 되게 상징적인 분이시죠. 예전부터 OG분들이 보여주셨던 무브먼트나 에너지들이 나한테도 오는구나 싶어서 뭔가 이 거대한 흐름의 하나가 되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도 이렇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IKYO: 저는 그냥 너무 감사하죠. 솔직히 그냥 감사한 마음밖에 없어요. 사실 P2P 당시에는 리액션을 막 크게 해주시지 않았었고 처음 전화주셨을 때나 데모 들려드렸을 때도 격한 액션은 없으셨거든요. 뭐랄까 음악인들 사이에서는 막 욕이 나와야 이게 좀 뭔가 됐구나, 하는 느낌이 팍 오는 게 있잖아요. 근데 알고 보니 처음부터 그렇게 반응하면 신빙성이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일부러 하루 있다가 연락을 주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우리가 생각이 짧았구나’ 싶었죠. 솔직히 다 완성된 곡도 아니었고 가사가 없는 구간도 많은 가이드 수준이었는데 “각이 나오네, 500만 원 나 너 줄게, 그냥 투자할게.” 하신 거예요. 저는 돈이 진짜 많아도 못할 거 같거든요.
Q. 앞서 오투님이 말씀해 주셨던 선후배 간의 거대한 흐름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네요. 팔로알토님도 분명 두 분이 나중에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을 때 다시 그 시점의 신예들에게 이 흐름을 계승하는 그림을 바라고 계시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고 보면 이번에 래퍼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주자분들과의 협업도 많았어요. 그중에서 특히 윤석철 님의 피쳐링이 눈에 띄는데요, 어떻게 처음 함께 하시게 된 건가요?
IKYO: 석철이 형님은 ‘The BLANK Shop’ 활동 준비하시던 당시에 래퍼가 필요하다고 SNS에 공개모집을 하셔서 연락을 드렸던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때 연이 되어서 오투랑도 같이 한번 뵙기도 했죠.
Q. 석철님은 말 그대로 재즈 뮤지션이시잖아요. 이번 오코예 앨범에 석철님의 반응은 어땠나요?
IKYO: 처음 스케치를 들려드렸을 때 반응은 “오… 이렇게 하는 분들이 있네요..”하는 반응이 제일 많으셨어요. 이 친구들 범상치 않구나, 하는 리액션을 해주셔서 좋았죠.
The o2: 작업하면서도 적재적소에 굉장히 첨예하게 피드백을 해주셔서 신기하기도 했고요. 여담이지만 저희 앨범 크레딧을 보면 석철 님께 ‘Swing Adviser’라는 크레딧을 드렸는데요, 스케치를 처음 딱 들려드렸을 때 진짜로 거짓말 조금 보태서 “이건 스윙이 아니야”라고 하시면서 그 자리에서 피아노는 이렇게 쳐야 하고 드럼은 이렇게 쳐야 하고 베이스는 이렇게 쳐야 한다고 하나하나 직접 누르시면서 한 시간 동안 다 가르쳐주셨어요. 거기서 이제 스윙 기초를 다 배우고 노래를 다시 재편곡했죠.
Q. 정말 단어 그대로 스윙 어드바이저이셨네요.
The o2: 네,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베리 해리스의 유명한 영상 같은 딱 그 상황이었어요. “너희는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를 실제로 경험하고 왔습니다. (웃음)
Q.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눠볼게요. 이번 앨범의 주요한 사운드가 단순 샘플링도 아니고 100% 생 연주도 아니고 그것들이 다 버무려져있는 작업이잖아요. 물론 [Jazztext]는 큰 기획 없이 만드셨다고는 했지만 이런 식의 사운드가 처음 탄생하게 된 계기가 혹시 있을까요?
The o2: 이건 이번 앨범 초창기에 정리해 놓았던 생각인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연주자분들이 만든 재즈 음악인데 힙합의 요소를 썼다고 하는 작품들은 힙합이 가지고 있는 말도 안 되는 구성이나 드럼 같은 요소들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반대로 비트 메이커나 힙합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재즈에 영향을 받아 만든 작품은 연주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생략된 형태로 편집돼서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냥 심플하게 힙합적인 것도 빡세고 연주도 빡세게 들어가 있는 것을 만들면 없던 게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죠. 여기서 ‘힙합적’인 것이라면 너무 광의적인 말이라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청각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드럼의 강력함 같이 푹 찌르는 게 있어야 하고 그것만큼은 꼭 살리자는 제 나름의 성취 기준을 만들어놨습니다.
예를 들어 믹스, 마스터는 ‘술탄오브더디스코’ 기타리스트 홍기 님께 맡겼는데요, 아무래도 밴드 음악 베이스이시다 보니 제가 계속 “더 크게 해야 한다, 더 크게 해야 한다”라고 피드백을 많이 했었죠. 그러면서도 로우파이로 대표되는 음악들을 들어보면 그 연주라는 게 다층적이지 않다고 느꼈어요. 재즈 교본 같은 곳에 나올 정도의 무게감으로 퉁치려는 곡들도 있다고 느꼈는데 저는 조금 더 리스펙트풀하게, 제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렇게 하면 없던 게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늘 있었고요.
Q. 아까 이쿄님도 재즈를 되게 파셨다고 했잖아요. 재즈를 기반으로 작업하시게 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IKYO: 저 또한 방금 오투가 얘기한 것처럼 소위 말하는 그런 짜치는 재즈 힙합이 싫었던 거죠. 결과적으로 저희가 낸 음악 중 하나가 ‘듣기 좋은 재즈 힙합 플레이리스트’ 같은 데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베드룸 뮤직 같은 카테고리로 가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었거든요. 그렇다면 재즈를 더 깊게 파보자 했던 거고요. 그런데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내가 듣고 싶은 방식으로 재즈와 힙합을 섞은 음악을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에 짬뽕에 짬뽕을 더하면서 기존방식을 탈피해 보고자 했어요.
Q. 실제로 오코에 앨범 리뷰나 감상평 중에 ‘재즈 힙합’이라고 표현하는 글이 되게 많은 것이 사실인데요, 지금껏 없던 것이 나왔으니 이걸 묘사할 단어가 ‘재즈 힙합’ 말고는 없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어서 작법에 대한 과정에 대해서도 질문해 볼게요. 이번 앨범에서 이쿄님의 가사를 보면 넘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도록 딱 맞게 설계되어서 악기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작사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쓰셨던 부분이 있나요?
IKYO: 일단 좀 맛깔나게 들려야 하지만 너무 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수정을 되게 많이 했어요. 오투한테 보내고 피드백도 많이 주고받으면서 지금의 결과물이 된 건데 그 와중에 가장 많이 신경썼던 부분은 곡 자체가 물처럼 흘러가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짱이라는 느낌으로 팡 튀어 올라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었어요. 물론 들어주시는 분들이 어떻게 느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후자의 방향으로 접근한 경우는 ‘Broken’이라는 트랙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거든요.
사실 그 당시에는 이렇게 미리 계산하지 않고 딱딱 몸이 알아서 작업을 한 경우 많죠. 오투의 도움도 컸고요. 그리고 가사적으로도 그렇지만 악기처럼 들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마스터 음원을 들어보면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비슷한 느낌의 곡들이 꽤 있죠. 나랑 오투 두 명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하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초반에는 계속 의식하면서 작업했는데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부터는 자연스럽게 깔면서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말씀하신 것처럼 오코예 음악은 단순히 비트 위에 랩을 했다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측면에서 ‘목소리’라는 재료에 대해서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IKYO: 사실 이 주제에 대해서 평소에도 생각을 많이 했는데요, 저는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다’라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공감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일 수 있지만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보통 힙합이 믹스할 때도 그렇고 목소리 위주인 경우가 많잖아요. 다른 장르에서도 사람들이 1차원적으로 꽂히는 게 목소리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 이 앨범에 국한해서 이야기 드리자면 거기에서 살짝 뒤로 빠져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목소리가 들리는 건 알겠는데 일단 좋네?, 근데 알고 보니 이런 이야기도 하네?’ 같은 느낌으로요.
목소리를 다양하게 쓰고 싶어 하는 제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좀 아이러니하긴 한데요, (웃음) ‘지금 네가 이 앨범에 쓴 목소리가 몇 개고 몇 개의 레이어를 쌓았는데 그런 소리를 하니’라고 하시면 사실 할 말은 없지만 그 또한 의도한 겁니다. 목소리는 그냥 재료 중 하나이고, 듣다 보니까 재료가 괜찮네? 가사도 한번 볼까? 근데 가사도 되게 맛깔나네? 이런 식으로 봐주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고요, 솔직히 말하면 가사지도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Q. 재밌네요. 물론 이제는 그런 기조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힙합 안에서 특히 딜리버리를 신경 쓰는 경우가 적지 않잖아요.
IKYO: 물론 이번 앨범에 국한해서 이야기를 드린 거고요, 이후에 다른 인터뷰에서 제가 “근데 목소리가 짱입니다.”라고 할 수도 있어요. (웃음) 다만 이 앨범에서는 (목소리를 포함한) 각각의 악기들이 비슷한 밸런스로 들렸으면 했던 거죠.
Q.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가 되는 앨범도 있겠지만 목소리가 최고의 악기라는 생각으로 만드시는 건 아닌 거군요. 프로듀싱하시는 오투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을까요?
The o2: 저는 좀 더 전체적인 관접에서 접근하는 것 같아요. 특히나 랩 같은 경우에 랩의 비중이 높아지면 Eminem의 ‘Godzilla’ 아웃트로 같은 음악밖에 나올 수 없다 생각해요. 에미넴 자체가 워낙 스킬풀하고 탄탄하기 때문이지, 다른 사람이 똑같은 랩을 하고 있으면 들을 메리트가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누가 말하느냐도 중요한 변수인데 이게 확실한 게 아니라면 가창만 너무 두드러지는 건 지루합니다. 물론 장르적으로 포크나 블루스 음악은 가사에 나오는 미학이 있기 때문에 상쇄가 되는데 인스트루멘테이션 관점에서만 본다면 목소리도 하나의 악기라고 생각했을 때 어떤 악기만 계속 나오는 노래를 들어야 한다면 되게 지루하단 말이에요. 다른 악기와도 주고받아야 흥미로운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목소리가 위대한 점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그 사람이 누구인가, 그 아이덴티티에 따라서 우리한테 주는 호소력이 달라지고, 심상적인 측면에서 가장 직설적이라는 점 같아요. “나는 슬프다.”라고 하면 바로 내가 슬프다는 사실이 전달되잖아요. 내용에 언어가 포함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색소폰을 삐비빅 하고 분다고 이 감정을 바로 전달하긴 어려운 거죠.
Q. 맞아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언어라는 요소가 제외된 상태에서 감정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죠.
The o2: 그 점에서 목소리는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굉장히 유용하고 멋진 거죠. 그런 점에서 오코예 음악을 만들면서 경험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어떤 소리랑 어떤 감정이랑 잘 어울리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전체 악기랑 목소리가 일맥상통하면서 감정선이 빵 터질 때 파급력이 엄청났어요.
Q. 사실 오늘 대화 나누면서 어느 정도 파악은 되는데 실제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곡이 완성되는지 궁금했거든요.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겠지만 완성까지의 대략적인 루틴 같은 것이 있나요?
IKYO: 우선 오투가 저한테 비트를 먼저 던져주는데 그 비트의 상태가 스케치인지, 아니면 거의 완성에 준하는 상태인지가 중요해요. 우선 ‘I Just Wanna Dance ‘ 같은 경우는 거의 완성에 가까운 상태였고 이미 오투가 훅을 맛깔나게 해놔서 저는 벌스만 적으면 됐었다 보니까 가이드 랩, 가이드 멜로디를 보내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완성되는 심플한 과정이었죠.
그런데 이제 ‘서울 (Seoul)’ 같은 경우는 좀 반대에요. 이 곡은 비트를 받기 전에 ‘Miles Davis – Black Satin’이라는 곡에 해보고 싶었거든요. 연주곡이다 보니까 될까 싶어서 시도를 해봤더니 되게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오투가 이걸 기반으로 재편곡하는 느낌으로 작업해서 스케치 비트를 받았죠. 거기서 이제 비트를 재조립하고 스위칭도 해보고 하면서 좀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완성된 곡이에요.
Q. 악기 같은 경우는 리얼 세션 레코딩을 받아서 추가하시는 건가요?
The o2: 그럴 때도 있고 가상 악기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어요. 레코딩을 받는 경우는 아이디어가 확실하면 악보를 그려서 요청 사항을 다 정리한 후에 연주자분들께 부탁드리고, 도저히 아이디어가 없지만 아무튼 악기가 들어가야 한다는 방향성만 있을 때는 이제 “잘 부탁드립니다. 프리하게 해주세요.” 하는 거죠. (웃음)
Q. 앞에서도 ‘재즈 힙합’ 같은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요, 사실 오코예는 얼터너티브 힙합이라고 분류하기에도 100% 부합하는 음악을 하는 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장르’라는 분류 기준 자체가 음악 산업이 커지면서 필수 불가결하게 자리 잡은 개념이다 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도 두 분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The o2: 사실 말씀하신 것처럼 장르라는 것이 어쨌든 매대 위에 올리기 위한 카테고라이징을 최초의 기능으로 갖고 있다 보니까 뮤지션이 이 장르라는 것을 바라볼 때 본인의 아이덴티티와 엮어서 보게 된다면 사고가 나기 쉬운 구분법 같아요. 왜냐하면 장르 자체가 그 본질은 그냥 카테고라이징이지 아이덴티티는 아니거든요. 그 한계점을 알고 접근해야 건강하게 장르를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지금은 포스트 장르 시대잖아요. 그런 점에서 장르가 어떤 분류법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의 다른 언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기도 해요. 장르 자체가 어떤 커뮤니티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거죠.
예를 들어 영국의 ‘UK 드릴’이나 ‘그라임(Grime)’ 같은 장르도 결국 이주민 커뮤니티에서 함께 모여서 음악을 만들다가 그게 쌓이고 쌓여서 좀 더 자생적이고 자체적인 사회 움직임으로 빌드업된 거거든요. 이런 점에서 장르는 어떤 커뮤니티, 무브먼트의 대체어 기능도 하는 것 같아요. ‘트랩(Trap)’ 뮤직도 사실은 게토를 부르는 용어로도 쓰이거든요. 그래서 애틀랜타시의 래퍼들 인터뷰를 들어보면 “요새 트랩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더라”라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그게 트랩 음악씬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그 지역 세계를 이야기하는 표현이에요. ‘장르’ 안에 두 가지 레이어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죠.
결과적으로 오코예가 ‘재즈 힙합’으로 불린다면, 카테고라이징을 위해서 단어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에요. 그렇지만 커뮤니티 관점에서 봤을 때 아직 우리가 속한 곳이 어떤 커뮤니티라는 아이덴티티는 나오지 않았다고도 생각해요. 저희가 새로운 장르를 주창하더라도 결국 여러 뮤지션이 모여서 함께 계속 작업물을 내는 무브먼트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충분조건이 좀 결여돼있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오코예 음악을) 어떤 장르로 부르기 애매한 측면은 있는 것 같아요. 음악의 다양성과 카테고라이징의 한계 지점이 만나서 생긴 회색 지대를 이번에 오코예가 점하게 됐는데 특정 장르명을 쓰지 못하는 것은 더 이상 뮤지션 자체의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이름 붙이는 사람들이 이 스펙트럼 안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사실 ‘재즈 힙합’이라고 우리를 부르는 사람들은 힙합 커뮤니티에서 힙합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오코예를 소비하는 사람들이에요. 근데 반대로 이번에 저희 음악이 재즈 에비뉴에도 피칭이 되었는데 거기서는 ‘재즈 신보를 소개합니다.’라는 명제 아래에 오코예의 음악을 소개하기도 한단 말이죠. 결국 어떤 음악을 소개하고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스스로가 누군지, 또는 스스로 스펙트럼상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드러내는 개념이 됐다고도 생각해요. 음악 아래에 장르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제 리스너 아래 장르라는 개념이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Q. 흥미롭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렇게 다층적인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 몰랐어요. 이어서 이쿄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IKYO: 저는 사실 음악 하는 사람 입장에서 마케팅을 위해서 스스로 명시하는 경우 말고는 미리 장르를 정해놓고 음악을 만드는 것은 아쉬운 행동이 아닌가 생각해요. 나머지는 듣는 사람들의 몫이기 때문에 오투만큼 깊게는 생각하지 않았고요. 왜냐하면, 솔직히 ‘프린스(Prince)’ 음악 장르는 지금까지도 뭔지 잘 모르겠거든요. 펑크라고 하지만 누구는 팝이라고 부르니까요. 너무 명확하게 한 우물만 파는 사람들도 가끔 여러 가지 시도를 할 때가 있는 거니까 (장르에) 적당하게 관심을 가지고 적당하게만 알고 그 이후로는 내버려두는 게 가장 아름다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저도 유통사에서 일하면서 장르라는 개념의 한계에 대해 실감할 때가 많았는데 특히나 범 장르적인 음악을 하시는 두 분의 생각을 들어볼 좋은 기회였네요. 이제 거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표현 중에 래퍼 ‘Ice-T’의 “힙합은 아무것도 창조하지 않았다. 단지, 모든 것을 재창조했을 뿐.”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오코예의 이번 앨범과 부합하는 지점이 굉장히 많다고 느꼈어요. 그런 의미에서 여쭤봅니다. 두 분에게 힙합이란?
The o2: 살면서 이 질문을 받게 될 줄은 몰랐네요. 이런 엄청난 질문을 받다니. (웃음)
IKYO: Ice-T 아저씨 말처럼 재창조의 문화이자 음악이고 또 미학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워낙 샘플링한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오래전부터 들으면서 자랐거든요. 힙합은 그냥 그 재창조의 영역에서 정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음악의 관점으로 힙합에 대해 한 단어로 외워야 한다면 ‘재창조’.
Q. 오투님, 혹시 너무 어려운 질문이라면 넘어가셔도 괜찮습니다.
The o2: 뭔가 한마디 멋지게 딱 하고 싶은데. 저도 결국 재창조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프로듀서 관점에서는 이 음악에 어떤 테이스트를 가져오느냐가 맛을 좌우한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이미 있던 것들 중에서 가지고 와서 더 좋은 것을 가리는 거거든요. 그런 점에서 자기 취향을 큐레이션 하는 과정에 재창조의 기능이 있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음악을 볼 때 그 바깥에 있는 사람과 관련된 것들을 같이 볼 대 어떤 관점이 더 명료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것, 그런 제약 아래서 창의적으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이니까요. 그런 점에서도 재창조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Q. 오늘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초반에 공연 이야기를 잠깐 해주셨는데 혹시 올해 말에 더 이어질 활동이나 계획이 있으실까요?
IKYO: 일단은 인터뷰 오픈일 기준으로 9월 말에 얀씨클럽에서 공연을 멋지게 마쳤고 이제 12월 단독 공연 준비를 하려 합니다. 디테일한 날짜는 아직 미정이고요. 10월 15일에 오코예 이름으로 EP가 하나 나올 예정입니다. 저희도 3년 동안 공백이 좀 많았으니까 오코예 음악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재미있게 들어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연말 공연까지 마무리하면 우선은 각자 솔로 활동에 집중할 것 같네요.
Q. 여러모로 올해 남은 하반기가 앨범 활동의 연장선으로 구성된 느낌이네요. 공연 꼭 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더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한 마디 부탁드리면서 인터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The o2: 저는 ‘존바불패’
IKYO: 그거 할 줄 알았어. (웃음) 다음 오투 앨범도 그렇고 제 앨범도 그렇고 오코예가 아니더라도 진짜 재밌게 음악 잘하니까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nterview | 월로비
사진제공 | O’KO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