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통기타 선율이 중심이 되어 빚어내는 아련하고도 유려한 선율, 그리고 잔잔한 물처럼 그 위를 흘러가는 소임의 꾸밈 없는 노래는 어딘지 60년대 포크록 음악들의 목가적 아름다움을 상기시키는 면이 있다. “
사람또사람
모래알
2018.08.31
‘사람또사람’의 음악엔 늘 반짝반짝 빛이 나는 영롱함이 있다. 차근차근 음을 짚어가며 담백하고 청아한 소리를 내는 건훈씨의 기타에서, 음악이 존재하는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고 채우는 소임의 포근한 신쓰에서, 그리고 두 사람이 덤덤한 목소리로 뱉어내는, 보편적 일상과 보편적 감정을 노래하는 노랫말들에서도 난 종종 어떤 영롱함을 마주한다.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건훈씨’, 신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소임’ 이 함께 하는 ‘사람또사람’(이하 사또사)의 음악은 사실 은근히 뜻밖의 구석들을 많이 지니고 있다. 평소 두 사람의 수더분한 이미지처럼 대체로 착하고 무던하게 느껴지는 사또사 음악의 선율은 통상 기타를 기반으로 만들어지기에 자연히 어쿠스틱한 포크/팝의 성향이 도드라지긴 하지만 정작 음악들을 곱씹어 들어보면 결코 이러한 장르들에만 머물진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느낄 수 있다. 스케치한 멜로디를 ‘악곡’으로 실체화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다양한 신시사이저의 소리를 활용하고, 또 종종 빈티지 드럼머신의 통통 튀는 소리들로 리듬을 만들기도 하면서 인디팝, 록, 슈게이징, 혹은 전자음악까지 두루 아우르는 면모를 보여준다. 최근 대중음악의 큰 트렌드인 ‘레트로’의 붐 속에서 아날로그 신스나 드럼머신의 사용은 그야말로 비일비재한 것이지만 정작 사또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형태의 작법을 견지해왔으며 그 결과물 또한 최근의 그것들과는 확연히 동떨어져 있다. 결국 이것은 그저 온전히 사람또사람의 음악일 뿐이다.
새 노래 ‘모래알’은 소임이 곡과 노랫말을 쓰고 또 불렀다. 메인 프레이즈를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도 소임이 직접 연주, 레코딩했고 이번 곡에서 건훈씨는 가창이나 연주에서는 한 발 물러나 편곡자, 녹음 엔지니어로만 부분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이 곡은 어떤 의미에선 그녀의 솔로 프로젝트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전의 ‘스물아홉 봄’, 혹은 ‘꽃청춘’ 등 소임이 작곡한 곡들을 통해 감지할 수 있듯 그녀가 만들어내는 멜로디의 결은 건훈씨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데 건훈씨의 멜로디가 팝적이고 어딘가 동화적인 순수함을 담고 있다면 반면 소임의 그것은 좀 더 포크, 혹은 모던록 등의 장르적 인상이 뚜렷하다는 느낌을 준다. ‘모래알’ 역시 마찬가지다. 담백한 통기타 선율이 중심이 되어 빚어내는 아련하고도 유려한 선율, 그리고 잔잔한 물처럼 그 위를 흘러가는 소임의 꾸밈 없는 노래는 어딘지 60년대 포크록 음악들의 목가적 아름다움을 상기시키는 면이 있다. 그 무엇 하나 영원하지 않은, 결코 영원할 수도 없는 삶 속 유한성에 대한 깨달음과 거기서 비롯된 서글픈 감정을 “그 뜨거운 모래알들은 언제 어디로 다 사라져버린 걸까”라고 묻는 이 노래는 지금은 곁에 있지만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헤어지게 될, 혹은 어쩌면 이미 곁을 떠나 갔을지도 모를 저마다의 소중한 누군가(혹은 무언가)를 한 번쯤 떠올리게 할 것이다.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어쩌면 바로 지금, 바로 옆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극히도 평범한 사실 하나와 함께.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