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씩 나열하며 이야기한 이유는 우선 앨범의 구성이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고, 각 곡이 각자 조금씩 다른 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의 앨범인 만큼 중심이 되는 프로토네뷸라의 음악이 가장 전면에 드러나면서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음악가를 선택한 것도 매력적이다.
protonebula
Biophilia
2021.09.20
프로토네뷸라가 긴 침묵을 깨고 자신의 두 번째 앨범 [Biophilia]를 공개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생명애’라고도 하고, ‘녹색갈증’이라고도 한다. 지난 작품을 소개할 때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안정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을 언급한 바 있는데, 이제 프로듀서로서의 역량은 어느 정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작품이 지닌 장점을 이야기할 때 기술적인 언급으로 채우기에는 얘기해야 할 다른 장점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번에는 생략하기로 한다. 하지만 아마 앨범을 들으면 그러한 기술적 역량은 가장 먼저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 곡이자 앨범명과 같은 이름의 “biophilia”는 현악기의 연주를 비롯한 소리 배치가 인상적이다. 어느 정도 극적인 요소를 담으면서도 아름다운 표현, 편안하면서도 귀를 끄는 구성을 더해 만들어낸 이 곡의 장르를 무엇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알앤비와 재즈, 전자음악이 고루 담긴 이 곡 안에는 완성도를 위한 욕심과 고민, 그리고 음악가가 지닌 역량의 밀도가 그대로 담겨 있다. 여기에 죠지와 함께한 “Flower”에서는 앞선 곡의 무드를 곡의 초반에 얹은 뒤 죠지의 다양한 매력 중 자주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풀어놓는다. 리드미컬한 곡을 하나 맞이하고 나면 다시금 “brook”을 통해 차분하게 만들고, 그 뒤에는 오랜만에 구원찬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는 “행복으로 떠나자”가 등장한다.
“brook”은 첫 곡 “biophilia”보다는 조금 더 차분하고 간결하게 진행되며, 뒤에 등장하는 “행복으로 떠나자”, 그리고 “ghosty”와 하나의 흐름을 이룬다. 피쳐링으로 참여한 다른 음악가도 모두 프로토네뷸라와 이상적인 호흡을 선보이지만, 구원찬과의 호흡은 기존의 구원찬이 선보였던 감성의 결과도 워낙 잘 맞아 떨어져서 아름답게 느껴진다. 아마 구원찬의 보컬이 지닌 특징과 프로토네뷸라의 프로덕션 사이의 교집합이 많아서 좋은 곡이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ghosty”까지 듣고 나면 “Telescope2”를 통해 앨범의 결과 잘 맞아 떨어지면서도 마치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듯한 착각까지 준다. 김아일과 제이클래프가 만드는 새로운 공기는 최근 슬롬과 함께 뛰어난 앨범 [Miniseries]를 발표한 수민과의 “Imagination”까지 이어진다. 조금은 강하게, 앨범에서 가장 높은 긴장을 줬던 두 곡이 지나면 미고(Meego)의 보이스를 소리의 구성으로 잘 활용하여 다시금 차분하게 분위기를 만드는, 동시에 앞서 선보였던 곡과 다르게 또 다른 장르를 만나는 듯한 착각을 주는 “Pilgrim”이 등장하고, 앨범 전체와 잘 맞아 떨어짐에도 전혀 다른 장르라는 느낌을 주는 “Oslo”로 마무리된다.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곡씩 나열하며 이야기한 이유는 우선 앨범의 구성이 그만큼 탄탄하기 때문이고, 각 곡이 각자 조금씩 다른 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듀서의 앨범인 만큼 중심이 되는 프로토네뷸라의 음악이 가장 전면에 드러나면서 자신과 가장 어울리는 음악가를 선택한 것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멋진 건 앨범 전체가 가사가 없는 곡을 통해서도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오직 이 음악가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더 많이 주목 받아야 할 앨범이다.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