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재일 트리오 [Eternity]

발행일자 | 2021-11-24

세 사람 간의 밸런스는 애써 완벽한 정삼각형을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삼각형 변의 길이와 모습이 바뀌는 것처럼 오히려 그것이 더욱 유연하면서 적어도 삼각형이라는 도형의 성격은 계속 가져간다.

 


 

지재일 트리오
Eternity
2021.10.19

베이스 연주자 지재일은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연주자로 활동 중인 음악가다. 앨범 소개글에도 쓰여 있지만 그는 상대적으로 늦게 유학을 택했고, 힘겨운 적응 기간을 거쳤지만 결국 미국에서도 자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이후 그곳의 생활이 익숙해졌을 때 즈음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고, 다시 한번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스토리를 어느 정도 알고 듣는 것과 그냥 듣는 것에는 어느 정도 감상에 있어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그를 좀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그의 유튜브 채널을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재일 유튜브 바로가기’

 

 

앨범에는 그가 겪어온 10년이라는 스토리도 있지만, 스토리 안에 담긴 감정을 좀 더 만날 수 있다. 그 안에는 차분함과 내면의 갈등부터 의지와 에너지까지 고루 담겨 있다. 베이스가 리더라고 하여 베이스가 종일 전면에 나서는 것도 아니며, 베이스는 곡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다 적재적소에 직접 소리를 통해 곡의 감정이나 표현을 완성한다. 자연스럽게 앨범에서 드러나는 건 밴드리더로서, 그리고 작곡가로서의 지재일이다. 물론 연주자로서의 역량은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다. 특히 지재일 외에도 트리오를 구성하는 박예닮과 박힘찬의 연주도 놀랍다. 세 사람 간의 밸런스는 애써 완벽한 정삼각형을 그리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삼각형 변의 길이와 모습이 바뀌는 것처럼 오히려 그것이 더욱 유연하면서 적어도 삼각형이라는 도형의 성격은 계속 가져간다. 특히 그레이 바이 실버 활동으로 더욱 이름을 알린 박예닮은 연출적인 측면에서도,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데, 여기에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사이드맨을 맡아오고 있으며 애즈무드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쿼텟까지 분주하게 활동 중인 박힘찬은 앨범에서 멜로디를 얹지만 때로는 중심을 잡아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트리오를 삼각형이라는 도형에 비유한 것이다.

 

“이제 그만 놓을까”의 후반부 무너지는 듯 균형을 잃지 않는 연출부터 “백색소음”의 리드미컬함까지, 여덟 곡 안에는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알 수 없지만 쉽지 않았던 여정과 토로가 담겨 있다. 그것은 구구절절 직접적인 언어로 풀어내지 않더라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게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앨범의 제목은 영원함을 의미한다. 그 영원함이라는 것이 가리키는 방향이 어디인지는 모두 직접 들으면서 생각해보자.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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