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의 [Godspeed Love]는 고차원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클럽에서 틀 수 있는, 들으며 놀 수 있는 앨범이다. 한 트랙도 겹치지 않는 프로덕션과 그걸 시종일관 힘있게 끌고 가는 몰디의 퍼포먼스는 싱랩과 보컬, 랩 사이에서 애써 구분을 두려 하지 않으며 매력적인 곡을 만들어낸다.
Moldy
Godspeed Love
2021.07.28
아직도 몰디를 레프트필드와 같은 단어로 설명하거나 ‘다른 영역’의 래퍼로 구분을 두는 것은 솔직히 게으른 처사라고 생각한다. 가장 재미있고 가장 최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음악가가, 심지어 자신의 이름으로 이제는 제법 많은 작품이 쌓여 있고 이미 많은 것이 증명된 상태임에도 그렇게 분류되는 것은 아쉬움이 크다. 물론 몰디 특유의 속도감 있으면서도 탄탄한 랩을 만나지 못해 아쉬울 수는 있겠지만, 몰디는 이번 앨범을 통해 이제 정규 단위의 작품에서 뚜렷한 캐릭터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음을 몸소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몰디라는 음악가의 세계를 정식으로 한 차례 공개했다고 생각한다.
몰디의 [Godspeed Love]는 고차원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클럽에서 틀 수 있는, 들으며 놀 수 있는 앨범이다. 한 트랙도 겹치지 않는 프로덕션과 그걸 시종일관 힘있게 끌고 가는 몰디의 퍼포먼스는 싱랩과 보컬, 랩 사이에서 애써 구분을 두려 하지 않으며 매력적인 곡을 만들어낸다.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은 몰디의 장점과도 일치한다. 바로 청각적 쾌감이다. 때로는 은유와 추상적 단어의 배열을, 때로는 회화적이라고 하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영상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만드는 가사를 선보이며 몰디는 완급조절은 하되 단 한 번도 쉬어 가지 않는다. 첫 곡 ‘Godspeed’에서 등장한 여유는 자신을 자연재해로 비유한 ‘폼페이’에서 몰디가 가진 랩 특유의 타격감으로 전환된다. 이어지는 ‘Pow Pow Pow’에서 ‘번지점프’까지는 강렬함을 유지하지만, ‘여행’과 ‘놓여’, ‘영’과 같은 곡에서는 좀 더 세련된 표현으로 몰디가 지닌 감성을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한다. 그러한 부분이 잘 섞여 있는 것이 선공개된 ‘청춘’이나 ‘LOVE’가 아닐까 싶다. 인터넷 속 몰디부터 현실 세계의 몰디까지가 절묘하게 담겨 있는 정규 앨범은 여러 프로듀서가 참여했음에도 단단하게 결을 유지하고 있으며 저마다 훌륭한 변주와 매력적인 프로덕션을 선보였지만 몰디의 존재감은 트랙에 묻히기는커녕 큰 시너지를 내며 에너지를 생성해낸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은 당연히 이 앨범을 추천하고 싶어서다. 다만 여전히 다수의 사람들이 몰디를 두고 ‘실험적인’, 혹은 ‘어려운’ 것으로만 바라보고 들으며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며, 시장 내에서 언급되는 이들이 실험적인 걸 하면 멋지다고 하며 듣고는 하지만 여전히 몰디의 음악적 성과는 ‘멋지지만 잘 모르겠는’ 것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언오피셜보이의 앨범뿐만 아니라 펀치넬로의 [Demon Youth], 레디와 스월비의 [HEARTCORE] 같은 작품이 좋은 실험을 잘 담아냈다면 몰디는 그것보다 조금 더 먼저, 좀 더 풍성하게 앞서행동했을 뿐이다. 이번 기회에 사람들이 몰디의 디스코그라피를 쭉 몰아 들으며, 몰디가 이만큼이나 멋지게 해왔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