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분 [소만]

발행일자 | 2021-06-15

브라질 음악이라고 모두 신나는 축제 음악이 아니듯, 능수능란한 퍼커션의 넘실거리는 리듬과 존재감 강한 기타 톤이 있지만 사이키델릭한 순간부터 이지연의 보컬, 다양한 변칙 연주까지 때로는 잔잔하다가도 때로는 격정적으로 봄과 여름, 청춘과 낭만을 전달한다. 아마 브라질 음악에 대해, 혹은 삼바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도 이것이 우리의 여름에 훌륭한 주제곡으로 남을 수 있음을 한 번만 들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화분
소만
2021.06.11

 

소만은 24절기 중 하나로 해가 많이 들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는 시기다. 여름이 시작되는 즈음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삼바를 기반으로 브라질 음악을 선보이는 이들이기에 소만이라는 시기가 지닌 이미지와 화분은 잘 어울리는 듯하다. 화분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2012년 첫 정규 앨범을 시작으로 2016년 두 번째 앨범 [서교호텔], 세 번째 앨범 [봄, 꽃]에 이어 이번에 네 번째 [소만]을 발표했다.

 

 

화분의 음악은 비교적 그 방향이나 색채가 명료하다. 브라질 삼바 음악을 중심에 두고, 보다 본격적으로 브라질 음악에 깊이 있게 접근한다. 워낙 화분을 구성하는 멤버 구성이 화분의 색채와 가깝기도 하다. 솔로 앨범에서도 브라질 음악인 쇼로를 기반으로 다양한 작업을 했고 까데호의 1/3이기도 한 이태훈을 비롯해 라커퍼션에서도 중요한 인물인 유이엽, 소울소스의 드러머인 이종호까지 그 면면이 화려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인연을 만들어 준 계기 중에는 삼바 스쿨인 에스꼴라 알레그리아(Escola Alegria)도 있다고 하니, 삼바 음악은 어쩌면 이들에게 필연적인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소개글대로 보사노바부터 브라질리언 훵크까지 다양하게 담아내며 브라질의 재즈 훵크 밴드인 아지무스(Azymuth)부터 주앙 지우베르투(Joao Gilberto), 일찍이 다양한 장르를 섞어냈던 에우미르 데오다토(Eumir Deodato)에 토킹뉴(Toquinho)까지 언급한 것을 보면 이들의 목적지는 단순히 삼바 하나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브라질 음악이라고 모두 신나는 축제 음악이 아니듯, 능수능란한 퍼커션의 넘실거리는 리듬과 존재감 강한 기타 톤이 있지만 사이키델릭한 순간부터 이지연의 보컬, 다양한 변칙 연주까지 때로는 잔잔하다가도 때로는 격정적으로 봄과 여름, 청춘과 낭만을 전달한다. 아마 브라질 음악에 대해, 혹은 삼바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도 이것이 우리의 여름에 훌륭한 주제곡으로 남을 수 있음을 한 번만 들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화분의 브라질 음악을 이국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들으면 그런 느낌보다는 오히려 각자의 여름에 관한 기억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이들만큼 삼바를 애정 있게 대하는, 그리고 잘 풀어내는 밴드도 없을 것이다. 때마침 날씨도 화분의 앨범을 듣기 딱 좋다. 올해 여름은 화분과 함께 보내보자.

 

 


Editor / 블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