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이 모든 것이 단순히 흉내나 재현의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상되는 음악은 있지만, 그것이 이 음악을 전부 설명하지는 못한다. 브리티시 소울의 범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 단어가 이 앨범을 설명하는 메인 키워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Mesani
Jungle
2021.07.11
애플 광고 음악에는 어느 정도 공통된 특징이 있다. 단순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매체들도 애플이 쓰는 광고 음악에 관심을 가질 정도로 애플은 광고 음악만으로 큐레이션을 펼치며 감각을 드러내고는 하는데, 꽤 과거의 곡부터 의외의 곡까지 고루 선보이는 애플은 특유의 무드를 중요시하며, 장르에 있어서는 힙합, 알앤비, 전자음악을 좀 더 선택하는 편이다. 그리고 ‘애플 광고 음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연상하는 분위기가 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브라스 사운드나 소울풀한 보컬, 전자음악 같은 구성의 브레이크가 훅에 들어오지만 조금은 다른 악기가 들어오는 것까지. 오늘 소개할 음악은 다른 애플 광고 음악 못지 않게 세련된 면모를 자랑한다. 이제 우리도 애플 광고 음악 보유국가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메사니는 이번 EP를 발매하기 전 두 차례 싱글을 발표했는데, 두 곡 모두 어느 정도 재즈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그러한 부분은 이번 EP에서도 조금은 드러나는데, 이번 EP보다 조금 더 차분하거나 다이나믹이 적은 음악을 찾는다면 앞선 싱글을 들어봐도 좋다. 모 평론가는 메사니의 음악을 듣고 자신의 SNS에 그레이즈(GRADES)나 마이클 키와누카(Michael Kiwanuka)와 같은 이들을 언급하기도 했다. 나 역시 메사니의 앨범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단연 브리티시 소울, 특히 에이미 와인하우스 이후 샘 스미스(Sam Smith)부터 렉앤본맨(Rag N Bone Man)까지 들려줬던 브리티시 소울 특유의 트랙 구성이 빠르게 연상되었다. 흔히들 ‘소울풀하다’고 하는 보컬의 디테일부터 곡을 구성하는 방식, 적재적소에 드러나면서 에픽함만을 강조해 텐션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완급조절로서 기능을 하는 트랙의 모습까지 앨범에 실린 모든 곡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여기에는 메사니를 비롯해 노이즈캣(No2zcat)과 같은 이들의 참여도 한몫한 듯하다. 각 곡마다 드러나는 완급조절은 물론이고 EP 전체를 통해 선보이는 완급조절이 좀 더 매력적이었으며, 아직 많이 드러나지 않은 이 음악가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역시 이 모든 것이 단순히 흉내나 재현의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상되는 음악은 있지만, 그것이 이 음악을 전부 설명하지는 못한다. 브리티시 소울의 범주로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 단어가 이 앨범을 설명하는 메인 키워드라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가 기대된다는 식상한 말보다 얼른 다른 노래도 듣고 싶다는 다소 이기적인 요구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이 다음이 궁금하다.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