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Non Amer [Loop 1]

 

그의 데뷔작은 그렇게 기대감과 개운함을 동시에 취하는 열린 결말로 이어진다.

 


 

Non Amer
Loop 1
2022.06.18

 

신예 뮤지션의 번뜩이는 데뷔작을 만날 때면 여느 때보다도 눈을 반짝이며 재생 버튼을 누르곤 한다. 마치, 적당한 선에서 떡밥을 회수하며 자연스럽게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는 잘 만든 영화 한 편을 감상하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그것이 싱글 단위를 넘어 EP 이상의 규모 있는 작품이라면 그만큼의 영감을 주는 대상을 찾기 힘들 정도로 흥미로운 감상이 가능하다.

 

올해 6월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Non Amer의 음악은 이러한 측면에서 흥미로운 작품이다. 그의 데뷔작이자 첫 번째 EP [Loop 1]은 총 네 곡으로 구성되어 담백한 멋을 자랑하는데, 미니멀한 신스 사운드와 더불어 무심하게 툭툭 내뱉듯 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독특한 창법의 조화로 초장부터 귀를 사로잡는다. 도입부를 지난 후에도 과하지 않은 수준에서 리듬 위주로 쌓이는 악기들 덕분에 되려 리듬 위로 부상하는 담담한 보컬은 어딘가 익살스러운 느낌을 풍기는 멜로디와 어우러져 Non Amer라는 뮤지션의 첫인상을 설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이렇게 설정된 첫 곡예서의 첫인상은 트랙이 넘어감에 따라 연이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이번 EP가 포크 앨범이었나 싶을 만큼 위화감 없는 기타 연주와 목소리만으로 감정선을 이어가는 두 번째 트랙 ‘cardigans’을 지나, 흡사 여유로운 여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칠(chill)한 분위기의 ‘bottom parade’, 그리고 이제껏 없었던 공간감과 레이어드를 중심으로 성스러운 기분마저 느껴지게 하는 마지막 트랙 ‘MESSIAH’까지. 서로 다른 사람의 곡인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다채로운 각각의 소리들은 한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여지를 제공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이 다채로움을 하나의 작품으로 엮어주면서도 각각의 트랙이 독립된 작품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요소가 바로 ‘목소리’라는 사실이다. 때로는 여러 사운드 소스 가장 위에서 곡의 리듬을 진두지휘하기도, 때로는 절제된 반주 위에서 묵묵하게 감정을 쌓아 올리기도 하는 Non Amer의 보컬은 앞단에서 서술했던 것처럼 언뜻 무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어절과 어절 사이를 미묘하게 연결하는 디테일한 창법을 통해 각각의 트랙이 가진 장르적 특성을 십분 살려준다.

 

 

그 덕분일까, [Loop 1]을 전곡 반복 재생으로 듣고 있다 보면 트랙과 트랙 사이의 상반된 분위기가 인상적으로 느껴짐과 동시에, 목소리가 가진 고유한 질감 덕에 전체적으로 하나의 곡을 듣고 있는 것 같아 끝없이 반복해서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신기한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마치 사계절이 순환하듯 전혀 다른 네 곡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지고 있는 이번 작품은 실제로 앨범의 제목이기도 한 ‘Loop’, 즉 반복과 사이클을 그 주제로 삼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것이 노골적인 작법을 통해 전면에 드러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이 가지는 반복적인 구조에서 뽑아내어졌다는 이 ‘Loop’라는 키워드가 은연중에 작품 내외적으로 이번 앨범을 관통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Non Amer’는 이름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뮤지션 본인의 막연한 생각에서부터 착안한 ‘no namer’라는 표현에서 만들어진 예명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름이 없다’라는 뜻의 아이러니한 이름인 셈인데, 이 ‘이름이 없다’라는 것, 다시 말해 하나의 고정된 무언가로 불리울 수 없다는 것은 반대로 어떠한 표현으로도 수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 질문의 끝은, 이미 서로 다른 양상으로 완성된 네 개의 트랙 안에서 팔색조다운 면모를 선보인 Non Amer라는 뮤지션의 카멜레온 같은 확장성으로 인해 즐거운 상상으로 마무리된다. 데뷔작이 가지는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그의 첫 번째 EP [Loop 1]는 그렇게 기대감과 개운함을 동시에 취하는 열린 결말로 이어진다.

 

 


Editor /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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