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숨비 [사랑은 영원하다]

그리하여 숨비의 음악은 어떤 것의 ‘후일담’과도 같다. 다양한 요소를 통해 살아 숨쉬는 이야기는 되려 묘사되지 않은 것들마저 머릿속에 그려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뮤지션의 손을 떠나 청자에게 닿는 순간 완성된다는 음악의 특성을 고려해보았을 때, 모든 것을 내어주기보다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숨비의 음악은 반대로 더 큰 매력을 품고 있는 셈이다.

 


 

숨비
사랑은 영원하다
2021.11.25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뮤지션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곡이 좋고 나쁨의 문제를 떠나 듣는 이로 하여금 계속해서 다음을 궁금하게, 또 기대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뮤지션 ‘숨비’ 역시 마찬가지다. 전작 ‘Lucky Star’에 이어 발표한 이번 ‘사랑은 영원하다’ 역시, 그 발매 소식을 마치 택배 기사님의 초인종 소리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반갑게 받아보았을 만큼 개인적으로 많은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작품이기도 하다.

 

 

허스키하면서도 섬세한 보컬과 깊이 있는 가사로 대표되는 그의 음악은 이미 평단의 호평과 함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작년에 진행된 ‘제31회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유재하동문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숨비는 이후 3곡의 싱글을 꾸준히 발표하며 신예 아티스트로서의 반짝이는 행보를 쌓아가는 중이다. 물론 데뷔 전부터도 오프라인 공연을 통해 비공식적 활동을 이어왔던 그이기에, 음악에서 보이는 신예답지 않은 원숙한 깊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11월에 발표한 ‘사랑은 영원하다’는 이러한 노련함을 가감 없이 담아낸다. 그의 음악을 들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3~4분 남짓 길이의 노랫말만으로 깊이 있는 서사를 완성하는 동시에, 그것이 청자에게 선명한 이미지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곡 속에서 3인칭 시점으로 한 발짝 떨어져 묘사하고 있는 사랑의 뒷모습은 단순히 ‘사랑 노래’나 ‘이별 노래’로 뭉뚱그려지지 않고 구체적이지만 노골적인 선을 넘지 않으며 노랫말 너머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한다. 게다가 밴드셋으로 편곡된 꽉 찬 사운드는 곡의 내용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는데, 이것은 곡을 듣는 내내, 마치 시리도록 찬란한 어느 청춘영화의 엔딩 크래딧을 떠올리게 만든다.

 

 

여기서 밴드셋 편곡을 선택했다는 점은 숨비의 또 다른 강점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그는 유재하음악경연대회 수상곡을 포함하여 총 4곡의 싱글을 발표했는데, 이번 작품은 그간 포크, 블루스 등으로 분류되던 것과 다르게 처음으로 ‘록’ 장르를 달고 발매되었다. 물론 단순히 ‘처음으로 록 음악을 선보였다’라는 단편적인 사실에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곡을 처음 받아 들었을 때 기존과 다른 사운드 편성에 신선함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지만, 앞 단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 소리들이 노랫말과 어우러지며 탄생하는 선명한 이미지는 이번 변화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이것은 그저 이번 곡의 장르가 록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음악이 품고 있는 이야기의 결에 가장 잘 맞는, 동시에 창작자의 의도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소리였기에 가능했던 경험이다.

 

 

이러한 경험은 비단 이번 작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숨비는 수상작이었던 ‘아빠’에서 통기타 한 대와 목소리만으로 곡을 꾸려나가며 소리와 소리 사이의 여백마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채워 넣는다. 곡 전체에 그윽하게 묻어나는 따스한 질감은 마치 어릴 적 녹화된 비디오테이프 재생 화면의 자글자글한 감성을 꺼내 보는 기분을 선사한다. 그다음 발표된 그의 첫 싱글 ‘부동’은 고독한 피아노, 플룻 소리를 곳곳에 곁들여 흑백 누아르 영화를 보고 있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데, 이는 자신의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주제를 품고 어딘가 씁쓸하지만 동시에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뿐만 아니라, 전작이었던 ‘Lucky Star’에서는 묵직한 스트링 사운드를 선택함으로써 곡의 시작이 되었던 찬란한 별빛에 그가 느꼈을 벅찬 감정을 은유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은 기본적으로, 가사라는 수단을 통해 짧지만 굵은 서사를 풀어내며 저마다의 자연스러운 상상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 덧칠해지는 다채로운 소리들은 적재적소에서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비로소 숨비만의 음악을 완성한다. 글의 시작에서 그의 음악이 계속해서 궁금증과 기대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하여 숨비의 음악은 어떤 것의 ‘후일담’과도 같다. 다양한 요소를 통해 살아 숨쉬는 이야기는 되려 묘사되지 않은 것들마저 머릿속에 그려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뮤지션의 손을 떠나 청자에게 닿는 순간 완성된다는 음악의 특성을 고려해보았을 때, 모든 것을 내어주기보다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숨비의 음악은 반대로 더 큰 매력을 품고 있는 셈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말 그대로 음유시인이라 할 수 있는 숨비는 그렇게 ‘숨비’라는 이야기 또한 탄탄하게 지어나가고 있다. 물론 그 이야기는 이제 막 예고편을 지나는 중이니, 이어질 다음 장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며 그의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Editor /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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