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POLYP (폴립) [Modern Dinosaurs]

발행일자 | 2021-07-22

폴립이 음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그리하여 아슬아슬한 균형을 절묘하게 유지하며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앞선 문단에서 이들의 음악을 두고 ‘곡선적’이라 표현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그저 음원 플랫폼 시장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제공해야만 하는 부수적인 데이터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에겐 음악이라는 본체를 더욱 맛있게 요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는 오색빛깔 재료이기도 한 것이다.

 


 

POLYP (폴립)
Modern Dinosaurs
2021.07.14

 

POLYP (이하 ‘폴립’)은 겉바속촉이라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 밴드다. 올백 머리에 가죽 재킷을 입고 드럼 스틱을 휘두르는 리더 전성현을 중심으로 클라이막스를 향해 무아지경으로 연주를 이어가는 폴립의 비주얼은 흡사 강렬한 메탈 사운드가 연상되는 진한 아우라를 풍기지만, 그에 반해 이들이 실제로 들려주는 음악은 앞서 묘사한 이미지와는 달리 마음 한구석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사운드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구 로컬씬을 중심으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의 행보는 ‘뚝심’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 으레 직선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오히려 폴립의 음악은 곡선에 훨씬 가깝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유려하게 수 놓인 서사를 자랑한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노골적으로 툭 내뱉는 것이 아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총동원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들의 반전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최근 발매된 EP [Modern Dinosaurs]는 이러한 폴립의 음악 세계를 가장 밀도 있게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새는 현생의 공룡”이라며 운을 떼기 시작하는 [Modern Dinosaurs]의 앨범 소개 글은 이 짧은 표현만으로 작품 제목과 촘촘히 엉겨 붙으며 무궁무진한 상상을 낳는다. 이번 작품의 모든 수록곡에 포함된 각각의 클라이막스 파트는 마치 이름 모를 맹수의 태곳적 포효를 품은 새들의 지저귐처럼, 살아가며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슬픔과 외로움을 상대로 무력함을 인정하는 동시에 원인 모를 굳세고 당찬 기운을 뿜어내는 듯하다. 실제로 일러스트레이터 장한나의 손을 통해 완성된 앨범 커버는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인한 존재를 의도하여 제작되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에 섞여들어 끈질기게 살아남은 비둘기의 형상은 보컬 안현우의 안정적인 음역대와 베이스 김예지가 다져 놓은 기반 위로 불쑥불쑥 고개를 드는 기타 사운드와 엮이며 곡의 분위기를 한층 진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퍼즐을 맞추듯, 음악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요소가 결국 음악으로 귀결되는 셈이다.

 

각각의 곡 설명도 인상적이다. 텍스트 자체만으로도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어 마치 한 편의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을 주지만 4곡에 걸쳐 사운드적인 기승전결을 구축하고 있는 수록곡과 일대일로 연결되며 또 다른 의미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가사만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곡 설명과의 연결고리가 생각보다 겉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창작자가 제공하는 정보끼리의 연계와 더불어, 각각 독립된 컨텐츠로서의 감상 또한 가능케 하는 [Modern Dinosaurs]는 완벽한 팀플레이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 ‘따로 또 같이’ 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할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내용은 한 사람의 청자로서 ‘나’라는 사람이 수용한 한 가지 가능성일 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해서 탄생하는 수많은 해석과 감상 방식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자 그것이 지속 가능할 수 있게끔 하는 원동력이다. 그렇기에, 한 가지 방식으로의 해석을 강요하는 직선적인 태도나, 반대로 수용자로 하여금 갈피를 못 잡고 이리저리 방황하다 결국 주저앉게 만드는 모호한 의미 전달 방식은 여러모로 위험부담을 떠안고 있다. 폴립이 음악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방식은 그리하여 아슬아슬한 균형을 절묘하게 유지하며 감상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앞선 문단에서 이들의 음악을 두고 ‘곡선적’이라 표현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그저 음원 플랫폼 시장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제공해야만 하는 부수적인 데이터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에겐 음악이라는 본체를 더욱 맛있게 요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취할 수 있는 오색빛깔 재료이기도 한 것이다. 만약 폴립의 음악에 어느 순간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면, 그 이유는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운 이유와 맞닿아 있을 것이다.

 


Editor /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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