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영미권 팝이나 알앤비 음악, 그것에 영향 받은 동시대 일본의 AOR이나 시티팝, 혹은 역시 비슷한 시기의 한국 대중가요 등 소위 ‘레트로’라 통칭되는 과거의 여러가지 것들이 두루 떠오르고 그만큼 복고적인 분위기가 또렷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감각을 잣대로 해도 충분히 세련된 팝의 멜로디도 함께 지니고 있다.”
nokdu
nokdu ep vol.1
2019.04.14
두 번째다. 지난해 가을 싱글 ‘머물러줘’를 이 코너에서 처음 소개한 이후 다시 한 번 ‘nokdu (녹두)’를 이야기하게 되었다. ‘Editor’s Pick’이라는 코너를 진행하면서 되도록이면 한 음악가를 중복으로 다루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소소하게나마 이런 지면을 통해서라도 더 다양한 음악가들을 언급해주고 세상에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녹두를 여기서 소개하게 되었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반갑고, 또 한편으로는 고맙다. 우선 주목하고 기대하는 음악가가 꾸준히 활동을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불가항력적으로- 다시 다룰 수밖에 없을 만큼 좋은 음악을 발표해준다는 점에서.
녹두 음악의 가장 큰 매력은 아마도 그 특유의 친근하고 편안한 감성일 것이다. 레트로한 무드, 거기에 걸맞게 빈티지한 신스 사운드를 주로 활용하는 그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이지 리스닝’의 팝으로 어느 연령대의 누구나 편안하고 기분좋게 감상할 수 있을 법한 음악이다. 80년대 영미권 팝이나 알앤비 음악, 그것에 영향 받은 동시대 일본의 AOR이나 시티팝, 혹은 역시 비슷한 시기의 한국 대중가요 등 소위 ‘레트로’라 통칭되는 과거의 여러가지 것들이 두루 떠오르고 그만큼 복고적인 분위기가 또렷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감각을 잣대로 해도 충분히 세련된 팝의 멜로디도 함께 지니고 있다.
2018년 한 해에 걸쳐 세 개의 싱글을 차근차근 발표한 이후 올해 마침내 세상에 내놓은 그의 첫 EP는 지난해 가을에 선공개했던 싱글 ‘머물러줘’를 포함해 총 다섯 곡의 노래를 담고 있다. 늘 그래왔듯 모든 곡들의 작사, 작곡, 편곡, 레코딩을 손수 다 했고 진보와 함께한 타이틀곡인 ‘그대와 둘이서’만 진보와 공동으로 작업했을 뿐이다. (이 곡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날 함께 악기를 다루며 놀다가 나온 곡이라고 한다) 앞서 언급한 두 곡을 비롯 ‘오늘 같은 밤’, ‘can’t take my eyes off you’ 등 수록곡들 하나하나에 녹두식 레트로 팝의 매력이 여실하다. 영롱한 신스 사운드가 넘실대며 빚는 달콤한 멜로디, 팝 보컬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주는 녹두의 노래, 복고풍의 코러스 라인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낭만적인 무드는 그야말로 ‘도시의 밤’ 그 자체로 느껴진다. 다만 마지막에 수록된 노래 ‘hanging a yellow ribbon’은 차분하고 엄숙한 어조로 정제된 슬픔을 표현, 유일하게 전체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결을 보여주는데 제목에서 짐작 가능하듯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에게 헌정하는 곡이다. 3년 전 4월,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의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nokdu ep vol.1], 제목에 붙은 ‘vol. 1’이 의미하듯 그야말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건만 이미 많은 이들의 관심이 그에게 쏟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요즈음이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꾸준히 좋은 음악을 만들고 발표해주기를 바란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아마 멀지 않은 미래에 반드시, ‘녹두’라는 이름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을 것이고 또 더 많은 곳에서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될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