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레인보우 노트 (Rainbow note) [샛별]

발행일자 | 2019-05-17

 

“시티팝의 재현이라는 관점에서도, 혹은 ‘레인보우 노트’ 고유의 ‘팝’이라는 관점에서도 ‘샛별’이라는 곡은 이 신예 듀오가 앞으로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그들만의 강점과 매력을 꽤나 잘 드러낸 곡이 아닐까 싶다.”

 


 

레인보우 노트 (Rainbow note)
샛별
2019.05.08

 

솔직히 고백하건대 시티팝이 여태까지 유효할 줄은 몰랐다. 몇 해 전부터 바이닐 컬렉터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일어난 이 현상이 차츰 열기를 확산될 때만 해도 과연 이것이 그들, 그리고 소위 힙스터들의 바운더리를 넘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너무 안이했던- 내 예상과는 반대로 시간이 지나며 오히려 더욱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작년 여름, 유빈의 ‘숙녀’가 그러했듯 시티팝은 이제 단지 과거의 ‘추억’에 머무르지 않고 재해석(혹은 재현 내지 복제)의 현재진행적 움직임 속에 새것으로 재탄생, 심지어 음원 챠트까지 넘나들며 오히려 더 많은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딱히 이상할 것도 없지 않나 싶다. 시티팝은 현재 레트로가 유행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다 떼어놓고 생각해도 사실 그 자체로 굉장히 대중적인 요소가 강한 음악이니까. 스무스 재즈, 컨템포러리 알앤비, 훵크, 디스코 등을 음악적 바탕으로 두고 만들어진 다분히 ‘팝’적인 멜로디와 편안한 그루브, 게다가 그 특유의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분위기는 딱히 호불호 없이 누구나 두루 좋아할 여지가 충분하다. 게다가 이 음악에 배어있는 특정 시절의 ‘감성’을 각각의 세대들이 저마다 다른 관점으로 소비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시티팝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또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80년대를 살았던 이들이 듣는 시티팝, 2000년대생들이 듣는 시티팝은 저마다에게 아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최근 등장한 ‘레인보우 노트 (Rainbow note)’ 또한 시티팝을 표방하며 레트로한 무드의 팝 음악을 들려주는 팀으로 안슬희(보컬), 이사라(건반)로 구성된 듀오다. 지난 4월에 첫 싱글 ‘1호선’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사실 이들의 데뷔 싱글은 개인적인 관점에서 보면 못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어떤 장르 음악을 표방한다면 ‘독창적인 해석’과 ‘완벽한 구현’ 사이에서 최소한 한 가지는 온전히 충족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에 가지고 있는데 ‘1호선’은 그들만의 독자적인 재해석이라기에도, 반면 장르의 완벽한 재현이라 보기에도, 그 어느 쪽에도 모두 조금씩 아쉽다는 첫인상을 줬다. 다만 귀에 잘 들어오는 좋은 팝의 멜로디, 특히 산뜻한 청량감이 돋보이는 안슬희의 보컬은 이때부터 충분히 인상적이었고 이런 점들이 이후 이들의 행보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으로 다가왔다.

 

 

한 달의 텀을 두고 공개된 두 번째 싱글 ‘샛별’은 이 기대감을 좀 더 부풀어오르게 한다. 전작에 비해 한결 선명해지고 기승전결이 분명해진 멜로디의 전개, 안슬희의 예쁜 음색이 높은 음역대에서도 호소력과 안정감을 뽐내며 뚜렷한 인상을 남기는 후렴, 레트로 무드를 한결 여유롭게 재현해내는 리듬 프로그래밍과 실제 연주 등이 잘 어우러지는 이 곡은 3분 30초 남짓한 플레잉타임 내내 흡입력을 유지하며 기분 좋은 감상의 시간을 선사한다. 시티팝의 재현이라는 관점에서도, 혹은 ‘레인보우 노트’ 고유의 ‘팝’이라는 관점에서도 ‘샛별’이라는 곡은 이 신예 듀오가 앞으로 무기로 삼을 수 있는 그들만의 강점과 매력을 꽤나 잘 드러낸 곡이 아닐까 싶다.

(오늘 이 글을 쓰는 동안 수십 번째 반복해 듣고 있는데도 도무지 질리질 않는 느낌이다)

이제 단 두 개의 싱글을 발표했을 뿐이고 게다가 아직 아티스트에 대한 정보도 턱없이 부족해 지금 단계에서 이들이 어떤 음악을 하는, 어떤 밴드다-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도 없고 그럴 생각 역시 추호도 없다. 다만 이들이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무척 호기심이 있다는 것, 그래서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꽤나 흥미로울 거 같다-라는 얘기 정도만 이 글을 통해서 일단 밝혀두고 싶다. 훗날 이들의 디스코그라피가 더 풍성해지고 EP, 앨범 등 좀 더 큰 단위의 작품이 나오게 된다면 그때 다시 한 번 본격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겠지.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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