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Q the trumpet [연구일지 1]

발행일자 | 2021-07-08

강렬한 트럼펫 사운드를 비롯하여 겹겹으로 쌓인 악기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랩이라는 형식을 사운드적으로 조화롭게 버무릴 수 있을지를 파고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큐 더 트럼펫의 이번 EP는 단순히 싱잉 랩이라는 단순한 수식어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보다 넓은 영역에 걸쳐있다고 할 수 있다.

 


 

Q the trumpet
연구일지 1
2021.06.30

 

랩에도 분명 음정이 존재한다. 물론 장르 특성상 박자의 비중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 존재감이 좀처럼 부각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잇따른 코드 진행 위에 목소리를 얹어야 한다는 보편적인 가창의 형태로 인해 음정의 존재는 랩이라는 장르 안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새 EP [연구일지 1]을 발표한 Q the trumpet(이하 ‘큐 더 트럼펫’)의 행보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한 명의 트럼페터인 큐 더 트럼펫은 프로듀서이자 비트메이커이며 래퍼이자 보컬리스트로서 장르의 경계를 차례차례 깨부수며 음악적 영역을 끊임없이 확장 중인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다. 물론 세션 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이력만으로도 큐 더 트럼펫이라는 아티스트를 주목할만한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지만, 앞서 언급한 ‘랩에서의 음정’이라는 키워드는 그가 트럼페터라는 사실과 맞물려 또 다른 차별점을 낳는다.

 

존재감이 부각되지 않는다는 것은 다시 말해 그것을 섬세하게 다루는 경우 또한 많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간혹가다 코드 위로 딱 떨어져 완벽한 화음을 이루는 랩 구절(그것이 멜로디컬한 선율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을 들을 때면 새삼스러운 청각적 쾌감이 느껴지곤 하는 것이다. 그리고 큐 더 트럼펫은 악기를 다루고 소리를 만들던 사람이라는 점에서 [연구일지 1]에서도 여전히 이 효과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신선한 연출을 이어간다. 사소하지만 매력적인 멜로디 라인, 혹은 복수의 보컬 트랙을 층층이 쌓는다거나 오토튠을 활용하는 등의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금관악기 중 가장 높은 음역대를 자랑하는 트럼펫이라는 악기의 특성상, 수많은 소리 위에서 어긋나지 않는 선율을 이어가는 데에 남다른 감각을 키워온 탓인지 그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트랙 간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쓴 흔적이 짙게 묻어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것은 흔히 말하는 ‘싱잉 랩’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물론 전작 [YELLOW FLOWER]에 비해 멜로디컬한 라인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안 그래도 강렬한 트럼펫 사운드를 비롯하여 겹겹으로 쌓인 악기들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랩이라는 형식을 사운드적으로 조화롭게 버무릴 수 있을지를 파고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큐 더 트럼펫의 이번 EP는 단순히 싱잉 랩이라는 단순한 수식어로 한정 지을 수 없는 보다 넓은 영역에 걸쳐있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주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연구’라는 원래 주제와는 전혀 다를지언정, 그야말로 소리에 대한 충실한 ‘연구일지’나 다름없는 셈이다.

 

5곡짜리 EP임에도 불구하고 Intro, Interlude, Outro 등의 요소를 알차게 끌어와 음악적 유기성을 의도하려 한 점이나, 상대적으로 저음역대를 가진 제이유나와Meego의 피쳐링으로 소리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점 또한 앞서 언급한 맥락과 함께 감상한다면 눈여겨볼 만한 지점들이다. 자칫 진지해질 수도 있는 시간이라는 주제를 두고 친근한 태도를 취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작품의 전체적인 무게감은 전작에 비해 훨씬 가벼워졌지만 그 밀도 만큼은 지금껏 나온 큐 더 트럼펫의 작품 중 으뜸이 아닐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연주자 출신의 아티스트가 엮어내는 소리의 조합은 그의 두 번째 연구일지를 기다려볼 만큼 충분히 신선하고 또 흥미롭다.

 

 


Editor /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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