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Omega Sapien [Rich & Clear]

발행일자 | 2018-10-10

 

“거친 질감의 톤을 공격적으로 뱉어대는 오메가 사피엔의 영어 랩은 언뜻 내키는대로 마구 질러대는 듯 들리지만 사실 비트의 변주와 함께 다채롭게 변화하는 플로우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훌륭한 설계로 짜여져있어 랩 그 자체만으로도 흡입력이 뛰어나다.”

 


 

Omega Sapien
Rich & Clear
2018.10.03

 

일전에 ‘그랙다니(Grack Thany)’의 래퍼/프로듀서 ‘Black AC’의 싱글을 리뷰하는 글을 통해 현재 한국 힙합, 소위 ‘국힙’ 시장에서 주로 소비되는 음악의 경향들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언급하고 동시에 이와는 다른 노선을 추구하는 그들에 대해 국힙의 관습을 탈피하고 전복, 혁신을 꾀하는 대안적 존재”로 나름의 의견을 피력한 바가 있다. 이것은 집단의 정체성에 대한 ‘정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국힙 씬, 혹은 이를 넘어 한국 대중음악 필드 내에서 이들의 ‘존재의 의미’로도 볼 수 있고 현재 이런 역할을 자처하거나 실제로 수행하는 집단/아티스트가 희소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같은 맥락에서 올해 초 불쑥 등장, 의미심장한 행보를 거듭하며 대중들의 가시권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크루 ‘바밍타이거(Balming Tiger)’는 분명 주목의 대상이다.

 

‘바밍타이거’의 기원은 프로듀서 ‘산얀(Sanyawn)’, 비트메이커/프로듀서 ‘노아이덴티티(No Identity)’, 디제이 ‘어비스(Abyss)’ 등이 모여 홍대 ‘호미화방’ 건물 304호에 모여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며 함께 작업을 했던 소규모 크루 ‘마인드 씨어터(Mind Theater)’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모임을 전신으로 여기에 유튜브로 이름을 알린 기괴한 캐릭터의 래퍼 ‘유병언(Byung Un)’, 저 유명한 ‘잊지마(It G Ma)’의 뮤직비디오를 디렉팅한 필르머 ‘잔퀴(jan’qui)’, 다수의 아티스트와 작업한 노련한 비트메이커 ‘언싱커블(Unsinkable),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처음 존재를 드러낸 싱어송라이터 ‘소금(Sogumm)’, 오늘 이 글의 주인공인 래퍼 ‘오메가 사피엔(Omega Sapien)’ 등이 가세하며 현재의 바밍타이거가 되었다. (노아이덴티티는 군 입대 등 개인 사정으로 현재는 탈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8년 초에 첫 번째 믹스테잎 <Balming Tiger vol​.​1: 虎媄304>을 사운드클라우드와 밴드캠프에서 공개하며 처음으로 등장했다. 대체로 서늘한 분위기의-추상적인, 재지한, 혹은 분열적 감각의-비트와 여기에 동반되는 기괴하고 발칙한 유머로 가득한 병언의 랩 퍼포먼스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한편으론 ‘오드퓨쳐(OFWGKTA),’ 혹은 ‘88rising’ 등의 영향을 자연스레 유추하게 하기도 했다. (믹스테잎 제목의 ‘虎媄304’는 이들의 시작점이었던 호미화방 304호를 의미한다) 이윽고 전세계 주요 음원 플랫폼들을 통해 공개된 첫번째 공식 릴리즈인 싱글 ‘I’m Sick’은 분열적이고 싸이키델릭한 정서로 가득한 강렬한 사운드와 랩, 이와 더불어 한국 특유의 BJ 문화를 묘사하는 파격적인 뮤직비디오와 함께 그야말로 인터넷을 활활 불태우며 이들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여기까지의 행보를 통해 감지되는 ‘바밍타이거’의 캐릭터는 앞서 언급했던 다양한 집단들과 골고루 교집합을 지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를테면 ‘그랙다니’가 지닌 대안적이고 실험적인 면모, ‘88rising’의 ‘아시안 컬쳐’의 쿨함을 알리려는 일련의 무브먼트들, 그리고 ‘오드퓨쳐’의 엽기적인 유머감각 같은 것들. 아무래도 이들은 평범하지 않게 멋있는, 그러면서도 재미있는 것들을 동시에 하고 싶어하는 집단인 것 같다.

 

‘I’m Sick’으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고 이들의 두 번째 공식 릴리즈는 병언과 더불어 또 한 사람의 랩 퍼포머인 ‘오메가 사피엔(Omega Sapien)’의 싱글 ‘Rich & Clear’다. 바밍타이거의 구성원이 개인의 이름으로 처음 공개하는 작품인 이 트랙은 서울에서 태어나 중국, 미국을 거쳐 현재는 일본에서 거주하며 독특한 감각을 길러온 ‘오메가 사피엔’ 개인의 개성적인 캐릭터, 동시에 앞서 언급했던 ‘바밍타이거’라는 집단의 캐릭터가 적절히 공존한다. (아니, 사실은 그냥 그의 캐릭터가 바밍타이거의 그것과 너무나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뿐일지도)

토속적인 타악기 소리처럼 들리는 타음-이 아닐지도 모르는-사운드를 메인 테마로 여기에 그루비한 리듬, 다양한 소스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프로듀서 ‘리키 카네다(Riki Kaneda)’의 원초적인 바이브 물씬한 비트, 그 위로 거친 질감의 톤을 공격적으로 뱉어대는 오메가 사피엔의 영어 랩은 언뜻 내키는대로 마구 질러대는 듯 들리지만 사실 비트의 변주와 함께 다채롭게 변화하는 플로우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훌륭한 설계로 짜여져있어 랩 그 자체만으로도 흡입력이 뛰어나다. 한편 일본에서 촬영된, 기괴하고 충격적인 비주얼의 오브제들이 난무하는 뮤직비디오는 이 음악의 괴팍한 멋(?)을 시각적으로 한껏 부스트업시킨다. ‘컬쳐 쇼크’란 것을 직관적으로 체험하고픈 분들께 이 비디오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Editor / 김설탕
sugarules@pocla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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