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아름답고 군더더기 없는, 가장 현재의 부산을 드러내는 음악.
해서웨이 (hathaw9y)
Sweet Violet Flame
2022.05.21
포크라노스에서의 마지막 리뷰를 어떤 앨범으로 쓸 수 있을까 고심하던 끝에 결정된 것은 부산의 3인조 밴드 해서웨이(Hathaw9y)의 새 앨범이었다. 해서웨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부산음악창작소 덕분이었고, 그 당시에도 해서웨이는 유독 빛나는 밴드였다. 첫인상부터 심상치 않았고, 나만 그렇게 느낀 것도 아니었다. 음악의 지역색을 크게 믿지는 않지만, 매력적인 이 밴드는 가장 현재의 부산을 드러내는 듯했다. 과거의 부산은 펑크와 헤비니스의 땅이었고 그 이후 한동안은 힙합에서도 강세를 드러냈다. 물론 김일두처럼 언제나 부산 하면 생각나는 이들도 있다. 이후 세이수미부터 보수동쿨러, 검은잎들 등 부산은 꾸준히 좋은 밴드를 선보여왔다. 그래서 부산이라는 곳을 음악적으로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다. 더불어 부산이 주는 이미지, 서울과 다른 곳에서 만들어지는 분위기와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그러한 가운데 해서웨이 또한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해 이제는 서울에서도 많이 알려졌고, 서울로 천천히 강제진출을 당하는 중이다.
해서웨이는 지금까지 세 곡 단위로 두 번 EP를 발매한 바 있다. 세 곡의 제목을 붙여서 EP 이름을 만드는 편인데, 이번 앨범 역시 “Sweet”, “Violet”, “Flame” 세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음악은 여전히 아름답고 군더더기 없는 팝 음악이다. 세련된 동시에 밋밋하지 않은, 귀를 잡아 끄는 멜로디와 구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멋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감각적이라는 찬사가 왜 나오는지를 알 수 있다. 보통 한 쪽을 가지면 다른 한 쪽을 잃거나 놓치는 경우가 많은데 세 곡 모두, 아니 지금까지 나온 곡들 대부분이 그런 점에서 좋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 “Violet”처럼 상대적으로 긴 호흡을 풀어낸다 해도 결코 지루하거나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두 보컬이 교차하여 곡을 풀어내는 과정도 자연스럽고, 매력적인 톤과 리프의 중요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점차 호흡이 짧아지는 시대 속에서 이렇게 긴 호흡의 좋은 곡이 나오면 기분 좋게 감상하게 된다. 세 곡 모두 해서웨이 특유의 매력이 가득하다. 기분 좋은 긴장과 느슨함이 공존하고, 그 묘한 느낌은 사실 라이브에서 좀 더 잘 드러난다. 혹여나 이 글을 통해 해서웨이를 처음 본 이들이라면 반드시, 꼭 공연을 봤으면 한다. 그만큼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음원과는 또 다른 에너지와 연주를 느낄 수 있다.
이미 조금씩 많은 사랑을 받는 중인 해서웨이이기 때문에 크게 덧붙일 수식어는 없지만, 아직 더 알려져야 하고 알려졌으면 하는 밴드임에도 확실하다. 꾸준히 좋은 곡을 선보이는 이들이 이후에는 어떤 곡이 나올지, 그리고 더 긴 호흡에서는 어떤 연출을 선보일지 기대된다.
https://youtu.be/BI1L56UnHIA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