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의 리드가 독보적이며, 이 앨범을 다시 듣고 싶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Corduroy(코듀로이) 그녀가 직접 연주한 기타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처음 듣는 이에게는 이 낯섦을 음미할 수 있는 충분한 여백을, 다시 듣는 이에게는 기분좋은 사색을 끄집어내게 하는 묵직한 기타를, 나는 매우 오랜만에 만났다.
Corduroy (코듀로이)
Tails On The Hill
2021.05.30
좋은 음악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 시대에 응답하는 음악,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 수려한 연주자들과 테크니션들이 정성스레 빚어낸 사운드가 느껴지는 음악, 창작자가 창작을 지속할 수 있도록 탄탄한 물질적 양분이 되어주는 음악, 등등. ‘좋음’의 사유는 세상에 나와있는 앨범 수만큼이나 다양하나, [Tails On The Hill]의 좋음은 이 앨범이 개개인에게 선사하는 ‘숙연함, 벅참, 그리고 용기’라는 다소 소박한 지점에서 소개하고 싶다.
기타와 목소리 단 둘로 구성된 다른 앨범들을 떠올려보자. 열에 아홉은 기타가 목소리를 받쳐주는 형태일 테지만 [Tails On The Hill]은 정반대이다. 기타의 리드가 독보적이며, 이 앨범을 다시 듣고 싶게 된다면 그것은 분명 Corduroy(코듀로이) 그녀가 직접 연주한 기타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처음 듣는 이에게는 이 낯섦을 음미할 수 있는 충분한 여백을, 다시 듣는 이에게는 기분좋은 사색을 끄집어내게 하는 묵직한 기타를, 나는 매우 오랜만에 만났다.
마지막 ‘Bonus Track’을 제외한 6개 트랙 중 무려 절반동안 기타가 홀로 모든 서사를 이끌며, 그렇게 전해져오는 울림은 그 어느 화려한 악기 구성, 혹은 가창보다 진하고 깊다. Corduroy(코듀로이)의 가창이 등장하는 나머지 3개 트랙에서조차 목소리의 음량은 겸손하다. 그렇게 6개 트랙은 나도 모르게 숨을 매우 죽여, 귀를 매우 기울여 듣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무려 14분에 달하는 마지막 트랙 ‘Prayer13,16,15,21 (Bonus Track)’에는 피아노 페달 밟는 소리, 손가락들이 지나가는 건반들 오르내리는 소리, 다음 가사를 위해 들이마시는 숨소리까지 투명하게 담겼다. 누군가가 보내온 애정어린 음성메모 마냥, 무방비하게 그녀의 가깝고 친근한 소리를 듣게 된 것이 당혹스럽기보다는 매우 반갑다.
마지막 50초 남짓을 차지하는 기도문으로 끝나는 이 앨범은 어쩌면, 가장 낮은 자세의 가장 작은 목소리가 주는 힘 덕분에 다시 듣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다른 의미로 압도를 느끼며 이 앨범이 ‘좋음’을 강력하게 말할 수 있다.
Corduroy (코듀로이)는 2018년 가을에 데뷔하여 지금까지 총 3개의 EP를 발매했다.
Editor / 김은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