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방민혁 [Tech:No.1]

발행일자 | 2021-11-10

내적 댄스를 필요로 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음악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조금은 정적인 구석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요소를 지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미니멀한 테크노, 하우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방민혁
Tech:No.1
2021.11.05

 

일전에도 이 공간에 글을 쓴 적 있지만, 방민혁은 일찌감치 전자음악과 힙합, 알앤비, 재즈를 관통하는 음악을 꾸준히 선보여 왔다.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멋진 프로듀서,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 구현의 폭이 넓은 음악가인 그는 지금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때로는 디자이너로서 앨범 커버를 드러냈고, 비트가 강하게 느껴지는 댄서블한 음악부터 감성적인 발라드 넘버, 매력적인 사운드 디자인으로 소리에 집중하게 되는 곡까지 다양한 곡을 선보여 왔다. 그래서 늘 호기심이 가는 음악가 중 한 명이다. 더불어 코로나-19가 끝나면 꼭 라이브로(혹은 그의 라이브 셋으로) 만나고 싶은 음악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렇게 흥미로운 음악가인 그가 이번에는 테크노로 가득 채운 앨범을 발매했다.

 

 

방민혁은 테크노 비트를 만드는 것이 2017년부터 자신의 취미생활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일환이었다고 하며,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이 쌓여 앨범으로 나오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믹스테입과 같은, 그러니까 편하게 자신의 작업을 드러내는 방식의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앨범에 결이 없거나 작품에 있어 아쉬움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방민혁만의 테크노 음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뚜렷하게 짐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고, 방민혁이라는 사람의 음악에서 온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Alcoholic’에서 드러나는 세련된 전개의 폭이나 ‘Busan’에서 드러나는 재즈의 영향은 물론, 초반부 ‘0709’와 ‘1220’에서 드러나는 미니멀 테크노의 성향까지 음악가 특유의 섬세함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방민혁이라는 음악가가 지금까지 선보여 온 작품들이 구성하는 세계와 이 작품이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방민혁의 테크노는 하드코어 테크노나 인더스트리얼 테크노처럼 선이 굵고 공격적이며 거친 느낌의 테크노가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미니멀 테크노, 딥 테크노 계열에 가깝다. 깔끔하고 선명하면서도 적은 가지의 소리로 폭을 흔드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여기에 ‘Lucid Dream’이나 ‘Summit’은 좀 더 테크노 팬들이 좋아할 것 같은 그러한 사운드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게 각각의 곡뿐만이 아니라 앨범이 첫 곡부터 후반부로 이어지면서도 천천히, 켜켜이 소리가 쌓이는 것을 듣는 재미가 있다.

 

앨범은 방민혁이라는 음악가에게 관심이 있다면 당연히 들어보겠지만 내적 댄스를 필요로 하면서도 화려하지 않은 음악을 듣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조금은 정적인 구석이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요소를 지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미니멀한 테크노, 하우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테크노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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