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 연주를 들인 것도 신의 한 수지만, 담배 한 대 생각나는 먹먹한 분위기와 이를 잘 유지하는 연주, 포크 록에 소울풀함과 한국적인 멜로디가 더해지니 이것은 아무리 가까이 잡아도 1980년대 초반의 곡이 아닌가 싶다. 힘을 잔뜩 들인 뻣뻣한 연주가 아닌, 치열하면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니 이들의 나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7
청춘
2021.05.07
기타에 문석민, 베이스에 박종우, 드럼에 서주영으로 구성된 세 사람은 7이라는 밴드를 결정했다. 작곡에 연주는 물론 믹싱, 마스터링, 커버까지 직접 해낸다. 여기에 세 사람의 면면이 모두 화려하다. 따로 또 같이 다니는 이들은 자이언티부터 스텔라장, 에릭남, 치즈, 이진아 등 하나 하나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들과 호흡을 맞춰오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각자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을 건 작품들이다. 박종우는 PJNOTREBLE로, 서주영은 younghotstuff로, 문석민은 slowminsteady로 각자의 앨범을 발매한 바 있고, 여기에도 구원찬, 이진아 등 많은 음악가들이 참여했다. 그러다 보니 커버하는 장르도 다양하다. 재즈부터 록, 힙합, 알앤비 등 여러 형태를 자유롭게 오가는 가운데 그러면서도 각자의 색채는 어느 정도 유지한다. 파편적으로 들으면 각 연주자의 색채라는 것을 깊이 음미하긴 어렵겠지만 이들이 연주한 곡들을 쭉 모아서 들어보면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7은 한글로 칠이라고 읽지만, 영어로 생각해보면 chill이다. 하지만 ‘chill’이라는 단어에 가까운 음악을 연주했던 전작을 듣고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다소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정도 되는 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감상해도 무방할 만큼 과거의 향수를 놀랍도록 천연덕스럽게 재현한다. 아트워크부터 심상치 않다. 옛 시대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며 마치 과거의 흑백 사진인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기억을 조작한다. 여기에 첫 곡 “연안부두”와 두 번째 곡 “처량한 경음악”까지 들으면 아마 소싯적 대학가요제 좀 들었다 하시는 분들은 혀를 내두를 것이다. 이 감성은 단순히 흉내 내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더욱 감탄할 수밖에 없다. 오르간 연주를 들인 것도 신의 한 수지만, 담배 한 대 생각나는 먹먹한 분위기와 이를 잘 유지하는 연주, 포크 록에 소울풀함과 한국적인 멜로디가 더해지니 이것은 아무리 가까이 잡아도 1980년대 초반의 곡이 아닌가 싶다. 힘을 잔뜩 들인 뻣뻣한 연주가 아닌, 치열하면서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니 이들의 나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세 사람의 본캐가 아주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네가 좋아하던 바다”부터 “안반데기”, “너랑 벚꽃”으로 이어지는 따뜻한 포크 록의 색채에는 결국 세련됨을 감추지 못하고 아름답게 풀어나간다. 마지막 “다음에 다시 만나요”는 어쩌면 본캐와 부캐의 좋은 합의점이 아닐까 싶다. 옛 정취를 살리는 톤과 깔끔한 진행의 조화는 멋 그 자체다.
앞서 말했듯 이들은 다양한 장르를 품어 왔다. 그리고 [청춘]을 통해 이들이 잘하는 새로운 것을 또 들려주며 세 사람의 세계관은 무척 넓어지는 중이다. 창고에서 만들어져 러프한 감성을 살린 전작, 한국적인 그룹 사운드의 본작을 지나 다음에는 어떤 것이 등장할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세 사람 모두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한 뒤 열심히 이들의 행보를 추적하며 기다리자.
Editor / 블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