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배현이 [위위]

발행일자 | 2021-11-20

형식과 내용이 하나가 될 때 탄생하는 진정성 있는 시너지야말로 그의 음악이 “틀을 무시하고도 마음에 꽂혀”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세상 모든 완벽하지 못한 것들을 향한 굳세고 다정한 시선, 그 시선으로 찬찬히 덧칠해갈 그의 오묘한 음악 세계는 이제 막 도입부를 지나는 중이다.

 


 

배현이
위위
2021.11.15

 

메시지를 설파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 논리 정연한 언어를 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그것이 이성과 감성을 모두 엮을 수밖에 없는 예능의 영역에 속한다면 직설적인 화법은 되려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배현이의 화법은 남다르다. 2017년 즈음부터 ‘알음다름’, ‘골드피쉬(Goldfish)’ 등의 그룹을 거쳐 이제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음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자칫 무거워질 수도 있는 이야기들을 때로는 너무나도 명료하고 직접적으로 꼬집다가도 때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능청스러운 태도로 관망하며 청자와의 밀당을 반복한다. 거기에 배현이 특유의 음악성이 더해져 탄생하는 절묘한 설득력은 작년 말, 힙합엘이(HIPHOPLE)와 오픈창동(OPCD)이 주최한 오디션 ‘WMM 2020’에서 선우정아의 극찬과 함께 최종팀에 선정되는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특히 선우정아의 심사평이 인상적이다. 당시 선정작이었던 배현이의 ‘알바비’를 두고 “틀을 무시하고도 마음에 꽂혀버리는” 음악이라 이야기한 선우정아의 감상은 결국 배현이라는 아티스트가 어떻게 자신의 메시지를 청자에게 전달하는가에 관한 이야기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11월, ‘알바비’를 포함하여 총 12트랙으로 발매된 그의 첫 번째 정규앨범 [위위]는 이러한 면이 십분 강조된 작품이다. 틀을 무시하는, 그러니까 자유분방한 그의 작법은 가사와 사운드 전반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데, 앨범 제목에서부터 은연중에 드러나는 사회비판적인  – 사회에 만연한 수직관계를 꼬집는 – 무거운 주제 의식은 이렇게 유들유들한 중화제 덕분에 받아들이기에 부담 없는 수준으로 청자를 맞이한다. 물론 이것은, 단순히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가사의 표면적인 특징을 넘어 작품 속 독특한 화자 설정의 덕이기도 하다. 부당하다 느끼는 일련의 현상 속에서 입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곡의 화자는 앞 단에서 언급했듯, 때로는 직설적이고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기도, 자조와 체념 섞인 태도로 현실을 비꼬기도 한다. 그리하여 ‘사회비판’이라는 사뭇 진지한 배현이의 메시지는 시시각각 그 표정을 달리하는 화자로 인해 능구렁이처럼 청자의 마음에 안착하게 된다.

 

사운드적인 측면 또한 배현이의 음악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곡을 이끌어가는 드럼과 신디사이저 등의 기본적인 악기뿐만 아니라 수시로 등장했다 사라지며 겹겹의 레이어를 만들어내는 수많은 사운드 소스들은 부수적인 장치라고 하기엔 그 비중이 너무도 커 사실상 앨범 전체 사운드의 5할 이상을 이러한 ‘소리들’이 차지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더불어 본인의 목소리를 이리저리 왜곡하여 마치 악기의 하나처럼 활용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총천연의 소스들이 만들어내는 구성은 그의 자유분방함이 청각적으로도 발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사운드적인 특징이 앨범의 주제의식과 그 맥락을 함께하며 결과적으로 배현이라는 아티스트의 메시지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 인터뷰에서 깨끗하고 명료한 사운드보단 지저분하고 왜곡된 사운드를 선호한다고 밝힌 바 있기도 한 배현이의 음악적 취향은 결국 12곡에 걸쳐 그의 시선이 머무는 대상들과 유사한 속성을 공유한다. 타인에 의해 부정당하고 또 소외당하기도 하는 수많은 삶의 모습이 누군가의 눈엔 완벽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 ‘완전한’ 인생이라 외치는 배현이의 다정한 시선은 지저분하게 왜곡된 소스들로도 사운드적인 절묘한 균형을 이뤄내는 그의 작업관과 일맥상통한다. 그렇게 그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소리의 집합은 가사로서 언어화된 메시지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동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그리하여 비로소 모든 요소가 음악으로 귀결되어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형식과 내용이 하나가 될 때 탄생하는 진정성 있는 시너지야말로 그의 음악이 “틀을 무시하고도 마음에 꽂혀”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세상 모든 완벽하지 못한 것들을 향한 굳세고 다정한 시선, 그 시선으로 찬찬히 덧칠해갈 그의 오묘한 음악 세계는 이제 막 도입부를 지나는 중이다. 

 


Editor /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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