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uwon Yim (임수원) [When It Falls]

발행일자 | 2021-10-20

임수원의 [When It Falls]는 각 곡이 지닌 매력이 큰 작품이다. 결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흐름과 호흡 속에서 다양한 편성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임수원의 독주 역시 빛나는 순간이다. 올해 한국 재즈는 이렇게 또 하나의 빛나는 순간을 얻게 되었다.

 


 

Suwon Yim (임수원)
When It Falls
2021.10.15

 

이 앨범을 듣다 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감탄하게 된다. 우선 하나는 서정이다. 자연에서 오는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나무와 바람, 하늘, 달, 바다 등 소리와 느낌, 보여지는 색들을 보며 써 내려간 앨범”이라는 소개글에 부합하게 뚜렷한 분위기를 넘어 분위기 이상으로 한 사람이 지니고 있는 감성을 온전하게 전달한다. 재즈 피아니스트인 동시에 동요 작곡가이기도 한 그의 음악은 단순히 순수함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이 있다. 마냥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순진한 것이 아닌, 그렇다고 순수한 척하는 것도 아닌 자신의 시선과 마음을 잘 간직해온 단단하면서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존재한다. 물론 임수원이라는 음악가가 실제로 그러한 사람인지, 혹은 그러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결과로 드러나는 앨범은 그러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으로부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표현이나 마음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으며, 앨범을 듣다 보면 억지로 자연의 소리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곡을 통해 그러한 감상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임수원이라는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밴드리더가 들려주고 싶은 모습은 자연의 모습이지만, 동시에 그걸 통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건 임수원이라는 음악가만이 풀어낼 수 있는 감성이다.

 

 

서정적인 음악 뒤에 또 다른 감탄의 요소가 있으니, 바로 비대면 세션이다. 앨범은 모든 곡이 비대면 홈 레코딩으로 제작되었다고 하며, 코로나-19에 더없이 잘 맞는 작업 방식이다. 2020년부터 봉쇄령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락다운을 겪으며 몇 음악가는 혼자서, 그러니까 나의 피아노 연주와 나의 베이스 연주가 합을 맞추는 식으로 음악을 제작하고는 했다. 베드룸 팝이라고 해서 한 사람이 랩탑과 악기 한, 두 가지 연주를 기반으로 곡을 쓰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기는 했지만, 재즈 내에서는 한동안 혼자서 모든 악기를 연주하고 녹음하여 만드는 것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 추세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 앨범은 비대면 홈 레코딩을 통해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 방식 자체가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온다. 정확히 어떤 식으로 연주를 주고받았는지, 또 녹음된 것을 받았는지 등의 과정이 궁금하지만 어쨌든 이 작품은 그러한 방식으로도 충분히 좋은 합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려줬다. 물론 좀 더 불처럼 타오르는 성격의 앨범은 이러한 방식으로 연주 간의 합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19 시국 속 생겨나는 여러 풍경 중 또 하나의 방식을 제시하여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지면 상 가장 크게 느낀 두 가지만 썼지만, 임수원의 [When It Falls]는 각 곡이 지닌 매력이 큰 작품이다. 결코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흐름과 호흡 속에서 다양한 편성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좋지만 임수원의 독주 역시 빛나는 순간이다. 올해 한국 재즈는 이렇게 또 하나의 빛나는 순간을 얻게 되었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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