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post post post!]

물론 그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들은 그의 음악이 상대적으로 알앤비에 가깝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는 이번 앨범에서 훨씬 많은 장르적 표현을 때로는 곡의 요소로, 때로는 곡 하나의 방향으로 가져간다.

 


 

조제(Josee)
post post post!
2022.02.05

 

음악가가 한 가지 장르를 택하지 않는 것은 약이자 독이다. 그만큼 음악가가 표현하고 싶은 폭도, 욕심도 많다는 것이고 그것이 구현된다면 더없이 훌륭한 역량을 입증하는 것이지만, 반대로 자신이 어필할 수 있는 영역이나 시장이 불투명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작품은 어떻게든 알려지기 마련이고, 또 알려져야 한다. 긴 공백을 지닌 후 돌아온 조제(Josee)를 이야기하고자 몇 이야기를 펼쳤는데, 싱어송라이터 조제가 1년이 넘는 공백을 넘어 자신의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물론 그의 음악을 들어온 사람들은 그의 음악이 상대적으로 알앤비에 가깝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는 이번 앨범에서 훨씬 많은 장르적 표현을 때로는 곡의 요소로, 때로는 곡 하나의 방향으로 가져간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결국 ‘팝’ 정도로 묶을 수 있지만, 더 자세하게 보면 알앤비를 기반으로 인디 록, 인디 팝과 재즈 등을 결합한 얼터너티브 알앤비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첫 정규 앨범은 지금까지 그가 선보여 온 감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고 해서 그가 전혀 다른, 낯선 것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밴드 셋을 기반으로 한 앨범 전반에는 정규 단위의 앨범을 끌고 가는 음악적 역량과 다양한 표현 방식은 물론, 보컬로서의 조제가 지니고 있는 부드러움을 통해 여러 결을 지닌 곡이 한데 묶이며 차분하게 정리되었다. 보컬이 시종일관 같은 것도 아니다. 때로는 차분하게 힘을 빼고 가다가도 좀 더 단단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하며, 시티팝 느낌부터 록에 가까운 곡까지 다양한 형태를 오가는 동안 그 어떤 이질감 없이 풀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제라는 음악가의 아이덴티티를 단단하게 구축한다. 아마 들으면 들을수록 각 곡이 지닌 뉘앙스가 크게 다르다는 것을, 그리고 그 뉘앙스를 만드는 수많은 디테일과 구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항준 감독이 한 이야기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는 오히려 거대한 것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형태의 스크린으로 봐도 나쁘지 않을 때가 있지만, 작은 영화야말로 섬세한 연출과 변화를 느끼기 위해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한다”. 물론 영화와 음악이 같지도 않고, 이 앨범의 규모가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다. 베이스에 누기를 비롯해 피아노, 기타, 드럼, 코러스 등 여러 연주자가 함께 만들었고 정규 단위의 작품이라는 것 자체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정규 앨범도 하나의 온전한 작품이고, 인디펜던트로 선보이는 앨범은 아무래도 대형 레이블에서 나오는 앨범보다는 좀 더 작다고 볼 수 있다. 조제의 [post post post!]는 그만큼 크게, 집중해서 감상했으면 한다. 중의적인 가사와 높은 밀도의 프로덕션은 그렇게 감상했을 때 더욱 가치가 드러날 것 같아서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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