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류장

  • Artist 이설아
  • Release2026-04-25
  • Genre Folk
  • Label이설아
  • FormatEP
  • CountryKorea
  • 1.달의 장막
  • 2.월명호수
  • 3.몽류장
  • 4.홍연길 (Interlude)
  • 5.영원한 친구
  • 6.우리는 같은 샴푸로 머리를 헹구고

 

EP<몽류장>은 ‘몽류장’이라는 곡을 만들고 나서, 이 곡의 여정을 같이할 친구들이 있으면 하는 마음에 펼치게 된 앨범입니다. 따라서 수록곡들은 한 곡을 제외하고 모두 ‘몽류장’ 탄생 이후에 만들어졌어요.

<작은 마을> 이후 결심한 듯 신발 끈을 고쳐 맸지만 좀처럼 발이 떼어지지 않는 시기를 보냈습니다. 나아가기 위해선 챙긴 짐들을 모두 지고 갈 수 없겠다 싶어 어느 것은 태워보기도 했지요. 그러나 가벼워진 차림과는 별개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위기감이 밀려올 뿐이었습니다. 다음이란 게 과연 있긴 한 걸까. 아주 추운 곳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무렵, 노래에 달린 한 댓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중 일부를 옮겨보면 이렇습니다. “이 노래를 들으니까 아무도 없는 들판에서 아직 미약하게 남은 노을의 흔적을 보는 것 같아요. 거기에는 저만 있는 것 같고 모든 게 평화로워요. 가끔 모든 게 내려앉은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다시 찾아올게요.”

조바심이 들 때마다, 그러니까 꽤 자주, 저는 이 댓글을 읽으러 갔습니다. 비슷하게 정처 없는 이와 잠시나마 노을을 보기 위해서였지요. 숨이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이토록 슬프고 아름다운 말을 받고 나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누군가를 환한 곳으로 안내할 지도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요. 해가 지나간 자리 어둠 속에서 함께 머무르는 일은 제가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제법 잘 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몽류장>은 꿈과 현실이 오가는 지점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곳에서 모은 이야기들은 방랑의 불안을 띠고 있으면서 동시에 기묘한 안식 또한 지니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경계에 잠시 주저앉아 보기로 했습니다. 주저앉는다니 언뜻 좌절과 닮아 보이지만, 그보단 오래 서 있다가 다리를 구부렸을 때의 시원함에 더 가깝습니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숨어있거나 도망친 사람들이 마음껏 길을 잃고 망가져도 괜찮았으면 합니다. 그런 자신과 우리를 향해 “괜찮아 여기 내가 있을게”라는 명료한 사랑과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

 

설아 드림

 

 

  1. 달의 장막 Veil of the Moon

꿈과 현실 사이 반복되는 기시감. 위태로움 속 이상한 안전함에 이끌려 날마다 장막으로 향한다.

인트로의 소리들은 제주도의 어느 동굴에서 녹음했다.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캄캄한 동굴 안에서 출구 쪽을 바라보면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햇살이 습기에 반사되어 빛났다.

 

  1. 월명호수 Wolmyeong Lake

산등성이에 호수가 있다. 오후 4시의 빛을 담은 윤슬과 자그마한 바다마냥 찰랑이는 파도가 있다. 모래, 자갈, 벤치. 둘레를 크게 걷다 보니 그늘진 늪이 있다. 탁한 물, 부러지고 잠긴 나무들을 익숙한 결말과 겹쳐 보았다.

기억으로부터 돌아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꿈에서 본 광경인지, 여행의 일부인지 잘 분간되지 않았다. 어렵게 입을 떼었을 때 가장 먼저 흘러나온 말은 오래전부터 안고 있던 고백이었다.

 

  1. 몽류장 Hypnagogia

어릴 때부터 무서운 꿈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복해서 찾아왔다. 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꿈이었다. 자주 꾼 꿈 중 하나는 크고 무서운 형상이 나타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붙드는 꿈이다. 둘 중 한 사람을 고르게 하고, 대답에서 비켜간 사람은 사라지는 식이었다. 잡혀있는 사람은 가족, 친구, 문방구 사장님 등 때마다 바뀌었다.

근래에는 안개 쌓인 숲속에서 버스를 타고 달리는 꿈이 반복되었다. 창밖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어째서인지 내리지 못하고 같은 곳만 뱅뱅 돌았다.

이 꿈이 찾아오고부터는 밤마다 꼭 일부분을 자르러 가는 것 같았다. 괴로워하는 나에게 같이 사는 사람은 “그러면 엇갈리더라도 만날 수 있는 곳을 두어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했다. 그 이후로 밤을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주문을 두게 되었다. ‘잘 자, 사랑해, 집에서 만나자’가 그 주문의 일부이다. 이를 꾹꾹 소리 내어 말하고 잠을 청하면 어디론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은 평정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는 같은 꿈을 만나더라도 어디선가 이 주문이 먼저 들려온다. 그러면 모든 게 슬프거나 두렵지만은 않게 된다. 나의 매일을 도와준 구절이 누군가의 밤에도 가닿기를 바라며, 마음껏 헤매어도 좋을 이곳의 이름을 몽류장(夢, 정류장)이라고 붙였다.

 

  1. 홍연길 (Interlude) Hongyeon-gil

피아노 녹음 전 날 연습을 하다가 우연히 ‘몽류장’에 뒤이어 연주한 프레이즈. 앞 곡의 연장으로 걷는 기분을 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멜로디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날 함께 녹음을 받았고, 앨범에 싣게 되면서 곡 제목은 좋아하는 거리의 이름으로 붙였다. 소란한 몸과 마음을 연하게 하는 거리.

 

  1. 영원한 친구 Hypnopompia

그 애가 나타나서는 다 뻥이라고 했다. 사실 그날 근처 운동장에 있었는데 그런 소식이 퍼졌다고 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자신을 죽은 이로 기억하는 게 썩 나쁘지 않아 가만히 지냈다고 했다. 대신에 많이 슬퍼하는 이들에게 한 명씩 찾아가 자신이 살아있는 것을 알리는 중이라고 했다. 슬퍼하는 이들 꿈에 다 들리려면 그 애 좀 바쁠 거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영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어떤 영원은 마음에서 가능하다고.

 

  1. 우리는 같은 샴푸로 머리를 헹구고 The Same Scent

“친구들이랑 어디 가면 아침에 같은 샴푸로 머리를 감잖아. 그 향기가 나부끼는 순간을 좋아해. 다 크고 나서는 시간 맞추는 것부터가 난관이거든.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우리가 다른 삶에 접어들고 있구나 생각하지. 그런데 그 샴푸 향기를 맡을 때면 상념들은 다 소용 없어진다.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던 것들은 그곳에 여전히 있어. 흩날리는 머리칼을 보다 보면 알 것도 같아. 수많은 분기점이 생겨나도 우리는 결국 사랑으로 향한다는 것을.”

 

 

[Credits]

 

produced by 이설아

all words & music by 이설아

all arrangements by 이설아

 

  1. 달의 장막 Veil of the Moon

vocal 이설아

background vocals 이설아

piano, synthesizer, percussion 이설아

field recordings 이설아

electric guitar 박상권

bass 이기학

drums 이주현

violin 박동석

viola 양혜경

 

string arrangement by 이설아

string score preparation by 복다진

 

 

  1. 월명호수 Wolmyeong Lake

vocal 이설아

background vocals 이설아

piano, synthesizer 이설아

field recordings 이설아

cello 정윤혜

 

string arrangement by 이설아

 

 

  1. 몽류장 Hypnagogia

vocal 이설아

background vocals 이설아

piano, synthesizer, percussion, programming 이설아

acoustic guitar, electric guitar 사공

bass 이기학

drums 이주현

violin I 박동석

violin II 권혁민

viola 양혜경

cello 정윤혜

 

string arrangement by 이설아

string score preparation by 복다진

 

 

  1. 홍연길 Hongyeon-gil (Interlude)

piano 이설아

 

 

  1. 영원한 친구

vocal 이설아

piano, synthesizer 이설아

 

 

  1. 우리는 같은 샴푸로 머리를 헹구고 The Same Scent

vocal 이설아

background vocals 이설아

piano, synthesizer 이설아

acoustic guitar, electric guitar 사공

bass 이기학

drums 이주현

percussion 한민영

flute 이기현

 

 

drums, bass, guitar, strings recorded by 민상용 at Studio Log (tracks 1, 2, 3, 6)

piano recorded by 남동훈, 곽동준 at Small’s Studio (tracks 2, 3, 4)

guitar recorded by 사공 (tracks 3, 6)

other instruments recorded by 이설아

editing by 이설아

 

mixed by 천학주 at Mushroom Recording

mastered by 이재수 at Sonority Mastering

 

photo by 조원준

artwork by 이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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