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에 쏠린 산책자
슬픔 없이, 희미한 원망이나 미움 없이 지난 사랑의 주위를 거닐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그 걸음들을 ‘산책’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는 또 얼마나 있을까. 한밤의 환한 트랙처럼 아름답고 용감한 사랑은 그것을 넓게, 깊게, 자세히 감각하는 산책자들에 의해 발명되는 것. 조금씩 발견되는 것. 손서정에게 사랑의 과거, 현재, 미래를 나누는 것은 크게 의미 없어보인다. 그는 현재의 사랑에서도 이 확실한 사랑의 빛이 여전히 남아 반짝일 미래를 보는 사람, 사랑과 사람과 빛이 성운처럼 흩어져 있는 머나먼 과거를 보는 사람이다. 지난 사랑은 때문에 그에게, 언제나 새롭게 구성되고 움직이는 현재이자 가벼운 미래가 된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많은 사랑들도 마찬가지다. 사랑에 주저함이 없고 사랑이 많은 손서정에게 사랑은 늘 차례로 달려올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이는데, 그에게는 아직 만져보지도 않은 사랑 역시 끝나지 않을 완전한 미래나 매끄러운 형태, 환상에 가깝다기보다 어쩔 수 없는 아름다운 어긋남을 가진 과거일 것이다. 사랑의 미래에서 과거를 볼 줄 아는 빛의 여유는 그만의 비밀이 된다.
손서정은 슬픔 없이 트랙을 돈다고 한다. 누구에게는 거추장스럽고 누구에게는 괴로움으로 가득할 남은 사랑의 거님을 산책이라고 확신한다. 동시에, 매일 새로운 빛을 받으며 새롭게 생동하는 사랑의 잔여물들을 성실히 탐구한다. 우주의 빛과 어지러운 사랑의 빛에 쏠린 산책자 손서정. 트랙 바깥에서 손을 흔들면 다시 제 손을 들어 잘 걷고 있다고, 걷기에 꽤 좋다고 웃어보일 손서정. 그러나 그가 이렇게 의연한 산책자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감정의 두께를, 흩어진 우주 이야기들을 견뎌냈을지 짐작해본다. 폭발을 견딘 사람만이 가벼움을 안다. 슬픔을 견딘 사람만이 슬픔 위를 다른 이름으로 걷는다.
그만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산책법을 알려준 손서정에게 고맙다. 크고 작은 어긋남과 안녕들에게 그의 음악은 가장 따뜻한 웃음과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그의 음악이 내 안을 거닐고 밤새 산책하도록 내버려둔다. 그럼 나는 내 앞에 닥친 사랑에 조금 더 용감해진다.
김연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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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s |
Written by 손서정
Arranged by손서정, 서건호, DOF2D
Guitar 서건호 Piano, Percussion DOF2D Guitar Recorded/Mixed/Mastered by 김정민 @studio_wansung
MV Cast 버드 손서정 Storywriter/Producer 손서정 Director/D.O.P/VFX 안수찬 Art Director/A.D/VFX 민상명 Assistant Animator 한윤정 Puppet Making 버드
Cover Artwork/Concept Photo by 유연 Jewerly by이예원 Headpiece by버드
Liner note from김연덕
Published by POCLANO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