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 사이, 빛

  • Artist 보이어
  • Release2019.08.08
  • Genre Rock
  • LabelBottle panic
  • FormatSingle
  • CountryKorea

1. 물결

 


 

Voyeur [물결, 사이, 빛]

테라야마 슈지 <모피의 마리>에서, 마리는 아들에게 이런 충고를 한다. 너는 거짓말만 하니까 하는 건 진실된 걸 하렴. 이 글을 적는 나는 거짓말을 일삼는 자이다. 거짓 없이는 내다볼 수 없는 속된 입을 가진 자이다. 거짓말을 많이 할수록 돌의 개수가 늘어난다. 하지만 나에게도 마리가 있다. 마리가 있어서 다 자란 업보를 데리고 뒤도 안 돌아보고 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마리는 내가 쌓아 놓은 돌무덤을 툭 무너트리는 힘을 가졌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가로지르는 흰 나비의 지구력처럼 아주 가볍고 우아한 턴으로, 마리, 너는 죄를 용서하는 힘을 가졌다.

보이어는 아이슬란드 공화국의 언어로 ‘항해사’라는 뜻이다. 지난밤 물을 따라 둔 컵에서 오래된 서랍 맛이 나듯이, 보이어는 무심코 흘린 기억을 선회하는 음악가들이다. 어떤 풍파를 바라보면 잘못이 묻어난다. 철 지난 반성을 걷어가는 달리기 같은 연주자들, 나는 이들을 마리라고 부른다.

여러분에게 보이어를 소개한다. 보이어는 진지하고 재미없으나 산맥의 비탈들처럼 힘이 되는 음악을 한다. 보이어는 유명해지고 싶어 고민하지만, 남들 등쳐 먹는 일에는 글러 아직 유명해지지 못한 청렴한 밴드이다. 나는 이 앨범을 듣고 항해를 결심한 선장의 첫 기도를 떠올렸다. 잠시 어두운 곳을 헤매는 속력을 허락하소서. 보이어는 내가 귀로 듣고 입으로 부르는 것 중 가장 진실한 것이다. 이들에게 길을 터 주고 싶다.

-Credits-
보이어(Voyeur) members / 김동윤, 이용석, 최병호, 이지현

Produced by 보이어 (Voyeur)

Recorded by 민상용 @Studio LOG
Mix&Masterd by SQUAR @BLUR___
Writing by 정여름
Artwork by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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