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의 섬망
- Artist 물과음,
- Release2026-10-14
- Genre Rock, Folk,
- Label사우전드폴드 레코즈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푸른 숨
- 2.소금밭
- 3.어떤 꿈
- 4.바니힐
- 5.우소
- 6.함께한 기억보다 더 큰
- 7.마이마이
- 8.편서풍
- 9.실의
- 10.칼파
| 선이 흔들리는 동안
2019년 솔로 프로젝트로 재출발한 ‘물과음’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을 때, 직관적이면서도 의미를 곱씹게 하는, 희소하고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당시 물과음은 자신의 이름이 물속에서 듣는 소리의 낯선 질감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에서 비롯되었으며, 물과 소리가 흘러가고 사라진 뒤의 흔적을 좇는다고 설명했다. 섬세한 감각과 상상을 사유의 출발점으로 삼는 태도는 그가 한 매체에 연재 중인 칼럼에서도 확인된다. 시대와 국적,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한 작품에서 얻은 생각을 삶과 사회로 넓혀간다. [유선의 섬망]이라는 제목 역시 처음부터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않으면서도 눈길을 끈다. 그 낯섦은 음반을 귀 기울여 듣고 소리와 이미지를, 가사와 메시지를 천천히 생각하게 한다. 물과음의 2집 [유선의 섬망]은 여러 소리층이 겹쳐 만든 넓은 공간감을 음반 전반에 펼친다. 대부분의 트랙에서 악기와 노이즈, 코러스가 뒤섞이며 경계가 흐려져 하나의 음향처럼 들린다. 첫 두 곡은 이러한 성격을 분명하게 들려준다. ‘푸른 숨’에서 높은 음역의 얇은 보컬과 선명한 선율에 여러 FX와 글리치가 겹쳐지며 입체적인 복합 공간을 만들고, ‘소금밭’은 기타와 신시사이저, 안개처럼 깔린 레코다메의 목소리가 우리를 더욱 멀고 광활한 곳으로 데려간다. 뒤엉킨 소리 덩어리 속에 명료한 선율이 살아 있고, 세밀한 장치로 만든 깊은 침잠과 넓은 부유감이 하나의 시공간에 공존한다. 첫 정규 앨범 [잠재적 초점](2022)이 여러 악기와 전자음, 현장음을 쌓은 ‘더하기’의 작업이었다면, EP [타원율](2024)은 피아노와 목소리만 남긴 ‘빼기’의 작업이었다.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더함과 뺌의 두 방식이 동시대 인디록에서 다시 부상한 여러 어법과 결합한다. 길고 넓은 잔향과 중첩된 음향으로 드림팝과 슈게이즈를 오가고, 절제된 구성과 느린 진행에서는 인디 포크와 슬로코어 지향을 드러낸다. 현실과 꿈결을 오가는 어쿠스틱 사운드는 사이키델릭 포크로 이어지고, 악기 소리와 전자음, 글리치의 결합이 포크트로니카에 다가서기도 한다. 후반부의 ‘실의’는 포스트록의 점진적인 빌드 업과 폭발로 음반에서 가장 큰 진폭을 만든다. 곡마다 서로 다른 소리와 장르를 변주하고 결합하지만 모두 한 앨범의 음악으로 들린다. 가는 보컬과 선명한 선율이 축을 이루고, 주변 음향의 밀도와 배치에 따라 각 소리가 들리는 거리와 존재감이 달라진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서로를 밀어내고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유선의 섬망]은 그 힘을 보이지 않는 끈으로 상상한다. 끈은 연결된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팽팽하거나 느슨해지고, 장력의 변화에 따라 다시 양쪽의 움직임이 바뀐다. 관계는 두 존재를 연결하는 ‘유선’이자 서로의 형태를 바꾸는 과정이 된다. ‘소금밭’에서 배경에 가까웠던 레코다메의 목소리는 ‘편서풍’에서 물과음과 대등한 성부를 이룬다. ‘바니힐’에서는 고대비와 박예진의 코러스 및 음향층이 두꺼워질수록 물과음의 존재감이 옅어진다. ‘우소’에서는 밀어냄과 당김이 한 사람의 마음 안에서 맞선다. 상대를 향해 마음을 재촉하다가(“기다리기 싫어”) 그 감정에서 물러나려 하다가(“falling in love, 너무 싫어”) 결국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정한다(“I’m in love with you”). 중첩된 기타와 노이즈, 늘어지는 테이프 소리는 다가가는 마음과 도망치는 마음이 충돌하는 시간을 길게 늘어뜨린다. 서로를 밀고 당기는 힘은 가사에서 육체를 바꾸는 작용으로 나타난다. 타이틀곡 ‘함께한 기억보다 더 큰’에서 상대의 손짓과 미소만으로 상처 난 몸은 갈라지고 무너진 몸은 헤쳐진다. 추억은 몸에서, 하지 못한 말과 일은 바닥 위로 흘러나온다. 화자는 상대에게 ‘살아낼 나’를 만져보라고 말하고, 추억은 살을 대어 하나의 형상을 만든다. 영어 제목 ‘fragments of a figure’에서 형상은 다시 파편으로 남는다. 그것이 상대의 형상인지, 그 관계를 거치며 달라진 화자의 형상인지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실의’에서는 수많은 언어가 힘을 잃은 뒤에도 “with you”와 “it’s you”가 남는다. 결국“everything it’s you”를 되풀이하며 곡이 폭발하는 결말에 이르면, 오롯이 한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 곡 전체를 지배한다. 기억이 부재한 사람의 흔적으로 남아 현재의 몸과 언어를 바꾼다. 산스크리트어로 우주적 규모의 긴 시간을 뜻하는 ‘칼파’는 이러한 흔적을 음반의 마지막과 세계관의 바깥까지 이어간다. “풍경 밖으로”, “인식 밖으로” 사라지려 하고, 반복되는 건반 루프와 긴 호흡의 아웃트로 속에서 목소리도 차츰 자취를 감춘다. 그 뒤에는 차임을 닮은 아름답고 영롱한 음색만 남는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관계가 바꾼 감각은 지속된다는 결말이다. 앨범 제목의 ‘섬망’을 다시 생각해본다. 섬망은 사전적으로 주의력과 의식이 급격히 흐트러지고 명확한 사고가 어려워지는 급성 혼돈 상태다. 제목은 손에 잡히지 않는 소리와 음악을 들으며 마음속에 형상과 이야기를 그리는 경험을 섬망에 겹쳐 놓았다.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 상대와 목소리 뒤에 남는 소리는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흔든다. 선이 흔들리는 동안 소리 역시 형태를 바꾸고 연결된 사람들도 전과 달라진다. 진동이 멎은 뒤 변화가 남는다는 사실이 열 곡과 낯선 제목을 하나로 묶는다. 보이지 않는 선이 열 곡의 음악으로 남는 동안, 물과음이 오래 좇아온 손에 잡히지 않는 흔적도 잠시 형태를 얻는다. —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Byungwook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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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edi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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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oduced by 서준호
(except: track 2,8 레코다메 & 야노 / track 5 유은결)
All Songs Written by 물과음
All Songs Arranged by 서준호 & 박예진 (*except: track 2,8 레코다메 & 야노 / track 5 유은결)
Recorded & Mixed by 서준호 at Link Lab Studio (except track 2,8 레코다메 & 야노 / track 4 고대비 / track 5 유은결, 박종범)
Mastered by 서준호 at Link Lab Studio
Photo & Design 물과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