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몰이

  • Artist 해사냥
  • Release2026-08-25
  • Genre PopR&B/Soul
  • Label삼각관계
  • FormatEP
  • CountryKorea
  • 1.아슬아슬
  • 2.위스키호
  • 3.버니래빗
  • 4.기습
  • 5.내 정체 baby (skit)

사랑에 빠진 사람은 왜 우스워질까? 이미 상대에게 마음을 빼앗겼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고, 지금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한번 더 뒤를 돌아볼 수밖에 없는 심술 가득한 운명. 잔뜩 자존심을 세웠다가도 불려진 이름 하나에 와르르 무너져버린다. 마음을 숨기려 할수록 그 심장 소리와 몸짓의 그림자는 더욱 선명해진다. 아아… 사랑은 결국 인간의 결핍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감정인 것이다. 그리고 해사냥의 EP <토끼몰이>는 바로 그 결핍이 가장 우스워지는 순간들을 벌거벗은 채 노래한다.

 

해사냥의 첫 EP <토끼몰이>는 바로 그 우스워지는 순간을 CCTV처럼 집요하게 쫓고 있다. 이 앨범에서 사랑은 낭만적인 약속도, 아름다운 구원의 서사도 없다. 서로를 쫓고 피하고 붙잡는 동안 체면과 이성은 한꺼풀씩 스르르 벗겨진다. 결국 가장 솔직하고 초라한 욕망만이 X-ray처럼 투과되는 감정의 사냥터가 투명하게 펼쳐진다.

 

깜짝 놀랄 만큼 유니크하고 독특한 목소리의 보컬과 세련된 팝, R&B 사운드로 단숨에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해사냥’이란 이름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신선함이었다. 그 후 여러 번 앨범을 곱씹어 듣고 여운에 몸을 뉘이다 보니 욕망과 불안, 집착이 썰물 빠진 후의 바닥에 남은 잔여물처럼 선명하게 번쩍이고 있었다. ‘해사냥’, 그들에게는 사랑에 능숙하진 못하지만 사람의 날것 그대로의 표정이 있다.

 

해는 잡을 수 없다.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저물고,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을 때 다시 떠오른다. 해사냥은 그렇게 닿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기어이 손을 뻗는 두 사람, 보컬 재현과 기타리스트 김일로의 솔직함으로 가득 차 있다. 조금은 멋진 척도 해보지만 자꾸만 마음을 들키고 마는 삐딱하고 솔직한 러브송으로 꽉꽉 채워서 말이다. 포크 그룹 도마와 문소문을 거치며 섬세한 연주 언어를 쌓아온 김일로, 17 Peri로 활동하며 R&B와 전자음악의 감각을 다듬어온 재현은 서로에게 없는 것을 발견한 뒤 일 년 동안 음악을 함께 쌓았다. 그 결과물인 <토끼몰이>는 미련과 집착, 욕망마저 능청스러운 유머와 관능적인 리듬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래서 그 솔직함은 초라함으로 남지 않고, 비극으로 굳어지지 않는다. 사랑 때문에 무너지는 자신을, 그리고 우리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 모습을 과장하고 당당히 춤추게 만든다. <토끼몰이>의 화자는 지나치게 솔직하고, 조금 많이 뻔뻔하고, 꽤나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바로 그 미숙함 때문에 이 노래들은 이상하리만큼 생생하게 살아있다.

 

첫 곡 ‘아슬아슬’은 사랑이 이미 균형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도 관계를 놓지 못하는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들키면 큰일”이라며 숨을 죽이면서도 “너무 오래 사랑해”라고 고백하는 화자의 목소리에는 불길하고 불안한 의심과 지독하게 질척이는 애정이 동시에 들끓는다. ‘위스키호’에서는 그 불안이 맹목적인 중독으로 번진다. 상처받고 모욕당하면서도 상대가 부르면 곧장 달려가는 화자는 사랑 앞에서 자존심마저 기꺼이 훌렁 내던진다. 위스키처럼 달콤하게, 하지만 독하게 취하게 하는 육감적인 ‘너’를 향한 표현은 욕망의 과열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타이틀인 ‘버니래빗’은 이 앨범의 세계관이자 제목이 왜 <토끼몰이>인지 가장 선명하게 설명하는 곡이다. 능숙한 척 어깨에 손을 얹고 허풍스럽게 말을 건네지만, 결국 사냥철의 토끼처럼 초라하게 반항하지 못하고 상대의 품에 풀썩 붙잡히고 만다. 쫓는 사람과 쫓기는 사람의 위치는 계속 뒤집히고, 사랑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한 채 붙잡고 잡아먹는 우습고도 단순한 먹이사슬 같은 게임이 된다. 이어지는 ‘기습’은 관계가 멀어진 뒤에도 끝내 주변을 맴도는 사람의 긴긴 밤을 그린다. 아슬아슬 너를 만지고 싶고 다가가고 싶은 충동과 예의에 어긋난다는 이성이 한없이 충돌하며, 마음은 언제나 자신의 행동보다 한발 먼저 어긋나 불쌍한 온몸을 안달 나게 한다. 마지막 skit ‘내 정체 Baby’는 앞선 고백들의 잔향처럼 남아, 화자의 우스꽝스럽고도 솔직한 정체를 다시 묻는 것만 같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보다 먼저 자신의 결핍과 마주하곤 한다. 상대를 향해 달려가는 줄 알았지만, 끝내 마주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빈자리인 것이다. 그래서 <토끼몰이>의 인물들은 끊임없이 쫓고, 숨고, 붙잡히고, 망설임을 반복한다. 사랑은 끝나도 욕망은 끝나지 않기 때문일까? 닿지 않는 태양을 향해 손을 뻗는 해사냥이라는 이름처럼, 이들의 노래 역시 이루어지지 않는 마음을 향해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다. 태양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생, 단 한 사람만 비춰주길 소망한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평생 끝나지 않을 저마다의 해사냥을 조금씩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혜림(대중음악 평론가)

 

 

 

Lyrics by 재현

Composed by 해사냥

Arranged by 해사냥

 

Vox by 재현

E.G by 김일로

Bass by 김일로 (track 3)

Synth by 재현

MIDI programming by 재현

 

Recorded by 해사냥

Mixed by 재현

Mastered by Aepmah at AFMLaboratory

 

A&R, Profile Photo, Content Direction(Social Media) by 카코포니

Album Art, Music Video, Creative Direction by Yagi(이승현)

Liner Notes by 조혜림

Distributed by Poclan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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