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 Live <쾅!!>
- Artist 소음발광,
- Release2025-06-17
- Genre Alternative, Punk, Rock,
- Label오소리웍스
- FormatALBUM
- CountryKorea
- 1.한낮 ('25 Live <쾅!!>)
- 2.낙하 ('25 Live <쾅!!>)
- 3.오렌지문 ('25 Live <쾅!!>)
- 4.노랑 ('25 Live <쾅!!>)
- 5.폭죽 ('25 Live <쾅!!>)
- 6.검은물 ('25 Live <쾅!!>)
- 7.쇠망치 ('25 Live <쾅!!>)
- 8.태양 ('25 Live <쾅!!>)
- 9.끝 ('25 Live <쾅!!>)
- 10.새벽 ('25 Live <쾅!!>)
내가 라이브 앨범을 좋아하는 이유는 복합적으로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중요시하는 것들을 꼽자면,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객들과의 뜨거운 상호작용과, 음원과는 달리 돌이킬 수 없는 원테이크 연주에서 멤버들끼리 스파크가 튀면서 비롯되는 긴장감 이후 성공했을 때 휘몰아치는 카타르시스, 그리고 지저분하고 날것인 음질이 좋아서이다. 공연을 자주 보러 가지는 않지만 과거 2021년에 소음발광의 무대를 1열에서 보게 되었는데, 처음 본 국내 아티스트 라이브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있던 도화선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다. 몇 번의 기타 스트럼 후 보컬 강동수 씨의 시그니쳐 사운드인 “다 죽여버려”가 들리자 모든 악기가 봉인을 해제했고, 미처 귀마개를 챙기지 못했기에 그들의 절규를 맨몸으로 받아들여야 했다. 귀가 데시벨을 수용하지 못해 모든 것이 웅웅거렸지만 온몸으로 소음을 수용하였고 그 골이 떨리는 묘한 느낌에서 해방감을 느꼈다. 아, 이것이 소리로 샤워를 한다는 느낌이구나. 저들은 저토록 파괴적인 울분을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해소하는구나. 이리저리 뒹굴어도 아무런 눈치를 보지 않는구나.
몇 주를 이명에 시달리게 되었지만, 해외 밴드들의 라이브 앨범에서만 느꼈던 지저분한 사운드를 직접 느끼게 되어서 아직까지도 인상 깊은 기억으로 남고 있다.
그런 기억을 가진 소음발광이 2019년 데뷔 이래 처음으로 라이브 앨범을 낸다는 소식을 듣고, 솔직히 처음엔 걱정이 앞섰다. 잘 만들면 기존 음반보다 뛰어난 순간들을 보장하지만, 라이브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 특별함이 담겨있지 않으면 나의 취향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파일을 처음 받고 바로 눈에 띈 타이틀 ― 전설적인 노이즈 락 밴드 Les Rallizes Dénudés의 라이브 앨범 「’77 Live」를 의식한 듯한 ― 「25′ Live 쾅!!」을 보고서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고, 첫 곡 ‘한낮’을 틀자… 이유 없이 답답했던, 여러 음악에 가지고 있었던 유치하고도 소심한 불만이 싹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매우 시끄럽다. 막 지옥에서 돌아온 듯한 베이스와 양옆 고막을 시도 때도 없이 긁는 기타, 사회에 불만이 쌓인 듯 공격적인 드럼 그리고 선명하고도 더욱 처절한 보컬까지, 귀를 혹사하며 온몸으로 경험한 그날의 무대를 집구석에서 다시 한번 듣는 기분이다.
대중성은 저 멀리 우주까지 던져버린 소리의 모음집. 카페에서 틀면 스피커가 고장 났다는 클레임이 들어올 듯한 믹싱.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특별하다. 그동안 한국 음악계에서 이토록 시끄러움을 담은 라이브 앨범은 쉽게 볼 수 없었기에, 그리고 단순히 시끄러워서가 아니라 이들이 아직 새로운 것을 시도할 의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분명 이런 시끄러운 음악은 누구나 앨범으로 낼 수 있다. 정말 적당하게 만들자면 아무 노래의 볼륨을 +12db 올린 뒤 그걸 노이즈 락 혹은 노이즈 팝의 장르적 특성이라 포장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하지 않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실패하면 그만한 리스크가 있고 앞선 사람들이 그다지 시도하지 않아 실패율이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소음발광은 그 위험을 뚫고 해냈고, 그저 해낸 게 아니라 성공적으로 해냈다.
모든 것은 시끄럽지만 그 안에서 조화가 이루어진다. 지속적으로 부글거리는 베이스 아래 보컬이 발광하면 드럼이 모든 걸 파괴하고 기타가 마무리 짓는 것이 10번 반복되나, 어느 하나 거슬리게 튀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난장판을 만든다. 트랙 리스트마저, 가볍고도 그나마 밝은 분위기였던 EP 「풋」과 싱글 「Shine」에서 벗어나, 전체적인 방향을 바꾸고 펑크에 좀 더 다가간 「도화선」과 한층 더 진화한 「기쁨, 꽃」 그리고 더욱 시끄러워지고 저항심이 거세진 「불과 빛」 세 앨범, 각 정규 앨범의 곡들이 골고루 수록된 이 앨범은 그들이 달려왔던 음악적 변화의 자취를 한번에 담아내는 결정체라고도 볼 수 있다. Daughters가 떠오르는 강렬한 오프닝 ‘한낮’ 뒤엔 “다 죽여버려”로 시작되는 ‘낙하’가 나오는데, 장담하건대 이토록 진심으로 들린 적은 없었다. ‘오렌지문’ 후반부에 추가된 아이가 부르는 듯한 천진난만한 멜로디에 그리 유쾌하지는 않은 가사는 그 괴리감에 소름이 돋는다.
무언가에 도망가는 혹은 후회의 감정에 휩쓸린 가사의 ‘노랑’은 전반부의 하이라이트로, 도를 넘는 시끄러움은 포스트-펑크 특유의 시니컬한 파괴력과 보컬의 호소력을 극대화한다. 음원보다 더욱 빠른 템포인 ‘폭죽’에는 훨씬 긴 빌드업이 추가되었는데, 덕분에 긴장감이 배가 되어 후반부의 보상 또한 크게 다가온다. ‘검은물’은 음원에서는 그나마 절제되어 부르던 것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절규에 가까운 고백을 내뱉는다. 무력함을 나타내는 듯한 여러 코러스가 합쳐져 Swans의 느낌이 났던 후반부는 한 청년의 단말마로 변한 지 오래이며, 목소리는 적지만 그 강렬함은 다르게 다가온다. 환상적인 기타의 ‘쇠망치’와 각각 에너지와 하드코어의 끝을 보여준 ‘태양’과 ‘끝’을 지나면 앨범의 마지막이자 가장 불안한 트랙인 ‘새벽’이 온다. 분노와 후회와 희망을 선언하며, 20초가량의 기타 피드백과 베이스의 잔향을 아웃트로로 이 앨범은 마무리된다.
나는 음악가가 청취자들에게 본인의 의도를 얼마나 많이 설득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보지만, 음악가의 의도와 청취자의 파악이 달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음반을 듣고 감동을, 공연 관람에 대한 용기를, 라이브에 대한 원동력을, 혹은 심술에서 비롯된 창작력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어떻게 수용하던 그 방식에 찬반이 있든 간에, 창작자들의 시도가 우선시되어야 모든 담론이 시작된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도 용기를 내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이 라이브 앨범의 실험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슬픔과 분노와 현실과 부정을 담은 오만가지 날 것의 발광하는 감정들을 소음으로 분출한 「25’ Live 쾅!!」을 통해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 파란노을 (아마추어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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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s |
소음발광
강동수 _ 보컬, 일렉트릭 기타 김성빈 _ 일렉트릭 베이스 박성규 _ 일렉트릭 기타 마재현 _ 드럼
음악 프로듀서 _ 강동수 작사·작곡 _ 강동수 편곡 _ 강동수, 김성빈, 박성규, 마재현 — 3번 트랙 ‘오렌지문’에 쾅프로그램의 ‘잘살아침’이 일부 인용됨
레코딩 _ 안현우, 이효준 @민락인디트레이닝센터 믹싱 _ 이효준 마스터링 _ 정기훈 @지구상스튜디오
디자인 _ 이하린
‘오렌지물’ 뮤직비디오 _ 유승원
라이너노트 _ 파란노을
제작 _ 소음발광, 오소리웍스
음원 배급 _ 포크라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