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테이지가 10주년을 맞이하여 페이지를 오픈하고 “나에게 온스테이지”, “ON PICK” 등 여러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ON PICK”에는
잠비나이, 실리카겔, 악단광칠, 김오키, 키라라, 까데호, 강아솔 등 포크라노스의 음악가들이 후보로 있으니 투표에 참여해보자. 이처럼
다양한 음악가, 다양한 영상이 어느덧 차곡차곡 쌓여 역사가 되었다. 그
중 포크라노스 스태프들이 꼽는 영상 하나씩을 소개해본다.
오존(O3ohn) – 언제부터
인연이 있는 뮤지션들의 현재를 보고, 그들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독특한 향기가 마음에 번진다. 그 향기는 곧 첫 만남의 특별한 장면들을 상기시킨다. 오존의 온스테이지 영상들도 그렇게 나를 수년 전으로 안내한다. 이제는 곱슬머리 뮤지션으로 수천 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모습이 어울리는 매력적인 청년이 되었지만, 온스테이지 속 짧은 머리의 오존은 첫 만남 때의 그 장면처럼 자신만의 향기를 은은하게 화면 안에 퍼트리고 있다. 그리고 난 여전히 그의 미래를 응원한다. / 김호준 부장
니들앤젬 – Dawn
온스테이지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수많은 장면들 중 유독 이 클립, 이 노래를 가장 먼저 손에 꼽게 된다. ‘Needle&Gem'(니들앤젬)의 데뷔 EP에 담긴 노래 ‘Dawn’은 밤을 지나 동이 터오는 광경에 경탄하는 벅찬 마음을 노래한다. 그리고 이 클립은 곡이 지닌 그 은은한 희망의 정서를 고스란히 영상으로 옮겨 놓았다. 아무런 증폭도, 왜곡도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와 연주는 서서히 동이 터오는 아침의 정경과 자연의 소리들 속에 녹아들며 자연스레 하나가 된다. 고요히 흐르는 호숫가 위로 떨어져 눈부시게 반짝이며 바스러지는 여명처럼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이 풍경, 온스테이지가 아니었다면 과연 만날 수 있었을까? 10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늘 음악가들, 또 음악 애호가들 곁에서 함께해준 온스테이지에 이 기회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김지웅 팀장
키라라
– ct16041 + ct16031
키라라의 공연을 처음 보았던 때가 생각난다. 단출한 조명뿐인 공간이었음에도 라이브에서만 맛볼 수 있는 희열이 대단했다. 그 즐거움을 다시 경험하기가 어느 때보다 힘들어진 요즘, 키라라의 온스테이지 영상을 오랜만에 플레이한다. 음악에 맞춰 치밀하게 연출된 브이제잉이 라이브 현장의 쫄깃한 바이브를 대신한다. 다시 봐도 눈을 떼지 못할 영상과 키라라의 몸짓, 그리고 음악이 주는 카타르시스가 여전하다. / 맹선호 부장
피타입 – 소나기
지금은 소나기
하면 이루리가 먼저 생각나지만 어릴 때는 피타입의 두 번째 앨범 [The Vintage]를 참 좋아했다. 재즈와 랩이 결합한 이 앨범은 음악 외에 영상이나 라이브 같은 것을 참 찾기가 힘든데,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온스테이지에 있는 클립이다. 자이온
루즈부터 링다 플로레스타까지 멋진 이들의 도움과 함께 했던 이 영상도 어느덧 7년 전이다. 이런 가사를 이렇게 풀 수 있는 래퍼가 몇이나 될까 싶다. / 블럭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약 2년 만에 발표된 백예린의 새 EP는 그해 K-POP의 마일스톤으로 자리매김했고, 평단은 그에게 두 개의 상패를 손에 쥐게 했다. 2019년의 백예린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온스테이지 2.0이다. 간헐적인 공연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백예린의 온스테이지 출연에 대중은 숫자로 맹렬히 화답했다. 세 비디오가 두루 사랑을 받았지만 문제적 2차 컨텐츠를 파생시키기도 했던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는 현재 1,000만 조회수를 앞두고 있다. 10년 역사의 온스테이지에서 단 하나의 영상을 꼽아야 한다니. 뇌리에서 수많은 비디오가 토너먼트를 벌였지만, 결국 살아남은 최후의 영상에 관해 글을 쓴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결국 남는 것은 숫자 아니겠는가. / 키치킴
김뜻돌 – 삐뽀삐뽀
뮤지션과 관객이 같은 시공에 함께했을 때 비로소 생기는 에너지와 희열은, 제 아무리 훌륭한 영상일지라도 그것마저 자아낼 순 없다는 편견을 초토화시킨 영상. ‘삐뽀삐뽀’가 정식 발매로 세상에 나오기 3개월도 전에 김뜻돌과 참여 세션들, 그리고 온스테이지는 이미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만들어냈다. 시즌 2.0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화려하고도 디테일한 미술부터 그 무엇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음향, 연출, 퍼포먼스까지. 영상 속 그 모든 것들이 마구 뿜어내는 생동감에 홀려, 멋진 공연을 보고 나서나 지을 법한 넋나간 표정으로 이 영상을 보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수 년에 걸쳐 수많은 온스테이지 영상을 보아왔지만, 공연보다 더 공연 같은 이 완벽한 영상을 볼 때면 늘 가슴이 두근두근하다. / 김은마로
음악을 듣다 보면 종종 ‘타이틀곡보다 더 내 마음에 드는’ 곡들을 만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코너 ‘B-Side’는 이렇게 다분히 사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출발합니다.
‘B-Side(비 사이드)’는 ‘A-Side’의 반대면, 일반적으로
7인치 싱글 LP 레코드의 뒷면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A-Side에는 흔히 말하는 ‘타이틀곡’이, B-Side에는 정규앨범에 수록하기 모호한 곡이나 커버, 라이브, 혹은 리믹스 등이 부가적으로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코너 ‘B-Side’는 단어 본래의 의미보다 ‘A-Side의
바깥’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둡니다.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들, 단지 ‘수록곡’이라는 한 마디로 묻어두기엔 아까운 노래들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캐내어 공유하려 합니다.
EP. 5
jayvito / wave to earth / HNGIN 행인
Jayvito (제이비토) / Reality
From the EP [Moodstock] (2020.08.15)
‘jayvito’(제이비토)는 평소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새로운 음악가, 음악을 채굴(digging)하길 즐겨온
리스너들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음 직한 아티스트다. 그는 오래전부터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멈블랩
기반의, 하지만 단지 장르의 전형적 어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녹여 넣은
유니크한 음악을 선보이며 그곳에서부터 은근한 팬덤을 형성했다. 2016년, ‘무드슐라’와 함께 작업해 내놓은 공식 데뷔 싱글 [Tippin’] 이후로는 드문드문, 하지만 멈춤 없이 꾸준히 싱글, EP 단위의 결과물들을 정식 음원으로 릴리즈해오고 있다.
제이비토의 음악은 장르의
속성을 충분히 따르면서도 동시에 비슷한 범주에 속하는 여타 아티스트의 음악과 확연히 결이 다르다는 인상을 준다.
대체로 로파이하고 미니멀한 사운드 프로덕션이 만들어내는 칠(chill)한 무드, 일상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과 사려 깊은 생각을 독특한 어법으로 표현하는 노랫말은 힙합보다는 오히려 베드룸팝이나
드림팝, 칠아웃 류의 음악이 전달하는 바이브와 훨씬 닮아있다. 느슨하게
풀어진 평화로움이 그의 음악에선 늘상 감돈다.
새 EP [Moodstock]은 대한민국 광복 75주년, 동시에 우드스탁(WOODSTOCK)의 51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로 만든, 그래서 광복절인 8월 15일에 맞춰 공개된 작품이다.
광복과 우드스탁, 언뜻 아무 연관이 없어 보이는 두 키워드는 제이비토가 그의 음악에서 늘
다루는 핵심적인 주제인 ‘사랑과 평화’ 안에서 자연스레 연결점을
찾는다. H1GHR MUSIC(하이어 뮤직)의 ‘김하온’이 피쳐링한 타이틀곡 ‘Only
Once’,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인 메시지를 뿜어내는 ‘시위대’ 등을 수록한 이 작품의 마지막 곡 ‘Reality’는 과거 사클에서
공개했던 원곡을 아무런 가공 없이 그대로 수록한 것이다. 이때 이미 자신만의 문법을 확립한, 하지만 조금은 풋풋하게 느껴지는 2016년의 제이비토를 만날 수
있어 흥미로운 곡으로 진취적, 희망적인 메시지를 명료하게 전달하는 근사한 노랫말에 귀 기울이며 감상해보길
바란다.
wave to earth (웨이브투어스) / ocean floor
From the EP [summer flows 0.02] (2020.08.04)
‘wave to
earth’(웨이브투어스)는 밴드 ‘The Poles’(더
폴스)로, 또 솔로 아티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다니엘과
재즈쿼텟 ‘Ant Is Fourmi in French (AIFF)’ 출신의 드러머 신동규가 최초에 의기투합한 2인조로 출발, 이후 베이스 차순종이 합류하며 현재의 포맷을 이룬
3인조 밴드다. 보컬과 기타를 담당하는 프론트퍼슨이자 대부분의
곡을 쓰고 엔지니어링까지 직접 소화하는 – 심지어 스타일링마저 손수 해내는 – 다재다능한 김다니엘을 구심점으로 훌륭한 케미를 뽐내는 이 밴드는 2019년
첫 싱글 [wave]로 등장한 이래 주로 여름의 이미지와 맞닿아 있는,
낭만적인 분위기의 인디 록, 기타팝 음악들을 꾸준히 발표하며 차츰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최근에는 CJ문화재단 ‘튠업’의 제 21기 아티스트로도
최종 선정되기도.
올해 초에 발표했던 첫 EP [wave 0.01] 이후 약 반 년, 지난 8월 초에 공개한 두 번째 EP [summer flows 0.02]는
제목처럼 여름의 심상으로 가득가득한 다섯 곡을 담은 작품이다. 세 멤버가 모든 연주를 소화했던 전작과
달리 몇몇 트랙에서 피아노, 색소폰 등의 세션이 가세해 편곡적으로 보다 풍성하고 드라마틱한 연출을 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앞서 리드 싱글로 공개되었던 ‘surf.’, 밴드가 처음으로 우리말 가사를 시도한 ‘ride’ 등
수록된 대부분의 곡들이 바다, 여름밤, 청춘, 사랑 등등 여름이라는 계절의 가장 로맨틱한 장면들을 연상시키는, 나른하고
여유로운 바이브의 곡들인데 반해 ‘ocean floor’는 다소 이질적이다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그리는, 깊고도 끈적끈적한 곡이다. 예컨대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청춘 드라마’라면 적어도 이 노래만은
완연한 ‘어른의 세계’ 같은 느낌이랄까? 종반부에 전면으로 나서는 색소폰이 세찬 파도처럼 순식간에 휘몰아치며 깊은 인상을 남기는 엔딩은 마치 잼 세션
현장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생동감 가득한, 이 노래의 백미다.
HNGIN 행인 / 폭파 VIP (FEAT. SYUNMAN)
From the EP [MAD ZACH COUNTRYMAN] (2020.08.17)
‘HNGIN 행인’은 IDM, 베이스뮤직 등의 전자음악에 기반을 둔 음악을 만들고, 또 플레이하는 프로듀서/디제이로 그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7년, 언더그라운드 음악 집단인 ‘Grack Thany’(그랙다니)의 첫 번째 컴필레이션 [8luminum]을 통해서였다. 이 앨범의 오프너였던 ‘폭파’가 바로 행인의 트랙이었으며 다양한 일렉트로닉 소스들, 보이스 샘플들이 변주하며 만들어내는 불길하고 음습한, 소위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가 꽤나 근사해 좋은 첫인상으로 뇌리에 남았다. 이후 2018년에는
몇 개의 솔로 싱글들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여기에 수록된 곡들 또한 실험적 태도와 흥미로운 사운드 디자인을 선보이는, 멋진 IDM 음악들이었다.
상기한 활동 이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서는 꾸준히 오리지널 트랙들과 다양한 리믹스를 업데이트하며 왕성한 창작욕을 선보였지만 정식 음원 발매는 오랫동안
뜸했던 그가 최근 본인의 첫 EP인 [MAD ZACH
COUNTRYMAN]를 돌연 공개했다. L.A. 출신의 사운드 디자이너, 프로듀서인 Zach Countryman이 그에게 여러 개의 샘플팩을
보내준 것이 계기가 되어 거기 담긴 소스들로만 음악을 만들어 앨범을 내보자-는 단순하고도 도전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해 완성된 작품이라고.
이렇듯 꽤나 흥미로운 컨셉트 하에서 만들어진 세
개의 오리지널 트랙 ‘MAD’, ‘PAROIKOUS’, ‘ZACH COUNTRYMAN’, 그리고 동료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각자의 터치로 이 곡들을 재해석한 리믹스 트랙들로 구성된 이 강렬한 베이스 뮤직 작품에서 유일하게 – ZACH COUNTRYMAN이 제공한 소스만을 사용한다는 – 룰(?) 바깥에 있는 곡이 ‘폭파
VIP (FEAT. SYUNMAN)’다. 제목에서 짐작되듯 본인의 데뷔곡 ‘폭파’의 새로운 해석인 이 곡은 그랙다니 시절부터의 동료 아티스트인
베테랑 프로듀서/디제이 ‘SYUNMAN’(션만)이 근사한 스크래치를 더해 마치 댄스플로어를 ‘폭파’하려는 듯한 곡의 공격성을 한층 배가시키고 있다. 행여 이런 음악이
아직은 익숙치 않은 독자분들도 잠시만 마음의 문을 열어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 그저 ‘댄스음악’의 관점으로 – 음악을
들어보길 바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것은 어디까지나 ‘춤’을 추기 위해 만들어진 음악이니까.
포크라노스 공식 홈페이지 속 첫 문장은 ‘현재의 가장 새롭고 신선한 음악들을 소개하는
뮤직 딜리버리 브랜드’이다.
이러한 음악들을 유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포크라노스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바로 첫 시작을 포크라노스와 함께하는 신인 아티스트들도 있다.
많은 유통사가 있는 음악시장 속에서 시작을 우리와 함께하는 건 유통사나 아티스트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 이번에는 우리를 통해 발매된 NEW 아티스트 5명을 소개한다.
quinn_ (쿠인)
사운드 클라우드
팔로워 1700, 재생수 543k. 신스 팝, 로파이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사랑받아온 ‘quinn_ (쿠인)’이 싱글 [난빤스만입고도멋진생각을해]를
통해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미 사운드 클라우드, 벅스 ‘커넥트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범상치 않은 노래들을 선보였기에
그가 정식 발매할 첫 곡은 무엇일지 기대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많은 기대감 속에 그는 제일 대중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곡을 골랐다. 바로 [난빤스만입고도멋진생각을해]. 그의 과감한 선택은 옳았다. 발매한지 1주일도 안되었는데, 그의 뮤직비디오는 조회 수 2만을 넘겼다. 강렬하고 신선한 요소가 많은 뮤직비디오 속 장면은 이번 앨범의 매력 포인트지만, 나는 이 노래에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도 주목했으면
한다. 그는 자신의 음악은 ‘발랄하면서도 우주 저 너머에 홀로 남겨진 듯 어딘가
쓸쓸하다’고 말한다. 단순히 ‘빤스’라는 단어에 속아 그의 음악을 듣고 가볍게 넘어간 사람들이 있다면 그의 노래를 다시 들어보기를 바란다. 그는 빤스만
입고도 멋진 생각을 한다는 것은 반대로 그 누구도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냈다고 한다. 센스 있고 과감한 선택과 자기만의 메시지까지 담아내는 범상치 않은 아티스트
‘quinn_ (쿠인)’을 우리 모두 같이 주목해보자.
YOOMYOUNGWOO(유명우)
얼터너티브 장르를 기반으로 비주류 사운드와 새로운 걸 추구하면서 노래와 프로듀싱 둘 다 가능한 아티스트 ‘YOOMYOUNGWOO(유명우)’가 첫 EP [HOME ACTOR]를 통해 데뷔하였다. 그는 우연찮게 보게 된 단편영화에 영감을 받고 새로운 느낌의 노래를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자기만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처럼 연기하는 느낌이 나는 노래를 만들어 보기로 한 것.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만들기 시작한 그의 노래는 상당히 도전적이다.
그 외에도 그의 앨범에서 주목할만한 점이 있다면 EP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7곡으로 많은 곡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구성도 탄탄하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가창, 믹싱, 프로듀서까지 모두 해내는 알앤비 팝 아티스트 ‘Joe Layne’와, 자이언티, 빈지노, 수민 등 많은 가수들의 베이시스트를 담당한 ‘박종우’가 참여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믿고 듣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만든 각각의 개성 넘치는 비트와 감미로운 ‘유명우’의 목소리도 같이 들을 수 있는 기회니, EP 앨범 [HOME ACTOR]에 수록된 7곡 모두 같이 플레이해보자.
싱코드마요
‘싱코드마요’는 호러 마니아인 음기 가득한 보컬
‘으나’와 딸기 케이크를 좋아하는 양의 기운인 기타리스트 ‘수’로 구성된 혼성 듀오이다. 독특한 그들의 소개처럼 그들이 선보인 첫 정규 앨범
[GREEN TEA]도 뭔가 범상치 않은 묘한 매력이 있다. 일단 이 음악은 어떤 장르라고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6곡을 한 번에 들어도
예상치 못한 음악이 쉴 새 없이 나와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세상에 없던 노래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싱코드마요’,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음악을 예상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예상 불가능한 그들의 음악이기에 그만큼 한계가 없고, 또 그만큼 기대가 된다. 우선 그들의 첫 정규 앨범
[GREEN TEA]를 들으면서 그들만의 새로운 음악세계를 미리 체험해보자.
카프까뮈 (Kafcamus)
‘카프까뮈 (Kafcamus)’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 ‘Franz Kafka’와 ‘Albert camus’의 이름을 조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예술적인 느낌의
아티스트명으로 활동하는 그이지만, 사실 그의 본업은 회사원이다. 그래서 그의 가사는 지극히 평범한 삶에 대한 고민과 일상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회사원이 만든 노래라고 해서 그의 앨범을 가볍게 봤다면 오산이다. 이번 그의 첫 데뷔 싱글 [뫼르소 (Meursault)]를 들으면, 그가 본업이
아티스트가 아닌 직장인이라는 것이 정말 믿기지 않는다. 아마추어라고 자신을 겸손하게 칭하지만, 앨범의 완성도는 상당하다. 그의 곡을 듣고 있으면
크게 넘치지도 않고 또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느낌을 느끼게 한다. 이런 느낌을 주는 것은 그만의 스타일인 듯한데, 이러한 점은 화려하고
튀는 음악 사이에서 그의 음악을 좀 더 특별하게 느껴지게 한다. 코로나로 모두가 처음 겪는 생활 속을 보내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평범한 생활을
기대하게 하는 ‘카프까뮈’의 [뫼르소 (Meursault)]를 들어보자. 우리에게 잠시나마 코로나가 오기 전 생활을 떠올리게 해주는 작은 안식처가
되어 줄 것이다.
헨느 (henne)
‘헨느 (henne)’는 음악감독 ‘김지혜’와 싱어송라이터 ‘강혜인’으로 이루어진 여성듀오이다. 각자의 음악 활동을 활발히 하였던 그들은 [언어의 온도: 우리의 열아홉] OST 작업을 하다가 느낀 시너지, 음악적인
색깔이 비슷해서 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의
생각이 옳았다는 것은 그들의 첫 데뷔 싱글 앨범 [Who
do you love?]를 들으면 알 수 있다.
그들은 이 노래를 통해서 우리 내면의 이야기,
즉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OST 작업으로 만난 그들이기에 음악 속에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것도 그들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가 고스란히 보여 진다. 노래부터 뮤직비디오 작업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그들의 첫 발매 작 [Who do you love?]를 들으며, 앞으로도 그들이 전해 줄 또 다른 이야기는 어떨지 같이 기대해보자.
좋아하는 뮤지션의 모든 이야기가 궁금하곤 합니다. 직접 물어볼 수도, 흘러와 들을 수도 없는 질문들을 모아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하는
이와 듣는 이 서로가 궁금했던 이야기를 이틀에 걸쳐 모집했습니다. 많은 이야기가 모였고, 몇몇 질문과 답변을 모아 지면에 담았습니다. 열심히 질문을 나눠준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본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팬들의 질문과 뮤지션의 응답으로 구성되었습니다.
Q. 이번 앨범 <연가>의 각 수록곡을 스케치한 멤버들이 누구인지 궁금해요.
A. 공중그늘은 항상 크레딧에서 작사, 작곡, 편곡을 공중그늘로 명시해요.
처음 누군가 스케치를 가지고 왔을 때와는 다르게 ‘공중그늘’스럽게 편곡하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궁금하시다면 곧 공개될 인터뷰
영상을 기대해주세요!
Q. 공중그늘의 상세한 작업 과정이 궁금해요.
A. 먼저 한 멤버가 스케치를 만들어 와요. 공중그늘의 곡으로 괜찮겠다는 판단이 들면 다른 멤버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또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편곡을 해요. 길고 긴 시간 동안 대화와 논쟁을 통해 모두 만족하는 편곡이 완성되면
녹음에 들어갑니다. 녹음이 끝나면 해인이가 맡아서 믹싱을 하고요. 조만간
모든 곡의 작업기가 담긴 인터뷰 영상이 공개될 예정이니 기대해주세요!
Q. 이번 앨범에서 작업기간이 가장 오래 걸렸던 곡과 가장 짧게 걸렸던 곡은 어떤 곡인가요?
A. 제일 오래 걸린 곡은 “모래”가 아닐까 싶네요. 처음 스케치를 해온 곡에서 가사를 포함해 모든
부분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세 명의 멤버가 각자의 버전으로 편곡을 해왔어요. 각자는 자신이 써온 버전이 아직도 가장 좋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로
“그사이”는 스케치 과정과 가장 비슷하고 금방 작업했어요.
Q. 서로 만든 곡을 평가할 때 가장 냉정한 멤버는 누구인가요?
A. 장오와 성수가 가장 직설적인 편이에요. 그래서 많은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천재 공중그늘
Q. 이번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과 작업이 힘들었던 곡을 고르자면요?
해인 | 최애곡은 수시로 바뀌지만 지금은 “여행”입니다. 제가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방향성과 잘 맞아요. 가장 어려웠던 곡은 “모래”, 편곡의 과정이 너무나 힘들었어요.
철민 | “모래”를 편곡하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동수 | 가장 좋아하는 곡은 “새
출발”입니다. 신나는 리듬의 곡이라서요.
성수 | 역시 “모래”가 가장 힘들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곡은 “여행”입니다. 움직이지
못하는 요즘이라 그런지 여행을 떠나고 싶네요.
장오 | “비옷”이 감정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것 같고, “연가”가 랩이라 부르기 힘들었어요. 최애곡은 “그사이”입니다. 부르면서 감정이입이 잘 되어서 좋아요.
-천재 공중그늘
Q. 가사가 정말 좋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해인 | 다른 작가의 가사나 시 등의 작품을 보다 보면, “아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고 용기 있게 가사를
쓰게 돼요.
철민 | 저는 가사 쓰기가 늘 어려워요. 하루 종일 카페에 앉아 고민을 해도 한 줄도 적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성수 | 주로 멜로디를 먼저 흥얼거린 후 가사를 생각해요. 멜로디가 짜인 곡과 이미지가 맞는 가사를 만들어요.
장오 | 미리 조각조각 가사를 모아둡니다. 걸으면서 생각을 하다 보면 가사가 잘 떠올라요.
Q. 이번 앨범 노랫말 중,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구절은 뭔가요?
해인 | “계절” 헌 웃음을
끝내자.
철민 | “연가 2 (Feat. 장필순)” 죽음 뒤에도 당당할 언어와
동수 | “계절” 어쩔
수 없는 건 원래 없어
성수 | “여행” 멀리
보이면 숨을 고르고, 끝내 닿으면 물을 마시자
장오 | “보보” 밟아야
할 길만 밟으며 가야겠지
Q. “비옷”이라는 노래가 다른 곡들과 달리 좀 더 서글프고 감정적인 느낌인데 어떤 멤버가 썼는지, 어떤 배경으로 쓰였는지 궁금해요.
A. “비옷”은 장오가
가사를 썼어요. 사랑하는 존재에게 어떠한 위로도 되지 못하는 무력감에 대한 노래예요. 직접적인 경험을 배경으로 썼지만,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는 아마 살면서
누구나 느낄 만한 감정을 관찰해서 썼어요.
Q. “보보”와 “그사이”에 왜 하필 비둘기가 등장하나요? 그 둘은 같은 비둘기인가요, 다른 비둘기인가요?
A. “보보”의 ‘지친 비둘기’는 보통 인간에 의해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노란 고양이’와 대조적인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그사이”의 ‘작은 비둘기’는 평화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비둘기의 이미지를 차용했고요. 사실
인간에 의해서 재단될 뿐 두 비둘기의 존재 자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점이 아이러니인 것 같아요.
Q. “아미고스”랑 “기분”의 행방은요?
A. 이번 정규에 수록되지 않은 곡들이 꽤 있어요. 앞으로 새로운 앨범들을 좀 더 자주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Q. “연가 2” 장오님의 보컬로 들을 기회가 있을까요?
A. 장필순 선생님께 가이드 음원을 보내드리기 위해 녹음한 버전이
있습니다. 이후에 기회가 되면 발매할 생각이에요.
-천재 공중그늘
Q. 아직 공연을 안 한 곡들이 있는데, 어떤 곡의 라이브가 가장 기대되나요?
해인 | “여행”
철민 | “숲” 라이브로
어떻게 연주될지 가늠이 안 되네요.
동수 | “새 출발”입니다!
성수 | “새 출발”에서
제가 타악기를 칩니다. 기타솔로를 기대해주세요!
장오 | “연가 2 (feat. 장필순)” 유일하게 음원과 다를 수밖에 없는 곡이기 때문이에요.
-천재 공중그늘
Q. 평소에 어떤 글을 자주 읽고 쓰시나요?
해인 | 공중그늘 멤버들과의 채팅..
철민 | 요즘에는 쓰기보다는 많이 읽는 편입니다.
동수 | 저는 소설을 주로 읽고 일기를 매일 쓰고 있어요.
성수 | 주로 에세이, 인문학
서적을 읽고 좋아하는 학자의 서적은 나오는 대로 사 읽었던 것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SNS에 다양한 주제의 글을 많이 썼는데 요즘에는 밴드 홍보글만 쓰고 있네요.
장오 | 읽는 건 뭐든 좋아하는 편입니다. 요즘은 앨범 발매로 바쁘다 보니 핸드폰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을 주로 읽어요.
쓰는 건 공중그늘에 관련된 글들을 제가 많이 쓰다 보니.. 지금도 제가 이 답변들을 쓰고
있습니다.
Q. 인상 깊게 봤던 영화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요.
해인 | “언더그라운드” 내용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사운드트랙을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듣고 있습니다.
철민 | “이터널 선샤인” 겨울이
오면 항상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예요.
동수 | “퐁네프의 연인들” 참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성수 | 얼마 전에 다시 본 “컨택트 (어라이벌)”이 기억에 남아요. 낯선
존재와 소통하기 위한 과정을 그린 영화이고, 음악과 사운드가 좋았어요.
장오 | 좋아하는 영화는 많은데 지금 생각나는 건, 루카 구아다니노의 “아이 엠 러브”네요.
-만니엘
Q. 살아보고 싶은 국내 지역과 나라가 궁금합니다.
해인 | 제주도, 독일.
철민 | 제주도, 독일
베를린.
동수 | 제주도, 프랑스에
살고 싶어요.
성수 | 국내에서는 지금 살고 있는 연희동에서 오래오래 계속 살고
싶습니다. 외국을 말하자면 미국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장오 | 제주도, 이태리
시칠리아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Q. 우주에서 공연하기 VS 바닷속에서 공연하기
A. 두 곳 모두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한 곳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우주에서의 공연이 더 궁금하네요!
Q. 공중그늘에게 재미있는 질문이란?
A. 대중음악가로서 관심을 받고 질문을 받는다는 게 정말 행운이라
모든 질문이 재미있지만 위의 질문(바다 VS 우주)이 특히 재밌네요.
Q. 역으로 팬들에게 질문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해인 | 공중그늘을 알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철민 | 공중그늘의 입덕포인트는?
동수 | 저희와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하면 좋겠다 싶은 뮤지션?
성수 | 늘 감사합니다. 단독공연
하면 와주실 거죠><?
장오 | 공중그늘에게 가장 바라는 이벤트는? (공연, 앨범 발매, 라이브
방송, 라디오 등)
Q. 동수님, 노래 부르고 싶은 욕심은 없으신가요?
동수 | 저는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Q. 공중그늘을 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 특별한 순간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해인 | 요즘은 멤버들에게 처음 밴드를 하자고 제안했을 때가 자주
생각납니다. 성수가 하기 싫다고 했었는데..
성수 | 이번 정규 앨범을 제작하면서 피처링을 부탁드렸던 장필순 선생님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Q. 각자 꿈꾸는 미래가 궁금해요.
해인 | 공중그늘을 오랫동안 이어가며 적당히 잘 먹고 건강히 잘 사는
미래를 꿈꿉니다. 작곡가로서 많은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철민 | 별다른 걱정 없이 오랫동안 음악을 하는 것.
동수 | 더 좋은 뮤지션이 되고 싶습니다.
성수 | 한 달 뒤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이 발명되어 마스크 안 쓰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
장오 | 그냥 계속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수 있으면 좋겠네요.
Q. 3년 전의 공중그늘은? 3년 뒤의 공중그늘은?
A. 3년 전에 처음 밴드를 시작하면서 친구들끼리 취미로 하는 느낌이
강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공중그늘의 음악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기고 좀 더 책임감을 느낍니다. 3년 후에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Q. 각자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인가요?
해인 | 여름
철민 | 저는 겨울을 좋아해요.
동수 | 가을입니다.
성수 | 따뜻함이 귀해지는 겨울이 좋습니다.
장오 | 이맘때가 가장 좋아요!
Q. 싫어하는 것을 한 가지 꼽는다면요?
해인 | 공포영화.
철민 | 현실.
동수 | 소음에 예민한 것 같습니다.
성수 | 유일하게 편식하는 음식인 은행. 순수하게 싫어해서 먹지 않습니다.
장오 | 잘못된 걸 알고도 변하지 않으려는 태도.
Q. 최근 들었던 앨범 중 어떤 앨범이 가장 좋았나요?
해인 | <NCT 127 / NCT #127 Neo Zone The
Final Round – The 2nd Album Repackage>
철민 | <Kakashi / Yasuaki Shimizu>
동수 | <실리카겔♥ /
Kyo181>
성수 | 최근에는 <태민
/ 2 KIDS>를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뮤직비디오
속 태민은 짜여진 안무 없이 즉흥으로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멋있습니다.
장오 | <안다영 / 지문> 올해 나올 정규 앨범이 정말 기대돼요.
Q. 비건이신 분들 중에서 비건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지속하는 이유는 뭔가요? 좋아하는 비건 음식과 식당 소개해주세요.
철민 | 가원의 짬뽕과 간짜장이요.
성수 | 좋아하는 사람이 비건을 하여 저도 같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다 보니 실천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아 지속하고 있습니다.
장오 |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고 반박할 수가 없어 그날부터 비건이 됐어요. 함께
사는 동물들의 영향도 있었고요. 좋아하는 비건 식당이 정말 많지만, 항상
맛있는 곳은 이태원의 플랜트! 비건 옵션인 곳을 꼽자면 예술의전당 앞 백년옥의 자연식 순두부를 좋아합니다.
Q. 공중그늘의 곡을 듣는 사람들이 어떤 영향을 받았으면 좋겠는지 궁금해요.
해인 | 저희의 곡을 듣고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시면 좋겠습니다. 운동하면서 들으세요.
철민 | 각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즐겁게 들어주세요.
동수 | 이 사람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구나 라는 위로.
성수 | 위로가 필요하거나, 용기를
얻고 싶거나 무언가 필요할 때 저희 음악이 그것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2017년 안0김박재재라는 이름의 남성 듀오가 “X”라는 곡을 발표했다. 독특한 이름을 지닌 두 사람은 비록 단 한 곡만을 발표했지만, 큐레이션 좋다고 소문난 호텔 수선화에서 공연하는 등 나름의 소소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발표했던 곡은 재즈를 기반으로 한 팝 음악이었고, 연주가 은근히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보컬이 등장할 때는 오히려 리듬이 빠져 있고, 후렴을 리듬이 가미된 연주로 채웠다. 곡의 마무리까지 그 구성이 특이하기도 하고, 어딘가 서툰 듯 자연스러운 가운데 결코 쉽지 않은 전개를 지니고 있어 음악을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이후 안0김박재재 중 김박재재는 긴 공백을 지나 자신의 첫 싱글, “취향”을 발표했다. 참솜, 진동욱, 초승이 함께 하고 있고 신인류가 있었던 스튜디오 엠오에스(Studio MOS)에 합류하여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김박재재는 힘이 바짝 들어갈 법도 한데, 의외로 힘을 덜어내고 하던 걸 이어가는 느낌으로 첫 곡을 선보였다. “취향”은 사운드클라우드에서도 공개를 했던 곡인데, 짧은 가사 안에 뚜렷한 감정선을 담아냈으며 아기자기하면서도 세밀한 코러스가 후렴에 담겨 있어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당신의 취향에 취해있다’는 곡을 들으며 뮤직비디오를 보면 김박재재의 취향, 혹은 각자가 좋아하는 취향이나 그런 취향을 가진 사람이 저절로 떠오르게 된다.
수다스러운 모양새라는 ‘재재’를 이름으로 가져온 그는 최근 영화로는 “야구소녀”를 좋아하고 “대도시의 사랑법”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재즈를 기반으로 매력적인 팝 음악을 만들어내는 김박재재가 기대되는 건 단 한 곡에서, 그리고 유튜브에 공개한 짧은 인터뷰에서 이 사람의 취향이나 매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솔직한 듯 서툰 느낌이, 하지만 그러면서도 디테일과 무드를 애매하지 않고 확실하게 챙겨가는 음악이 반갑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많이 않은 악기 구성과 리듬 자리에 있는 퍼커션의 색채, 반복되는 후렴이 지난 뒤 등장하는 연주와 곡을 마무리짓는 방식까지 천천히 살펴보며 들어보자. 지치고 짜증났을 때 약간의 여유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연히, 어쩌다, 얻어걸린 멋진 음악을 듣다가 함께 들으면 더 좋은 노래들까지 소개합니다>
우연히, 어쩌다 필자의 추천 영상에 얻어걸려 ‘Su Lee(수 리)’의 영상을 클릭하게 되었고 그게 시작이었다. 방 안에서 대충 핸드폰으로 찍은듯한 배경에 웃긴 표정과 몸동작의 그 흔한 “어그로용” 썸네일에 이끌렸던 건 맞지만 그 썸네일은 “어그로용”이 아니었다는걸.. Su Lee (수 리)의 썸네일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출처: Su Lee 유튜브 채널>
“뭐지? 단순히 웃긴 영상인가?” 싶어서 눌러본 단 한 번의 클릭으로 그녀에 대해 수많은 궁금증에 휩싸여 영상들을 정주행을 하고 sns를 찾아보며 유추한 결론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뮤지션이다 (혹시 그녀에 대해 알고 있다면 제보 바랍니다). 국내 음원 서비스에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해외 음원 서비스에는 등록이 되어 있는 듯하다) 이렇다할 정보는 없지만 깜빡이 없이 무자비로 분출되는 엉뚱한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글로벌 플랫폼답게(?) 영어로 노래를 부르고 말 한마디 없이 영어 자막으로만 늘 반갑게 인사를 건네며 영상을 시작한다. 그녀는 친절하게 모든 가사를 자막으로도 넣어 놓았다. 알록달록한 캐릭터 티셔츠를 바지 안에 넣어 입고서는 가사에 맞춰 화려하게 움직이는 팔과 다리, 그리고 다양한 표정들은 어찌 보면 유튜브에서 크게 놀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충격적이었던 건 그 영상과 함께 흐르는 그녀의 오리지널 음악이었다. 화려한 사운드 테크닉이나 엄청난 보컬 스킬 때문이 아니다. 영상과 너무 대조되는 편안하고 귀여운 사운드에 차분한 보이스톤을 예상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일단 음악이 너무 좋.았.다..! 심지어 작사, 작곡, 퍼포먼스뿐만이 아니라 믹싱, 마스터링도 혼자 다 해내는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음악에 다소 평범한 영상을 입혔더라면 아마 클릭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거고 그럼 이렇게 소개할 기회조차 없었을지 모른다.
그녀의 음악을 국내 음원 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이 기회를 계기로 포크라노스에서도 소개했던 여러분들도 직접 영상을 접해봤으면 하는 마음에 뭐라 표현하기 힘든 저세상 텐션 뮤직비디오들을 모아 소개한다.
Su Lee – I’ll Just Dance [Official Music Video] | What my mental breakdown sounds like
처음 클릭을 했던 바로 그 영상이다. 그녀가 (자막으로)말하길 ‘소위 ‘멘붕’이 왔을 때 쓴 노래이며 혼란스러운 시기에 엉덩이와 어깨를 흔들며 그저 춤추길 바란다고 전하면서 시작한다. 근심과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분들이 있다면 자기 전에 그녀를 따라 방 문 앞에서 한번 춤을 춰보자.
인스타그램에 ‘다음에는 뭘 만들면 좋을까요?’라고 질문을 남겼는데 한국어 노래를 만들어 달라는 팬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처음으로 한글 가사로 만든 노래라고 한다. “빛”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 역시 한국어를 소리 나는 대로 영어 자막을 입혔다. 희망찬 가사의 ‘한국어 튜토리얼 영상’ 같은 ‘오피셜 뮤직비디오’를 감상해보자!
[Official] 실리카겔 (Silica Gel) – 두개의 달 (Two Moons)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해 2년 6개월의 공백을 깨고 최근 싱글 “Kyo181″를 발표하며 팬들의 곁으로 돌아온 실리카겔.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세련된 음악과 영상을 선보였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영상과 음악은 2016년 발매한 네 난쟁이가 등장하는 “두개의 달”이다. 친절하게도 이야기를 내레이션으로 풀어주지만 여전히 종잡을 수 없다. 최측근의 말에 따르면 과천과학관에서 블루 스크린 기법으로 촬영을 한 이 뮤직비디오는 초 저예산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오픈된 공간에서 촬영을 하여 일반 관람객들이 지나가며 자유롭게 구경하였다고 하는데 ‘뭐 하는 사람들인가…?’ 싶었을 멤버들의 익살스러운 자칭 B급 정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 TMI: 덧붙이자면 뒷풀이 회식비가 제작비보다 더 많이 나왔다는 풍문.
[MV] 향니 (hyangni) – 누구보단 (Than Anyone Else) / Official Music Video
향니가 향니한 뮤직비디오. 이번 에피소드에서 주제와 가장 잘 어울리는 뮤직비디오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2019년에 발매한 “누구보단”은 숨은 보석 같은 노래이다. “난 뭐가 되기 싫어”라고 말하지만 영상에서 그녀는 무엇이든 되고 될 수 있다는 나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건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 보기도 한다. 가사와 영상을 어떻게 매치해서 봐야 할지 당혹스럽지만 웃느라 바쁜 댓글을 보면 “누구보단” 못한 또는 나은 삶을 산다고 얘기하는 향니는 누구보다 멋진 뮤지션이다. “바이러스의 편지”와 최근 발매한 “아로마 테라피” 뮤직비디오도 강추한다.
[MV] 박보민(Bomin Park) – 울희액이(OolheeAegie)
“울희액이”는 부담스러운 복학생이라는, 일상에서 공감할만한 주제를 재치 있게 풀어낸 박문치의 첫 발매작이다 (TMI: 박보민은 박문치의 본명이다). 다양한 의미(?)로 사람들을 소름 돋게 만든 이 곡은 뮤직비디오와 함께 감상을 해야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2017년에 만들어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영상미와 레트로 사운드는 오늘날의 박문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중독성 강한 후렴이 인상적인데 *따라해보세요*라는 자막에 부끄러워하며 극혐이라고 짜증 내지만 자신도 모르게 계속 듣고 있다는 댓글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MV] quinn_ (쿠인) – 난빤쓰만입고도멋진생각을해 (Diaper Revolution) / Official Music Video
신인 뮤지션 quinn_ (쿠인)이 2020년 8월 31일에 발매한 첫 싱글 “난빤쓰만입고도멋진생각을해” 또한 저세상 텐션과 어울리는 영상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본 “울희액이”와 비슷한 결의 영상과 경쾌한 리듬의 신스팝 곡이다. 나는 빤스만 입고도 멋진 생각을 한다는 고백을 하는 이 노래는 반대로 그 누구나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물론.. 영상에서처럼 빤스만 입고 밖을 돌아다녀서는 안되겠지만 말이다.
[MV] Hippo – Sunday / Official Music Video
해리 포터가 졸업사진을 찍었다면 이런 느낌이었을까? 프로필 사진에서부터 이미 저세상 텐션이 느껴지는 신인 뮤지션 Hippo(히포)의 음악은 의외로 트렌디한 팝 음악에 가깝다. 감미로운 보컬에 오히려 릴렉싱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앞에 소개한 영상&음악들과 달리 조금 다른 분위기에 저세상 텐션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하이퍼(Hyper) 텐션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지구 위에 무기력하게 앉아 있기도 하고 샌드위치 사이에 누워 잠을 자기도 하고 소극적이지만 다소 귀엽기까지 한 동작들에서 보통은 아니겠구나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이마에 난 뾰루지에 시선 강탈 당했다.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 전시 연계 프로그램 [지금 주목해야 할 디자이너 40]에는 양지은 프레스룸 대표가 스피커로서 슈퍼샐러드스터프(SUPERSALADSTUFF)
대표이자 MSB 디자이너인 슈퍼 샐러드(정해리)를 소개했다(유튜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디테일한 소개를 보면 볼수록 그의 이력은 신기하면서도 다양하다. 다양한 이력 가운데서도
역시 음반 그래픽과 아트 디렉팅에 관한 부분에 눈이 가는데, 때마침 이번에 그는 공중그늘의 첫 정규
앨범 [연가]의 커버와 피지컬 디자인을 맡았다. 앨범에 관한 이야기부터 커리어에 관한 이야기까지 짧게 나눠봤다.
반갑습니다. 우선 공중그늘의 이번 앨범 제작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맡으셨는지부터 여쭤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공중그늘 정규 1집 [연가]의 커버와
피지컬(CD) 디자인을 맡았습니다.
앨범 커버, 앨범 디자인이라고 써있는데 그래픽을 맡으신 분은 따로 계신 것 같았어요. 두
분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어져 있나요?
3D 그래픽을 만드신 분은 김을지로님입니다. 을지로님은
커버와 피지컬 전체에서 보여지는 물의 질감, 바다 생물들을 탄생시켰어요. 저는 개체의 반짝임, 줌-인/아웃의 정도 등 지면에서의 사용을 고려해 이미지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가사와 함께 디자인 해 종이와 CD라는 매체에 담는 역할을 했습니다.
피지컬 디자인을 하실 때 가장
많이 고려한 부분은 어떤 부분이셨을까요? 공중그늘 멤버들과는 어떻게, 어떤내용을소통하셨는지도궁금합니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제작중인 뮤직비디오를 보고, 앨범 컨셉에 관해 내용을
주고 받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키워드를 뽑고 그것을 염두하며 디자인을 했습니다. 키워드는 ‘환상적, 만화적, 초자연, 매끈한, 물
속, 새로이 나아가는’ 등 이었습니다. 앨범 디자인을 의뢰하셨을 때부터 제작이 완료될 때까지 단 한 번도 공중그늘 멤버 분들과 만난 적이 없고 메일로만 소통했습니다. CD가 완성된 후에 처음 뵈었어요!
주얼 케이스를 싼 반투명 PVC 커버부터 내부 오브제 구성이나 배치가 굉장히 특이한데요. 기존의
공중그늘과 결이 맞으면서도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앨범에서는 어딘가 새로운 모습, 좀 더 잘 다듬어진 그런 느낌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과 디자인이
잘 맞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음악적인 부분이나 실제로 안에 담겨 있는 컨텐츠를 시각화하기 위해 어떤
고민을 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먼저 커버와 가사지를 디자인했습니다. 그리고
CDR, 슬리브(패키지)를
구상했어요. 음악을 쭉 들으면서 가사를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하는 말을 물이나 공기에 띄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추상적인데, 그래서 각
트랙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빛이 글자에 닿으면 은빛이 나도록 했습니다. 물 속에 있으니까 CD를 가릴 필요가 없고요. 그리고 앨범 어디에도 타이틀인 [연가]를 따로 떼어서 적어두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이제 다른 피지컬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도 조금 해볼까 해요. 선우정아님의 [Serenade] LP
때, LP 디자인도 하신 적 있으시죠. 굉장히
깔끔하고 정갈하더라구요. 뒹굴뒹굴의 아름다움(?)과 신선함보다는
좀 더 포멀한 느낌이었는데, 아무래도 정규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도 있나 싶어서 여쭤봅니다.
[Serenade] 이전에 EP [Stand], EP
[Stunning]의 발매가 있었습니다. [Serenade]는 그 시리즈를 하나로 묶어주는
완성형의 정규 앨범이었습니다. EP에서 돌이나 반짝이는 보석 등 오브제와 함께였다면, 정규 앨범에서는 선우정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답니다.
구원찬의 [일지] 같은 경우에는 앨범의 컨셉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느낌이 들어서
앨범의 분위기를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아요. 포크라노스의 컴필레이션 앨범은 반대로 정말
실험적이고 눈에 띄는데요, 과감한 요소를 담는 데 있어 가장 중점이 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음반 디자인을 할 때마다 재미있고 또 어렵기도 한데요, 아티스트의
개성과 음반 각각이 가지는 다른 이미지를 모두 존중하고싶기 때문입니다. [일지]의 경우에는 실제로 원찬씨의 일지 넘버와 글이 있기도 하고, 컨셉이
명확했습니다.
그와 반대로 [포크라노스 컴필레이션 Vol. 3 ‘웅성웅성’]의 경우,
제가 전달받은 것은 많은 아티스트의 음악과 ‘usus(웅성웅성)’이라는 타이틀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차례로 들으면서 자유롭게
디자인했어요. 웅성웅성은 여럿이 모여 내는 소리를 글자로 압축해 놓은 것이니까 오히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보다 소리 즉, 글자를 휘날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천미지 님의 로고나 앨범 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슈퍼샐러드님 작업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데요. 어느 정도 자유도나 그런 것들이
보장되었는지도 궁금합니다.
초반에 사진이 잘 보이고 중요하게 작용하는 피지컬이면 좋겠다는 대화를 했었어요. 그래서 사진을 최대한 해치지 않고 단정하고 안정적인 그러나 가사의 레이아웃은 조금 어긋나있는 시안들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진행을 하다가 미지씨와 저 둘 다 어딘가 찜찜함이 있었어요. 앨범
속 사운드나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에 비해 절제된 디자인이었던 것이죠. 그러다가 갑자기 ‘아니에요. 그냥 정말 마음대로 해 주세요! 사진도 자르고 변형해도 좋습니다!’ 라는 말을 듣고 ‘네! 그럼 정말 제 마음대로 할게요!’
라고 해서 완성된 디자인이네요. 결국 실제로 쓰인 디자인은 가장 높은 자유도 속에서 나온
디자인이고 저와 미지씨 모두 만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포크라노스와 연관은
없지만, 그래도 린지님 커버 작업이 저는 좋았어요.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오브제 자체도 그렇지만 폰트와 배치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부분은 잘 모르지만
특히 배치는 과감한 듯 균형 있는 그런…
첫 발매였는데요, 그래서 타이틀은 따로 있는데
타이틀을 적지 않고 유리창 위에 아티스트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쓴 듯이, 그리고 크게 만들어 넣었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좋은걸요!
앨범 작업 외에도 다양한 작업을
하시잖아요. 매우 늦었지만, 본인의 작업 반경이나 주로 해왔던
포맷?을 소개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앨범 작업 외에는 공연이나 전시회, 영화 포스터, 현수막, 건물 내/외부를
장식하는 디자인, 책 편집, 글을 돕는 삽화(이미지), 브랜드 아이덴티티, 패키지
디자인 등을 합니다. 상품개발도 하고요.
클라이언트가 있는 작업 외에도
디자이너로서 독자적으로 만드신 것도 있으시잖아요. 함께 소개해주시면 슈퍼샐러드님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17년부터 슈퍼샐러드스터프(SUPERSALADSTUFF)라는
이름의 출판사를 만들어 책을 기획-편집-디자인-제작하고 있습니다. 때마다 개인적인 관심을 책으로 변환하고 있는데, 현재까지≪Books in Animation≫, ≪KNOT≫,
≪SUPERSALADSTUFF AND PENPALS≫, ≪CANDLES/pieces≫, ≪Welcome to Coles(콜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를 출판하고 ≪CITY POP Places in
Seoul≫을 배포했습니다. 매 년 1개 이상의
성격이 다른 출판물을 발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시 공중그늘로 돌아오면, 그들의 코멘트를 보면 좀 더 성숙하고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가져가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가라는 단어가 지닌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에는 확실히 성공한 것 같은데, 의도적으로 기존의 연가라는 단어지 지닌 이미지나 어딘가 레트로하고 귀여운 이런 이미지와 거리를 두기 위해 많이
신경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사실 ‘연가’라는 단어가 이미 가지고 있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어요. 아티스트와
이번 앨범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것들, 앞서 언급한 키워드에 집중했습니다.
공중그늘의 음악을 이전에도 들어보셨나요? 음악적인 부분만을 놓고 보았을 때, 이번 앨범을 작업하시면서 좀
더 알게 되었거나 좀 더 느끼게 된 부분이 있으신지도 궁금합니다.
이전에도 몇 곡은 들어봤어요. 그리고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많이 들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앨범이 좀 더 시원하고 소리가 이전보다 풍부한 인상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음악가도 평론가도 아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말 할 순 없지만 말이죠. 순서대로 재생했는데 1번 트랙 제목이 ‘새 출발’이고 정말 새 출발할 수 있을 것 같은 청량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러면 실제로 감리를 보시거나
실질적인 제작 과정에서 핸들링도 직접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직접 합니다.
끝으로 흔하지도 잦지도 않은 경험이지만, 본인이 디자인한 CD를 실물로 받았을 때 어떤 느낌이신지 궁금합니다. 특히 이번 앨범을 보셨을 때는 어떠셨나요?
디자인 파일이 제 손을 떠났어도 랩핑까지 완료된 CD를
받기 전에는 그 프로젝트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완성품을 받아보았을 때 비로소 시원한 기분이 들어요. 그리고
생각했던 대로 실물이 나왔을 때는 기쁨과 안도가 교차합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인레이(쥬얼 케이스의 뒷면)를 완전히 비우고 PVC 슬리브를 끼웠는데, 생각했던대로 뒷면이 환하고 반짝여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음악을 듣다 보면 종종 ‘타이틀곡보다 더 내 마음에 드는’ 곡들을 만나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코너 ‘B-Side’는 이렇게 다분히 사적인 경험이 모티브가 되어 출발합니다.
‘B-Side(비 사이드)’는 ‘A-Side’의 반대면, 일반적으로
7인치 싱글 LP 레코드의 뒷면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A-Side에는 흔히 말하는 ‘타이틀곡’이, B-Side에는 정규앨범에 수록하기 모호한 곡이나 커버, 라이브, 혹은 리믹스 등이 부가적으로 수록되었다고 합니다.
코너 ‘B-Side’는 단어 본래의 의미보다 ‘A-Side의
바깥’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둡니다. 비록 타이틀곡은 아니지만
좋은 노래들, 단지 ‘수록곡’이라는 한 마디로 묻어두기엔 아까운 노래들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캐내어 공유하려 합니다.
EP. 4
선우정아 / Joe Layne / 차세대
선우정아 / to Zero
From the album [Serenade] (2019.12.12)
업의 특성상 종종 음악을
소개하고 해설하는 글, 소위 ‘라이너 노트’를 의뢰 받아 글을 쓰게 된다. 씨디에 삽입되는 부클릿이나 삽지에
실리는 글부터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되어 인터넷에서 서비스되는 작품의 소개글까지, 여러 편의 글을 써오면서
느꼈던 감정들은 마주했던 여러 음악들의 다양함만큼이나 매번 달랐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가의 새로운 음악을 대중들보다 앞서 들어보고, 또 그것을 나의 글로 소개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 매번 아주 특별한 의미라는 것, 또 단순한 일 이상의 즐거운 무언가가 된다는 것이다.
‘선우정아’는 나에게 언제나 그런 의미로 다가오는 음악가다. 싱글 [봄처녀]를 비롯해
지난해 말에 나온 정규 3집 [Serenade]에 이르기까지, 이 재능과 열정 충만한 음악가의 음악을 글로 풀어 소개하는 작업은 매번 ‘즐거움’ 그 자체였다.
3집 수록곡 ‘to Zero’는 라이너를 쓸 당시부터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그래서 나중에 꼭 한 번 따로 소개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곡이다. 이전에 적었듯 “흡사 ‘James Blake’의 음악을 연상시키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편곡이 인상적인” 이 곡은 앨범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실험적인 구성을 취하면서도 팝 음악이 으레 지녀야
할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아름다움까지 잘 보듬고 있어 선우정아의 뛰어난 음악적 역량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시종 관조적이고 차분한 무드로 전개되다가 종반에 이르러 피아노, 현악, 코러스, 일렉트로닉 사운드 등이 모두 뒤섞이는 혼돈을 연출하며 “신기루처럼 바스러져 사라지는” 피날레는 무척이나 강한 여운을 남긴다.
Joe Layne / And Time Goes By
From the album [In My Mind] (2020.08.10)
‘Joe
Layne’(조 레인)은 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리진 못 했지만 꾸준하게 좋은 음악들을
발표해온 음악가다. 지난 2년간 여러 장의 싱글, 또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한 그는 매력적인 중저음을 지닌 괜찮은 보컬리스트, 좋은 송라이터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곡을 직접 연주, 레코딩, 심지어 엔지니어링까지 손수 해낸다.
최근 공개된
[In My Mind]는 그의 통산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불과 2년 만에 정규 3집, 게다가
수록된 곡들보다 훨씬 많은 곡들을 썼지만 그 중 일부만 추리고 추려서 만든 것이 이 작품이라고 하니 평소 그가 얼마나 하드워커인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싱글들로부터 감지되었던 흥미로운 변화들이 여기에서 마침내 귀결되는 듯한 앨범이다. 브릿팝, 록, 포크 등의
성향이 짙었던 1집, ‘싸이키델릭’을 테마로 그 속에서 소울, 훵크,
록 등이 다채롭게 버무려졌던 2집을 거쳐 3집에
이르러선 보다 소울 음악에 접근한, ‘그루브’가 뚜렷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장르적인 변화에 발맞춰 빈티지한 사운드를 추구했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 사운드도 보다
간결하고 말끔하게 정리된 인상이다.
‘And Time Goes
By’는 대체로 산뜻한 그루브가 강조되고 있는 이 앨범에서 상대적으로 차분한 축에 속하는, 하지만
그 또한 자신만의 확실한 그루브를 선사하는 곡이다. 서늘한 빗소리로 시작되어 차분하게 전해지는 칠한
멜로디와 느슨한 그루브가 마치 한가로운 여름의 바닷가를 연상케 하는 이 곡은 아니나다를까, 아티스트가
제주도의 바닷가에서 처음 스케치를 한 곡이라고.
차세대 / O garden
From the album [춤의 왕] (2020.07.01)
밴드 ‘차세대’는 최근 인디씬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는 젊은 밴드 중 하나다. 씬의
다음 세대를 짊어질 밴드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다는 점에서 참 적절한 이름이다-싶다가도 한편 이들이
연주하는 복고 냄새 물씬한 빈티지 로큰롤(Rock’n’roll)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묘하게 역설적인
이름이구나 하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된다.
첫 번째 정규앨범인 [춤의 왕]은 그간 밴드가 라이브를 통해 선보여왔던 곡들을 대거 수록한,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밴드의 제 1막을 매조지하는 성격의 작품이다. 그간의 결과물들을 한 번 말끔히 쏟아내 새로운 창작을 위한 여백을 만드는 것,
이 앨범의 가장 큰 의미는 아마 거기에 있지 않을까? 평소에 이들의 라이브를 찾던 팬들에게는
익숙할 여러 악곡들은 공동 프로듀서로 나선 ‘로큰롤라디오’의
멤버 ‘김진규’의 조력 아래 스튜디오 레코딩되어 앨범에 수록되었다.
낭만적인 노랫말과
영롱한 로큰롤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마치 청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무드를 연출해내는 ‘O garden’은
빈티지 로큰롤과 카바레 사운드 사이 그 어디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차세대’라는 밴드의 캐릭터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곡이다. 전 세대의 청춘이
향유했던 풋풋한 낭만은 이들에 의해 현재 시점으로 끌어올려지고 재구성되어 이 시대 청춘들의 ‘힙한’ 낭만으로 다시금 태어났다.
눈을 감고 첫 곡을 재생하면 발걸음 소리와 함께 도슨트가 걸어오며 안내를 시작한다. 공간은 제1전시실과 제2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며, 작품이 하나씩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호기심에 다음 곡을 이어가면 마치 전시장 앞에 있는 소개글처럼 미술에 관한, 그리고 공간에 관한 설명이 자리하고 있다. 2인조 듀오 로파이베이비가 만들어내는 미술관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고 스크래치, 데칼코마니, 크로키, 수묵, 바디페인팅, 수채, 프로타주에 콜라주까지 다양한 미술 기법을 지닌 작품이 등장한다. 미술 기법과 곡의 이름은 같다. 각 곡은 때로는 크로키처럼 간결하게, 때로는 형형색색의 채색처럼 화려하게 각 곡을 담아냈다. 이들의 두 번째 정규 앨범, [미술관]에 관한 이야기다.
로파이베이비는 2인조 여성 듀오로, say와 zo로 이루어진 팀이다. 지금까지 네이버 온스테이지는 물론 여러 경연을 비롯해 크고 작은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2017년 8월에 첫 싱글을 발표했지만, 그만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기회를 통해 음악성과 실력이 증명되었다는 뜻이다. 이들의 첫 정규 앨범 [N]은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 부문에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첫 앨범에서 문학적 장치를 통해 한 편의 소설과 같은 방식을 이뤄냈다면, 이번에는 미술이라는 테마를 빌려 자신들만의 것을 완성해냈다. 개인적으로는 첫 정규 앨범보다 훨씬 완성도 작품성 등 여러 측면에서 한층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음악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얼터너티브 팝, 혹은 2020년의 팝 음악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장르 음악 팬들도 반할만한 알앤비부터 전자음악은 물론 기타 사운드가 중심인 정적인 느낌까지 다채롭게 채우면서도 완급조절은 물론 일관된 호흡을 유지하고 있다.
로파이베이비가 이어가고 있는 또 다른 이름이자 영상을 비롯해 다각적 표현을 선사하는 크루 로파이존에 마련된 미술관은 여러 스타일을 품고 있어 자칫 산만할 수 있는 구성을 사랑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그리고 밀도 높은 묘사를 통해 구심점을 탄탄하게 잡아간다. 각 곡이 들려주는 기법은 사람과 사람이 사랑을 나누는 과정에서 겪는 순간과 굉장히 흡사한 모습을 지니며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낸다. 보는 이에 따라 관계의 모습이 섹시하게 느껴질 수도, 혹은 아름답고 처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로파이베이비의 두 번째 정규 앨범 [미술관]은 말 그대로 어느 한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전달하면서도, 사랑의 감정에 크게 빠져들만큼 넘치는 긴장감과 간질간질하고 야릇한 느낌을 전달한다. 어쩌면 그것이 미술과 음악 모두 지닌 본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로파이베이비는 확실하게 성장했다. 이번 앨범이 그것을 증명한다. 아직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이번 앨범을 꼭 들어봤으면 한다. 그만큼 좋은 작품이며, 작품을 통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다. 로파이베이비의 피지컬 앨범 제작과 단독 쇼케이스 개최를 위한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한다. 자세한 정보는 텀블벅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 펀딩 페이지에서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피지컬 앨범(카세트테이프)+앨범 북과 티셔츠, 쇼케이스 티켓을 리워드로 받을 수 있다.
좋아하는 뮤지션의 이야기는 혈액형의 종류부터, 십 년 후의 목표까지 모조리 궁금하곤 합니다. 직접 물어볼 수도, 흘러 들을 수도 없는 질문들을 모아보고 싶었습니다. 음악을 하는 이와 듣는 이 서로가 궁금했던 이야기를 이틀에 걸쳐 모집했습니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모였고, 몇몇 질문과 답변을 모아 지면에 담았습니다. 열심히 질문을 나눠준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본 인터뷰의 모든 내용은 팬들의 질문과 뮤지션의 응답으로 구성되었습니다.
Q. 예빛이라는 이름은 무슨 뜻인가요? 본명이 예빛인가요?
A. 제 이름은 공예빈이고, 활동명은 예빈의 한자 뜻인 -예술 ‘예’-와 -‘빛’날 빈-을 이용해 만든 이름입니다.
Q. 오이는 이름이 왜 오이인가요?
A. 오이 향기가 나서 오이예요 🙂
Q. 어떻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여러 직업 중 특별히 싱어송라이터가 되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A. 아주 어렸을 때부터 클래식 쪽으로 노래를 배우다가, 중학교 때 자연스럽게 실용음악을 접하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다른 사람의 노래에 제 마음을 대입해 부르기가 쉽지 않아서, 어떻게 하면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 곡을 써보았어요. 그 이후로 쭉 제 노래로 제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행복회로, 김연수, 유리, 보경, singcong, 혜원, 펭귄, 하윤
Q.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어떤 직업을 가졌을까요?
A. 요리나 사진 찍는 직업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서윤
Q. 예빛에게 음악이란 무엇인가요?
A. 끊임없이 깊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에요.
-singcong, 서윤, 예진
Q. 기타는 언제부터 연주하기 시작했나요? 많은 악기 중에서도 왜 기타였나요?
A.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건 고1~고2 무렵이에요. 가지고 다니기도 수월하고, 소리가 따뜻한 게 제 목소리랑 잘 묻어나는 것 같았어요.
-김연수
Q. 가사를 쓸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세요?
A. 영감이 오는 순간은 매우 드문 것 같아요. 그보다는 매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을 잊지 않고 메모해 두었다가, 가장 마음이 편할 때 펼쳐놓고 가사를 써요.
-예슬, 민정, supermxxhxx, 김예원
Q. 곡 만들 때의 습관이 있나요?
A. 습관은 1절만 쓰다가 잠들어버리는 것… 그렇게 완성되지 못한 곡이 수두룩해요.
-supermxxhxx
Q. 작업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나 키워드가 궁금해요.
A. 곡을 쓰는 도중이나 다 써갈 때쯤 드는 생각은, “내가 즐겁게 잘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이 곡을 좋아하게 될까?”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제가 좋아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포크라노스 공식 홈페이지 속 첫 문장은 ‘현재의 가장 새롭고 신선한 음악들을 소개하는
뮤직 딜리버리 브랜드’이다.
이러한 음악들을 유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포크라노스에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있는데 바로 첫 시작을 포크라노스와 함께하는 신인 아티스트들도 있다.
많은 유통사가 있는 음악시장 속에서 시작을 우리와 함께하는 건 유통사나 아티스트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 이번에는 우리를 통해 발매된 NEW 아티스트 6명을 소개한다.
7anhee (탄희)
‘7anhee
(탄희)’는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 그 사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과감한 도전 혹은 트렌디한 음악을 보여주는 프로듀서’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상반된 느낌의 일렉트로닉과 어쿠스틱 두 장르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건 어떤 노래일까 궁금했는데 탄희의 첫 데뷔 싱글 [Waiting]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첫 싱글 앨범에서 그만의 감각적이며 도전적인 사운드를 들려주었기 때문에 다음에 그가 들려줄 음악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첫 싱글보다는 좀
더 장르에 구분을 둔 [Gravity]라는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장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탄희 음악의 또 다른 관점 포인트는 매 싱글마다 매력적인 음색을
가진 피쳐링진과 함께한다는 것인데, 이번 싱글 앨범 [Gravity]에서는
올해의 핫 키워드 ‘박문치’의 뮤즈이자 ‘박문치 유니버스’의 ‘루루’로 알려진 ‘hukke’와
떠오르는 신예 아티스트 ‘maddyxp’가 참여했다. 매력적인 두 뮤지션 모두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기에 아래의 영상을 통해 두 뮤지션의 모습과 탄희의 노래를 모두 확인해 보길 바란다.
JiHye
음악의 무게감,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JiHye’는 보컬 ‘hyeji’와
프로듀서 ‘Jadeandb’로 이루어진 여성듀오이다. 보컬 ‘hyeji’는
정오월의 싱글 앨범 [월정리
해변]의 피쳐링으로
참여하여 감각적인 목소리를 선보였으며, 프로듀서 ‘Jadeandb’는 로파이한 재즈 사운드의 음악을 하는 ‘byvinyl’의 멤버로 활동하면서 꽤 많은 앨범을 발매하였다.
그들의 활동 이력들만 보아도 이 둘이 같이 만들어갈 음악은 어떨지 기대가 되었는데, 그것을 증명하듯이 그들은 첫 데뷔 싱글 [Ebb]부터 서정적이고 깊은 감정의 음악을 선보였다. 가사,
보컬의 목소리, 그리고 서정적인 멜로디가 어딘가 모르게 위로가 되어주는 곡이다. 첫 데뷔 앨범을 시작으로 앞으로 보여 줄 ‘JiHye’만의
개성적이고 깊이 있는 노래들을 같이 기대해보자.
Mood & Feel (무드앤필)
이번에 소개할 아티스트는 ‘당신의
소중한 평범한 일상을 장식하는 무드’를 만들고자 하는 ‘Mood & Feel (무드앤필)’이다.
그의 소개처럼 그의 음악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보다 그저 흘러가는 음악, 듣기에 편한 로파이적 알앤비 음악을 선사해 준다. 그의 음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첫 데뷔 싱글 앨범 [Thief]였다. 처음 들었을 때 독보적인 음색에 놀랐고, 두 번째 들었을 때 이 곡이 데뷔곡이라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 정도로 데뷔곡임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노래를 선보였었다. 개인적으로 뭔가 나만 알고 싶게 만드는 그런 아이러니한 감정이 드는 아티스트였는데,
그것을 대변해 주는 댓글을 발견하여 이것을 소개하며 설명을 마친다.
‘나만 알고 싶은데 그렇다고 내 달팽이관만 듣기엔 넘 과분한 노래…’
Noogi
밴드 ‘양반들’의 베이스이자 ‘비앙 (Viann)’,
‘Khundi Panda’, ‘SHIMDRUM’ 등 여러 아티스트와의 작업 및 참여를 해온
‘Noogi’가 포크라노스를 통해 첫 데뷔 싱글 [ahhhh!]를 발매하였다. 그동안
다른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참여만 해오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앨범을 발매했기에 그만의 매력을 담고 있는 앨범은 어떨지 궁금했다. 다른 가수들의
베이스 및 여러 앨범의 작, 편곡에 참여해서 좀 더 풍부한 사운드를 만들어주었던 그였기에 이번 그의 첫 데뷔 앨범은 더욱 좋을 수밖에. 그리고
그 시작을 우리와 함께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는 충분히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다른 아티스트들의 앨범에 참여만 해오다가 이번에는 자신이 직접
앨범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어떤 부분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노래를 통해 그러한 궁금증을 한 번 확인해보자.
Zoa Seo
LA 출신의 한국계 팝 알앤비의 싱어송라이터
‘Zoa Seo’가 첫 EP [Zoa (좋아)]를 한국에서 발매하였다. 그동안 미국에서만 노래를
발매했었기에 그를 알고 있는 국내 팬들 중에서는 국내에서도 발매되기를 기다렸던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는 20살에 자신이 해오고자 했던 음악을
더 넓은 환경에서 배우기 위해 미국 LA에 있는 대학교 ‘Musicians Institute’로 진학했고 그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을 들으면 하나의 곡에서도 여러 장르의 음악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첫 EP 앨범을
들은 이후로 매력에 푹 빠져 또 다른 조아서의 앨범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 이후의 앨범 소식이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그 정도로 그의 첫
EP [Zoa (좋아)]가
앨범 이름 그대로 좋았다). 그 아쉬움을 달래보며, 모두 Zoa Seo의 매력적인 음색이 담긴 총 5곡의 EP [Zoa (좋아)]를 들어보자.
오도일 (O`doyle)
처음 그의 노래를 들었을 때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포크라노스 유통 아티스트 중에도 이러한 사랑스러운 느낌을 주는 아티스트로
‘사공 (Sangong)’, ‘오곤’,
‘오추프로젝트’ 등이 있는데 모두 발매할 때마다 대중들에게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만일 앞서 말한 아티스트를 좋아한다면 혹은 사랑스러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도일 (O’doyle’)라는
신예 아티스트를 추천하고 싶다. 그는 아직 첫 EP [Every love] 앨범 하나를 낸 신예 아티스트이지만, 그의 첫 EP에 담겨있는 잔잔하면서
사랑스러운 3곡을 듣고 있으면 앞으로 보여줄 그의 음악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인디락/포크 장르의 음악을 하는 신예 아티스트 ‘오도일
(O`doyle)’의 잔잔한 사운드에 사랑스러운 의미를 담은 EP [Every love]를 지금 같이 플레이해보자.
시간도 제한되어 있고 무엇보다 앨범이 주인공인
행사이다 보니 네 분의 근황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앨범이 탄생하게 된 과정은 들어야겠죠. 맨 처음에 추다혜님께서 시문 님께 먼저 연락을 드렸다고 들었어요. 어떤
점을 보시고 연락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시문 님께서도 어떤 점에서 승낙하셨는지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추다혜: 제가 처음에 이 음악을 만들고자 했을 때 연주자 이상의 실력자들을
찾고 있었어요. 연주 잘하는 분들도 너무 많지만, 프로듀싱
능력이나 편곡 능력 이런 것들을 봤을 때 기타 연주자로는 시문 님이 딱이다 생각해서 시문 님을 먼저 섭외했어요.
섭외 요청을 드렸고, 그 다음에 시문 님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승낙을 하셨어요
시: 제 얘기는 제가.
추: 아, 죄송합니다. (웃음)
시문: 다혜씨가 이미 많은 준비를 하셨더라고요. 여기저기서 굿도 배우고 저한테 그것들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는데 그게 인상이 깊어서 바로 승낙을 했습니다.
다혜님은 시문 님의 어떤 점 때문에 택하셨는지
궁금해요.
추다혜: 말씀 드렸듯이, (이전에
같이) 해보진 않았지만 기타 실력 이상의 편곡 능력과 프로듀싱 능력이 있어 보였고 이미 시문 씨가 판소리를
하시는 분들과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으셔서. 아예 이러한 부분을 모르는 분들과 작업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소리를 알고 계시는 분들, 또 경험해 보신 분들과 했을 때 좀 더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섭외를 드렸습니다.
시문 님은 어떤 점이 큰 매력이었는지.
시문: 일단 카리스마가 있는 목소리가 저한테 가장 큰 매력이고요. 저는 어떤 작업을 할 때 보컬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서 당연히 할 수밖에 없던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시문 님께서 재호님, 다빈님이 합류하게 되신 과정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재호님 다빈님은 이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는지.
시문: 일단 이런 음악을 같이 할 수 있는 드럼, 베이스는 국내에는 아마도 이 둘밖에 없지 않았을까. 그래서 제 개인적으로는
당연히 제일 먼저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이 재호 오빠였고요. 그리고 이미 저희끼리 재호씨가 어떠냐는
얘기도 많이 했었어요. 그냥 자연스러웠던 것 같아요 다빈씨도 마찬가지고. 그래가지고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다빈: 저희가 시문 누나랑 재호 형이랑 저랑 뻐킹매드니스라는 재즈
팀에서 연주한지 1년 반 정도 넘었는데, 다혜 누나를 알기
전에 그 팀 연주를 반 년 정도 했었거든요. 근데 그 팀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곡 형식을 안 정하고
무대에 올라가서 즉흥적으로 바로 연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거기서 시문 누나나 재호 형이나 합이 점점
잘 맞는 게 느껴지고 그런 데서 매력을 느꼈어요.
김재호: 저도 원래 그 전부터 이런 굿 음악에 관심이 많은 상태였고, 추다혜의 유명세도 있었고(웃음).
딱히 마다 할 이유도 없었고요. 바로 승낙을 해서 앨범까지 같이 하게 됐습니다.
시문님께서는 사실 소울소스를 비롯해서 관련된
작업을 조금씩 하셨는데, 재호님과 다빈님은 굿 음악을 차지스를 통해 접하면서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해요.
김다빈: 처음에 사실 굿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오히려 더 신선하게
받아들였거든요. 그전에 판소리나 민요로 작업한 것과는 다른 걸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되게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됐어요.
김재호: 그 전 팀들에서도 정식으로 릴리즈되진 않았지만 이런 시도를
해본 적도 있었고, 제가 느끼기엔 판소리나 민요보단 오히려 이런 무가 쪽이 원래 제가 하고 있었던 흑인음악과
접점이 많다고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앨범 얘기로 들어가볼게요. 우선 오늘 하는 이야기는 가장 밖에서 보이는 부분부터 안으로 접근하는 흐름이 될 텐데요, 가장 먼저인 앨범 제목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앨범 제목은 어떻게 짓게 되셨는지. 당산나무는 서낭당에 있는 신목이라 부르는 큰 나무잖아요. 신을 모시는 작은 마을 가면 큰 나무에 줄도 걸어놓고 거기다 제도 지내고 하는. 왜 당산나무인지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추다혜: 당산나무가 그냥 나무 이름이 아니라 대명사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 마을의 수호수 같은 게 당산나무인데 서낭나무라 하기도 하고 도당나무라 하기도 하는데요. 옛날에 이런 당산나무라는 곳에서 굿판이 열리기도 하고, 어떤 마을
길목에 몇 백 년 된 정자처럼 되어 있어서 그곳에서 쉬기도 했다고 해요. 저희는 옛날사람이 아니라서
그때의 경험은 없지만, 그랬을 때 그 판을 상기시키면서 생각했어요. 저희가
무가를 다루고 그렇게 구성을 했기 때문에 ‘당산나무 아래서’ 라는
말이 번뜩 떠오르더라고요. 당산나무 아래서 이런 재미있는 파티나 판이 열린다는 의미를 생각했을 때, 당산나무라는걸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잘 모르지만 호기심을 자극시킬
만한 게 ‘오늘밤’이었어요.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라고 하면 약간 야릇한 느낌도 나고, 물음표가 생기면서 그런 궁금증을
유발하기 위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처음에는 ‘신춘문예 당선작이냐’, ‘반대다’ 이런 얘기도 했었지만 제가 그냥 ‘신춘문예 당선작이라도 나는 이걸 해야겠다’고 해서 앨범 명은 그렇게
지었습니다.
그러면 재호 님은 이 앨범 제목에 반대하신
이유가.
재호 : 신춘문예 당선작 같았고요.
(웃음) 좀 자극적이지 않나. 근데 지금 와서는
음악이랑 잘 어울리는 느낌이 들어요. (웃음)
아트워크로 넘어가볼게요. 저는 메인 커버도 그렇지만 뒷면이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앨범 쇼케이스
포스터로도 쓰였는데, 오브제에 관해 짧게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다혜: 가장 중요했던 건 무당의 코스튬을 어떻게 하면 현대적으로
풀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근데 그게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을 스타일리스트와 작가님, 헤어 메이크업을 진행해주시던 네 분이
계셨는데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걸 만들었어요. 실제로 탱화(주: 천이나 종이에 부처나 보살의 그림을 그려 거는 형태), 무속신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고 고깔도 무속인 분이 제작을 해주신 것이거든요. 그거랑 뭔가 믹스매치를 할
수 있는 스타일리스트의 현대적인 감각도 있었고, 도구들을 밑에 깔아놔서 어떻게 보면 1차원적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을 저는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현대판
무당의 축소판 같은 그림을 보여 드리고 싶어서 배경은 세게 느껴질 수 있는 그런 걸 택했어요.
다음으로 곡 제목으로 넘어가보면, 아무래도 한글과 영문이 독특하게 혼재되어 있어서 호기심이 먼저 가더라고요. 어떤
식으로 붙이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추다혜: 제목 같은 경우도 원래 있었던 제목이나 쓸 수 있는 기존의
것들도 많지만 저희 안에서 좋았던, 말이 입에 착 붙었던 것들을 썼어요. ‘비나수+’ 같은 건 진짜 비나수거든요. 입에 붙었던 것들은 그대로 썼고. ‘차지S차지’같은 경우도 계속 반복되는 글자에서 가져온 거였고. ‘에허리쑹거야’같은 것도 후렴구에서 가져온 거고, 진짜 타이틀곡이라고 할 수 있는 ‘리츄얼댄스’ 같은 게 진짜 고민이 많았어요. 타이틀곡인데, 이건 서우제소리를 차용해서 만들었던 건데 ‘서우제소리’라고 하면 너무 재미가 없지 않나 해서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시문
씨가 아이디어를 줘서 ‘리츄얼댄스’, 의식적인 춤이라고 해서
제목이 이렇게 정해졌고, ‘비나수+’ 같은 경우도 +를 붙인 이유가,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노래가 한 곡이 끝난 줄
알았는데 뭐가 또 나오거든요. 그래서 히든 트랙 느낌으로 해서 +를
붙였고. ‘오늘날에야’ 같은 경우도 말에, 가사에서 따온 것이 었고요. ‘undo’, ‘unravel’은 시문님
아이디어여서, 시문 님께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문이
영어 전문가이시고 저는 한국어 전문이라서. (웃음)
시문: 공수를 어떤 식으로 앨범에서 제목으로 수록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공수1’, ‘공수2’라고
하면 재미가 없고 또 저희가 힙합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고민을 했어요. 힙합 앨범에
보면 ‘skit1’, ‘skit’2 이런 식으로 짧은 트랙들이 있는걸 볼 수 있는데요. 일부러 공수를 좀 떼어서 환기를 시키는 부분으로 중간 중간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오히려 영어제목이면 조금 환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리츄얼댄스’ 같은 경우에는 영어제목이지만 한글로 표기를 했거든요. 공수 같은
경우는 ‘undo’ 그리고 ‘unravel’ 이렇게 두 개를
했는데요. 뜻이 ‘undo’ 같은 경우는 마지막 곡으로 가서
다시 처음으로 왔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듣고 나서 다시 1번으로
오는 형태의 음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또 다른 의미로는 ‘문을 열다’라는 뜻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지었고 5번 곡 같은 경우는 ‘풀어내다’라는 뜻이여서 다음 곡으로 가기 위한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오신 분들께 공수가 무엇인지 소개해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추다혜: 공수가 저도 공부하면서 안 건데, 무당들이 ‘너는 어쨌고, 너네
집에 사과나무 있지? 그거 거기 있어서 큰일났어’ 뭐 이런
식의 말들이 있잖아요. 장난으로 우리가 많이 따라 하지만. 갑자기
신이 들려서 그 신의 말을 인간에게 전할 때 그걸 공수라고 하거든요. 근데 공수가 ‘너 이렇게 해’처럼 딱딱하게 말하지 않고 음률이 있어서 그런 걸
공수라고 합니다. 신이 와서 신이 인간에게 전하는 말을 공수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을 음악적으로 살리고
싶었어요. 꼭 넣어야겠다 해서 짧게라도 넣었습니다.
이어서 전반적인 가사 형태로 넘어가볼게요. 우선 직접 쓰신 가사가 있고, 또 기존 무가로부터 영향을 받아서
쓰신 가사가 있어요. 두 가지 형태가 섞여 있는 부분도 있는데, 어떤
식으로 가사를 구성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추다혜: 원래 있었던 무가 자체가 좀 무겁고 어렵기도 한데, 또 그게 매력이기도 한데 심지어 제주도는 방언이 심해서 저도 계속 책 찾아가면서 ‘이게 무슨 뜻이구나’ 알아가면서 했거든요. 사실 ‘사는새’ 같은
경우도 왜 사는새가 됐냐면 이게 진짜 사투리에서 나온 제 키 포인트인데요. ‘천왕새 도리저 인왕새 도리저’, ‘새 도리저’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새가 ‘죽을 사, 귀신 사’ 이런
뜻이에요. 사투리로 새라고 하거든요. 도리자는 쫓아내자. 안 좋은 것을 쫓아내자, 부정을 씻어내는 노래인데, 그래서 사=새 라고 해서 사는새 라고 지은 거에요. 부호로 표시하지 않고 그냥 ‘사는새’라고 했을 때 이게 어감도 좋고 죽은 것이 새처럼 날아갔으면 좋겠다는 이중적인 의미가 있었거든요. 아무도 모르겠지만 저는 지어놓고 너무 뿌듯하다고 혼자 감격스러워서 ‘이거
어때’, ‘이거 어때’ 문자를 했지만 아무도 안 받아 주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혼자 너무 좋다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시문: 문자로 몇 번이나 왔는지 모르겠어요
추다혜: 그래서 방언도 많고 어려운 말들도 많고 그렇지만, 그 이상한 잘 안 들리는 소리가 저에게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은 그대로 가져와서 재배치만
했어요. 써야 되는 것들. ‘차지S차지’ 같은 경우는 뭔가를 사람들한테 주고 싶은데 저희는 노래밖에
드릴 게 없잖아요. 여러분을 차지로 다 가져가라고 해서 ‘차지차지차지’를 계속 외치는걸 썼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건 정말 차지라는 어떤 글자를, 아주
짧은 후렴구 외에는 다 썼어요. ‘에허리쑹거야’ 같은 경우에도
두 곡 정도를 재배치해서 한 거고. 그래서 살릴 것은 나름대로 잘 살리고 또 써보고 싶고 직접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서 썼던 것들은 썼던 것 같아요.
서도 민요에 해당하는 곡 외에도 제주 무가를
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도 여쭤보고 싶어요. 소화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추다혜: 소화하는 데 있어서 너무 항상 어렵고 소화가 안 돼요 정말. (웃음) 제주도는 눈을 보고 말을 하고 있어도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굉장히 특징 있고 폐쇄적이어서 그 선생님하고 친해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말이 잘 안 통하니까 오히려 제주도 분들께서 표준어를 잘하세요. 그래서
저한테 외국사람처럼 표준어로 하시고 다른 분들하고 얘기할 때는 사투리로 말하시니까 저는 못 알아듣고 눈치로 알아듣고 그랬었는데. 그래도 우리나라 말이니까 계속 있으면 눈치로 알게 되긴 하더라고요. 방언이
어렵긴 했지만 그 특이한 질감이 있고, 약간 원시적인 느낌이 아직 굿에 조금 남아있어요. 그리고 아직 훈민정음이 남아있어요. ‘나랏〮말〯ᄊᆞ미〮中듀ᇰ國귁〮에〮달아〮’처럼 그게 아직 남아있어서 그렇게 발음도 하시고 표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런
부분도 제가 학자는 아니지만 ‘이게 뭐야’, ‘왜 이렇게
쓰는 거야’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런 부분들이, 남아있는 날것의 부분들이 끌렸어요. 그래서 더 꼭 제주무가는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세 분은 이러한 내용을 처음 접하셨을 때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세 분도 이러한 내용을 받아들이고 또 지금 형태로 옮겨 오는 데에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시문: 일단 설명해주기 전까지는 무슨 말인지 몰랐고요. 정말로 새인줄 알았고요. 무슨 새?
무슨 새? 하는데 새를 보내는 그런 건 줄 알았더니 귀신 쫓는 노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약간 무서운 건가?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이미지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쨌든 사는새 같은 경우는 연주가 뒤로 갈수록 격해지는 구조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음악에 가사에 잘 매칭이 되었다고 생각이 되어요. 저희도 무의식 중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업을 하지 않았나. ‘리츄얼댄스’ 같은 경우에는 서우제소리의 음이 되게 특이하더라고요. 반음도 아닌
것이 받아주는 소리가 부르는 사람하고 다른 조에서 노래를 하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그걸 살려서 코드를
거기에 맞춰보면 어떨까 하면서 작업했던 것 같아요.
재호 :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단어들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다혜한테 합주시간에 ‘이건 뭐야’ 많이 물어도 봤고요. 주위에 외국어 잘하는 사람들 보면 괜히 멋있잖아요. 그래서 낯선 말을 얘가 막 하니까 되게 멋있어 보였던 것도 있고, 다른
민요나 정가 이런 것들에 비해서는 제가 느끼기에 멜로디라인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특히 ‘사는새’의 주 멜로디를 들었을 때는 듣자마자 ‘오 이거 샘플링하고 싶다’ 생각할 정도로 되게 훅에 가까운 매력이
있는 멜로디라인이었고. 들었을 때 인상은 되게 거칠고 힙합 같았어요.
재미있었어요. 되게 재미있게 이것저것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빈: 실제로 처음에 맞춰볼 때도 저도 깜짝 놀라서 ‘아 내가 이런걸 하게 되었구나’ 했죠. (웃음) 보통 작업을 하게 되면 레퍼런스나 참고를 할 수 있는 곡들을
받고 ‘요건 요걸 참고해서 이렇게 해보자’ 하는데 한번도
해보지 않은 무가를 가지고 하는 거에 있어서는 제가 즐겨 연주하는 장단을 연주해도 완전 새로운 소리가 들려오는 거에서 흥미롭게 느껴져서 작업하는
거에 대해서는 어려움보다는 재미있는 게 더 많았어요.
곡 작업 방식이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네 분 모두 가지고 계신 음악적 배경이 조금씩 다르시기도 하고. 네
분 모두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다혜: 한 3단계를 거치는
거 같아요. 1단계로 소리를 리서치해온 것을 2단계로 시문님과
먼저 공유를 해서 풀었고 그 다음에 3단계로 다같이 만나서 풀었고. 그런
과정이 처음에는 있었어요. 그렇게 1, 2, 3단계를 거쳐서
진행했는데 막상 3단계를 다같이 할 때 간절해서 그랬나. 합주시간
정해져 있고 빨리 해야 하고 말 안 하면 무서워하고 그래서 그런지 정말 예상외로 빠르게 만들었어요. 이렇게
빨리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오늘 잘나왔다’ 애들이 행복해하는 거에요. 그때 혼자 ‘아닌데…? 이렇게 빨리 됐다고?’ 싶었어요.
재호: 우리는 원래 빨라요. 원래
빠르게 직관적으로 만드는 거에 적응이 돼 있는 사람들이라서 처음에 다혜가 보기에 의아하지 않았나.
시문 : 시간을 좀 더 들여야 되는 것이 아닌가, 혹은 합주를 좀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각 곡에 관한 질문으로 깊이
들어가게 되었는데요. 우선 앨범에 실린 곡 중 한 곡을 듣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추다혜: ‘비나수+’고요. 평안도 굿 중 서낭굿을 기반으로 만든 곡인데요. 잘 되게 해달라
빌어준다 해서 비는 손이라고 비나수입니다.
(라이브 – 비나수+)
우선 앨범이 “undo”로 시작해서 “비나수+”로
이어지는데요. 레게 느낌이 강하게 들다가 후반부로 가면 멋진 기타 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나 장르가 바뀌는데요. (잠깐 이 구간 일부 듣기) 다른 곡도 그렇지만 약간 오프비트 랩처럼
느껴지는 구간들이 있더라고요. 다혜님을 제외한 나머지 세 분은 장르적인 접근이나 혹은 스타일을 맞추는
과정에서 크게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시문: 저희는 다 레게음악을 많이 연주하는 연주자들이고 비나수 같은
경우에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 같아요. 근데 ‘+’ 부분은
뒷부분에 나오는 게 또 다른 공수인데요. 그걸 잘라서 다른 트랙으로 넣지 않고 뒷부분에 넣어보고 싶었어요. ‘못 듣는 사람은 못 듣는 거지 뭐’, 이걸 끝까지 듣지 않으면
놓쳐버리는 트랙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프리스타일로 연주를 해봤어요.
‘에허리쑹거야’에서도 레게가 연상이 되고, ‘리츄얼댄스’는 완전 세련된 90년대 알앤비 스타일이잖아요. 그러면서도 전반적으로 톤이나 이런 것들의 질감이 약간 얼터너티브 알앤비나 요즘 식의 네오 소울 느낌도 나고요. 세 분의 음악적 바탕이 기반이 되었던 것인지, 혹은 합의 없이 자연스럽게
합주 과정에서 이러한 음악이 나온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김재호: 미리 레퍼런스를 잡고, 합의를
하고 시작하진 않는 거 같아요. 하다 보면 그림이 명확해지면서 ‘이렇게
하면 괜찮으니까 이 색을 좀더 진하게 발전시켜보자’ 이런 건 있는데,
하다 못해 다혜가 세팅하는 와중에도 저희는 계속 사부작사부작 연주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만드는 과정에 있어서도 그런 식으로 다혜 소리를 들어보고 ‘여기는 이런 게 어울리겠는데’ 누가 먼저 시작하면 누가 따라가고, 누가 붙고. 그런 식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그러한 과정에서도 가장 어려웠던 곡이 “사는새”라고 들었어요. 왜
어려웠고, 어떻게 풀어 나갔는지도 각자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시문: 구성적인 부분에서 가사를 받았을 때 코드를 어떤 식으로 나누면
좋을지를 생각했던 것 같아요. 무가에는 마디수가 딱 떨어지지 않는 곡들이 많다 보니 아예 다 살려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코드진행을 어떻게 배치하면 좀더 자연스럽게 흘러갈까’를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러고 나니까 ‘이게 무슨 장르의 스타일과 어울릴까’ 고민했는데, 그게 도무지 락 밖에는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오히려 지금 나와있는
음원이 재즈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에 제시를 할 때는 락으로 해달라고 했는데, 해보니까 또 아닌가 싶은 생각들을 끝까지 했던 것 같아요.
김다빈: 다른 곡들에 비해 아무래도 리듬을 가져다가 맞춰 본 경우의
수가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그 곡이 앨범 녹음하기 전에는, 작년에
[생기탱천]이라고 처음 공연을 했어요. 공연하면서 보니 다른 곡에 비해 결이 조금 벗어나는 게 있어서, 락적인
부분을 덜어내고 리듬을 더 가볍게 가져갔는데 더 잘 어울리게 되더라고요.
다빈 님은 멤버들로부터 ‘국악 신동’이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웃음) 사실 기존의 한국 음악이 지니고 있는 리듬이 있는데, 그와 다르게 신선한 리듬을 곡마다 배치하셨어요. 의도했거나 참고했던
것들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다빈: 오히려 제가 이 팀을 하게 되면서 무가나 굿판 연주음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거든요. 더 매력을 느끼게 되어서 요새는 굿판 연주를, 사물놀이를 즐겨 듣고 있어요. 제가 들었던 60~70년대 재즈나 그 때 시도랑 다른 게 리듬도 그렇고 흐름도 그렇고 15분짜리
곡을 사물놀이 네 분이 완벽하게 맞춰서 하는데 리듬은 계속 진행형으로 바꿔가고 이런 데서 매력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사실 녹음하기 전에는 국악이나 무가를 참고하기보단 제가 잘 사용하는 리듬을 덧입혔던 것 같아요.
그러면 다혜님을 제외한 세 분은 작업 전후로
굿을 보거나 가본적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다빈: 저는 한번도 간 적이 없습니다. 주변에서 뮤지션들이 많이 가고는 해서 영상도 보여주고 조금 관심은 있었는데 가본적은 없습니다.
김재호: 저도 굿판은 영상으로만 봤었고 재작년에 동해안별신굿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그때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더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문: 저는 다혜씨가 제주도 칠머리당 영등굿에 한번 데려가 주셨어요. 처음으로 굿판에 가서 설레고 무섭기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실제로는 어떠셨나요?
시문: 제주도 영등굿은 날씨가 안 좋아서 실내에서 진행되었어요. 원래는 야외에서 진행된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봤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실내에서 봤을 때도 충분히 다 느껴지는 굿이었고 무서운 느낌보다는 그냥 잔치 느낌이 더 많이 났어요. 떡 나눠먹고, 국수 나눠먹고, 고기
나눠먹고 되게 길게 하거든요. 하루 종일. 저는 반나절 보고
나왔는데요, 악기 구성을 눈 여겨 보게 되잖아요. 그게 되게
재밌었던 것 같아요 신선하고.
굿이란 결코 무섭거나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재미있고, 즐겁고, 먹을
것도 많이 주고. 추다혜차지스의 음악도 그렇고 일종의 선입견이나 그런걸 가지고 계셨다면 그러한 편견은
거두셔도 좋을 것 같아요.
시문: 정말 돈 한푼 안내고 배불리 있다 왔습니다. 정말 귀여웠던 게, 이게 또 선입견을 깨는데 도움을 드릴 수 있다면
좋겠네요. 해녀 분들께서 주르륵 앉아 계셔서 ‘뭐가 많이
잡히나요’ 이런 걸 물어봐요. 근데 그분들은 세습무여서 점괘를
봐주실 수는 없지만.
추다혜: 그래도 그 나름의 점괘 방식이 있더라고요. 동전을 뒤집는다던가 그렇게 하시는데.
시문: ‘올해는 뭐가 많이 잡히나요’
하면 “응 올해는 전복 많이 잡어~ 걱정 마” 이러면서 다 돌려보내요. 좋은 말 해주면서. 그 부분이 되게 희망적이었다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더라고요.
세습무는 말 그대로 대를 이어서 무당 일을
하는 게 세습무고 강신무는 흔히들 아시는, 신을 받아서 하는 걸 강신무라고 합니다. 앨범을 들어보면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메기는 소리와 받는 소리인데요.
선창을 하고 후창을 하잖아요. 그러면 이것도 나머지 세 분께서 나름의 연습이나 이런 게
있었을 것 같은데, 그 과정도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다혜: 과정은 되게 혹독했고요. 민요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주고 받고가 계속 있어야 되고 후렴구를 누가 계속 불러줘야 하고, 떼창의 매력이 있고
그런데 무가도 마찬가지에요. 주고 받는 게 계속 있는데 당연히 이분들은 소리꾼들이 아니고, 이런 소리를 해야 될 명분도 없는데 제가 억지로 시켜봤어요.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 했는데 오히려 재호 씨는 ‘나 이것 때문에 이 팀 한다’면서 그러더라고요. 거의 뭐 저랑 비슷하게 내는 정도로 해서 ‘너 안 나오면 내가 하마’ 이러면서.
김재호: 저는 다혜 파트도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추다혜: 자기 머리도 기니까 저 안 나오는날 하겠다고 하고. 시문 씨 같은 경우도 발성이 공기 반 소리 반 해서 기타 치는 촉촉한 싱어송라이터의 발성을 갖고 있는데 ‘그런 거 안 된다’, ‘여긴 무조건 소리 질러야 된다’ 해서 제일 힘들어했고요. 다빈이는 오케이 맨이에요. ‘다빈아 괜찮아? 드럼 치면서 할 수 있겠어?’ 하면 언제나 된다고 하고. 저는 방해가 될 까봐 미안해서 (물어봤죠). 다 연주하면서 해야 되잖아요. ‘얘들아 괜찮아?’ 하니까 너무 다들 좋아하는 거에요. 제가 교육을 시켰다고는 하지만 그건 소리적으로 맞아야 된다는 거 정도나 알려준 거지, 다들 하이 텐션이 와서 되게 좋아하고 마이크 없으면 서운해하고 그래요.
시문: 앨범에 잘 들어보시면 재호님의 갖은 소리들이 다 들어있어요.
추다혜: 사실 저희 안에서 코러스도 해결했거든요. 제가 일부러 따로 소리꾼을 쓰지 않았어요. 왜냐면 (멤버들이) 다 너무 준비된 소리꾼들이었기 때문에. (웃음) 재호 씨가 온갖 소리를 내서 담당했어요. 그래서 다음 번엔 김재호차지스로 한 번 활동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재호: 저는 진짜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웃음)
시문: 저는 좀 힘들었어요.
추다혜: 힘들지만 해야 돼요.
시문: 자꾸 저보고 동요목이라고 그러더라고요. 저는 싱어송라이터인데.
추다혜: 그래서 제가 공기 빼라고 하면서 재미있게 했습니다.
시문: 지금은 많이 뺐습니다.
한국의 악기 없이 가장 한국의 것, 한국에만 있는 소리를 펼쳐냈다는 점에 있어서 자부심까지는 아니어도 전달하고자 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추다혜: 종교적인 것과 상관 없이 사실 무가는 전통, 나라에 있었던 전통이고. 어떤 종교적인 것과 상관없이 영성이 담긴
노래고. 저는 그런 게 맘에 들었고 그 안에 치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무당이 하는 행위 자체도 결국엔 누군가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신을 받들어서 인간에게 뭔가를 준다곤 하지만, 결국엔 인간을 위로해주는 역할을 하는 거고. 예술가의 입장도 결국에는
자기 혼자서만 할 순 없잖아요. 자기 혼자 즐기려면 정말 관객이든 누구든 뭐가 필요하겠어요. 혼자만 좋으면 됐지. 근데 예술가들도 어쨌든 교류해야 하고 나눠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해요. 그 역할도 사람들이 힘들거나 즐겁고 싶을 때 음악을 찾고 공연을 보고, 자극을 받고 싶을 때 그렇게 하듯이 예술가의 역할과 무당의 역할이 나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행위에서 오는 치유나 즐거움, 그런 단순한 것들이 되게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고 또 그런 부분을 제가 좋아하는 밴드 사운드로 풀어 냈을 때 분명 좋은 에너지나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되게 의미 있고. 또 굿이라는 어떤 미신적인 것들, 혹은 편견들과 맞서고 싶기도 했어요. 실제로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정말 쉽지 않거든요. 그분들이 하는 것들이. 매체에서나
어디를 통해서든 우리가 쉽게 가질 수 있는 편견이나 선입견들이 그분들하고 지내면서 정말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고.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내적으로 많이 쌓여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어떻게 풀면
세련되게 풀어서 사람들이 즐겁게 접했으면 했어요. ‘이거 되게 좋아’,
‘이게 무가래? 무가가 뭔데?’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베스트겠다 생각했어요. 굿을 몰라도 되고, 무속
이런 걸 몰라도 이 음악 자체로 좋으면 결국엔 저희가 했던 이 굿 음악이 좋았다는 게 되는 거니까 그런 수순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마을의 안녕을 바라든, 뱃사람들의 안녕을 바라든 어쨌든 어떤 커뮤니티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형태의 내용이나 메시지가 많은데 이러한
일관성을 택한 것은 역시 최근의 사회나 그런 것들 때문인지, 혹은 무가와 굿의 형태에 충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인지 궁금합니다.
추다혜: 사실 정말 의도는 없었어요.
코로나가 터질 줄 모르고 저희는 너무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었던 거에요. 근데 1월부터 녹음을 하려고 구상 중이고 날짜를 잡고 있었는데 2월에 심각해졌잖아요? 좀 암담하기도 했어요. 과연 4~5월에
이 음원이 나오면 우리는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이제 첫 정규 앨범을 갖고 나오는 우리한테 상황이 너무
안 좋은거 아닐까? 이 음악이 정말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조차도 못할 만큼, ‘이게 과연 나와서 활동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런 암담함이 먼저였고. 막상 나오고 보니 누군가는 그 음악을 좋아해 주시기도 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고. 사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힘든 사람은 늘 힘들고 그렇잖아요. 그런
부분까지 고려하지는 않았지만 행복을 기원하는 염원들은 다 있는 것 같아요. 이 노래로서 뭔가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라는 어떤 염원들은 다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질문이 막바지인데요. 이제 앨범 후반 작업에 관한 질문과 공연에 관한 질문 몇 개만 하고 마무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믹싱을 우치다 나오유키상께서 하셨어요. 소울소스 작업도 하시고 뭔가
사전 정보나 호흡에 있어서 걱정은 없으셨겠지만, 특히 요즘 같은 시국에 바다 건너와 작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시문: 저희는 이메일로 주고 받을 수밖에 없는 코로나의 상황에 놓여있었고요. 직접 그 스튜디오에 가서 했다면 너무 좋았겠지만, 이메일만으로도
충분히 소통을 할 수 있었어요. 저희가 녹음된 것을 ‘이러이러한
느낌입니다’ 하고 보내주면 자기 스타일대로 “25번” 이런 식의 번호가 매겨져서 이메일 답장이 와요. 그럼 25번을 한 거거든요 그 사람은.
추다혜: 왜 25번인지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 같아요.
시문: 그분은 아날로그로 믹스를 하시거든요. 디지털로 하면 저장이 되고 돌아가서 다시 하면 되는데, 아날로그
믹스는 만약에 마음에 안 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미친 작업이에요. 근데 그게 25번이 오는 순간 ‘25번…?’ 이렇게
되는 거죠. 그럼 거의 3~4일은 그것만 했다는 얘긴데. 일단 정성이 보이고, 저희는 그걸 피 묻은 편지가 왔다 그랬어요. 되게 기대하면서 듣게 되더라고요. 그 트랙을 들었을 때 수정요청을
하면 또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이게 맘에 안 들면 어떡하지 했지만 열어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계속 소통을 했어요. 조금 맘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해서 다시 요청을 하면
바로 또 그렇게 해 주시고. 그런 식으로 작업을 해나갔는데 특별히 저희가 요청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이해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전에 굿에 대해서 알려달라, 무당은
어떤 거냐, 어떤 샘플을 보여달라 등 사전 작업을 되게 열심히 하는 분이어서. 예전에 소울소스 앨범 믹싱을 할 때는 저희가 ‘조랑말을 타고’ 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가사에 백두산이 나오는데 백두산의 높이를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이어서 믿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고 들으면 재미있을 것이다’, 혹은 ‘이런 부분은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신지 여쭤봅니다.
시문: 저는 꼭 CD로
듣기를 추천 드립니다. 음원 사이트에서 들으면 조금 로딩되는 시간이 걸려요, 다음 곡까지. 그런데 CD는
굉장히 신경 써서, 그 초까지 맞춰서 저희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계산해서 넣었거든요. 그래서 CD로 들으셨을 때 흐름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꼭 CD로 들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재호: 저는 일단은 저희끼리도 그런 얘기를 했었는데, 저희가 단 한번도 국악을 만들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거든요. 그냥
밴드 음악으로 느끼시고 좋아하는 밴드들 플레이리스트 중에 저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무게감이 있고, 좋은 평가를 받는 만큼 수작 이런 것 보다는 매일 들으시는 음악에 차지스 음악이 들어가 있으면 좋겠고 일상
속에서도 그렇게 어렵지 않게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요. 저희가 비록 지금 원 없이는 아니지만 간간히
공연을 하고 있으니까요. 관심 가져주시고, 라이브가 더 재미있습니다. 많이 찾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다혜: 저는 무가가 가지고 있는 풀어주는 것들, 훵키함 이런 것들을 제일 먼저 나누고 싶고. 이게 저 멀리 있는
옛날이야기가 아니고 현재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다빈: 저도 앨범을 다 녹음하고 들어봤을 때 기뻤거든요. 기뻤던 이유는 저도 음악 듣는걸 좋아하는데 신선도가 가장 높았거든요. 제가
최근 들은 앨범 중에. (웃음) 그래서 혹시나 음악을 들으시다가
귀가 심심하다 싶으시면 언제나 찾아주시고요. 그리고 라이브도 직접 와보시면 즉흥적인 요소가 많아서 되게
재미날 거에요. 재미나게 놀아주세요.
오늘 음악에 담긴 의미와 소리, 그리고 추다혜라는 음악가의 소리를 어떤 식으로 접근했고 또 고민하여 구현했는지에 관해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마지막은
라이브 들으시면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추다혜: 찐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는 ‘리츄얼댄스’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가짜
타이틀은 뭐냐고 김재호씨가 그러는데, 모든 곡이 버릴 게 없는 좋은 곡이라서. 굳이 찐 타이틀로 이 곡을 한 것은 만장일치였어요. 리츄얼댄스는
누구라도 행복하게 다 어우러져서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거거든요. 그래서 여러분들도 언제든지
힘든 것들 있으셨다면 이 노래를 듣고 잘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