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을 빌려주는 노인 (Live at ARKO Arts Theater, 2026)

 


기억난다. 2026년 3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선보인 창작산실 김민경의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 공연이. 공식적으로는 카코포니 김민경의 이름을 걸었는데, 실제로는 문소문의 공연이었던 그날 공연에서 받은 충격과 감동을 도무지 잊을 수 없다. 일반적인 콘서트와 달리 정교한 음악극처럼 펼쳐진 공연은 완벽했다. 무대 위의 연주자는 모두 한 몸처럼 움직였고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드라마틱한 사운드는 관객의 심장을 장악했으며 카코포니의 퍼포먼스는 화룡점정처럼 불을 질렀다. 다만 객석의 빈자리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이런 공연을 안/못 보다니 싶어 소셜미디어에 열띤 후기를 올렸는데, 다행이다. 이제 이 음반을 들으면 언제든 그날의 실연과 공기로 돌입할 수 있다.
공연은 2026년 2월 19일 문소문이 발표한 정규 음반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을 실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들은 공연의 서사와 주제를 더 완벽하게 전달하기 위해 <예언을 실은 전화>, <여보세요>, <소문을 들었다>, <죽음에 대하여>, <수년간의 싸움> 같은 나레이션과 곡을 새로 만들어 추가했다. 무대에는 문소문의 카코포니와 기타리스트 김일로 뿐만 아니라, 베이시스트 김철순, 드러머 박재준(13일)과 이승현(15일), 홍윤스트링(제 1 바이올린 홍윤경, 김윤정, 류새라, 한철희, 제 2 바이올린 홍윤희, 박지현, 홍석기, 비올라 이수아, 정혜선, 첼로 고한솔)까지 올라왔다. 이 음반은 이렇게 많은 음악가와 스태프가 함께 만든 시공간으로 인도한다.
공연이 창조한 세계는 노인이 사라진 미래, 젊음을 봉인하는 미래다. 이미 수많은 예술작품이 선보인 디스토피아적 상상력과 맞닿은 서사는 생명 연장, 기술과 인간의 통합, 삶과 죽음의 정의 등을 질문하는 서이제의 단편소설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에서 출발한다. 문소문의 두 멤버는 이 작품을 근거로 만든 음반을 먼저 발표한 다음, 공연에서는 무대, 조명, 영상, 퍼포먼스, 연주 등으로 가시화했다. 밴드 편성을 기본으로 한 음악은 노이즈를 적극 활용한 일렉트로닉 음악에서 시작해 아트록으로 나아갔다. 소음과 기계적인 질감으로 버무린 소리들은 비인간적 미래라는 설정을 충실하게 극화했으며, 등퇴장을 정교하게 연출한 사운드는 매 순간 무대 위의 배우처럼 활약했다. 문소문은 노랫말과 나레이션, 사운드의 등장과 접합, 충돌로 긴장과 비관으로 가득한 세계를 쌓아 올렸다.
그러다 보니 때때로 실연은 음반에 담은 원곡보다 길어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한 곡도 함께 연주하고 함께 마무리하는 전형적 전개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다. 특히 카코포니는 자신과 문소문의 전작, 그리고 그동안 선보였던 공연에서 그러했듯 극의 주연배우이자 만신처럼 노래하고 춤췄다. 그의 압도적인 아우라는 공연에 빨려 들어갈 만큼 몰입하게 했다. 있는 그대로의 목소리로 곡을 이끌거나, 여러 악기와 노이즈/일렉트로닉 사운드 안에 묻히거나, 자신의 목소리를 찌그러뜨려 변형시키면서 문소문은 매번 다른 속도로 움직였다. 그들의 노래와 연주를 따라 암울한 미래의 풍경들이 하나둘 스쳐 갔다.
공연이 재현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원작을 젊음을 소거시키는 것이 최선이라고 믿은 인간의 무모한 어리석음에 대한 예언으로 해석한 문소문의 날카로운 시선이 함께 드러났고, 소설 언어를 드라마틱한 음악언어로 재편한 문소문의 능력과 감각 또한 번득였다. 실연과 비 실연, 인공과 비 인공을 뒤섞은 소리들은 미래 세계를 감각으로 체험하게 하면서 소설 속 열망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모든 사운드 연출과 연주는 지독한 고투의 산물이었다. 문소문을 갈아 넣지 않았다면 만들 수 없는 소리와 퍼포먼스의 연속 덕분에 공연장은 순식간에 미래의 시공간으로 돌변했다. 관객은 그곳에서 미래를 지켜보았을 뿐 아니라 미래를 예고하는 예술가까지 목격하는 위치에서 공연에 참여했다. 이것은 관람이 아니라 체험이었다.
게다가 공연의 2부에서 문소문은 돌연 홍윤스트링과 함께 하는 연주로 돌입하면서 판을 키웠다. 음반 수록곡 <Extropy> 부터인데, 문소문은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구사하는 밴드일 뿐 아니라 현악기 협연까지 연출하는 밴드로 비상했다. 프로그램과 장비로 만들어낼 수 있는 소리를 부러 인간의 실연으로 쌓으면서 문소문은 음악의 장르를 확대했을 뿐 아니라 공연의 스펙터클까지 키웠다. 사운드의 규모만 커진 게 아니라 무대도 꽉 차면서 관객에게 다가오는 이야기의 부피가 거대해졌다. 연주하고 만들어내는 소리만 출연한 게 아니라 무대 위의 음악가들도 극의 일부로 존재했다. 부러 인간이 악기를 실연하는 방식은 인간의 정의를 반문하는 원작의 시선과 태도를 재현하기 위한 문소문의 장치였을 테다.
사실 어떤 세상이든 일상은 이처럼 화려하거나 극적이지 않아 구질구질하고 지지부진하며 맨송맨송할 가능성이 높은데, 원작을 재창조한 문소문의 음악극은 곡마다 탐미적인 사운드와 낙차 큰 구조로 넘치는 욕망과 오만의 무한한 비상을 재현하고 필연적인 추락과 파멸을 예견했다. 실연과 음악 프로그램과 장비로 만들어낸 소리의 총합은 문소문이 상상해 낸 미래이자 발언이었다. 인류의 모든 역사를 통틀어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은 탐욕의 존재인지 잘 알고 있는 탓에 공연을 통해 보여준 디스토피아는 전혀 낯설지 않은 세계였다.
문소문은 원작을 음악으로 재창조하는 역할만 수행하진 않았다. 카코포니는 “전자레인지 돌리듯 30초면 음악이 만들어지는 세상에서 / 우리는 수 년을 싸우듯이 음악을 만들었어요.”라고 외친다. “귀 없이 듣는 법을 배워도 괜찮아요? / 영혼 없이 음악을 만들어도 괜찮아요? / 눈을 깜박인 적 없이 앞을 보아도 괜찮아요? / 머리를 굴려 생각한 적 없이 생각해도 괜찮아요?”라는 질문은 극의 주인공을 문소문으로 바꾸면서 관객을 순식간에 현실로 이동시켰다. AI의 편리함에만 열광할 뿐, 인간이 어떻게 인간답게 존재하고 완성되어야 하는지 질문하지 않는 세상에서 문소문은 음악으로 예언하고 공연으로 싸우는 전사임을 선언하고서야 공연을 끝마쳤다.
이처럼 이 음반에는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 음반보다 두툼하고 묵직하며 풍성해진 공연이 송두리째 담겨있다. 공연을 보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공연을 보지 않았더라도 공연의 압도적인 면모를 체감하기는 충분하다. 반드시 만들어야 했을 라이브 음반이다. 2026년의 한국 대중음악을 이야기 할 때 이 음반을 빼고 이야기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제 문소문은 다른 위치의 밴드가 되었다는 증거가 여기 있다고 소문내기로 한다.
서정민갑(대중음악의견가)

 

<Credit>

 

2026.3.13-15 <낭만을 빌려주는 노인>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작사 : 카코포니
작곡, 편곡 : 문소문
스트링 편곡 : 박인우(Extropy, 언제나, Dear the Perfect You, 슈퍼맨, 흘러내리는 바벨탑, 갈증 혹은 더러움)
나레이션 : 카코포니 (인용: 서이제 단편소설『낭만을 빌려주는 노인』)

 

보컬 : 카코포니
기타 : 김일로
베이스 : 김철순
드럼 : 박재준(13,15일), 이승현(14일)
제1 바이올린 : 홍윤경, 김윤정, 류새라, 한철희
제2 바이올린 : 홍윤희, 박지현, 홍석기
비올라 : 이수아, 정혜선
첼로: 고한솔

 

연출 & 기획 : 카코포니
음악 : 문소문 (앨범『낭만을 빌려주는 노인』)
음향 감독 & 녹음 : 박진성(오메가미디어그룹)
조명감독 : 강상민(Blue Whale)
무대감독 : 김동영
미술감독 : 임유빈
영상감독 & VJ : 카코포니
영상 : Yoosisipi(낭만을 빌려주는 노인) , 카코포니(Hansel and Gretel, 흰 그림자의 증명, Extropy)

 

디자인 & 제작 : 이승현(yagi)
공연사진 : 하지영

 

1부 믹싱 : 카코포니
2부 믹싱 : 오혜석(몰스튜디오)
마스터링 : 오혜석(몰스튜디오)

 

Thanks to
고두영, 곽유신, 권도균, 김동진, 김명식, 김세연, 김연주, 김한수, 박태신, 서재현, 송다예, 양의열, 이승훈, 이아림, 이인규, 이정훈, 임수홍, 정예림, 정예찬, 조수빈, 조성옥, 조한나, 최선호, 최여경, 하박국, 황태인

yoorang


곡들을 따라가다 보면, <yoorang>은 결국 한 시기의 풍경과 감정을 음원이라는 형태로 갈무리한 작업물에 가깝다.

좋았던 시간을 어딘가에 붙잡아두어, 훗날 다시 펼쳐볼 수 있도록.

 

yoorae가 노래하는 사람으로 돌아오는 자리에 놓인 첫 EP가, 정확히 그런 결을 띤다.

 

 

Credits

 

produced by yoorae

mixed by yoorae

mastered by austin doque (assist. ehwian) @ fab studio

 

01 길다란 길 long road

composed, written & arranged by yoorae

performed by yoorae

 

02 흐린 날 road haze

composed, written & arranged by yoorae & synco

performed by yoorae

 

03 동키 donkey

composed, written & arranged by yoorae

guitars recorded by synco

 

 

artworks by joy jong min kim

photo shot by som

 

special thanks to road trip crew & friends

 

distributed by poclanos

© 2026 foundation records

142 LOVE TECH


우리 서로 사랑하자

 

[Credits]

142 LOVE TECH

 

Lyrics by 권그린 (GREENY)
Composed by 권그린 (GREENY)
Arranged by 권그린 (GREENY)

Vocal by 권그린 (GREENY)
Synths by 권그린 (GREENY)
Drums by 권그린 (GREENY)
Bass by 권그린 (GREENY)

Mixed by 권그린 (GREENY)
Mastered by 권그린 (GREENY)
Art Work by 이로은 (Lee Roeun)

Awake


Awake — a cold noir dream.Sinking into darkness, only to find it within.

Nu-SKOOL


[Credit]

 

“거리문화그리고젊음최고. 진짜최고. (STREET CULTURE AND YOUTH ARE THE BEST. REAL BEST.)”

PRESENTED BY BOJVCK & CONVERSE

 

PRODUCED BY BOJVCK

COMPOSED BY BOJVCK, 황서빈

 

ALBUM COVER GRAPHIC BY SITCH

SHOES GRAPHIC BY SITCH, 김희서

 

SPECIAL THANKS TO 서울디자인고등학교, 호미캔즈, 팔팔스케이트

SPECIAL THANKS for ALBUM COVER TO 이지훈

Existence


[Genre]
ElectronicTech Trance

 

[Track List]
1. Existence (5:50)
2. Ego (4:15)
3. Truth (3:12)

 

All Songs Composed by 01SYNTH

 

[Credits]
Produced by 01SYNTH
Composed by 01SYNTH
Synthesizer by 01SYNTH
Mixed by 01SYNTH
Mastered by 01SYNTH, St.Emilio
Artwork by 01SYNTH

Leaf, Leaf, Leaf…

서귀포에서 탐구한 잎들에 대한 경외
RAINBOW99의 정규 19집 ‘Leaf, Leaf, Leaf…’

안녕하세요. 레인보우99입니다.

이제 제주 서귀포에 머물며 지낸 시간도 6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서귀포에는 물도 많지만 물만큼 많은 게 잎이에요. 특히나 봄과 여름에는 무서울 정도로 서귀포 전체가 초록에 물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잎들에 대한 앨범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비도 바람도 파도도 인간도 이겨내고 미친듯이 자라는 잎들을 보고 있으면 조금은 무서운 기분마저 들고는 하는데요, 멀리서 보면 다 똑같아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자기 마음대로 자라고 퍼져나가는 잎들, 그 사이에 보이는 어떤 균형 같은 것을 표현해보려 노력했습니다.

사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잎이 있어요. 이 앨범을 들으며 그 잎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다보면 누구에게나 어떤 감정 같은 게 자라나고, 그 감정이 각자의 삶에 아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credit-

produced by RAINBOW99

RAINBOW99 | programing, guitars, trumpet, piano, sound design

all tracks composed, arranged by RAINBOW99
all tracks recorded & mixed by RAINBOW99
mastered by RAINBOW99 at MUI

artworks by G99(Kim Ga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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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99.net
instagram.com/rainbow99gaze
rainbow99.bandcamp.com
soundcloud.com/therainbow99
facebook.com/rainbow99.net

Damso

흰 종이에 검정 마커로 점을 찍는다면, 찍힌 면은 더욱 선명하지만, 뒷부분은 번진 자국이 남는다. 상황 역시 그렇다. 이야기는 그 뒤에 쌓인 종이들에 의해 점진적으로 흐려지는 자국과도 같다.
과연 내가 처음 찍힌 마커일지는 몰라도, 그렇다고 믿으며 지나간다. 누구나 모순으로 산다. 난 이에 관해 생각한다. 이제는 표현할 차례다.

© 2026 ohhu.

Credit

oddeen – Damso

1. Windear’s Demo
2. Exequy
3. Damso
4. Clown Mind
5. Easy Breath
6. Drop My Faces
7. Flushing
8. Adaptation
9. Bigmouth
10. What?

Produced by oddeen

Composed & arranged by oddeen

03 Damso Arranged by oddeen & Pishu
08 Adaptation Arranged by oddeen & bojvck
09 Bigmouth Arranged by oddeen & Guinneissik
10 What? Guitar by DAMYE

Written by oddeen

Mixed by oddeen
Mastered by oddeen

Tatted by oddeen & Ellyn
Artworks by oddeen

coco

잘파세대 대표 싱어송라이터 아티스트 ZIN CHOI 의 싱글 ’coco’
코스메틱 브랜드 ‘easea’ 와의 콜라보 곡으로
진초이 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신디사이저 소리로 시작해
허스키한 중저음이 매력적인 진초이의 탑라인이 곡을 이끌어간다.

Lyrics by ZIN CHOI
Composed by ZIN CHOI, Hitchhiker
Arranged by Hitchhiker

Keyboard: Hitchhiker
Vocal: ZIN CHOI

Recording: Hitchhiker @ 22 Studio
Mixing: Hitchhiker @ 22 Studio
Mastering: Hitchhiker @ 22 Studio

Producer: ZIN CHOI, Hitchhiker

Mission No.2 (Feat. Abi)


먼저, 이 노래는 프로듀서 브라이언 이노(Brian Eno) 의 온라인 강의에서 있었던 송라이팅 세션에서 만들어진 것을 밝힌다. 흥미로운 오드 리듬의 사용과 가사의 샘플링 기법을 통해, 아이디어의 접근 자체가 이전 앨범 [콘크리트] 와는 결이 다르다.

잠시의 당황스러움을 두고, 이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어떠한 우주적 희망에 가깝다.

이 노래의 화자는 지구를 관찰하면서, 사람들 사이에 살던 외계인이다. 낯선 행성인 지구에 흥미를 느끼지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본래의 행성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순간을 담은 노래다. 좋고 나쁜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바보 같은 이 행성과 사랑에 빠져버렸습니다’ 라는 가사의 문장처럼, 사람들에게는 희망이 존재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스페이스 록. 만약 우주에서 소리가 들릴 수 있다면, 빛의 속도로 비행하며 이 노래의 메시지를 울려댈 것이다.

 

 

Credits

작사 / Lyrics

이대봉 Debong Lee

작곡 & 편곡 / Composed & Arranged by

이대봉 Debong Lee

 

연주 / Performed by

Abi Raymaker – Vocal
이대봉 Debong Lee – MIDI Programming, Drum

 

믹싱 / Mixed by

이대봉 Debong Lee

 

마스터링 / Mastered by

이재수 Jae-soo Yi (Sonority Mastering)

 

사진 / Photo by

Abi Raymaker

 

유통 / Distributed by

포크라노스 Poclanos

THE 可愛い MALL


THE 可愛い MALL

요즘 대형 쇼핑몰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습니다. 전국에 여러 매장을 두고 있던 H사의 매각 소식도 제법 충격적입니다. 여느 마트나 백화점의 사정도 그리 밝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커머스의 급속한 성장 속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굳이 돌아다니며 쇼핑할 이유를 찾지 못합니다. 쇼핑은 이제 클릭 몇 번이면 끝나고, 때문에 여전히 마트에 간다고 말하면 C사나 M사에서 주문하면 곧장 오는데 뭐 하러 가냐는 질문을 듣는 것도 흔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빙카와이(Being 可愛い)는 쇼핑몰에 관해 물성 그 이상의 특별한 감정과 애정을 여전히 품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 없어도 진열대를 따라 천천히 걷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함께 구경하던 즐거운 추억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화장품 냄새가 코끝을 찌르던 입구는 작은 탐험의 시작지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죠. 높은 층고와 특유의 화려함은 비현실적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백화점, 대형 마트 등의 대형 쇼핑센터는 혼자서는 갈 수 없었고, 꼭 엄마의 손에 이끌려야만 갈 수 있었던 장소였기에 더 각별하고 환상적으로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한 감정은 비단 우리만의 경험은 아닐 것입니다. 비슷한 풍경과 감정을 공유한 이들이 2010년대 들어 음악 장르로 그 기억을 다시 불러냈습니다. 바로 베이퍼웨이브(Vaporwave)의 하위 장르인 몰소프트(Mallsoft)입니다. 몰소프트는 말 그대로 쇼핑몰(Mall)의 정서와 풍경을 재현한 음악인데, 그 뿌리는 한때 미국의 쇼핑센터와 호텔, 엘리베이터에서 흘러나오던 무작(Muzak)이라는 배경음악에서 시작됩니다. 당시의 무작은 그저 공간을 채우는 기능적인 음악이었고, 때문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사회를 무미건조하게 만들고 있다며 괄시를 받기도 했었다죠.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오히려 무작이 만들던 분위기와 공기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생겼습니다. 유년 시절 쇼핑몰에서 무작을 무심히 듣던 세대는 모두 성인이 되었고, 그 시절의 공간과 무드를 리버브와 노이즈로 재현한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몰소프트’였습니다.

 

빙카와이의 『THE 可愛い MALL』은 몰소프트와 장르적으로 정확히 궤를 같이하진 않지만, 그 특유의 애틋한 결을 공유하는 컴필레이션 앨범입니다. 가상의 쇼핑센터를 배경으로 모인 10인의 아티스트는 각자의 음악 속에 누구나 한 번쯤 거닐었을 법한 추억 한 조각을 심어두었죠. 화려한 입구를 지날 때의 설렘부터 웅성거리는 소음까지도 따스하게 감싸며, 그 아련함이 곳곳에 스며 있습니다.

 

 

Executive Producer: Being 可愛い

Assistant Producer: Song Youngnam and Seonung Hwang

Mastering: Jasoo Yi (Sonority Mastering)

illustration: Dominic kesterton (dominickesterton.com)

Design: Jaemin Lee (leejaemin.net)

©2026 BEING KAWAII ©2026 SSE PROJECT

 

 

Ⓐ–❶

「Goldberg Variations, BWV 988 Aria」

Shy Electronics

 

Composed by Johann Sebastian Bach

Synthesizer by Shy Electronics

Arranged and Mixed by Shy Electronics

 

바흐(Johann Sebastian Bach)는 자신의 곡이 미래의 넓은 쇼핑몰에 종종 흘러나올 줄 알았을까요. 아마 몰랐겠지요. 사은품 행사, 아기 울음, 계산기 소리 같은 생활 소음 가득한 공간에 무심한 듯 흐르는 바흐의 곡이, 어쩌면 적막 속의 심포니 홀에서보다 더 의미 있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불면증 환자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은 Shy Electronics에 의해 본래 의미를 잃어버렸지만, 그럼에도 한 번 더 쇼핑몰을 위한 음악으로 다시 한번 변주되었습니다.

 

 

Ⓐ–❷

「Me and Mom」

Doildoshi

 

Composed and Arranged by Doildoshi

Drum Programming by Doildoshi

Piano by Doildoshi

Bass by Doildoshi

Synthesizer by Doildoshi

Bass by Doildoshi

Mixed by Doildoshi

 

「Me and Mom」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어머니와 함께 반복해서 걸었던 쇼핑몰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비롯된 곡입니다. 소비와 이동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그 장소에서, 어머니와 나는 늘 같은 속도로 서로를 맞추며 나란히 걷고 있었고, 그 시간의 애틋하고 소중한 기억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❸

「기부악마 VS 살육천사 구매대행 서비스」

MELTMIRROR

 

Composed and Arranged by MELTMIRROR

Mixed by MELTMIRROR

 

과감하고 대범한 마음을 상실한 채, 진 여신전생(真·女神転生) 1편의 OST를 만든다는 마음으로 작곡했습니다. 기부의 악마와 살육의 천사가 함께 가게를 열고, 구매대행 서비스를 시작하는 순간(?)을 담은 곡입니다. 부디 즐겁게 들어주시길 바라요.

 

 

Ⓐ–❹

「Asian Teng」

Fairbrother

 

Composed and Arranged by Jung Wooyoung

Lyrics by Jung Wooyoung

Mixed by Aepmah (AFM Laboratory)

 

카시오(Casio) MT-40의 엔지니어 오쿠다 히로코(奥田広子)와 “Under Mi Sleng Teng”의 프로듀서 웨인 스미스(Wayne Smith), 킹 재미(King Jammy), 노엘 데이비(Noel Davey)에게 헌정하는 곡이랄까요. 이 곡에 사용된 락 프리셋은 디지털 댄스홀의 “Funky Drummer”죠. 이 프리셋을 여자가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놀랐던 기억이 나요. 제 남성 중심 세계관에 또 한 번 놀랐고요. 남성복, 여성복 층 말고 최근 일부 백화점이 팝업을 통해 시도하는 ‘젠더리스 존’에 이 곡이 나온다면 좋겠네요. 파피사 브라보(Farfisa Bravo), 티아이 리듬 슈퍼톤(TI Riddim Supertone)을 추가로 사용했고요. Fairbrother의 이름으로 10년 만에 내는 곡이지만, 여전히 미디(MIDI)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❺

「Mini Explorer」

Chaerin Im

 

Composed and Arranged by Chaerin Im

Drums by Ludvig Søndergaard

Mixed by Song Youngnam

 

한 쇼핑몰 안, 어른들은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말하지만 이 곡은 누구보다 신난 작은 아이의 시선에서 흘러갑니다. 낯선 공간은 모험이 되고, 두려움마저 반짝임으로 바뀌는 순간을 담아냈습니다.

 

 

Ⓑ–❶

「A small cafe」

Beautiful Disco

 

Composed and Arranged by Beautiful Disco

Piano by Beautiful Disco

Guitar by Beautiful Disco

Flute by Beautiful Disco

Bass by Beautiful Disco

Bells by Beautiful Disco

Percussion by Beautiful Disco

Saxophone by Beautiful Disco

Synthesizer by Beautiful Disco

Drums by Beautiful Disco

Mixed by Beautiful Disco

 

2025년 10월쯤 오키나와에 갔을 때의 경험에서 출발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해 질 녘쯤 음료가 필요해 근처 백화점 지하 한 구석에 위치한 키커피(Key Coffee)라는 이름의 조그만 카페에 들렀어요. 너무 작아서 카페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우드톤의 공간이 평범하면서도 정겨웠어요. 단출했지만 귀여운 메뉴판에, 고를 수 있는 원두가 많은 점도 재미있었고요. 노을을 보며 들어선 카페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동시에 하루가 마무리될 때 느껴지는 쓸쓸함 같은 것들을 떠올리며 곡을 만들었습니다. 아이스티를 시켰는데, 기린(Kirin)의 레몬티 페트병과 맛이 똑같아서 ‘이게 일본의 맛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마감이 다가오고 있는 쇼핑센터를 떠올리며 만든 곡이니, 그런 장면들을 상상하며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❷

「Human & Space」

VIDEOTAPEMUSIC

 

Composed and Arranged by VIDEOTAPEMUSIC

Mixed by VIDEOTAPEMUSIC

 

어릴 적, 도쿄 교외에 있는 조부모님 댁에 놀러 가면 작은 쇼핑몰에 데려가 주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난감 매장에는 20엔을 넣으면 드래곤볼(Dragon Ball)이나 건담(Gundam) 카드가 한 장 나오는 자판기가 있었는데, 거기서 반짝이는 카드가 나올 때까지 조부모님께서 주신 용돈과 시간을 쏟아부었습니다. 장난감 매장이 있는 층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갈 때의 조바심, 푸드코트의 소란함, 하얀 벽과 바닥의 감촉, 높은 천장에 울려 퍼지는 매장 안내 방송. 그 쇼핑몰은 파친코 가게로 바뀌어 지금은 없어졌지만, 소리 속에서 그때의 공간을 그려보았습니다.

 

 

Ⓑ–❸

「crystal dome in summer」

Yetsuby

 

Composed and Arranged by Yetsuby

Mixed by Yetsuby

 

‘노스탤지어’ 키워드에 꽂혔는지 꽤 이모(emo)한 몰소프트 스타일의 트랙이 나온 것 같습니다. 작업 내내 그런 감정에만 몰두했거든요… 카드캡터 체리(カードキャプターさくら)와 동키콩(ドンキーコング)의 여름 이미지, 그리고 제목처럼 크리스탈 돔 형태의 쇼핑센터를 연상시키는 트랙입니다.

 

 

Ⓑ–❹

「Past food」

omm..

 

Composed and Arranged by omm..

Mixed by omm..

 

저는 예나 지금이나 쇼핑센터에 가면 푸드코트에 들러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항상 기대합니다. 특히 이케아(IKEA) 또는 코스트코(Costco)에 갈 때 푸드코트를 그냥 지나치면 너무 서운한 심정일 정도랄까요. 어릴 적 가족들과 마트나 백화점에 가서 다 함께 푸드코트 음식을 나누어 먹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합니다. 이 음악을 통해 바쁘게 칼질하는 주방 직원들의 모습(도마 소리 같은 퍼커션), 열정적으로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매장의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틀어놓은 템포 빠른 배경음악 등의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❺

「얼른 나가 주세요」

huijun woo

 

Composed by huijun woo Arranged by huijun woo, omm..

Lyrics by huijun woo

Narration and Bass by huijun woo

Mixed by huijun woo, omm..

 

거대한 공산품의 궁전에서 신나는 모험을 마치고 모두가 쏟아져 나올 때면, 스쳐 지나가는 거대한 인파에 바람이 일고, 부모님의 양손은 가득 차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서둘러 밖으로 나가 드리는 것뿐이었다네!

Childhood


아이의 유년시절을 기록한 아빠의 다정한 전자음악

 

2015년 겨울 아이가 태어났고 일상의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아내와 나는 부모님의 도움 없이 보육 기관과 부부의 팀워크로 아이를 키우기로 했는데, 그런 만큼 삶의 루틴은 아이를 중심으로 빠르게 조정되었다. 처음에는 예전처럼 늦은 밤까지 작업과 합주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두렵기도 했는데 막상 쓸 수 있는 시간에 제한이 생기니 그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에 익숙해졌다. 초기 육아 이후로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아이가 돌아올 때까지 일을 할 수 있었는데 종일반과 돌봄교실 덕분에 대략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는 작업실에 나갈 수 있었다. 매일을 비슷하게 사는 건 생각보다 적성에 맞았다. 아이가 기관에 적응을 마친 뒤로는 공연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같은 시간에 작업실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삶을 살았다. 자유로운 음악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절대적인 작업 시간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보다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2025년 아이는 열 번째 생일을 맞았다. 아이는 이제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었고 부모의 걱정과 기대를 앞질러 훌쩍 자랐다. 지난 십 년을 돌아보면 내 삶의 첫 번째 과제는 단연 육아였다. 평일엔 아이의 저녁밥을 차리고 문제집을 봐주고, 주말엔 반찬을 만들고 태권도 도복을 다리고, 때때로 가족이 먹을 빵을 굽는 것. 지난 십 년간 가장 많이 반복했던 일은 그런 종류의 일이었다. 그렇다고 작업을 소홀히 했던 것도 아니다. 타악기만 다룰 줄 알았던 아빠는 피아노 연습과 함께 미뤄뒀던 음악 공부를 꾸준히 했으며 개인 이름으로 음악과 공연을 만들어 발표했다. 자라는 것은 아이만이 아니다.

 

<Childhood>는 그렇게 쌓인 아이와 나의 시간을 음악으로 기록하고자 만든 음반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추억을 기록한 음악이지만 아빠이자, 음악가로 살아온 지난 십 년간의 시간이 의미가 있었다는 것을 꼭 세상에 남기고 싶었다. 앨범에 사용된 모든 악기(Moog 와 Prophet 신시사이저, Ace Tone 드럼 머신 두 대, Yamaha YD45 트랜지스터 오르간)는 실제로 아이가 태어난 이후 전자음악의 세계에 입문한 뒤 구입하고 익힌 것들이다.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핸드폰에 빼곡한 아이의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며 열세 곡을 작업했던 시간은 음악가로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사랑스럽고 유머가 담긴 전자음악을 만들고 싶었는데 아이와 보낸 시간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앨범에 사용된 모든 일러스트는 아이가 직접 그려준 것이다. 커버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그렸던 ‘아빠와 나’ 스케치에 위에 새로 채색한 것이고, 뒷면은 앨범에 사용된 악기를 태블릿으로 그려 주었다. 지난 십 년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성장한 아이에게, 또 나의 가장 든든한 동료인 아내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이 음반이 기분 좋은 배경음악이 되기를 바란다.

 

Credits

Composed and Arranged by An Sangwook

Vocals and Lyrics by An Suim (Track 7)

Mixed by An Sangwook and Kim Namyoon

Mastered by Kim Namyoon (Southpole Sound Lab)

Illustration by An Suim

Design by Eom Jihyo

© 2026 Plankton Music

www.ansangwork.com

@ansang_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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