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전진희 (Jeon Jin Hee)

 

전진희의 새로운 도전

 


2집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라는 앨범 제목부터 새 EP의 제목, 타이틀곡 ‘여름밤에 우리’까지 전진희의 최근 음악에는 유독 ‘여름’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전진희의 새 앨범 [summer,night]의 댓글에 “짙은 여름색 전진희”, “여름엔 전진희, 겨울엔 강아솔”과 같은 내용이 달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유다. 심지어 어떤 이는 “싫어하던 여름도 좋아졌어요”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전진희는 여름에 관하여 “정말 싫은 계절이었다”라고 언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이 사랑을 이야기하는 타이틀곡 ‘여름밤에 우리’에 대해서는 “울컥하게 만드는 곡”이라고 설명한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대답이지만, 아래의 인터뷰를 끝까지 읽고 나면 그의 말이 어떤 의도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더불어 연주 앨범 [Breathing]과 음악 동아리 ‘작은평화’의 추후 계획 그리고 전진희가 준비하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까지 그의 팬이라면 놓치면 안 될 내용이 가득하다.

 


 

 

지난 7월 1일에 EP [summer,night]이 발매됐죠. 그때와 지금은 날씨도, 상황도 많은 게 바뀌었는데요. 어떻게 지내셨나요?

 

지금까지 앨범을 많이 냈는데 그중에서도 반응이 뜨거웠어요. 섭외부터 동료, 팬분들의 피드백까지 연락을 많이 받았거든요. 발매 당시의 날씨가 ‘rain, summer, night’이나 ‘night’를 듣기 좀 그랬다면, 지금은 딱 좋아진 것 같아요.

 

EP [summer,night]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여름밤에서 느껴지는 여러 가지 정취와 기분을 담고 싶었어요. 어느 날 돌아보니 제가 여름에 관해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름에 관한 곡이 쌓였어요. 그것들을 나중에 정규 앨범에 잘 섞어서 풀 것인지 아니면 한 번에 모을 것인지 고민하다가 모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완성된 앨범을 듣다 보면 여름밤의 심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기분이 들어서 재밌네요.

 

 

이번 EP도 그렇고 전진희 님의 음악에서는 ‘여름’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더라고요. 여름을 좋아하시나요?

 

사실 여름은 정말 싫은 계절이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을 ‘비수기’라고 표현하곤 했을 정도예요. 여름에는 발라드 듣기 싫어지잖아요. 저 같아도 무더운 날씨에 지치고 진이 빠지면 흥을 돋워주거나 살랑살랑 흔들 수 있는 음악을 들을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여름이 비수기가 아닐 수 없을까’라는 생각에 꽂혔어요. 나도 여름을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동시에 싫은 것 투성이였던 여름이 끝나는 게 서운하다는 생각이 몇 해에 걸쳐서 들었어요. 잠도 안 오고, 에어컨 바람은 너무 싫고, 버틴다는 말밖에 안 나오는 여름이 9월 1주 차만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확 끝나버리잖아요. 이런 점이 어쩌면 사랑이나 감정, 세월같이 지나가 버린 것들과 되게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당시에는 견디느라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까 아름다운 거예요. 쨍한 햇빛과 살아있는 것 같은 나뭇잎의 색, 비 내린 후의 하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하늘의 색은 여름에만 볼 수 있던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여름에 집중하게 된 것 같아요.

 

타이틀곡 ‘여름밤에 우리’는 그런 내용이 담겨 있겠네요.

 

‘여름밤에 우리’를 만들면서 느리고 슬픈 음악을 만들 때보다 더 울컥한 감정을 느꼈어요. 제가 솔로로 낸 곡 중에서 BPM도 가장 빠르고, 신나고 밝은 느낌인데도 곡이 완성될수록 이상하게 울컥하더라고요. 듣다가 차 안에서 눈물이 흐르기도 했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이 곡은 결국 여름밤이 그리워서 만든 곡인 것 같아요. 제가 젊었던 때에는 젊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그러다 서른이 훌쩍 넘은 시점부터 ‘끝나버린 건가? 생이라는 게 사실 이때 끝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벽을 마주친 것 같았어요. 인생이라는 게 고독한 게 아닌가 싶었고요. 그런 감정에 휩싸였을 때가 이 곡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젊은 날의 젊음에 대해 곱씹고, 생각하고, 지금은 어떤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 곡의 가사가 나오고, 멜로디가 나오고 또 사운드가 나오게 된 거죠.

 

 

곡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앨범 아트워크도 비슷한 맥락일까요?

 

사람들이 ‘여름밤에 우리’를 듣고 나서 밝고 반짝이는 여름밤의 이미지가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거든요. 근데 제게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지금 앨범 아트워크 사진을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어요. 고독하고 차가운 여름밤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리운 ‘여름밤’이 가사와 멜로디에서 드러났다면 ‘우리’라는 부분은 wave to earth의 피처링으로 구현된 것 같아요. 전진희 님의 목소리 위로 피처링 게스트의 목소리가 쌓이는 방식으로요.

 

편곡자인 김다니엘 씨의 의도였어요. 제가 노래를 다 부른 뒤에 김다니엘 씨가 어느 부분을 맡을지 고민을 많이 했죠. 아무리 생각해도 제 목소리가 빠지면 좀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제 목소리는 중심으로 가고, wave to earth의 목소리가 작게 등장해서 뒤로 갈수록 존재감이 점점 커지는 식으로 완성이 됐어요. 저는 그게 정말로 너무 좋았어요. 그 다이내믹 때문에 울컥했던 것 같아요. 제가 혼자였던 날을 그리워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때는 더 많은 사람이 함께였으니까요. 다 같이 있는 그림이 그려지면서 어디론가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사운드에서는 넓게 퍼져있는 소리에서 여름밤의 정취가 표현된 것 같아요.

 

믹스할 때도 와이드한 사운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죠. 저도 소리 톤에서 장면이 그려지는 걸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역시 저보다는 편곡을 해준 김다니엘이 더 많이 고민했겠죠. (웃음)

 

전진희 님의 지난 음악들을 좋아하시던 분들은 ‘여름밤에 우리’를 듣고 당황하셨을 것 같아요.

 

제 목소리는 전혀 록이 아니지만, 어쨌든 피아노라는 주체를 조금 벗어났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피아노가 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자주 듣는 음악은 원래 이런 음악이거든요. 피아노 위주나 슬픈 곡을 찾아 듣는다기보다는 얼터너티브한 음악을 항상 곁에 두고 있어요. 사운드를 유심히 연구해보기도 하고요. 실제로 wave to earth가 하는 음악의 사운드를 정말 사랑해요. 음악을 듣자마자 이 친구들한테 연락해야겠다 싶었어요.

 

 

어떻게 본다면 사랑하는 그 소리를 표현할 기회가 적었던 거네요.

 

1집 [피아노와 목소리]는 제목 그대로 피아노와 목소리로만 만들겠다고 스스로 약속을 했었어요. 2집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에서부터 제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던 것 같아요. ‘낮달’에는 그런 시도가 담겨 있고요. 들어보시면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레이어가 되어 있어요. 제가 좋아하고, 추구하고 싶은 사운드를 조금씩 건드려본 거예요.

 

말씀해주신 ‘본질’이란 무엇인가요?

 

제 본질은 피아노에 있다고 생각해요. 피아노 연주로만 구성된 ‘rain, summer, night’를 1번에, 피아노와 목소리로 구성된 ‘night’를 마지막에 넣은 이유도 비슷해요. 저에게도 모험이었어요. ‘여름밤에 우리’는 여름과 당연히 어울릴 거로 생각했는데, 나머지 두 곡은 자투리 곡이 될 것 같아서 속상했거든요. 근데 생각보다 비 오는 날이나 여름밤의 감정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생각보다 여름을 고독하게 보내시는 분이 많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night’가 끝난 뒤 앨범을 연이어 들으면 세 곡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묻어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rain, summer, night’는 저의 본질이고 ‘여름밤에 우리’는 제가 조금 더 시도해보고 싶은 거예요. ‘night’는 1집 [피아노와 목소리]와 2집 [우리의 사랑은 여름이었지]를 만들 때의 제 기분과 관련이 있고요. 그래서 세 곡을 하나의 앨범으로 만들었어요. 세 곡이면 싱글 사이즈인데 EP라고 이야기한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인트로, 아웃트로의 개념이 아니라 저라는 사람이 확실하게 담겨있는 것 같았거든요.

 

한편으로 ‘rain, summer, night’는 지난 연주 앨범 [Breathing]과 연결되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의도했어요. 친구들은 제게 ‘rain, summer, night’가 아깝다고, 앨범에 안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거든요. 다른 연주곡을 모아서 두 번째 연주 앨범에 수록하는 게 어떻겠냐고요. 저도 ‘여름밤에 우리’ 앞뒤로 이 곡들을 섞으면 이도 저도 아닌 앨범이 될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저다운 앨범이 될지에 관한 고민이 있었죠. 발매 3주 전까지도 고민하다가 수록하기로 마음을 굳혔어요. 결과적으로 잘했다 싶어요.

 

 

[Breathing]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당시 앨범을 ‘살려고 만든 앨범’이라고 언급하셨었는데요.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회복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현재진행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앨범을 냈던 당시에는 인터뷰나 기사에서 마치 회복이 다 된 것처럼 나왔었는데요. 거기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정도까지 이야기하고 다녔으면 당연히 회복해야지” 같은 식으로요. 저 자신에게도 ‘회복이 됐다’라고 되뇌었고요. 근데 사람이 쉽지 않더라고요. 다시 돌아간 때도 있었고요. 그래서 현재진행형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어쨌든 회복하려고 앨범을 만든 것은 맞아요.

 

[Breathing]은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공개하시던 연주곡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죠. 회복을 위해 연주를 하셨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따지자면 제게는 [Breathing]에 들어가 있는 곡들을 만들고, 연주하는 게 가장 자연스러워요. 그 앨범은 애를 써서 만든 게 아니라 뱉듯이 나온 앨범이거든요. 늘 가사가 있는 음악을 발표해왔지만, 사실은 그게 저인 거예요. 지금까지 연주 앨범을 내지 않았던 이유는 일단 제게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재즈 연주에 가까운 방향으로 앨범을 만들까 싶다가도, 제게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은 [Breathing]에 수록된 곡들이니까요. 그러다 제 안에서 확신이 생겼을 때쯤 [Breathing]이 나왔죠. 가사와 노래가 있는 곡들이 먼저 나오면서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제 시초는 [Breathing]처럼 피아노로 표현된 곡들이에요. 지금도 쌓여있는 연주곡들이 많아요. 언젠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연주 앨범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뱉듯이 나온 앨범’이라는 점에서 [Breathing]도 일종의 재즈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정말 존경하는, 재즈를 하시는 교수님이 제게 “[Breathing]도 재즈 아냐? 다 즉흥으로 한 거라면서”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저는 재즈라는 장르에 대해 더 많은 연구와 자기 단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재즈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난 6월에도 사운드클라우드에 ‘Breathing in June’을 업로드하셨어요. 처음 업로드할 때와 지금은 심정이나 상태가 많이 다르실 것 같아요.

 

상황은 확실히 다르긴 하죠. 그런데 저라는 사람은 변함이 없는 것 같기도 해요. 여전히 요동치는 감정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요. 하지만 저를 덮치고 먹어 삼킬 것 같은, 좋지 않은 감정들을 이겨내려고 어떻게든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6월의 호흡에는 아마도 그런 마음이 담겨 있었겠죠.

 

[Breathing]에는 어떤 음악이 담겨있나요?

 

당시 저는 음악적으로 저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지쳐있었어요. 평생 열심히 연습하고, 음악을 만들고, 일하며 살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증명해야 하나 싶었어요. 제가 왜 증명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고요. [Breathing]은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음악이에요.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들이거든요.

 

전진희라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담겨있는 게 가장 중요했던 것이네요.

 

자연스러움이라는 의도와는 달라서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렸다가 지운 음악들도 있어요.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다 보니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저도 곡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이 느껴지더라고요. 매달 호흡하겠다고 했는데 어쩌지 싶어서 30일, 31일 밤에 뭐라도 해보겠다고 피아노 앞에 앉은 적도 있어요. (웃음) 그렇게 억지스럽게 나온 곡들은 올렸다가 지우고, 지우지 않더라도 앨범에는 넣지 않았어요.

 

 

[Breathing]은 ‘Breathing in January’부터 ‘Breathing in December’까지 내림차순으로 구성되어 있죠.

 

아무래도 12개월을 넣는 게 자연스러울 것 같았어요. 제가 이걸 4월에 시작했으니 4월부터 시작하는 게 맞지 않나 싶었는데 그래도 1월부터 12월까지 순서대로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수록곡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조회수였어요. 7월, 10월이 가장 높았고요. 10월은 ‘Breathing in October’입니다. ‘Breathing in October Ⅱ’는 그냥 제가 좋아해서 넣었어요. 하나만 넣어도 되는데, 그렇다고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첫 번째 10월을 뺄 수는 없잖아요.

 

타이틀곡이 ‘Breathing in September’인 것도 조회수의 영향인가요?

 

아니요. 그냥 제가 제일 좋아해서 골랐어요. 생각해보면 저는 어렸을 때부터 타이틀곡을 잘 안 들었거든요. 같은 가수를 이야기해도 저는 9번, 10번 같은 자투리 곡 좋아하고, 정작 타이틀곡은 못 외웠어요. [Breathing]도 ‘Breathing in October’가 청취수가 가장 많으니 타이틀곡으로 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었는데 제가 밀어붙였죠. 후회하고 있어요. (웃음)

 

본인을 기록하는 식으로 만든 곡이라면, 당시의 감정이나 상황이 담겨있을 것 같기도 해요.

 

‘Breathing in October’는 불안장애가 생긴 첫해에 쓴 곡이고 ‘Breathing in October Ⅱ’는 두 번째 해에 쓴 곡이거든요. 1년의 세월이 흘러서인지 곡의 분위기가 다르더라고요. 첫 번째는 10월의 덥기도, 춥기도 한 쓸쓸한 날씨 있잖아요. 병원에서 나와서 그 날씨 속을 천천히, 무겁게 걷는 느낌이라면 두 번째의 10월은 조금 가볍고 산뜻해진 느낌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계속 기록하고 계시죠.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이걸 3년이나 할 필요는 없잖아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요. 근데 댓글이 꽤 달려요. 제가 정식으로 발매한 앨범들보다 더 날 것의 댓글이요. 다이렉트 메시지도 많이 오고요. 이 음악들이 사람들의 날 것 같은 마음을 꺼낼 수 있나보다 싶어요. 동시에 2018년과 2021년의 7월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어쨌든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라면 아무 욕심 없이 기록하자는 생각으로 한 것 같기도 해요. 앨범도 아무 욕심 없이 만들었으니까요.

 

아티스트로서 꾸준함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게 있으신 걸까 싶었어요.

 

책임감으로 하면 못할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다른 얘기지만, 앨범도 즉흥적으로 내요. 언제부터 앨범을 만들고 이때쯤 내야겠다는 계획을 짜고 움직이지 않아요. [summer,night]도 발매 한 달 반 전에 계획을 세우고 무작정 날짜를 여쭤봤어요. 진상 고객 같은 거죠. (웃음) ‘낮달’도 그랬고요. 하고 싶어서, 내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에요.

 

 

전진희 님의 앨범을 즐기는 또 다른 방식이 앨범에 수록된 에세이인 것 같아요. [낮달]과 [summer,night]에 수록된 글을 모두 즐겁게 읽었어요. 이렇게 매번 에세이를 요청하는 이유가 있나요?

 

저도 에세이를 좋아해요. 제 음악을 듣고 무언가 떠오른다고 말씀하시는 피드백을 되게 감사히 여기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박선아 작가님과 좋아하는 뮤지션인 이아립에게 부탁했어요. 둘의 글 쓰는 스타일을 알고 있으니까 믿고 맡겼죠. 저는 자기검열을 많이 하는 편인데, 저를 알고, 제게 애정을 주는 사람들이 보는 ‘제가 모르는 저’를 보는 일이 너무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하지 않을까 싶어요.

 

미디어에 비춰진 전진희 님과 실제 전진희 님의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을 써주신 두 분은 그런 전진희 님의 모습을 알고 계셔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던 게 아닐까 싶어지네요.

 

대부분 저를 참하고, 조용하고 우아한 사람일 거로 생각하시는 그렇지 않거든요. 제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 속 저는 철이 없고 웃음이 많은, 애 같은 유형에 가까워요. 그런데 워낙 고요하고 슬픈 노래들을 쓰다 보니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강아솔, 박현서, 신온유 님과 작은평화라는 음악 동아리를 하고 계시죠. 우선, 왜 동아리인가요?

 

상업적인 느낌이 들지 않기를 바랐어요. 작은평화로 큰 업적을 만들고 돈을 벌기보다는 우리를 위해 모였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요. 모였을 때 부담스럽지 않고 기분이 좋았으면 했기도 하고요.

 

작은평화라는 이름은 하비누아주의 곡에서 따온 거겠죠?

 

강아솔이 작은평화라는 단어가 너무 좋았대요. 동아리의 취지에도 딱 맞는 것 같다며 이름으로 써도 되겠냐고 묻더라고요.

 

작은평화의 첫 번째 싱글은 ‘메리 크리스마스’였죠.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여름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싱글을 8월 중에 내려고 해요. 수록곡은 두 곡이고요. 제가 아닌 나머지 두 명이 곡을 쓰고 있어요.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

 

 

 

2018년에 이설아 님과 함께 만든 곡 제목은 ‘크리스마스의 추억이’였어요. 언젠가 전진희 님이 홀로 이야기하는 크리스마스 노래를 들을 수 있을까요?

 

비밀인데… 사실 크리스마스 캐럴을 편곡한 앨범을 준비 중이에요.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싶어서 계획적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 때 꺼내 듣고 싶게 만들고 싶어요.

 

[summer,night]의 발매 공연도 준비되어 있죠.

 

예매가 끝났고 8월 중에 열려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후에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공연을 할 것 같아요.

 

그 외의 여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기타리스트 임헌일 오빠와 함께 만든 싱글 “울어도 돼요”가 7월 19일에 나와요. 8월에는 제 공연이 있고, <제2회 자라섬 온라인 올라잇 재즈 페스티벌>에 출연하고요. 작은평화 앨범이 나오고 나면 여름이 끝나있겠네요.

 

꽉 찬 여름이네요. 전혀 비수기가 아닌걸요.

 

학기 중에는 출강을 하다 보니 음악에 목말라 있다고 해야 할까요. 저는 음악을 계속해야 하는 사람인데 학기 중에는 해야 하는 일들이 있으니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여름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도 있어요. 물 만난 물고기처럼 하고 있죠. 너무 신나요.

 

마지막으로, 전진희 님의 음악 중 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위해 추천하고 싶은 곡들이 있나요?

 

아무래도 “여름밤에 우리”인 것 같아요. 힘든 것들을 잠깐이라도 잊었으면 좋겠다  싶어 만든 곡이기 때문에 들으시며 환기를 하면 어떨까요. 한편으로 제가 요즘 요가를 다니는데, 선생님이 항상 [Breathing] 앨범을 틀어두셔요. 사실 저는 되게 민망했거든요. 처음에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는데, 상황에 되게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걸 보고 ‘숨쉬기 좋은 음악이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힘들고, 화가 많이 나고, 지치고, 갈 데까지 간 것 같은데 더 심한 것들이 남아있는 요즘이잖아요. 그럴 때 차분하게 숨 쉴 수 있는 [Breathing]을 들어보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누워서 쉰다고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Interview | 심은보 (VISLA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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