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실리카겔 (Silica Gel)

 

팝과 언더그라운드, 경계선을 허물다

 


실리카겔은 한국 인디 음악 신에서 독특한 포지션을 맡고 있다. 필자는 실리카겔 만큼 ‘얼터너티브’나 ‘인디펜던트’ 같은 표현이 어울리는 밴드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이키델릭 록이나 드림 팝의 화려한 음색, 웅장한 곡 전개와 변칙적인 리듬을 도입한 실험성, 박력 있는 밴드 연주까지. 실리카겔은 멤버 모두의 참여로 만들어진 완성도 높은 곡들로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을 받는 등 데뷔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해 공백기를 가진 그들은 작년 8월, 약 1년 반 만에 싱글 ‘Kyo 181’, 올해 2월에는 싱글 ‘Hibernation’을 발표하며 보다 세련된 연주와 강력한 일렉트릭 사운드로 밴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편 지난 5월에는 23분에 달하는 연주곡 ‘S G T A P E – 01’으로 실리카겔만의 실험적인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들이 제시하는 고유의 음악적 태도나 표현 방식은 다양한 대상에 대한 ‘얼터너티브’라고 할 수 있다. 그 대상은 여러 팀의 분업으로 완성되는 메인 스트림 음악일 수도, 지금 한국 인디신의 모습일 수도, 혹은 ‘장르’라는 견고한 기준일 수도 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실리카겔의 음악은 그 무수한 ‘틀’에 대한 단어 그대로의 ‘대안’이라는 사실이다.

 

복귀 후에 발표한 싱글 ‘Kyo 181’와 ‘Hibernation’의 음악성, 멤버들의 취향, 더 나아가 지금의 한국 인디신에 대한 그들의 생각까지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실리카겔의 새로운 출발과 함께 나온 신곡,  ‘Kyo 181’, ‘Hibernation’에서는 기존의 사이키델릭한 음악성에 전자음악이 더해진 사운드 덕분인지 공통적으로 밴드 음악과 전자 음악의 경계선을 허물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졌어요.

 

한주/ ‘Kyo 181’이랑 ‘Hibernation’에 공통점이 있다면 반복성이 심하다는 것이에요. 이전에 비해서 기존 팝 음악의 포맷을 빌려온 것도 있고 예전에는 프로그레시브 록적인 전개가 많았는데 그런 걸 덜어내고 심플하지만 강하게 가고 싶었죠.

 

 

팝 음악의 포맷을 빌려왔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걸까요?

 

한주/ 팝 음악이라기보다는 기존의 대중음악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저희는 사실 악기 연주를 통해 사운드로 어필하는 밴드였어요. ‘두 개의 달’이라는 트랙도 있었고요. 예전의 저희를 비유하자면 연주곡, 클래식 오케스트레이션 같은 걸 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기타나 보컬 중심의 곡을 쓰게 됐고 그런 의미에서 이제 팝 음악적인 접근을 했다, 기존 대중음악의 어떤 기본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연주곡 같은 것은 요즘도 써요. 이제는 라인을 두 개로 가져가는 느낌이죠. 한쪽 라인에서는 ‘Kyo 181’, ‘Hibernation’ 같은 메인 느낌의 트랙, 다른 한쪽에서는 최근에 24분 짜리 트랙(‘S G T A P E – 01’)도 만들었어요.

 

 

‘Kyo 181’보다 하드한 사운드의 ‘Hibernation’을 ‘실리카겔 스타일의 메탈’이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어요.

 

춘추/ ‘Kyo 181’을 시작으로 해서 이제 실리카겔의 시즌2 같은 느낌이 시작되는데 이전 곡들에 사이키델릭 성향이 있었다면  ‘Kyo 181’부터는 이전 스타일보다 조금 더 묵직하고 하드한 록의 느낌이 가미됐어요. 거기다가 ‘Hibernation’이라는 곡은 우리가 지금까지 접근해보지 않았던 스타일이 뭐가 있을까 했을 때 이전까지 잘 없었던 메탈이나 더 무겁고 붉은 에너지를 담고 싶다는 생각으로 써봤어요. 메탈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묵직한 리프가 계속 반복되는 곡을 써보고 싶었죠.

 

춘추/ 저는 원래 기타리스트이다 보니까 기타록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딥한 분야를 생각했을 때 예쁘고 멋진 느낌보다는 좀 더 무섭고 화나 있고 공격적인 느낌의 곡을 써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실리카겔의 메탈’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전자음악적, 사이키델릭한 느낌들이 자연스럽게 섞이다 보니까 완전히 메탈 장르의 느낌보다는 실리카겔이 재해석한 느낌의 메탈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Kyo 181’도 ‘Hibernation’도 계속해서 같은 멜로디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는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단조롭다고 느껴지지 않아요. 혹시 그런 반복적인 구성을 의도적으로 고집하고 계신 것인지, 혹은 그걸 활용하고 싶은 이유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춘추/ 생각보다 집요하게 반복되는 곡들이 실리카겔에 있었어요. ‘hrm’이나 ‘오렌지’도 있었고 그런 것들에서 주고 싶었던 느낌은 약간 댄스음악의 비트 자체를 계속 즐기는 거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Hibernation’도 그런 느낌이고 ‘Kyo 181’은… (Kyo 181를 작곡한 한주를 바라보며)

 

건재/ 우리들이 집요한 인간들이라… (모두 웃음)

 

한주/ 우리가 별로 집요한 인간은 아닌데 (웃음) 사실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어’에 가까워서 음악을 만들 때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추측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제가 그 곡을 만들던 시기에 Philip Glass의 음악을 많이 들었고 자서전도 읽었으니까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게 관련이 있을 수 있어요. 그리고 힙합도 기본적으로는 루프로 만들어진 음악이다 보니까 그런 음악들이 주는 매력이 있고 어떻게 보면 고도의 음악이 루프 음악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예전부터 해왔어요.

 

그렇다면 공백기 전과 비교했을 때 일관된 부분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춘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실리카겔이 만들어보고 싶었던 음악을 계속 도전해보았다는 점이에요. 근데 그게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서 실리카겔이 어떤 사이키델릭 록 밴드인지 같은 장르적인 구분이 힘들어요.

 

사이키델릭 음악은 늘 실리카겔 음악의 핵심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건재/ 시끄러운 걸 좋아하니까 (웃음). 기본적으로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인 사람이랑 달리 자기들의 방식으로 어떤 매체 안에서 뭔가를 느끼려고 해요. 가사 같은 것보다는 형질이 있는 소리라든지 그런 것들에서도 감정이나 어떤 의미를 읽으려고 한다는 말이죠. 소리에 집중하는 걸 좋아한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 거고. 사이키델릭 음악은 (다양한 이펙트 등으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에 여지가 많아서 그런 소리를 좋아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싱글 ‘Kyo 181’에서는 리믹스가 세 곡이나 수록되어 있고 이전에도 두 곡의 리믹스가 있었네요. 다른 DJ, 프로듀서에게 리믹스를 받는 것에 남다른 의미가 있나요?

 

웅희/ 의미를 갖고 리믹스를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그때그때 앨범에 이 사람이 참여하면 확 살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부탁했던 것 같아요.

 

춘추/ 싱글 앨범이나 EP의 경우 규모를 더 풍부하게 만들고자 할 때의 접근 방식이 리믹스였던 것 같아요. 또 우리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사람들 혹은 우리 곡을 멋있게 편곡해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부탁하면서 나오는 결과물이 우리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게 나올 때도 있고 그런 것들이 재미있기도 해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하는 게 고마운 일이기도 해서 리믹스 트랙을 싣는 것에 어떤 의미가 된 것 같아요.

이번에 한주 씨는 반대로 백예린의 ‘Lovegame’의 리믹스를 담당하셨네요.

 

한주/ 리믹스를 하려면 그 아티스트의 세부적인 데이터를 받게 되거든요. 거기서부터 재미있더라고요. 언제 백예린이라는 뮤지션이 나오고 어떻게 편곡했는지 같은 정보를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그걸 보는 것만 해도 공부가 돼요.

 

한주 씨랑 춘추 씨는 다른 아티스트의 편곡 작업도 자주 하시잖아요. 편곡 작업의 경험에서 실리카겔 음악으로 환원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춘추/ 쉽게 말하면 일이고 실리카겔 외의 다른 개인적인 업무라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완전히 다른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것도 음악을 만드는 일이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과 작업을 하면서 편곡을 하든 믹스를 하든 실험이나 아이디어들을 시도할 수 있는 게 재미있고 어떻게 보면 공부를 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해보다가 굉장히 결과가 괜찮으면 실리카겔 작업에도 직접적으로 활용을 해보고 그런 식으로 서로 다른 작업에 적용되거나 순환되는 것 같아요.

 

한주/ 저도 비슷해요. 사실 예린 씨 같은 경우는 이례적인 예였고 저는 거의 새소년만 해왔기 때문에 새소년도 제 작업처럼 해요. 동시에 그것도 실리카겔에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되기도 하고.

 

 

가사는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한주 씨는 스스로 “제가 만드는 모든 노래의 상징은 큰 의미가 없어서”라고 하셨네요.

 

한주/ 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저는 그냥 즉흥적으로 적어내는 편이라 그냥 그중에서 좋은 걸 추려요. 가사는 별생각이 없어요. 어떻게 써도 안 들린다고 하니까 (웃음).

 

(가사가) 안 들린다는 게 한주 씨에게는 괜찮은 거예요?

 

한주/ 사실 가사가 잘 들려야 한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없었어요. Cocteau Twins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Cocteau Twins의 음악을 들어보면 가사가 잘 안 들리고 심지어 가사지도 안 넣었다고 해요. 가사가 주는 느낌도 있는 것 같아서 사실 앞으로 나올 실리카겔 곡들은 잘 들리게 작업을 해볼까 싶긴 한데 여태까지는 그런 것에 신경을 안 써서.

 

춘추/ 가사로 어떤 스토리텔링을 한다던가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이라든가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그 발음에서 느껴지는 음악적인 부분에 더 집중해서 적어내는 게 있지 않나 싶어요. 저는 보컬도 악기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해서 어떤 단어에서 느껴지는 톤이나 인상 같은 것들을 전달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요.

 

 

멤버 각자가 본인의 작곡, 연주 스타일 등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나 장르 등을 세 개 골라주세요.

 

춘추/ 너무 많은데… 최근에 크게 영향받았다고 생각하는 분은 바흐, 바로크 쪽의 선생님들이에요. 바흐 곡을 많이 들었고 그 외에도 바로크 스타일 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아무래도 바로크 자체가 선율 중심인 음악이다 보니 그런 멜로디를 이용해서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영향을 크게 받았어요. 그리고 최근에 많이 듣는 아티스트는 Ariel Pink예요. 촌스러우면서도 귀엽기도 하고 약간 무섭기도 하고 묘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들어서 깊게 듣고 있어요.

한주/ 바흐도 그렇고 저도 고전음악에서 영향을 크게 받았어요. 원래 클래식 음악으로 음악을 시작했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뭔가가 있더라고요. 완전히 약간 피 안에 있는 혈액형이 돼버린 느낌이 있어서 첫 번째는 고전음악인 것 같아요. 두 번째는 Thom Yorke예요. 그분이 약간 인생을 바꾼 사람이어서. 클래식하다가 대중음악으로 전환한 계기가 사실 Radiohead랑 Thom Yorke예요. 최근에도 ‘Anima’를 들었는데 엄청난 음악이더라고요. 그 사람의 삶의 취향도 귀감이 되는 부분이 있고요.

 

웅희/ 저는 Beatles 뽑겠습니다. 최근에도 John Lennon랑 Paul McCartney를 듣고 있는데 뭐라고 해야 하지? 내가 좋아하는 Beatles 특유의 뻔한 것들에서 클래식함이 생각나서 그래요.

 

한주/ 건재형이 진짜 “노잼”이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어요. (웃음)

 

건재/ 나는 되게 전통적이거나 토속적인 그런 컬러의 것들을 좋아해요. 곡 제목도 없는 이상한 것이나 진짜 민족적인 거… 한참 일본 쪽으로 빠졌을 때도 각 시리즈 (가가쿠, 노가쿠 등), 샤미센 그쪽으로도 엄청 많이 들었어요.  약간 중국 쪽으로 빠졌을 때도 있었고 의식에 쓰이거나 뭔가를 바라거나 염원하면서, 그 당시에 인간의 기술력으로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빌기 위한 걸로 시작된 것 같은데 공통적으로 각 국가의 장송곡도 좋아해요. 사실 드럼 연주 쪽으로도 쿠바, 라틴같이 원래는 생활적인 리듬이었던 것들에 빠지기도 했고요. 근데 우리나라 것은 자료를 구하기 어려워서 찾기 어려운 것 같아요.

 

춘추 씨는 고전음악에서 선율적인 부분을 언급하셨는데 한주 씨는 구체적으로 고전음악의 어떤 부분에서 영향을 받으셨나요?

 

한주/ 8살~17살 때까지 거의 10년 정도 고전음악 공부를 했고 음악을 하는 방식 자체를 배웠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지만 대중음악으로 전환하고 나서 전자음악이나 신디사이저를 다루게 된 후 알게 된 결정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고전음악을 공부해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음표로 적히는 음, 그러니까 악보 중심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전자음악으로 넘어오기 시작하면서 악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모호한 음들이 많아졌어요. 사실 고전음악도 John Cage나 지금의 현대음악 같은 경우는 방금 얘기했던 모호한 음들이 많이 생겼지만 어쨌든 저는 대중음악으로 넘어오고 나서 악보 중심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되게 어려웠어요. 다행히 실리카겔 하면서도 노력을 많이 해서 지금은 많이 벗어나 있는 상태에요.

 

한주 씨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대의를 향해가는 팀워크가 아니라 각자의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재능을 발휘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 팀워크가 아니라 팀플레이”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각자의 취향이나 스타일을 존중하는 신뢰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주/ 제가 말을 이렇게 했는데 진짜 이렇게 흘러가고 있진 않아요. 공백기 동안 각자 강해지는 시기가 있었던 걸 아니까 이제 이 사람한테 믿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까 얘기했던 24분 자리 연주곡도 사흘 동안 저희끼리 스튜디오에 모여서 같이 자고 그러면서 만들었는데 그때 극단적으로 저런 말이 나온 것 같아요. 그때도 보니까 건재 형이 만든 어떤 테마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기능을 해줄 때가 있었고 김춘추가 만든 어떤 테마가 중간에 난입할 때도 있었고 그러다가 웅희가 에디트해주고 그런 식으로 뭔가 유기적으로 각자 능력을 발휘하면서 돌아가는 그림이 되게 보기 좋더라고요. 아무리 자유로운 팀플레이라고 해도 통제는 필요해요. 팀인 이상. 그런 각자의 역할을 기반으로 팀 활동을 확장할까 생각해요. 어쨌든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멤버들이 신뢰할 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죠.

 

공백기도 포함하면 결성한 지 한 7년 정도 되었네요. 특히 어떤 부분에서 성장했다고 생각하시나요?

 

한주/ 실리카겔 차원에서 따지자면 서로 못 본 만큼 멤버들 간의 신뢰가 커져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그 외에는 각자 음악 외에 사회생활을 경험해왔기 때문에 거기서 생긴 성취감도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음악적인 발전보다는 인간적인 발전, 사회적인 발전 그런 것들이 크게 있는 것 같아요.

 

 

당시랑 지금을 비교하면 한국 인디 음악 신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춘추/ 저는 점점 메인스트림과 융합되고 있다는 점에서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렇다 보니까 메인스트림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콘으로서의 이미지 같은 것들이 이제 인디신에서도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지금의 인디 신 또한 여러 사람한테 어필하기 위해서 더 멋진 이미지와 비주얼적인 부분들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노력하게 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어떨 때는 아쉽다는 생각도 들고 오히려 이런 시기야말로 음악에 계속해서 집중해야 할 것 같아요.

 

건재/ 공연장이 많이 사라졌죠. 근데 신이라는 게 계속 바뀌니까 인디라는 단어가 가지는 뜻이 유동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시대 때 인디랑 지금의 인디를 하나로 규정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뭐가 달라졌고 안 좋아졌다고 하는 게.

 

한주/ 생각나는 게 각자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질문인 것 같아요. 저도 인디신이라는 표현 대신 ‘언더그라운드 음악’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하려고 하는 편인데 사실 저희는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영향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상태 같거든요. 왜냐하면 언더그라운드 사람들 사이에서 안 좋은 것들도 느껴와서 그런 것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나 보고자 했어요. 그러면서 한 발 떨어져서 그 자리를 다시 보니까 지금은 사실 많이 해체되기도 했고 활동 방식도 다양해져서 신이라고 묶어서 얘기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아요. 지금은 변화의 시기인 것 같고 사실 변화는 코로나 때문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잖아요. 앞으로 뭐가 더 생길 건지는 지켜봐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특히 코로나가 끝나면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까도 신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하셨는데 음악적으로도 하나의 장르 안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하고 새로운 걸 시도하는 모습이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한주/ 요즘에는 그런 생각을 특별하게 갖고 있지 않은 것 같긴 해요. 물론 뭔가 좋은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면 충분히 구축할 수 있죠. 요즘에는 사실 신보다 작은 크루 형태로 그룹을 만드는 경우도 많이 보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그런 방향에 가능성이 있어 보이긴 해요. 근데 저는 여러 뮤지션과 작업을 하고 싶지만 그것을 통해서 신이나 크루를 만들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우리끼리만 있는 것도 힘드니까 (웃음). 지금은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더 중요해서 각자 (신이나 크루 같은) 세상에 크게 의지하지 않으려고요. 우리가 중간에 어디에도 걸치기 애매한 캐릭터가 되어버려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지금의 상황은 저희가 자처한 거예요. 계속 이상한 애들이 되고 싶고 얼터너티브 한 방향으로 가고 싶어서요.

 

건재/ 주변인 같은 포지션 너무 좋아.

 

춘추/ 우리는 독립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때그때 우리가 좋아하는 걸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하고 싶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하면서 작업하는 거고요. 근데 동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입장이 비슷한 뮤지션들이 많으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해요. 아무튼 (우리 같이) 뭔가 어떤 신이라고 하기에 애매한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거 하지 뭐…. 라고 하는 팀들이 장르적으로 따지면 더 있을 수 있지만 비슷한 폼에서 동료들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실리카겔이라는 밴드의 변화를 생각할 때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요?

 

웅희/ 만화 BECK에 나오는 Mongolian Chop Squad가 아닐까 생각해요. 처음에 밴드를 시작할 때 생각했던 그림이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어렸을 때부터 몰입하기도 했고. 최근에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BECK처럼 하면 행복하겠다는.

 

한주/ 가상의 밴드로 대답하는 게 괜찮은 건지…(웃음)

 

* 본 인터뷰는 일본 음악 매거진 TURN(@turntokyo)에서 릴리즈된 컨텐츠를 한국어로 가공/편집한 건입니다.
* http://turntokyo.com/features/silicagel-interview/

 

Interview | 야마모토 다이치
Edit | 키치킴, 월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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