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김오키 [편견에 대하여]

시종 음울한 톤을 유지하는 김오키의 색소폰은 혼돈, 분노, 조소, 체념 등 갖가지 마이너스적 감정들 사이를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넘나들고, 이런 연주에 호응하듯 수시로 불온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더블베이스의 나지막한 울림, 종종 불규칙하고 또 강박적으로 느껴져 왠지 모르게 초조함을 불러 일으키는 드럼의 타건이 여기에 어우러지면서 각각의 곡들이 지닌 부정적인 뉘앙스는 보다 또렷해진다.

 


 

김오키
편견에 대하여
2021.06.18

 

‘음악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소리를 재료로, 매개로 삼아 작가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이 예술의 속성은 지금껏 이 세상에 태어난 악곡들의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일 테고, 그래서 “당신은 음악의 속성을 뭐라 생각하느냐”라고 주변에 물으면 아마도 꽤나 다채롭고 흥미로운 답들이 돌아올 것 같다. 정작 나 스스로가 떠올리는 답들은 하나같이 의외성이라곤 없이 뻔하여 약간 실망스러울 지경이지만.

 

『음악은 감정적이고, 자유롭고, 즉흥적이다. 동시에 이성적이고, 구조적, 형식적이기도 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세상의 (적어도 내가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범주 내에서의) 대부분의 음악들은 대체로 위의 속성들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음악의 이런 속성을 가장 잘 설명하는 장르는 무엇일까-로 생각의 흐름을 조금 더 진전시키면 아주 자연스레 ‘재즈’를 떠올리게 된다. 특히 음악의 즉흥성과 구조적인 면의 양립, 대립 등을 그럴싸하게 떠들기에 재즈만큼이나 좋은 소재가 이 세상 그 어디에 또 있겠나.

 

‘김오키’는 한국의 테너 색소폰 주자, 그리고 프로듀서다. 돈만스키, 성자 조야표도르미하일로비치개돈만스키 등 여러 다른 예명들로도 불리고 있다. 2013년 EP [Cherubim’s Wrath (천사의 분노)]로 등장한 이래 현재까지의 8년 남짓한 시간 동안 개인 정규앨범 열세 장, 여기에 ‘김오키 새턴발라드’, ‘Fucking Madnesds’ 등의 프로젝트까지 포함하면 무려 열일곱 장의 정규, 혹은 EP를 세상에 내놓았으며 동시에 수많은 동료 음악가들의 작품에서 협연해왔다. 놀라운 행보다.

 

정작 더 놀라운 것은 이토록 다작을 하고, 또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오는 속에서도 좀처럼 특정한 스타일에 안착하거나 동어반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김오키의 음악은 재즈뿐 아니라 다른 여러 대중음악 장르들과 자유롭게 교류한다. 그 결과물은 때로는 감정적이고, 때로는 즉흥적이었으며, 반면 한편으로는 다양한 장르의 문법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명징한 테마, 구성을 갖추며 매우 구조적인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우리는 김오키를 편의상(?) ‘재즈’ 음악가로 분류하곤 하지만 정작 김오키 본인의 태도는 재즈, 혹은 다른 어떤 형식에도 얽매인 적 없이 늘 자유롭게, 새로움을 향해 뻗어간다. 그리고 나는 이와 같은 그의 행보, 그리고 그의 음악이 서두에서 이야기한 ‘음악의 속성’과 꽤나 닮은 모습이라 생각한다.

 

[편견에 대하여]는 김오키의 열세 번째 정규앨범이다. 색소폰, 더블베이스, 그리고 드럼의 전형적인 색소폰 트리오 편성으로 레코딩되었는데 그간 대부분의 작품, 공연에서 함께해온 베이시스트 ‘정수민’이 아니라 과거 ‘The South Korean Rhythm Kings’으로 함께한 적이 있는 ‘송남현’이 모처럼 합을 맞추며 참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목 그대로 ‘편견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음악가 개인의 어떤 경험들이 동기가 되어 출발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극히 사적이고, 또 감정적인 면모가 도드라진다. (조금 더 거창하게 의미를 부여하자면 사회에 여전히 만연한 온갖 편견들을 성토하는, 일종의 ‘시대유감’ 성명 같은 것으로도 바라볼 수 있으려나) 시종 음울한 톤을 유지하는 김오키의 색소폰은 혼돈, 분노, 조소, 체념 등 갖가지 마이너스적 감정들 사이를 온탕과 냉탕을 오가듯 넘나들고, 이런 연주에 호응하듯 수시로 불온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더블베이스의 나지막한 울림, 종종 불규칙하고 또 강박적으로 느껴져 왠지 모르게 초조함을 불러 일으키는 드럼의 타건이 여기에 어우러지면서 각각의 곡들이 지닌 부정적인 뉘앙스는 보다 또렷해진다. 특히 이 작품 속 김오키의 블로잉은 하나같이 ‘응어리진 어떤 감정들의 표출 내지는 배설’처럼 다가온다.

 

직전에 나온 또 다른 정규작 [Everytime]과 이 작품을 비교해 감상하는 것은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두 작품의 음악적 색채, 접근법, 태도 등이 완전히 반대 지점에 서있는 까닭이다. 프리재즈적인 곡들로 연주자 김오키의 일면을 부각시키는 [편견에 대하여]에 비해 전작 [Everytime]은 여러 연주자들과 피쳐링진을 대거 동반하는 동시에 장르적으로도 힙합, 일렉트로닉, 팝 등을 넘나드는 프로덕션, 그렇게 탄생된 다양한 색채의 트랙들을 균형감 있게 배치한 구성, 더불어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곡의 일부로 기능하며 밸런스를 추구한 듯한 연주 등을 통해 ‘프로듀서’로서의 김오키’의 면모를 분명히 드러낸다. 동일한 아티스트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한 작품들임에도 이토록 확연히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꼭 이 두 앨범을 함께 감상해보길 권한다. 김오키라는 음악가가 지닌 흥미진진한 다양성을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훌륭한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ditor / 김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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