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는 마법의 주문, 김유진 2.5집 발매 기념 인터뷰

 

공허한 마음을 사랑으로 채우는 마법의 주문, 김유진 2.5집 발매 기념 인터뷰

 

스스로를 재즈 싱어송라이터라고 정의하는 김유진은, 그 수식어처럼 우아하면서도 친근한 매력을 겸비한 아티스트다. 재즈 분과에서는 이례적으로 연이어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하고, 재즈피플 라이징스타에 선정된 바 있는 김유진은 그야말로 재즈씬에 혜성처럼 등장한 존재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서울재즈페스티벌, 서울숲 재즈 페스티벌 등에 출연하며 활동 범위를 꾸준히 넓혀가는 그녀가 기존과는 또다른 팝 사운드로 돌아왔다. 단기간에 빠른 쾌거를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2.5집에서 그녀는 내면의 결핍에 관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지난 10월에 발매된 2.5집 [dudndudndudn]는 다소 어두운 감정에서 출발했지만, 그럼에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기운을 발산한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주문을 뜻하는 앨범의 타이틀처럼, 공허한 마음에 강력한 자기 확신을 불어넣는 앨범이다. 여기저기 들려오는 좋은 소식과 분주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내면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음악적 확장과 인격적 성숙을 동시에 이뤄냈기 때문일까. [dudndudndudn]를 듣다 보면, 그림자를 품을 줄 아는 햇살의 힘을 체감할 수 있다. 어느 따사로운 오후, 재즈 싱어송라이터 김유진을 만나 결핍의 양면성과 재즈씬에 대한 생각까지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재즈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김유진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유진님은 이례적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재즈 부문을 연이어 수상하셨잖아요. ‘재즈 보컬리스트’가 아닌 ‘재즈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에서 더욱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재즈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자작곡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재즈 싱어송라이터라고 수식어를 붙였어요. 재즈는 여전히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반면, 싱어송라이터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한국대중음악상을 동일 인물이 연달아 수상하는 게 재즈 분과에서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자작곡으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의미가 정말 컸던 것 같아요. 22년도에 데뷔 앨범 [한 조각 그리고 전체]로 처음 수상할 때도, 후보에 오르는 것조차 상상 못 했어요.

 

당시 코로나로 인해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 수상자만 참석해야 했어요. 그래서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장 bluc (블럭)님이 미리 전화를 주셨는데, 제가 상을 받게 됐다는 거예요. 그래서 처음에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어요. (웃음) 그래서 그런 걸로 자기가 왜 거짓말하냐고 막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요.

 

 

 

 

 

 

Q. 너무 기쁜 일이면서도, 앞으로의 방향에 있어서 많이 고민됐을 듯해요.

 

정규 1집, 2집으로 수상했을 때부터는 확신이 들었어요. ‘음악적으로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계속하라는 의미구나’로 받아들였어요. 그런데 활동에 있어서는 많이 고민됐어요. 소속사 없이 활동하니까 직접 결정하고 소통하는 과정이 모두 아티스트 몫이잖아요. 사람들이 나에게 무엇을 기대할지에 대해 혼자 고민해야 하고요.

 

유해한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 아닌 이상,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답이다’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계산하면서 작업했다면, 지금의 모습은 없었을 것 같아요. 오히려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Q. 본격적으로 2.5집 [dudndudndudn]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하는데, 그전에 질문이 하나 있어요. 이번 앨범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처음에는 ‘여우여우여우’를 영어로 그냥 기재한 건 줄 알았어요. (웃음)

 

많이들 궁금해하세요. (웃음) 실제로 어떤 분이 멜론 사이트에 ‘여우여우여우’라고 댓글을 다신 거예요. 처음엔 ‘왜 나보고 여우라 그러지?’ 싶었어요. 알고 봤더니 이번 타이틀을 한글 자판으로 타이핑해 보면 ‘여우여우여우’라고 나오더라고요. 아쉽게도 그런 뜻은 없었고요. (웃음) ‘뚜둔뚜둔뚜둔’으로 읽어주시면 돼요. 제가 만든, 무엇이든 이뤄지는 마법의 주문이에요.

 

 

Q. 여러모로 색다른 앨범이라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우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앨범이기에 2.5집이라고 명명했는지 여쭤보고 싶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이번 앨범이 지난 앨범과는 다른 색깔을 갖고 있어요. 3집으로 넘어가기 전에, 스포일러같이 느껴졌으면 했어요.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고, 저한테도 깊은 의미를 갖고 있는 앨범이에요. 다음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런 모습도 있고, 이런 음악도 있어요’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Q. 기존 정규 [Extraordinary]가 ‘재즈’를 뿌리로 두고 있다면, 이번 2.5집은 ‘팝’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는 팝적인 사운드를 추구한 까닭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재즈, 팝, 알앤비, 힙합은 절대 떼어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도 (재즈가) 뿌리라고 얘기하잖아요. 떼어낼 수 없다 보니 제 안에 있는 다른 모습이 여러 장르의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dudndudndudn]가 제작된 시점은 2집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고 서류 작업만 남았을 때였어요. 정규 작업 과정에서 쌓인 긴장이나 부담을 해소하고 싶어서 작년 10월 즈음에 그리스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일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니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더라고요. 그간 해결되지 않았던 감정이나 음악이 여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과정에서 팝적인 사운드가 나온 것 같아요.

 

 

Q. 그러면 이번 2.5집은 작년 10월 그리스 여행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돌아오면서 쓴 곡도 있지만, 대부분의 곡은 그리스를 여행에서 시작됐어요. 여행하면서 15초 정도로 짧게, 혹은 2분 정도로 음성 메모를 녹음했다가, 코러스나 브릿지를 조각조각 붙여가면서 곡을 완성했어요.

 

그리고 1집과 2집에서는 보컬리스트로서 유의미한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보컬은 아무래도 직접 말을 하잖아요. 어떤 악기보다도 전달하는 힘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1집 [한 조각 그리고 전체]는 한창 코로나가 극성이던 시기에 제작이 됐는데, ‘우리는 한 조각이지만 모이면 전체라는 하나를 만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2집 [Extraordinary]는 ‘이미 하나뿐인 존재이기에 우리는 태어난 모습 그 자체로 특별하다’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고요. 반면에 이번 앨범은 사랑, 박탈감, 그리운 감정 등 조금 더 사적인 감정을 다루는 작품 같아요.

 

 

 

 

 

 

Q. 안 그래도 이번 앨범을 결핍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관한 내용이라고 소개글에 기재하셨잖아요. 첫 트랙이자 서브 타이틀 ‘Blank’에서 더욱 직접적으로 결핍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조심스럽지만 해당 트랙이 어떤 시기에 발매되었던 것일지 여쭤봐도 될까요?

 

사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이 주는 기쁨도 있었지만, 상에 걸맞은 뮤지션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컸어요. 한국대중음악상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대중성이 아닌 음악성만 고려하는 시상식이라고 명명하잖아요. 그 타이틀에 걸맞은 사람이 되어야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들었어요.

 

자기의 부족한 점은 자기가 제일 잘 알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내 부족함을 알게 되면 어떡하지’ 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어요. 매번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려고 노력하지만, 저한테도 우울하고 작아지는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아챌까 봐 괜히 두려워지더라고요. 다들 그럴 수 있는 건데 계속 폄하하면서 스스로를 작게 만들었던 시기였어요. 그런 힘든 감정을 노래로 만들어야겠더라고요.

 

 

Q. 트랙을 만들어가던 도중에 내가 가진 결핍을 자연스럽게 감싸안는 변화가 생긴 거네요.

 

원래 앨범 자체가 진짜 우울했어요. 누가 몰라줘도 상관없고 그냥 저를 위로하려고 만든 앨범이었어요. “Blank”를 쓸 때도 ‘내가 부족했으니까 곡을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부족하니까 더 노력하는 거고, 노력하니까 곡을 만들 수 있는 거잖아요. 힘들어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슬픔을 헤아릴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거고요. 부족한 게 자랑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Blank”도 초반부, 중반부의 무드나 멜로디가 사뭇 달라요. 처음엔 나에게 존재하는 빈 공간으로 인해 움츠러든 모습으로 시작해요. ‘내가 네 옆에 있는 게 싫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날 사랑해주면 안돼?’라는 가사도 나오고요. 그런데 앞서 말한 생각의 흐름 때문에 후반부의 분위기가 전환돼요. 나중에는 결핍이 나에게 해주는 이야기가 나와요. 결핍이라는 게 무한한 공간처럼 느껴졌어요. 그온 우주의 색깔들이 다 내 안에 있다는 뜻으로 ‘I can be anything’이라는 가사를 썼어요.

 

 

 

 

 

 

Q. 작업하는 과정 자체가 스스로 성장하는 순간처럼 느껴질 것 같아요.

 

가사를 적어 내려가다 보면 문득 머리를 빵 때리는 느낌이 들거든요. 2집 타이틀 “Extraordinary”도 원래 특별해지고 싶어서 만든 곡이었어요. 그런데 작업하다 보니 ‘그런데 세상에 김유진은 나 하나뿐인데, 그것만으로 특별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 앨범도 만들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저한테는 우울감을 극복한 앨범 같아요. 인간이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삶을 살면 노력을 안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제일 두려워하는 게 안주하는 거거든요. 부족하다는 게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그냥 우리의 자연스러운 특성같아요.

 

 

Q. 결핍을 받아들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자신의 모든 모습을 받아들이는 데에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인정하는 거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계산을 잘 못해도 괜찮아. 어차피 계산기가 있고,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 도와줄 수 있는 거니까, 계산하는 건 내 역할이 아니야.’와 같은 식으로요.

 

‘맞아, 우울해. 그런데 이것도 내 모습의 일부야’라고 받아들이는 게 제일 어려운 거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그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잖아요. 심리적인 문제로 봤을 때는 그냥 시인하는 행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다음 트랙들들도 이야기해 볼게요. “I love you”와 “You love me” 두 트랙이 바로 이어지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였어요. ‘나’와 ‘나’의 대담같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원래는 “You love me”가 더 먼저 쓰였어요. “I love you”는 제작하던 상황이 분명히 기억나요. 보컬 레슨을 하려는데, 레슨생이 한 번 안 온 적이 있어요. 그때 혼자 피아노를 치다가 만든 곡이 “I love you”예요.

 

두 곡은 정말 사랑이라는 주제로 쓰인 곡이에요. 그리고 외로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 당시에 나만 이렇게 외로움을 느끼는 건지, 아니면 모두가 힘든 건지 의문이 들었었거든요. 가사에서도 ‘널 이렇게 사랑하는데 정말 모르는 걸까? 너를 사랑한다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외칠 수 있어’라 말하고 있어요.

 

 

Q. “You love me”의 뮤직비디오도 굉장히 키치해요. 재즈적 색이 가장 짙은 음악인데, 키치한 감성으로 MV를 제작한 점이 흥미로웠어요.

 

비워져 있는 공간을 사랑으로 채우고 싶었어요. “You love me”는 ‘너는 나를 사랑하게 될 거야’라는 주문에 가까워요. 그런데 코러스는 또 ‘I love you’로 시작하거든요. 사랑을 구애하는 내용에 가까운 곡이에요.

 

이 이야기를 듣고, 뮤직비디오 감독님이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사랑해라는 글자를 스케치북에 적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 주셨어요. 그래서 (뮤직비디오 감독) 윤희 님, 은지 님이랑 함께 서울, 인천, 제주도를 돌아다니면서 찍었어요.

 

 

 

 

 

 

Q. 공간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요. 이번 앨범 레코딩을 ‘리듬소망사랑’이 주관하는 RSS Studio에서 진행하셨더라고요. ‘재즈’가 주는 베뉴와는 느낌이 사뭇 달라요.

 

공간마다 갖고 있는 에너지가 다르잖아요. 이번 앨범은 전체적으로 무겁지 않은 분위기라 기존에 녹음하던 장소에서 진행하고 싶지 않았어요. RSS Studio는 소울 딜리버리가 운영하는 공간인데, 평소에 되게 좋아하는 팀이었어요. 그 팀이 갖고 있는 밝은 에너지가 되게 좋잖아요. 친구 같은 바이브라고 해야하나. 그 에너지가 이번 앨범에도 담기면 좋겠더라고요.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보다 친구들끼리 모여서 노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구성되길 바랬어요.

 

실제로 가보니까 빈티지 악기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그리고 이삭님이 소울 딜리버리 드러머시잖아요. 거기 드럼이 진짜 좋아요. (웃음) 보통은 소장하기 어려운 레어한 악기도 많았고, 가상 악기로 사용하는 소리들을 리얼로 담고 싶었어요. 여러 방면으로 이번 앨범과 어울려서 그곳에서 사진이나 영상 촬영도 진행했어요.

 

 

 

 

 

 

Q. 마지막 트랙이자 “Saudade”의 어쿠스틱 버전은 Hayane의 공간에서 만들어졌어요. 어쿠스틱 버전을 추가한 이유도 궁금해요.

 

사실 저도 ‘Hayane’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몰라요. 그러고보니 어떻게 읽는 건지 안 물어봤네요. 혼자 ‘하야네’라고 부르면서 다녀요. (웃음) ‘Hayane’는 기타리스트 송준호 님의 활동명이에요. 이번 앨범은 저랑 준호님이 같이 프로듀싱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기타랑 보컬만 사용해서 만드려했어서 오빠 집에서 곡들을 작업했어요.

 

이후에 스튜디오에서 작업하니까 데모곡, 홈레코딩의 느낌이 안나는거예요. 날것의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그때만 나올 수 있었던 바이브가 있더라고요. 데모를 실을지, 스튜디오를 실을지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그냥 둘 다 싣게 되었어요. 러프하고 덜 정돈된 감이 있지만, 그만큼 이 곡의 감정이 잘 담겨 있는 트랙이라고 생각했어요.

 

 

 

 

 

 

Q. 포르투갈, 그리스 뿐만 아니라 친근한 동료의 방처럼 여러 공간에서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는 앨범이에요. 장소가 영감을 주기도 하나요?

 

주로 일상, 사람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기 때문에 더욱 공간을 중시여기는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나도 달라지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모르잖아요. 실제로도 어딘가 오래 머무는 걸 잘 못해요. 나쁘게 말하면 쉽게 질리는 편인데, 그만큼 변화를 추구하는 성향이에요. 완벽하게 새로운 건 있을 수 없겠지만, 좋은 소리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배워서라도 바꿔야한다고 생각해요.

 

해외를 가는 이유도 비슷해요. 각 나라마다 갖고 있는 문화에 따라서 생각도 사상도 다르잖아요. 아무래도 한국 문화에 익숙하다보니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잠깐 다녀와서 그곳에서 잠깐이나마 일상을 경험해보는 게 저한텐 중요한 것 같아요.

 

“Saudade”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이 단어가 한글로는 그리움이라고 번역돼요. 그런데 실제 포르투갈 현지인 분이 말씀해주시기를, 단순한 그리움이 아니라 다시 만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단어라 하더라고요. 마냥 슬프게 그리운 감정이 아니라 소망을 품고 있는 거잖아요. 그 말이 너무 위로가 되더라고요.

 

 

Q. 이야기를 듣고나니 유진님이 왜 ‘삶을 여행하는’ 재즈 싱어송라이터인지 알 것 같아요.

 

여러 곳을 돌아다닐 때마다 그 장소에 제 일부를 다 두고 오는 기분이에요. 제가 거기 남아있으니까 계속 그리워하는거죠. 예전에는 다시 가지 못하고 다시 경험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과거를 자꾸 그리워하는 게 힘들었어요. 현재에 머물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나의 일부가 그 장소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Q. 제목도 생소하고, 전반적인 비주얼 컨셉도 사뭇 다른 작품이에요. 기존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발매작이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요?

 

당연히 있었지만, 그것보다 제 귀에 좋게 들리는 게 우선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들을지 컨트롤할 수 없으니 내려놓았죠. 1집, 2집을 좋아하는 분들은 이번 앨범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이런 고민은 주로 피아니스트 은지 님이랑 같이 나누는 편이예요. 은지님이 ‘그럼 팝을 좋아하는 다른 분들이 좋아하시겠지’라고 얘기해 주더라고요. 분명 1집, 2집의 사운드를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고, 앞으로 어떤 앨범을 내더라도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좋은 게 가장 먼저인 것 같아요. 이후로는 그냥 (사람들에게) 맡겼던 것 같아요.

 

 

Q. 이번 2.5집은 ‘재즈 보컬리스트’보다는, ‘재즈팝 싱어송라이터’라는 표현이 와닿는 작품이였어요. 실제로 유진님은 스스로를 ‘재즈 싱어송라이터’라고 표현하잖아요. 어쩌면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정체성이 음악 방식을 한정짓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 고민들을 음악적으로 표현했던 곡이 2집의 “Continuum”였어요. 리듬, 조, 박자, 그루브가 바뀌는 등 다양한 변화가 담긴 곡이지만,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의 코드가 똑같거든요. 제가 가진 여러 모습을 담으면서도, 나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사운드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런 타이틀이 스스로를 국한시키는 것 같아서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1집을 내고 나서 음악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재즈도, 팝도, 힙합도 전부 좋고 시도해보고 싶다면, 재즈 뮤지션이 아닌건가?’ 생각도 들고.

 

그런데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업계 분들은 어떻게든 저를 카테고리에 넣어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재즈가 가장 근접한 장르다보니까 재즈라는 타이틀에 속한거죠.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Q. 실제로 서울재즈페스티벌에 장르를 막론하고 각양각색의 아티스트가 나오다보니 이래저래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잖아요. 이미 무대 경험이 많은 유진님이지만,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를 선 경험은 꽤 의미있었을 것 같아요.

 

안그래도 다가오는 11월에 RSS(리듬소망사랑)에서 주관하는 RSS Festvial에 참가하는데, 개인적으로 저에게는 정말 의미가 깊었어요. 제 음악적인 범위가 조금씩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주변에서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냐고 물을 때마다, 경계 없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니거든요.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이번 앨범도 마찬가지였구요.

 

서울재즈페스티벌의 경우, 우선 섭외 연락이 왔을 때 정말 좋았어요. 어려서부터 관람객의 입장에서 보러가는 무대지, 뮤지션의 입장으로 공연하는 무대라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좋아하는 뮤지션들이 나오던 곳에서 공연할 수 있다는 기쁨이 가장 컸어요. 서울재즈페스티벌도 요즘은 ‘서울 팝 재즈 페스티벌’, ‘서울 팝 페스티벌’ 아니냐 이런 얘기가 많았잖아요. 그만큼 대중적인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진행했던 서울숲재즈페스티벌도 나름 팝적인 부분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김수영, SUMIN (수민)xSlom, 김윤아 등 다양한 아티스트 분들이 오셨더라고요. 재즈로 분류되지 않더라도 그런 무대에 함께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방향과 정말 잘 맞아서 감사해요. 어딘가에 치우치지 않는, 경계 없는 뮤지션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재즈 뮤지션 분들 외에 다른 분야에 계신 뮤지션분들이 차츰 차츰 저를 알아봐준다는 거 자체가 의미가 깊어요.

 

 

 

 

 

 

Q. 이번 작품 [dudndudndun]는 무엇이든 이뤄내는 주문과 같은 앨범이잖아요. 앞으로 유진님이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일까요?

 

내년에 한달 정도 길게 다시 해외 여행을 다녀올 것 같아요. 우선 도착지, 출발지는 독일로 정해놨는데, 한 동네에 오래 머무를지는 고민 중이에요. 낯선 곳이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가 있을 거고, 현지인들이랑도 친해질 수 있겠죠. 사진도 찍고, 영상이나 작업 과정도 찍고, 음악을 만들면서 로컬 뮤지션들이랑 함께 해볼 만한 것들을 구상해보고 싶어요. 내년에도 올 해처럼 좋은 시간들을 보내며 좋은 음악을 만드는게 목표입니다.

 

그리고 지난번 포크라노스에서 진행했던 재즈 세미나에서, 블럭님이 그런 얘기를 하셨잖아요. 재즈 뮤지션들이 뷰티풀민트라이프나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도 참여하면 좋을 것 같다고. 좀 더 다양한 페스티벌이나 더 많은 분들이 편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에서 공연하는게 내년의 목표라면 목표예요.

 

 

Q. 마지막으로 팬 분들께 한마디하면서 인터뷰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제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들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싶어요. 그 분들이 계시니까 지금도 이야기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지금껏 믿어주신 것처럼, 제가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의미있는 이야기 들어드리기 위해 노력할 거거든요. 앞으로 해나갈 새로운 도전들이 많아요. 그 여정도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기저기 공연장에서 만나뵈면 반갑게 인사나눠요!

 

 

 

 

 


Interview: 박현영

사진제공: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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