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상념채색]

두 사람은 음악적 공통분모 외에도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주얼 작업을 직접 한다는 것이다. Mellow Blush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하며, 미야오우는 회화 작업을 주로 한다. 두 사람은 이번 앨범의 비주얼도 함께 작업했는데, 그것마저도 훌륭하다. 기술적인 영역에서 시너지도 있겠지만, 앨범의 감성이 더없이 잘 표현된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과수원
상념채색
2021.05.31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두 음악가가 만나지 않고도 함께 작업하여 좋은 작품을 낼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봉쇄와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음악가가 소통의 가능성을 보이며 이를 훌륭하게 증명해냈다. Mellow Blush와 미야오우(ミヤオウ)가 결성한 듀오, 과수원(果樹園, Kajuen)이 만든 [상념채색(想念彩色)]이 바로 그 증거다. 두 사람은 2020년부터 연을 맺게 되었고 놀랍게도 아직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음악적 성향이 맞기에 이정도 좋은 호흡이 나온 것이 아닐까 싶다. 결과적으로는 직접 만나서 작업한 만큼, 함께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긴밀한 호흡을 만들어냈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만들어낸 과정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소개글에 따르면 온라인 상에서 서로 곡의 토대를 바탕으로 주고받으며 곡의 구성을 쌓고, 그 과정을 반복하며 완성해나가는 작업방식을 택했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어느 정도 자주 왔다갔다했는지 그런 것들마저 알고 싶어진다. 아마 이쯤 얘기했으면 여러분도 첫 곡을 재생하기 시작했으리라 생각한다.

 

 

두 사람은 음악적 공통분모 외에도 다른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비주얼 작업을 직접 한다는 것이다. Mellow Blush는 애니메이션 작업을 주로 하며, 미야오우는 회화 작업을 주로 한다. 두 사람은 이번 앨범의 비주얼도 함께 작업했는데, 그것마저도 훌륭하다. 기술적인 영역에서 시너지도 있겠지만, 앨범의 감성이 더없이 잘 표현된 앨범 커버를 만들었다. 수록된 다섯 곡에는 혼성 보컬이 한국어, 일본어, 영어로 노래를 한다. 전자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듯한데 어쿠스틱한 악기 소리가 주를 이루고, 장르 역시 보사노바부터 포크까지 교묘하게 스며들어 있다. 곡을 구성하는 소리를 담아내는 방식도, 공간감도 흥미롭고 하나의 곡 안에서 진행되는 전개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다섯 곡 안에 담긴 감성과 분위기가 가장 큰 포인트다. 두 사람이 각자 했던 음악과는 묘하게 겹치는 듯 다른, 그래서 더 감상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 아닐까 싶다. 다양한 장르를 한데 뒤섞어 음악가의 취향 혹은 의도대로 담아내는 것이 한 장르를 고집하는 것보다 더 당연해진 시대이기는 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의 두 사람이 이토록 새로운 과정을 통해 멋진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은, 그 과정을 통해 이런 앨범을 만들었다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이다. 포크부터 일렉트로닉까지, 엠비언트부터 재즈까지 비록 다섯 곡이지만 앨범은 다양한 들을 거리를 담고 있다. 만약 본인이 주변에서 음잘알에 속하는 사람이라면, 이 작품은 꼭 들어보자. 그리고 지면으로 다 이야기하기 어려운 수많은 감상 포인트를 함께 공유해보자.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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