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영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사울 레이터(Saul Leiter) 회고전의 1950년대 뉴욕을 표현하기에는 세밀함과 치열함이 공존하는 진수영의 연주가 더없이 잘 어울릴 수밖에 없다.

 


 

진수영
창문을 통해 어렴풋이
2022.03.17

 

피크닉(piknic)에서 열리는 사울 레이터(Saul Leiter) 회고전이 5월 29일까지 연장한다. 국내 최초의 사울 레이터 회고전으로 흑백 사진, 컬러 사진을 비롯해 상업 사진은 물론 사진에 회화를 더한 작업까지 그가 남기고 간 문화적 유산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그가 20대에 뉴욕으로 발을 딛은 이후 찍은 여러 사진이, 특히 컬러 사진에 있어서 훨씬 앞선 그의 작품을 통해 아주 먼 뉴욕의 모습을 생생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1940년대부터 50년대를 넘어 이미 그때부터 분주하면서도 화려한, 눈부시게 발전하면서도 쓸쓸하고 어딘가 낭만과 현실이 지독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작품 곳곳에서, 특히 전시 초반에 더욱 만날 수 있다.

 

 

전시는 관찰과 관망,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사울 레이터의 자연스러운 시선을 보면서 단순히 구도나 색감 뿐만 아니라 그에 동화되어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부터 목적을 가지고 찍은 것이 아니기에 후대에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것이 다가오게 된다. 건조한 듯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의 작품과 함께 만날 수 있는 것이 바로 재즈 피아니스트 진수영의 음악이다. 이미 자신의 앨범에서도 감성적이면서도 수려한 표현을 선보인 바 있는 진수영이 전시의 음악을 맡은 것은 최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1950년대 뉴욕을 표현하기에는, 단색과 컬러가 교차하는 이 시점의 모습을 담아내는 데에는 재즈 음악이 더없이 잘 어울릴 수밖에 없다. 대공황 시기를 지나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상륙한 재즈는 50년대에 이곳에서 한 차례 꽃을 피웠다. 그러한 가운데 진수영의 독주는 세 곡이지만 30분에 가까운 러닝 타임을 아름답게 풀어 놓는다. 과하거나 단조로움 없이, 놀라우리만큼 무드와 섬세함을 유지하며 진행되는 연주는 얼핏 들으면 서정적이지만 그 안에는 세밀함을 위한 치열함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사울 레이터의 작품과 더없이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BTS의 RM도 SNS에 업로드한 적 있는 이 앨범은 전시와 함께 즐긴 뒤 그 여운을 안고 다시 들으면 더욱 크게 다가온다. 물론 전시를 감상하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감상을 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전시와 함께 접하고 또 다시 접하며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사울 레이터에 더 큰 관심이 생긴다면 다큐멘터리 [사울 레이터: 인 노 그레이트 허리]까지 접해보는 것도 좋다.

 


Editor / 블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