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N TO BE ROCKSTAR, 최원빈 첫 정규앨범 [ACTING ROCKSTAR] 발매 기념 인터뷰

 

BORN TO BE ROCKSTAR, 최원빈 첫 정규앨범 [ACTING ROCKSTAR] 발매 기념 인터뷰

확실한 인기를 끌거나, 두터운 매니아층을 자랑하는 장르 음악을 열렬히 사랑하다 보면 ‘록스타’라는 단어를 종종 마주칠 수 있을 것이다. 빈번히 등장하는 단어임에도 록스타를 정의하는 일은 의외로 쉽지 않다. 스타의 스타, 화려한 삶의 주인공, 최전성기 시절 스타의 생활상이 반영된 단어 등 여러가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쨌거나 음악에 한평생 몸 바친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꿈꿔봤을 법한 키워드임은 틀림없다.

 

전혀 다른 분위기의 두 밴드에서 프론트퍼슨으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 최원빈은 록스타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2016년, 밴드 웨터 (wetter)의 리더로 데뷔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 투어를 다녀오며 예사롭지 않은 음악 생활을 시작하고, 현재는 이디오테잎의 DR과 프로듀서 Frants와 의기투합하여 결성한 3인 밴드 스네이크치킨수프의 프론트퍼슨으로 각종 국내 페스티벌 무대를 섭렵 중인 최원빈. 데뷔한 지 8년 만에 정규 1집 [ACTING ROCKSTAR]를 발매한 최원빈은 “이제는 그저 오래 음악 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 담담하게 말한다. 모든 사람의 주목을 받는 무대에서 화려한 순간도 경험하고, 주변의 사람들이 곁에서 떠나가는 실패의 순간을 모두 겪고 나아가는 과정에서 스스로 터득한 해답이다.

 

지난 20대의 성장 과정 속에서 나름의 결론을 내리고 드디어 자신 있게 선보이게 된 정규 1집 [ACTING ROCKSTAR]은 그런 그의 담담한 답변을 너무도 잘 대변하는 작품이다. 다채로운 피처링진 각각의 개성과 저항 정신이 가득 담긴 펑크록 사운드가 신선하고 명쾌한 해방감을 선사하면서도, 세상을 향한 단순하고 직설적인 가사는 삶에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쌓아 올린 뚝심이 드러나기도 한다. 록스타들에게 가장 바쁜 계절인 여름, 아티스트 최원빈을 만나 앨범 작업기부터 지난 20대의 삶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Q. 간단하게 아티스트 최원빈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첫 밴드로 데뷔한 지 8년 만에 드디어 정규 앨범을 완성하게 된 최원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Q. 최근에는 Snake Chicken Soup (이하 ‘스네이크치킨수프’) 밴드 활동을 겸업하고 계신데요. 웨터 (wetter) (이하 ‘웨터’) 이후의 또 다른 밴드인 스테이크치킨수프 활동은 어떤가요?

 

스네이크치킨수프는 드럼의 DR, 기타의 최석 (FRANTS) 형과 함께 하고 있어요. 두 분은 원래 각자 다른 음악 활동을 하고 있지만, 어릴 적부터 펑크를 해오면서 생긴 음악적 갈증으로 밴드를 구상하고 계셨어요. 그러다 셋이 진행해 보는 그림이 좋을 것 같다며, 주변인에게 소개 받게 됐어요. 당시에 DR 형님이 제가 웨터인줄 모르고 인스타그램을 봤는데, 웨터 따라 하는 애 같다고 별로라고 하셨다 하더라고요. (웃음) 제가 진짜 웨터 멤버인 것도 알려드리고, ‘그러면 만나보면 좋겠다’고 얘기 나오면서 성사됐죠.

 

두 분과 밴드를 하는 일이 정말 멋진 일이라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고민이 되긴 했어요. 다른 밴드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기도 하고, 솔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기도 했거든요. 그래도 “밴드를 결정하려면 합주는 한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형들을 만났는데, 합주를 시작한 지 10초 만에 결론이 나왔어요. 합주하는 시간 자체가 너무 신나고, 형들도 진심으로 즐거워 하시는 것 같았어요. 저에게 두 분은 리빙 레전드 같은 존재라 함께 하는 게 정말 영광이거든요. 형님들은 매번 말로만 그런다고 하지만, 배운다는 태도로 즐겁게 활동하고 있어요.

 

 

Q. 스네이크치킨수프와 웨터는 성격이 정말 다른 밴드잖아요. 웨터부터 스네이크치킨수프의 프론트퍼슨까지, 각 활동 때마다 어떻게 달라지나요?

 

웨터로 활동하던 당시에는 프론트맨이기만 할 수는 없었어요. 리더이기도 하고 어리고 경험도 부족하고, 잘하고픈 마음이 너무 앞서서 온전하게 무대에 집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누가 뭐라고 하진 않았지만 압박감도 심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서 히스테리도 많이 부린 것 같아요.

 

스네이크치킨수프는 우선 웨터에 비해서 사운드가 직관적이거든요. 가끔 석이 형이 “원빈아, 너 지금 너무 열심히 해, 너무 진지해.”라고 말해주시거든요. 덕분에 음악을 즐겁고 흘러가는대로 대하는 태도를 연습하는 것 같아요. 경험이 많은 분들과 함께하는 무대여서 그런지 잡생각이 사라지고 지금 이 순간에 완전히 몰입돼요. 형들의 거칠지만 안정적인 연주 위에 원숭이가 뛰어노는 느낌?

 

 

 

 

Q. 무대에 몰입한 채로 DMZ피스트레인 스네이크치킨수프무대에서 ‘오른쪽, 왼쪽’ 외치면서 자체 슬램존을 만드는 모습이 인상 깊기도 했어요.

 

합주할 때 DR형이 “해볼래?”하셔서 나름 비장하게 “와, 너무 해보고 싶었어요 “라고 했어요. DMZ피스트레인 스테이지에서는 아예 생각이 사라진 상태로 몰입하느라 사실 가운데에 펜스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말을 했어요.

 

그리고 한 곡을 더 준비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형들이 나가는 거예요. 무대 앞에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전광판이 있는데, 시간이 끝났는데 그것조차 못 보고 (몰입하고) 있었거든요. 처음엔 형들이 앵콜을 받으려고 연출하는 줄 알았어요. 마지막에 너무 흥분한 상태로 “더 할래요! 왜 나가요!”라고 하는 걸 영상 보고 알았어요.

 

 

Q. 스네이크치킨수프 활동을 병행하면서 개인 정규 작업을 준비했는데, 어렵지는 않았나요?

 

너무 힘들었죠. (웃음)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저에 대해 되게 많이 알게 됐는데요. 제 장점은 무얼 하기로 마음먹으면 무조건 하는 추진력이 있고, 일을 확장하면서 숲을 바라볼 줄 안다는 점 같아요. 다만 벌여놓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수습해 줄 사람도 필요한데, 일을 진행하면서 디테일적인 부분을 놓치고 실수가 잦아지고, 단번에 결정해야 할것들을 결정을 못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같이 작업하는 아티스트들도 활동 시간대가 전부 다르니, off하는 시간 없이 24시간 동안 작업에 신경 쓰면서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음악적인 부분은 신중하게 고민하고, 다른 상황에서 들어보면서 판단해야 하는데,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들이 발생해서 100% 만족하지 못한 채로 지나간 부분들도 있긴 해요.

 

 

 

 

 

Q. 작업에 대한 소회를 여쭌 김에 본격적으로 정규 앨범 <ACTING ROCKSTAR>를 소개 부탁드릴게요.

 

‘ACTING ROCKSTAR’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된 배경을 먼저 말씀드릴게요. 넷플릭스 시리즈 <빈스 스테이플스 쇼>라는 작품을 보면, 시리즈 시작 전에 ‘어느 정도는 가짜고, 어느 정도는 사실을 기반으로 함’라는 문구가 나와요. 그 문구가 창작의 제한을 없애버리더라고요. 피식쇼도 보면 “글로벌 팬들에게 한마디 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능청맞게 답변하고 모든 것을 가능케하잖아요. 제한 없이 아무 표현을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소개글을 그렇게 정했어요.

 

앨범을 다 들어봤을 때 느낀 점은 ‘강아지 같은 20대가 잘 자연스럽게 담긴 앨범’이라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찌질한 최원빈도 있고, 김동률을 좋아하는 최원빈도 있지만, <ACTING ROCKSTAR>에서는 사람들이 망설이는 금기를 깰 수 있는 록스타적인 면모만 뾰족하게 만들어내려고 했어요.

 

 

Q. 22년도 중순부터 (선공개 트랙이기도 한) <Hi>를 발매하면서 개인 프로젝트가 시작됐는데요. 당시부터 정규 작업을 계획 중이었던 건가요?

 

전혀 아니었어요. 당시엔 그냥 그 노래를 빨리 내고 싶었어요. 철저한 계획까지는 없었고, 그런 게 안 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웃음) 사실 작년 가을에 우울하고 힘든 일이 많아서 발라드 앨범을 준비했어요. 그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정을 다 쏟고 나니 갑자기 정신이 멀쩡해지더라고요. 그리고 앨범을 만드려면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동성 친구들이랑 그런 슬프고 우울한 곡들을 듣고 있으니까 살짝 민망하더라구요. 컨디션이 좋아지니까 슬픈 가사도 완성하기가 어렵고. (웃음)

 

다만 앨범을 만들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이었다 보니 새로운 앨범을 제작해야지 싶었어요. 그래서 몇 년 동안의 작업물을 모아 6개월 가량 다듬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ACTING ROCKSTAR 분위기가 나는 곡들 위주로 발매하게 됐어요.

 

 

 

 

Q. 개별 트랙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게요. “락스타로 행동하는 건 복잡하다”를 의미하는 초반 1,2번 트랙은 1분도 되지 않게 채 짧아요. 앨범의 도입부에서 의도하고자 한 바는 무엇인가요?

 

원래 첫 곡과 두 번째 곡은 보통 상상할 수 있는 1절과 2절로 구성된 한 음악이었어요. 그런데  정규다 보니 1번부터 15번 트랙까지 단편 모음집 보다는 장편 소설처럼 의도하고 싶었어요. 저는 보통 음악을 앨범 단위로 1 번 트랙부터 듣거든요. 그래서 인트로 트랙으로 하이라이트 파트만 넣어서 타이틀 트랙인 3번까지 넘어갈 수 있게 의도했죠. 제법 T적인 판단이였지만, 모든 사람들이 저랑 같은 방식으로 들을 거라고 착각한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웃음)

 

 

Q. 타이틀 트랙 ‘FUXK2’에서 그렇고, 전체적으로 사회에 관한 반항심을 내비치는 앨범처럼 느껴지기도 했어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싶었을까요.

 

모든 음악의 장르를 좋아하지만, 여전히 록이라는 장르를 정말 사랑하거든요.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왜 그렇게 좋아했을까?”를 돌이켜보니, 그 어떤 장르보다 록만큼 해방감과 해소를 전하는 장르는 없었던 것 같아요. 답답하거나 화가 날 때 항상 찾아 듣게 되기도 하고요.

 

고등학교때 한국말로 된 록 음악을 들으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건, 그렇게까지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반항적인 가사가 많이 없다는 점이었어요. 오히려 이센스나 빈지노 같은 힙합 뮤지션의 가사를 들으면서 해방감을 느낀 것 같아요. 좋아하는 한국 밴드가 정말 많지만, 해방감을 보여주는 음악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Q. 각 트랙을 함께한 아티스트 라인업 또한 흥미로웠어요. 7번 트랙 ‘YE!’의 경우, ‘삐삐밴드’의 이윤정 님이 참여하셨던 점이 눈에 띄었는데요. 섭외까지의 과정이나 에피소드가 궁금해요.

 

이 곡을 쓴 날은 다른 매체에서 인터뷰를 하다가 “밴드의 시대가 도래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던 날이에요. 실제로 인스타그램을 둘러보기만 해도 밴드가 정말 많이 나오잖아요.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이런 기류에 탑승해야지’ 싶다가도, 안 좋은 날에는 정말 솔직하게 ‘왜 내가 없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웨터로 활동하던 당시 이미지적으로 음악성을 갖고 가는 아티스트로 보이고 싶은 욕심이 정말 컸어요. 그럼에도 ‘비주얼 밴드 같다’라는 반응이 없지 않았고요. 그렇다고 케이팝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밴드도 아니고. 그래서 정체성에 있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매미 님이나 윤정 님 또한 제 마음을 잘 이해하실꺼 같고 셋이 협업하면 미운 오리 새끼 삼인방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해서 두분에게 부탁드렸습니다.

 

윤정 님한테 이 곡을 보내게 된 이유부터 섭외를 요청드리게 된 계기 등을 정리해서 메일로 보내드렸어요. 그런데 “무슨 록커가 이렇게 세심해?”라고 답변이 왔어요. (웃음) 오히려 제가 당황해서 “그냥 해주세요”라고 말씀드렸어요.최종파일도 아이폰 음성메모로 보내주셨는데 그 파일로 마스터링까지 다 했어요., 정말 멋지다 싶었고 오히려 마음이 놓였어요. 나중에 “밥이나 먹어요”라고 말씀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또 배웠어요 이게 어른이구나!

 

 

Q. 매미 (MEMI) 님은 5번 트랙뿐만 아니라 타이틀 트랙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어요. 매미 님과의 협업은 어땠나요?

 

매미 님이 기타리스트인 건 알고 있었는데, 정확히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릴스 중에 밴드 Korn의 커버 영상을 보고, 그다음 Jimi Hendrix 커버 영상까지 두 개를 보고 나니 팔로우를 누를 수밖에 없더라고요.

 

매미님이 막 솔로로 연주하는 모습이 상상이 돼서, 비주얼을 이번 앨범에서 녹여내고 싶어 조심스럽게 부탁을 드렸어요. 제일 좋아하는 과일이 ‘망고’인데요. 작업이 끝나고, 좋은 경험을 했다면서 망고를 보내주시더라고요. 작업하는 내내 정말 호의적이시고, 편하게 제안을 들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은 그냥 천사다’ 생각했죠.

 

 

 

 

Q. 다양한 참여진이 힘을 보탠 앨범입니다. 전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아티스트들인데, 피처링 아티스트를 선정할 때 가장 중시 여긴 포인트는 무엇이었나요?

 

당연히 음악과 잘 어울릴지가 가장 우선이 되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제 음악에 호의가 있는지가 첫 번째였어요. 두 번째로는 현실적으로 연락이 닿을 수 있는지예요.

 

제가 어필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재미 밖에 없었어요. 현실적인 다른 부분으로 만족할 만한 상황에서 제안을 드리는 게 아니다 보니까, 같이 작업함에 있어서 재밌는 시간을 보내는게 아니라면 그분들이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즐겁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무엇보다 컸어요.

 

 

Q. 개인적으로 가장 작업이 즐거웠던 아티스트가 있다면 누구였을까요?

 

모든 아티스트와의 작업이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oygli (이하 ‘오이글리’)랑 짱유랑 작업할 때가 가장 최근이라 그런지 기억에 잘 남는 것 같아요. 공통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셋 다 술을 즐기는 편이 아니에요. 겉모습은 완전 그렇잖아요. (웃음) 래퍼들이니까 “술이나 다른 필요한 건 없어?”라고 물어보니까 안 마신대요. 그래서 커피를 물어보니까, 밤늦은 시간이라 또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이스초코?”라고 하니까 너무 좋다고 말해서 같이 초코 먹으면서 작업하고 그랬네요.

 

오이글리는 제가 록을 사랑하는 만큼 힙합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친구더라고요. 저는 크게보면 힙합이 ‘우리가 제일 위험하고 섹시해’와 같이 어필하는 뜨거운 장르고 록은 ‘네가 어떻던 간에 아무 관심 없어’라고 무심하게 반응하는 차가운 장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차이점이 극명하게 보여서 흥미로웠어요.

 

짱유와의 작업은 가사, 멜로디, 녹음까지 정말 3시간 밖에 안 걸렸어요. 작업실에 오셨을 때 “오늘 저는 원빈 씨의 악기로 온 거니까 별로면 바로 말해주세요”라고 말씀하는 모습에서 또 배운 것 같아요. 정말 깔끔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퍼포먼스적으로도 일상과의 스위치가 확실하다는 점이 거울을 보는 것 같을 때가 있어서, 언젠가 무대에 같이 서 보고 싶어요. HYPNOSIS THERAPY 공연을 너무 재미있게 봤거든요.

 

 

 

 

Q. 원빈 님의 첫 정규작이 웨터도, 스네이크치킨수프도 아닌 ‘최원빈’으로 발매된 거잖아요. 약 7년간의 시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해오신 만큼, 이번 정규에 대한 의미가 각별할 것 같습니다. 정규로 발매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 이 질문을 받고 멋있게 대답하고 싶어서 일찍 와서 준비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대답이 생각 안 나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제는 정규 앨범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만족스럽지 않고 부족하기 때문에 그간 완성하지 못한 거잖아요. 지금은 발매를 도와줄 인프라가 생겼고, 스스로 행할 수 있는 몸과 정신이 만들어지면서 용기가 생겼어요. 정말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만들었어요. 33년 걸린 것 같은데요, 33년은 너무 많으니까 만 나이로 31년으로 정정하겠습니다. (웃음)

 

 

Q. 드디어 완성된 정규 앨범인데, 만족스러우신가요?

 

함께 작업한 사람들에게서 정말 많이 배우기도 했고, 저 역시 기술적으로든 감성적으로든 많이 성장한것 같아서 앨범의 수익이 0원이어도 상관없을 만큼 만족스러워요. 부모님이 이 말을 듣고 한숨 쉬시긴 했지만요. (웃음) 크레딧을 작성하면서 80~100명 정도를 핸들링한 걸 알게 됐어요. 소통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서운한 일도 있었겠지만, 연이 끊길 만큼 충돌한 사람은 없었어요. 저한테는 그게 너무 중요한 일이거든요. 그래도 이 앨범으로써 빚진 금액과 다음 앨범을 낼 수 있는 수익만 발생하면 좋겠네요. (웃음)

 

그리고 오랫동안 음악 활동을 해왔다 보니 일반적인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은 독서모임에서만 유일하게 만나거든요. 그 친구들은 전 재산을 다 써가며 작업하는 행위를 다소 위험하게 여기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 돈을 앨범 작업이 아니면 어디다 써야 할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 인생에 남는 기록이잖아요. ‘31살 때에 최원빈이 이런 앨범을 만들었다’는 기록인데,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서 완성도 있게 발매하는 게, 저에겐 더 사업적이고 더 현실적인 것 같았어요.

 

 

 

 

Q. 웨터와 스네이크치킨수프의 프론트퍼슨이 아닌, 아티스트 최원빈은 어떤 음악가인지도 궁금합니다.

 

정규 작업을 마무리한 단계에서 웨터나 스네이크치킨수프의 음악을 되돌아보면서 들어본다면요, 웨터는 멤버들과 함께 정말 좋아하던 영국 밴드들의 문화를 계승하고, 한국말로 전하고 해석하는 부분에서 의미가 있는 밴드고, 스네이크치킨수프는 90년대 미국 록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에요. 형들이 정말 좋아하고, 그로 인해 저도 영향을 받아 좋아하게 된 장르 음악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솔로 앨범에서는, 존경하는 밴드들이나 히어로라고 여기는 인물들도 표현하지 못하는, 이젠 정말 나만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목적이  분명했던 것 같아요.

 

 

Q. <ACTING ROCKSTAR>는 지금까지 음악 활동을 쉬지 않고 이어온 원빈 님의 삶이 잘 담긴 앨범이 아닐까 싶어요. 20대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음악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나요?

 

중고등학생 때 영국 드라마 <스킨스>나 David Bowie (데이비드 보위)의 음악을 들으면서 록 밴드에 대한 꿈을 키웠는데, 웨터로 활동하고 영국 투어도 해보고 하면서 어찌 보면 꿈을 이룬 거잖아요. 당시에는 순간순간이 너무 즐거워서 ‘오늘은 어제만큼 재미있을 수 없다’라는 감각 때문에 보통의 일상에서 공허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감정이 계속 오갔어요.

 

최근에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의 윤리학>에서,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의 책을 읽었어요, 그 책은 행복이란 인간적인 기본 욕구가 덜하지도 않고 과하지도 않은 삶이라고 말하거든요. 저한테는 20대가 어떻게 해야 나한테 과하고 모자란지, 극단을 달려보면서 중간 지점에서 안정적으로 파도를 탈 수 있는 방식을 터득할 수 있었던 기간 같아요.

 

 

Q. 그렇다면 지금 정말 원하는 목표는요?

 

20대 때에는 빨리 성공하고 싶어서 조급했어요. 조금이라도 어릴 때 성공 하고 싶고, 존경하는 아티스트들이랑 협업도 하고 싶다는 욕심에 성급했던 것 같아요. 그런 욕망은 남들이 멋있다고 하는 욕망에 불과한 것 같더라고요.아주 살짝 맛봤을 때, 행복하지 않다는 사실을 경험하기도 했고요. 음악을 오랫동안 하면서 단시간에 성공한 친구들이랑 어울리기도 하고, 그런 삶을 지켜보면서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정말 원하는 건, 그냥 음악을 오래 하는 거예요. 예전처럼 모든 활동 하나하나에 100프로를 쏟아부으면, 탈진 상태가 돼서 다음 스텝을 밟을 힘이 남지 않더라고요.

 

 

 

 

Q. 진정으로 행복이라 여기는 가치는 언제부터 깨닫게 된 거예요?

 

좋게 표현하면 매력적인 20대의 시간을 보내면서부터요. 처음엔 ‘록스타 라이프’를 잘못 해석해서 쾌락과 도파민에만 충실한 삶이 락앤롤이라고 여겼어요. 자유롭게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보다 어제보다  더한 자극에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돼버린 거죠.

 

순간적 재미에 현혹되어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시기를 보내면서, 오랜 시간 함께하고 열정을 쏟아 온 사람들을 잃었어요.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실망시키는 자신을 절대로 사랑하지 못할 것 같더라고요. 의도치않게 누군가에게 실수하고 상처 주게 되는 게 힘들어서 ‘내가 왜 그랬을까’에 대해 고민해 볼 수밖에 없었어요.

 

 

Q. 이번 앨범은 반항심이나 해방감 같은 것도 느껴지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 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고픈 마음이 담긴 앨범 같기도 해요. ‘최원빈’이라는 이름으로 정규를 발매한 지금 자신을 사랑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네. 그런 것 같아요. 당연히 누구는 좋고, 누구는 아쉽다고 하겠죠. 그렇지만 이번 앨범을 발매하고 난 후에 제가 느낀 건, 정말 저만 만들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되게 저 다운 앨범인 것 같아서 그 자체로 만족스러운 것 같아요.

 

 

 

 

Q. 락스타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요? 그간의 행보를 미루어 보건대, 원빈 님은 음악성뿐만 아니라 아이코닉한 스타성도 중시하는 것 같아요. 아티스트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태도는 무엇인가요?

 

제일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건데, 자기 자신의 선택을 믿는 거예요. 저는 창작할 때 가장 힘든 순간이 조롱 받을 것 같다는 감정이 느껴질때 거든요. 컨셉충이나 예술병이라고 느껴지거나 그렇게 불릴 수도 있고, 기술적으로나 표현하는것에 있어서 부족해보였던게 여실히 드러난다거나 작업하다가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과정에서, ‘이런 포인트가 남들이 말하는 그런 예술병인 건가?, 이런게 그 친구가 말한 촌스러운건가?’ 고민하고 망설이게 되면 상상력이 제한되거든요. 제가 여전히 휩쓸린다는 뜻이기도 하고.자기 자신의 선택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을만큼 자기 자신을 통제 할 수 있고 한계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혼자 내린 결정에 확신과 믿음을 갖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중요해요. 내가 바라보는 꿈을 믿어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그들을 내가 예술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 이어야 하구요. 피드백이 없으면 계속해서 의심하게 되거나 아니면 아예 의심을 안하게 되니까요.

 

 

Q. 과거 인터뷰를 통해 인간 최원빈은 “계속해서 자기 자신을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ACTING ROCKSTAR>를 발매한 최원빈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냥 지금은 정규 앨범을 발매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정규 앨범을 만들면 조금은 명확해질 줄 알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는 사람. (웃음)

 

 

Q. 마지막으로 올해의 계획을 들어보면서 인터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앨범 발매 후에는 쇼케이스나 공연을 기획해서 실행해보고 싶어요. 공연으로 벌어지는 일들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요. 조만간 스네이크치킨수프의 앨범 또한 발매될 예정이고, 공연들도 많이 있으니 많은 관심 가져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Interview | 박현영

사진제공 | 최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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