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 [피카레스크]

오영의 음악에서 가장 인상을 남기는 것은 단연 가사다. 그의 가사는 한 줄 한 줄에 묘사와 함께 압축된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지 않더라도 화자의 감정만큼은 고스란히 전달한다. 때로는 거친 단어 선택을 쓰지만 역설적으로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아름다운 음악과 만나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오영
피카레스크
2021.10.11

 

피카레스크라고 하면 보통 악한 사람이 메인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를 의미한다. “우연히 태어나 지독히 얽히는 모든 것, 숨죽인 채 도사리는 수많은 괴물과 악당들을 그리며 쓴 앨범”이라는 직접 쓴 소개를 보면 알 수 있기도 하다. 오영은 로션펑크, 프레드와 함께 공공카펫이라는 팀을 하고 있으며, 자신의 SNS 채널을 통해 포크 외의 음악도 가끔씩 들려준다. 여기에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녹음, 믹싱, 마스터링까지 직접 해내고 있다. 이러한 음악가를 한때 베드룸 팝이라는 단어로 묶고는 했는데,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특정 장르 한, 두 가지만을 곡에 투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취향이나 들어온 음악, 한 사람의 세계와 감성을 온전히 담아낸다는 특징이다. 오영의 음악 역시 그렇다. 기본적으로 그의 음악은 포크 음악이지만, 그가 소리를 담아내는 방식이나 디테일을 듣고 있으면 기타 한 대와 목소리라는 심플한 공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확장된 소리를 들려주고는 한다. 두 번째 곡인 “판도라”는 보사노바의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며 전반적으로 보컬과 코러스, 기타 사운드로 공간감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오영의 음악에서 가장 인상을 남기는 것은 단연 가사다. 그의 가사는 한 줄 한 줄에 묘사와 함께 압축된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고,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지 않더라도 화자의 감정만큼은 고스란히 전달한다. 때로는 거친 단어 선택을 쓰지만 역설적으로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아름다운 음악과 만나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어딘가 움츠러든 듯한 “세이렌” 속 화자는 슬픔이 가득하지만, “판도라”는 앞선 이야기에서 그래도 나아가고 이겨내려는 듯한 마음을 보게 된다. “혼혈”의 가사 배열이 담긴 운율에서는 더욱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며, 짧은 문장과 심플한 곡의 구성은 한 편의 시를 만나는 것처럼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사실 누군가의 감성을 다른 글로 담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글로 옮기는 것 자체도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을 다른 방식의 묘사로 쓰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오영의 앨범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심연에 가까운, 깊으면서도 슬픈 가운데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우울하다는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비록 길지 않은 호흡의 네 곡이지만 그 안에는 서사와 운율이 있다. 곡의 형태이지만 의미적 기능, 음악적 기능, 회화적 기능을 모두 지니고 있으니 한 편의 시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Editor /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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