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JO [Chameleon Man]

 

래퍼이자 프로듀서이면서 디제이,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는 에조가 그간 누구인지 대략은 알면서도 정확히 그에 관해 잘 몰랐던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그를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아닌가 싶다. 어딘가 깊이 있는, 그의 철학적 태도가 담겨 있으면서도 훵크와 힙합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이 작품을 여러분도 한 번씩 들어보자.

 


 

EJO
Chameleon Man
2021.04.20

 

클럽하우스에서 열렸던 웃음꽃의 토크 프로그램 중 에조가 한 이야기에 따르면 카멜레온 맨이라는 앨범 제목의 유래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어느 환경이든 잘 묻어나는 듯하지만 홀로 독특하게, 투명하게 존재하는 카멜레온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 발표한 곡 “Chameleon”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한다. 재즈-훵크의 형식을 지닌 이 곡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곡임에도 스탠다드처럼 많은 이들이 연주하고는 했는데, 재즈-훵크, 재즈 퓨전으로 역사에 남았던 앨범인 [Head Hunters]의 수록곡인 이 곡은 훵크와 재즈를 높은 순도로 담고 있다. 어쩌면 에조의 음악도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에조의 앨범 [Chameleon Man]은 그동안 자신의 내면 세계를 음악적으로, 은유적으로만 담아내다가 비로소 자기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기 시작한 지점이다. 그런 점에서 에조의 첫 EP는 본인에게도, 음악가의 커리어로서도 의미가 있다. 선공개한 곡이자 첫 곡인 “Home Callin’”은 퍼커션과 랩의 리듬이 듣는 재미를 주면서도 미국, 한국, 인도에서 살아온 자신에게 집이라는 존재, 고향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을 풀어놓는다. 이어지는 “Pandemic”과 타이틀곡인 “Legalize It”은 상당히 아나키즘적인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과 현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 안에는 나름의 날카로운 통찰이 있다. 여기에 “Legalize It”은 메시지, 에조의 랩, 트랙의 구성까지 과거 힙합 음악을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환영할만한 곡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곡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8, 90년대 힙합 음악에 향수나 감흥이 있는 이들이라면 음악적으로 호기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훵크, 재즈, 전자음악 등 다양한 부분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이는 음악은 (영어가 편한 분들이라면) 상당히 공감이 가면서도 해체주의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콘크리트 정글이라는 다소 뻔한 비유를 에조는 좀 더 실감나게 풀고, 그 안에 살아가는 이들 가운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풀어내고자 한다.

 

누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아도 결국 그 모든 것이 자신을 구성하는 것이고, 그렇게 자신은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카멜레온 같은 존재임을 구구절절하지 않게, 투박한 듯 담담하게 나열한다. 래퍼이자 프로듀서이면서 디제이, 모델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는 에조가 그간 누구인지 대략은 알면서도 정확히 그에 관해 잘 몰랐던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그를 알아갈 수 있는 좋은 시작점이 아닌가 싶다. 어딘가 깊이 있는, 그의 철학적 태도가 담겨 있으면서도 훵크와 힙합으로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이 작품을 여러분도 한 번씩 들어보자. 아마 에조에 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질 것이다.

 

 


Editor / 블럭

|